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쿨찐 중붕이랑 어디..다른곳에서 오신 분들께서 숲속친구들이니 뭐니 바람잡기를 시작했길래 확실히 하려고 글 씀.

다른 종봉이들이 정리한 내용을 요악하고 내 생각을 약간 얹었음.

Q. 왜 이런일이 벌어짐?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가? = 왜 이 나라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만 게임을 유통할 수 있게 되었는가?

지금쯤 다들 거의 다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2020년 현재 사건의 큰 줄기는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감.

과거에 바다이야기라는 일본 빠칭코 싸대기 때리는 앰창제조기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성행하고 있었고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서 법의 철퇴를 맞음.

사태의 파급력과 도박으로서의 성인오락이라는 자극적인 성격에 아케이드 게임 자체를 규제하는 법안이 우후죽순 생겨남.

그 중 하나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16조'임.

이 법률에 따라 본래 영등위가 가지고 있었던 게임 심의권한을 분리해서 게임의 심의만을 전담하는 게임물 등급 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생겨남.

문제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성인오락실에서나 볼법한 도박과 우리가 알고있는 '게임'을 동일한 카테고리로 분류해버려서

한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들은 '바다이야기'의 가능성을 염두해 국내기관의 심의를 받아야하는 처지가 돼버림.

심의 자체는 그렇게 기준이 빡센 편이 아니지만 심의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듦.

Q. 왜 지금까지는 조용했던거임?

게등위 본인들도 제도가 병신인걸 알았는지, 아니면 단지 스팀에 대해서 과소평가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게등위는 스팀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게임들이 국내법에 따라 심의를 받지 않아도 묵인해왔음.

그러나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스팀에 국내법을 따라서 심의를 받을 방법을 '안내' 해주는 일이 발생함.

말이 '안내'지 만약 제시된 방법대로 심의를 받지 않으면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다는 경고임.

경찰이 시위대 앞에서 스피커로 집회시위법에 대해서 낭독하고 있으면 그게 무슨 의미겠음?

Q.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 신청을 안하는 스팀 잘못 아님?

2020년 현재 국내법이 자율심의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사실임.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그 예시.

그렇지만 스팀은 위 두 기업과는 다르게 자율심의를 관장하는 부서를 두고있지 않음.

이건 선악의 문제를 떠나서 스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해보는게 필요함.

과연 기업 스팀이 한국 시장만을 위해서 자율심의를 위한 부서와 인력을 증설할까? 당연히 아니겠지.

Q. 그래서 스팀이 잘못한거임? 게등위가 잘못한거임?

2006년에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가 문제임.

두 행위자간의 잘잘못을 따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 내에서 누가 피해보는 것인지 따지는 것이 진짜 핵심임.

당연히 그건 한국의 게이머들임.

스팀은 이윤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업이고 게등위는 법률에 따라서 움직이는 행정기관임.

이 교착상태는 제도의 개선 없이는 중붕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없음.

Q.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 모름? 법 어긴 놈이 무조건 잘못한거다이기노

격언은 말이 멋있어서 따라야하는게 아니라 복잡하고 절묘한 논증이 짧은 문장 안에 담겨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임.

즉, 격언 그 자체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격언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해야함.

현지에 가면 현지의 관습과 법을 따르라는 주문은 '법이란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합의'이고, '구성원들의 합의를 따르지 않는 행위는 부당하다'를 전제함.

따라서 해당 격언을 이 사건에 적용시키려면 지금 문제가 되고있는 법률이 구성원들의 의사를 온전히 받아들여서 만들어졌는지 따져봐야함.

해당 법률은 게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바다이야기에 대한 분노여론에 편승해서 만들어낸 1차원적인 해결법이잖아.

그렇다면 단순히 맹목적인 추종을 요구하는 것 보다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옳은 방향 아닐까

Q 그래서 어쩌라고?

중붕이들이 길길이 날뛴건 분노의 방향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을 뿐이지 필요한 일이었음.

'숲속친구들'한것도 아니고 선동에 놀아난 것도 아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한 잘못된 제도에 대해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맞고 무의미한 일도 아니라는 거야.

국회청원 국민청원 동의 누르고, 좀 더 행동하고 싶은 애들은 국회의원에게 메일이라도 보내셈.

지금 당장 조용히 넘어가도 제도의 개선 없이는 언젠가는 또 터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