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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한글날 기념) 편지앱에서 작성

po39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0 16:32:59
조회 219 추천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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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대여.
비록 인사가 반말이어도 저는 당신께서 이 말이 불편하게 느껴지는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어 허공에 손을 뻗으며 아직 지지 못한 노을빛을 느끼며 하는 말입니다. 당신께서도 아시겠지만 요즘은 친근하게 다가가던 혹은 다가오던 사람들의 손이 사라져 몹시 시리기에 따스한 공기를 당신의 손이라고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느껴지는 당신과는 달리 세상은 너무나 차갑습니다.

한때 있었던 것들의 흔적들이 지금은 빛을 받아 제 눈에 기어코 보여집니다. 어떤 것도 성하지 못해 모양뿐 아니라 능력마저 잃어버린 것은 부패해서 저에게 악취를 내뿜고 있습니다. 당신께선 아시나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공든 탑이 이리도 쉽게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히 바벨탑에서만 그칠까요? 사라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육체의 죽음은 곧 세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지만 정신의 죽음은 과연 무엇을 잉태할 수 있다는 걸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 태초로 돌아간다는 허울좋은 말에서도 저희는 거름조차 되지 못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떠나간 제 친구가 외친 고통 섞인 아우성이 어쩌면 제가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던 저희의 말일 수 있단 것이. 비록 세상은 저희를 버렸지만 저는 왠지 모를 아쉬움만이 남아 방황하며 그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우리의 희로애락이 이제는 검은 잿더미에 파묻혀있기에 당신께서도 찾으실 수 없겠죠. 저 또한 그러했으니까요. 그래서 편지를 씁니다. 이것이 당신께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저희의 글이기에.

쓰려져가는 것들이 가련한 노을빛에 기대어있습니다.
무너지며 천천히 쓰러져가는 건 제 몸뚱어리만은 아닐 겁니다. 희미해지는 글씨 속 만약 당신이 뜻을 찾지 못하더라도 저에게 있어 누렇게 변색된 종이 위로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충동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일어나는 일은 필시 아닐 것입니다. 비록 구색을 갖추어 당신께 전달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낱 불쏘시개로 당신께서 이 편지를 버리지는 않길 희망합니다.

먼저 간 것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사그러져 갑니다. 제가 스러진다 하더라도 이 글 읽는 그대만은 기억해주세요. 제가 있었던 작은 땅의 글자에도 온 세상이 들어갔다는 것을. 비록 박제처럼 이 편지는 하나의 모습만을 당신께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해 주세요. 모든 박제가 그러하듯 이 또한 살아서 생기가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래도 나중에 언젠가는 이 언어로 문자로 당신과 쓰고 말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당신께서 이 자그마한 글자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한 그것으로 쓰인 것들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알았으면 합니다.

아아! 글씨가 흐려져 보이지 않는 까닭은 밤이 왔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밤을 두려워 않는 건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다가오는 어둠이 슬퍼 눈물로 밤을 지세우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몹소 해를 꺼낼 것을 그리하여 세상을 비출 수 있다고 믿기에.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서서히 떨어지는 붉은 윤곽선을 보며 잘 잡히지도 않는 연필을 저는 잠시 놓으려 합니다.

하늘이 천천히 붉어지고 있습니다. 저 부드럽게 다가오는 광채에 저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면 이보다 편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것도 없겠죠. 당신은 어떤 하늘을 배경으로 이 편지를 볼까요?
안녕. 그대여.








+) 이상하거나 부족하거나 고칠 건 댓글로ㄱㄱ
한글날 맞춰서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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