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이 발칸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지 않았네."

클레이번이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찻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는 그들 둘 뿐이었다. 경비들과 하녀들은 모두 거처로 보내졌다. 무언가 빠진 듯, 저택 전체가 텅 빈 것만 같았다. 이 저택은 한명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스트롬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너무 깨끗하군.' 이곳이 마치 어떤 극적인 연극을 위한 무대와도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런 이상한 느낌에도 그는 억지로 막 얼그레이 홍차에 우유를 부은 클레이번에 집중했다.

"지역 반군들이 첫 며칠 동안 우리를 상대로 선전했지." 클레이번은 경멸하는 투로 그 말을 뱉어냈다. "그들은 스스로를 하즈둑이라 부르네. 그놈들은 부코바르, 빈코프치, 오시예크(Vukovar, Vinkovci and Osijek. : 크로아티아 동부 도시들)를 점령했어. 게다가 로드스타가 간섭하기 시작했지. 우리는 곤경에 처했었네.다만 우리에게는 행운이게도 에리카(Erika)는 저 하즈둑 반군놈들이 우리만큼 싫어하는 놈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끼어들기로 했어. 예를들면 알리 파크렛(Ali Fikret) 전투단 같은 놈들 말일세."

"덜벤타(보스니아의 도시)의 도살자 말입니까?"

"그놈 밖에 없지." 클레이번이 웃었다.

"우리는 반군이 우리군을 향한 공격을 취소했다는 믿음직한 정보를 몇번이나 얻었었네. 도살자의 병력이 마침내 북쪽으로 후퇴했을 때 우리가 주력병력을 보내어 그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도록 말일세. 물론 어쨌거나 도살자가 델벤타에서 물러났으니 반군들은 승리를 주장했고 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포함하여 더 많은 지역 지도자들과 공동체로부터 지지를 얻어냈고 더 숫자가 많아졌지."

"하지만 선생님, 그 지역의 구 정부는 우리가 이 지역을 인수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았었습니까?"

클레이번의 얼굴에 잠시 찡그림이 생겼다가 이내 퍼졌다. 보통 이들은 이 짧은 변화를 거의 감지할 수 없었겠지만 스트롬은 그가 방금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자네가 이보다는 좀 더 나은 정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건만은... 우리 뉴스 네트워크가 발표하는 소식은 자네같은 현지 고위 공작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네." 클레이번은 말을 마치고 차를 마시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그 뒤, 반군들은 텅 빈 우리 지휘소를 한 순간에 제압했어. 우리 직원들은 그들이 허락했기에 탈출 할 수 있었지."

"왜 그들이 그랬습니까?"

"정말 왜 그랬을까." 클레이번이 답했고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또다른 시험이다. 스트롬은 눈을 감고 대답을 하기 전 잠시 집중했다.

"그 시점까지, 우리군의 전체적인 작전은 군사 작전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경찰 행위와 비슷했을 겁니다. 만약 이게 실질적인 군사작전이 되려면 국제기구에 탄원서를 제출했어야했죠.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런 과정은 단순한 관료주의적 장애물에 불과하고 선생님의 조카분이신 피터 클레이번이 지휘하는 병력들이 죽거나 사로잡혔다면 그들은 우리가 대규모 병력을 본격적으로 투입하여 복수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클레이번은 갑자기 생각에 잠겨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요가 몇 분이나 이어지자, 스트롬은 감히 말을 덧붙이려 했다.

"제가 듣기로 피터는 용감한 지휘관이라 하더군요."

클레이번은 다시 한번 표정을 찡그렸다. 스트롬이 저지른 또 다른 실수였다.

"그는 바보였고 무능한 지휘관이었다. 그는 공적을 세워 진급한게 아니라 그 이름 때문에 승진했어. 이름은 영웅을 만들지 못해. 나는 가족 문제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어."

"제 말은..."

클레이번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네. 자네는 몰랐으니. 자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지. 사실에 대해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게 바로 자네가 여기 있는 이유라네. 하지만 한번 말해보게, 그 상황에서 피터가 어떻게 반응 했을 것 같나?"

"그가 크림슨 리버(Crimson Reavers)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겠군요."

클레이번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못마땅한듯 비웃음을 머금었다.

"사실일세. 그놈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나나 다른 이에게 옳은 결정을 물어보는 대신 폭력을 택하는 것이었지."

"하지만 이 요청을 거부하신 것 같군요."

"그렇다네."

"왜 그러셨습니까? 그는 지원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빌레펠트(Bielefeld, 독일 서부 도시)에 언제든 투입 될 수 있도록 전투 준비 완료된 여단 하나가 예비대로 대기중인 상황이었지 않습니까?"

"아 그래. 내 친애하는 스트롬군, 바로 그게 좋은 질문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