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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2035 번역) CHAPTER 11 - Debris (1)

ArtyomDar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24 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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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르티옴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뭐라고 외쳐 댔지만, 그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이 등에다 총을 쏘는 것은 꺼리지만 얼굴은 그냥 갈겨버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제 그는 개찰구와 매표소를 지나쳤고, 테아트랄나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던 그 지점에 서 있었다.


아래에서 둔탁하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메트로보다 더 깊은 곳에서 사람들이 구멍을 뚫어놓은 지구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용암이 역과 터널을 점령하기 위해 얇은 지각을 갉아먹는 듯했다. 마치 그랬다. 사실 그것은 테아트랄나야에서 벌어진 전쟁의 소리였다. 아르티옴이 개시하라고 명령받은 전쟁이었다. 어쩌면 그 멍청한 감독자와 그의 스타 창녀는 저 아래서 살해당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바로 이 순간 죽어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르티옴은 다시 살아났다.


그는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계단에 계속 앉아 있었지만, 전쟁이 일어나 그것이 에스컬레이터의 크레이터를 튀어넘어 화상을 입히기 전에 빠져나왔다.


그는 도저히 아직 길을 갈 수가 없었다. 그는... 약간 기다려야 했다. 움바흐의 일이 끝나고 나서. 지하에서의 그 공포스런 일이 끝나고 나서. 스비놀루프의 일이 끝나고 나서. 감방 속 사형수들의 일이 끝나고 나서. 그리고 다시 한번 움바흐의 일이 끝나고 나서. 그는 차가운 지상에 앉아서,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없는 저 아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메아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는 수갑을 떠올렸고, 작은 열쇠를 수갑에 꽂아 풀었다.


그는 벌벌 떨고 있었지만 그것도 곧 지나갔다.


그는 개찰구에서 출구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바람이 가슴과 다리 그리고 뺨을 어루만지고 나서야 보호복을 입지 않고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호복도 없이 지상으로 말이다!


그래서는 안 됐다. 그래서는. 그는 이미 더러운 오염 물질을 너무 많이 들이킨 상태였다.


그는 진짜 표도르 콜레스니코프를 마주치길 바라며 건물 주위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표도르의 시체는 여전히 유용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보호복이라던가.


하지만 이제 표도르가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가 표도르와 그의 모든 조각들을 해치웠다. 그리고 아르티옴은 지상에 보호복이나 갑옷 따위도 입지 않은 채 벌거벗고, 바지와 재킷만 입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상태로 출발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보호복 없이 지상으로 다녔던 게 언제였더라? 그가 네 살 때였다. 어머니가 그를 안고 메트로 안으로 들어가려고 분투했을 때였다. 하지만 그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대신 다른 것을 기억했다. 아이스크림, 연못에 뜬 오리들, 색분필로 덮힌 아스팔트 길을. 정확히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5월의 산들바람이 그의 얼굴에 장난스럽게 불어왔고 작은 무릎 뒤에서 그를 간질였다... 아니, 다른 방식이었을까?


바람이 거세지며 하늘에서 아르티옴에게 휙 내려와 노래를 부르며 달려왔고, 말쑥한 정면 뒤에 숨겨진 길가를 따라 그에게 날아와 얼굴을 씻겼다. 무얼 날려왔을까?


무언가 무거운 것이 그의 바지 안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그의 다리를 긁고 천을 붙잡고 마치 기생충이 숙주에게 달라붙는 것처럼 아르티옴에게 매달렸다. 결국 그것은 떨어져서 도로 위에서 달랑거렸다.


검은 리볼버 권총이었다.


아르티옴은 몸을 숙여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는 그것을 꼼꼼히 살피고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상한 무기였다. 마치 자철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놓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 잡고 있기엔 고통스러웠다.


그는 팔을 휘둘러 권총을 크렘린 궁 쪽으로 던졌다. 그러자 그는 조금 더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아니면 편해지기 시작했거나.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건물 가까이 붙어서 가능한 한 빨리 뛰어가야 했다. 네 명의 스토커 중 한 명이 테이블 밑에 웅크리고 있던 식당으로, 길에서 벗어나 추적자들로부터 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곳으로. 죽은 남자의 옷을 재빨리 벗기고, 늘어난 장비를 착용하고, 미처 시체가 다 쉬지 못한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살아남고 생존하기 위해 방독면 렌즈로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내다보아야 했다.


하지만 아르티옴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침 묻은 유리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거나 밀봉된 필터로 흙먼지를 들이마실 권리가 없었다.


지금 아주 잠깐 동안, 길지 않은, 아마도 30분이나 10여 분의 짧은 시간 동안 '살아있다living' 라는 말은 20년 전처럼 이렇게 자정의 거리를 걸어가고, 평범한 옷을 입고, 꽉 끼는 방독면 없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을 의미했었다. 20년 전에 모든 사람들이 걷던 방식대로 말이다.


혹은 27년 전의 아마도 이와 같았을 어느 밤에 이와 같았을 거리를 따라, 그의 어머니, 즉 젊고 꽤나 확실히 아름다운 여성은 여전히 존재감이 없는 아르티옴의 이름모를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걸었을 것이다. 그는 누구였을까?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만약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아르티옴은 어떻게 자라났을까?


아르티옴은 그의 아버지가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어머니를 열렬히 사랑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싫어해 왔다. 하지만 수호이는 아르티옴의 아버지가 떨어져 나간 빈자리에 자신을 들이지 못했다. 그런 시도를 해볼 사람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아르티옴은 어머니의 곁을 늘 하던 방식대로 걸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따뜻하고 살아있는 팔을 잡고,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그는 지금 아르티옴이 숨쉬는 방식으로 숨을 쉬었을 것이다. 주름진 호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코만을 통해서도 아니라, 온몸과 모든 모공으로. 그는 어머니, 그 젊은 여성의 말에 온몸으로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때 맨 처음에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어머니 또한 그랬다. 아르티옴은 이제 깨달았다. 그와 같은 종류의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그는 단연코 살아있었다.


조금 전에 그는 죽었어야 했다. 심지어 그는 삶을 끊어낼 운명의 총알을 보았고, 사람이 정말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다른 누군가의 삶과 함께 튀어올라 그 즉시 무의미하고 바보 같게 죽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살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전에 이보다 더 살아있고 실제적인 적이 없었다. 전에 누군가 그의 심장을 주먹처럼 꽉 움켜쥐고 있던 것처럼, 아르티옴의 안에서 무언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짝씩 열리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풀려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결국 어머니 곁으로 걸어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거기 간섭하고 싶지 않았고, 그 사이로 끼어들어 둘을 떼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도 않았다.


스물일곱 해 전에 그들이 걷게 하고, 지금 그가 숨쉬는 대로 쉬게 내버려 두자. 할 수 있는 한 서로에 대한 기쁨을 느끼도록 하자. 그리고 아르티옴이 세상에 나타나도록. 이곳, 지상 위에서.


마치 땅 밑의 모든 것이 정신착란과 끈적거리고 축축한 장티푸스로 인한 긴 망상이었고, 진짜 인생은 이제 겨우 시작인 것만 같았다.


그는 바람이 자신에게 앞으로 뭔가 놀라운 일들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을 믿었다. 제일 숨막히는 일들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아르티옴은 트베르스카야 거리 끝에 도착해 계속 나아갔다.


길 한가운데로 쭉 내려가며, 다채로운 크렘린과 궁전, 국가두마 건물의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역자 주 - Scylla / Charybdi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 괴물로서 뱃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이를 지나갔다. 흥겹게 걸음을 옮기면서, 그는 무언가가 어디선가 머리를 내밀고 그에게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먹어치울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산책 중이었다, 그냥 산책 중이었다.


그리고 그는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자신을 쫓던 사람들을 생각 속에서 떨쳐버렸다. 첫 번째엔 기적이 일어나 그를 살려주었고, 지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아르티옴의 종점은 아마 이곳, 테아트랄나야가 아닐 것이다. 이곳은 그의 목적지가 아니었다.


수 세기 동안 지어진 몹시 허풍스런 정부 청사는 더이상 화강암 묘비처럼 보이지 않았고, 바람이 무덤의 냄새를 흩뿌렸다. 그들은 그를 공포 대신 동정심으로 채웠다. 그들은 밤 속에 서서, 텅 빈 채, 아마 자기들을 지은 모든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게 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식보다 오래 산다는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는 노인들처럼 말이다.


무언가 그의 손을 핥았다.


한번 더. 그리고 이제 그의 코도 핥았다.


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지상의 공기만큼이나 천천히 퍼지며 독성을 띠었다. 비는 물 맛이 났지만, 공기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는지 보여주는 듯이 생명의 맛이 났다. 물론 아르티옴은 빗속에서 맨몸으로 걸어다녀선 안 됐다. 하지만 그는 그러고 있었고 왠지 기쁨까지 느꼈다. 심지어 그는 보폭을 좁혔다. 흠뻑 젖고 싶었다.


비...


아르티옴은 멈춰서서 고개를 젖히고 얼굴을 치켜올렸다.


갑자기 환영이 보였다.


밝은 옷을 입은 믿을 수 없이 큰 거인들이 거니는 거리들. 하얗고 불룩 튀어나온 배를 한 비행기가 지붕 바로 위에서 낮게 날고 있었다. 진짜 비행기가 아니라, 누군가 상상해낸 비행기였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썼던 평평한 알루미늄 버팀대 대신, 이것들은 잠자리처럼 투명하고 펄럭이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날아가지 않고 떠다녔다. 차들은 정어리 통조림처럼 시체가 가득 차 있는 이런 녹슨 깡통들이 아니었고, 예전에 띠었던 모습도 아니었고, 재미있는 작은 객차, 정확히 메트로의 객차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리는 네 칸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세상에도 비가 내렸다. 따뜻하고 달래는 듯했다.


이 환영이 어디서 나타났을까? 기억 속에서일까? 아니, 이 세상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럼 뭘까? 아르티옴은 가슴속에서 괴로움의 송곳니를 느꼈고 얼굴의 빗방울을 닦아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의 파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처럼, 그것이 떠오른 곳에서 그의 맨살에 염증을 일으켰다. 누구의 것이었을까? 누구였을까? 아르티옴은 두려움에 젖어 얼어붙었다.


그건 아르티옴의 꿈이 아니었다. 그런 꿈을 갖고 뭘 하겠는가? 누가 그런 꿈을 꿀까? 그의 어머니? 아니,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의 것이었다.


그는 자동소총을 어깨 뒤에 걸고 작은 국자처럼 손바닥을 내밀었고, 구름은 그에게 약간의 물을 흘려주었다. 그는 그 독으로 눈을 씻어냈다. 겉으로 눈이 멀고 내면으로의 시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아니었다.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상했다.


아르티옴은 내셔널 호텔 건물을 지나, 벙어리가 된 조용한 대학 학부를 지나, 반 세기는 더 기억되지 않을 기념물들을 지나, 더이상 의미가 없는 과거의 무의미한 타워들을 지나, 누구도 다시 들이닥치지 않을 지난 세대의 벽을 지나, 똑바로 대도서관을, 그 아래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폴리스.


그 단어는 넘쳐흐른 아르티옴의 과거를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불가능한 것을, 아름다운 모순을 보고 있었다. 잠자리 비행기와 우스꽝스러운 작은 철도 객차를 타고 있는 거인들을.


그는 자신의 것이 아닌 이 환영을 벗어날 수도, 제거할 수도 없었다.


대체 이게 뭐였을까?




* * *




아르티옴은 문을 두드리기 위해 특별한 비밀 신호를 사용했다. 대도서관을 수색하기 위해 고용된 스토커들이 탐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때때로 그들은 이 문 앞에 서서 왼손만을 사용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오른손을 삐져나오는 창자를 부여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때때로는 다른 사람들, 부상당하고 이미 숨이 끊어진 자들을 끌고 온 후에 그룹 전체 중 단 한 명만이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또 때로는 오직 한 번의 호출을 할 힘만이 남아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 비밀 신호를 알고 있는 보로비츠 역의 사람들은 즉시 문을 열었다.


그들은 아르티옴에게도 문을 열어주었다.


심지어 1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보로비츠 역의 입구에 몸을 노출시킬 각오를 하고 차단문을 옆으로 밀어제낀 사람들도 방수포와 방독면을 두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감수하는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방독면 유리창을 통해 비에 흠뻑 젖은 채 어두운 색 바지와 몸에 딱 달라붙은 재킷만 입은 아르티옴을 마치 그가 야만인이나 불가사의한 무언가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들은 총을 겨누고 몸수색을 했다. 그들은 아르티옴의 자동소총을 가져가고 가이거 계수기를 가져와서 아르티옴에게 가져다 댔다. 계기판이 히스테리를 일으켰다.


아르티옴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들고 거기 서 있었다.


"말할 수 있나?" 그들이 물었다.


그는 물었던 사람을 포착했다. 놀라서 김이 서린 동그란 렌즈를 낀 작은 녹색 코끼리(역자 주 - 방독면 호스를 낀 모습을 비유한 것)였다.


"말할. 수. 있나?" 작은 코끼리가 천천히 반복했다.


"아르바트 역으로 멜니크 대령님께 전화하세요. 아르티옴이라고 하세요."


"서류는 가지고 있나?"


"대령님께 전하세요. 아르티옴이라고요.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과 같이 멜니크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아르티옴이 전염병 보균자인 것처럼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들은 화염방사기 노즐로 물을 분사해 아르티옴에게 묻은 모든 오물을 씻어냈다. 그들은 보호복을 벗고 그를 초소로 데려가 다른 사람의 제복을 입혔다. 그들은 아르바트 역으로 전화를 걸고, 아르티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괜찮은 낡은 냄새가 이 안에서 훅 풍기네요." 그가 말했다.


"닥쳐." 그를 맞이한 사람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냄새는 좋아. 아무것도 안 나."


"정말 그렇군요." 아르티옴은 그에게 미소지었다.


"술이라도 취한 거야, 뭐야?"


수화기를 귀에 대고 기다리던 사람은 미심쩍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자를 믿을 만한 가치가 있나? 멜니크를 방해해야 할까, 당분간 이 수상한 인물을 감옥에 가둬두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전화선 끝에서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네, 멜니크 대령님 바꿔주십시오. 보로비츠 역 지상 부근 국경 초소입니다. 늦은 시간이라는 건 압니다. 아뇨, 급한 일입니다."


바로 그때처럼 말이지, 아르티옴은 생각했다. 그가 검은 존재에 대해 경고하러 폴리스로 왔을 때처럼. 베데엔하 역과 온 메트로와 인간 종족 전체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위협에 대해서 말이다. 바보 같았다. 멜니크와 보로비츠 역도 그랬다. 마치 어제인 것도 같았고 한 세기 전인 것도 같았다. 3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는 지난 24년간 겪었던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겪었다.


"멜니크입니다." 수화기에서 찰칵 하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르티옴의 경박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긴장감이 그를 엄습했고, 그의 창자는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멜니크가 그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여기 수상한 자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지상에서 내려왔습니다. 예, 보호복 없이요, 맞습니다. 예! 자기가 아르티옴이라고 합니다. 그냥 아르티옴이요. 예, 아르티옴. 대령님. 그게 그자가 말한 전부입니다."


수화기에서 거슬리는 목소리가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멜니크가 정말로 아르티옴을 거절한다면? 어쨌든, 그는 그에게 오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지난 2년간 단 한번도 그를 부르지 않았고 안나의 안부를 묻지도 않았다. 그냥 연락을 끊어버렸다. 아르티옴은 그저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했다.


"바쁠세." 뾰족한 톱니바퀴가 전화선의 다른 쪽 끝에서 쉰 소리를 전했다.


"전화 좀 바꿔주실래요?" 아르티옴은 필사적으로 물었다.


보초병은 마지못해 그에게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대령님. 아르티옴입니다. 안나의 남편이요."


"아르티옴." 녹슬고 갈라진 목소리가 그의 말을 따라하며 울렸다. "여긴 왜 왔나?"


"저를 들이라고 하십시오, 대령님. 방독면이나 어떤 서류도 없는 상태입니다."


"비상 사안일세. 대화할 수 없어. 가야 해."


"그럼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란 겁니까?"


갑자기 수화기가 텅 비었다. 보초들과 아르티옴은 침묵의 쉿 하는 소리에 함께 귀를 기울였다. 지난 2년 동안과 같은 침묵이었다. 멜니크는 대답하길 원치 않았다. 국경 초소의 지휘관은 아르티옴에게 수화기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보이지 않는 작은 스프링이 달린 회중전등의 손잡이를 쥐락펴락했다. 초소 안은 조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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