주위를 둘러보면 지금껏 우리가 알았던 익숙한 세상이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있습니다. 교회 사목도 선교도 이제는 낯선 길을 탐험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럴수록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면서 새로운 것을 이해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성공회가 본디 어떤 교회였는지, 어떤 기질과 비전을 가졌는지, 역사에서 뭘 했는지 기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복기가 아닙니다. 오늘을 우리가 어떻게 살고 행동할 것인지 가늠케 하는 것이지요. 내가 누구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 기억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대한성공회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우리가 행했던 많은 일들이 과연 성공회다운 선택이었을까요?성공회 교회라는 공간이 너도 나도 자신보다 큰 진리에 동의하고 순종하는 자리여야 할 텐데, 저마다 ‘제 보기에 옳은 대로 행하는’ 아나키 상태에 너무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성공회가 성공회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 못난 글들이 대화 촉진제 역할이라도 되길 빌어봅니다., 안팎에서 교회가 알았던 익숙한 세상이 빠른 속도로 붕괴한다고들 말합니다. 우리 성공회의 선교 현장들만 둘러봐도 그 말은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소위 대한성공회 3대 선교 현장이라는 교회, 사회선교, 학교가 모두 전과 같지 않은 상황과 문제에 봉착하였습니다. 세 영역 전반에서 이전의 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 느낌과 혼란이 팽배해 있습니다. 옛 세계는 무너지는데 새 세계는 아직 뚜렷하지 않을 때 곧잘 벌어지는 일이 서로 탓하기와 책임전가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역사를 보면 위기일 때 하느님은 교회를 쇄신하시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신 일이 많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전에 보이지 않던 새 길이 보이는 법입니다. 이주엽 신부님이 전에 소책자로 내셨던 「성공회 신앙」은 그동안도 꾸준히 읽혔던 책입니다. 이번에 성공회 교우뿐 아니라 성공회에 관하여 궁금해하는 분들의 질문 중심으로 관련 역사 내용을 담아 새로 저술하였으니 기쁜 일입니다. 새로운 상황을 만나고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될 때 필요한 지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일 것입니다. 혼란스러울수록 내가 누구고 어떤 소명이 있는지 기억하는 일이 소중합니다. 선교 현장이 새로워져야 할 때 역사에서 성공회가 어떤 교회였는지 살피고 기억하는 일은 가히 온고지신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제 정체성을 되돌아보면서 방향을 찾아내고 전에 없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니 말입니다.신부님은 딱딱하지 않게, 마치 눈앞에 있는 분들과 대화하듯 구어체로 글을 쓰셨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부디 그 뜻대로 많은 분들이 일독하는 책이 되길 기도합니다. 본디 주교란 역사에서 교회의 가르침이 진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감독하고 보호하는 책무가 주어진 자리입니다. 바깥을 향해서는 교회의 신앙을 변호하고 안을 향해서는 올바른 가르침을 나누도록 독려하는 존재입니다. 주교로서 이 책에 축복을 더하니, 성공회 교우뿐만이 아니라 독자분들이 성공회 신앙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좋은 안내서가 되길 바랍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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