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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번역 중) 이클립스 스토리 6~10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3 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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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6. 기회



잠을 설쳐 아침 일찍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나는 이내 주소에 적힌 장소 앞에 서 있었다. 여타 다른 사무건물과 다른 점이 없는 이곳의 정문 위에는, “페리헬리온”이라는 단어와 작은 원구가 대형 반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퍼거슨은 로비에서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당해 보이는 그 태도에서 엿보이는 짜증 섞인 조급함이 그녀가 어떤 기분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그녀는 내 존재를 눈치채자, 곧 나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프씨. 당신은....늦짆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찍 오지도 않으셨군요.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계약을 체결하는 건 다른 사람이 될 거에요.”


“미안하군요.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참 좋은 시작이군.


그녀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가다듬는 듯 해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요.”


자신의 사무실로 인도하는 그녀를 따르며 나는 페리헬리온 직원들의 호기심이 어린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건물의 내부는 보통의 사무실과는 달랐다. 오히려 그 모습은 연구실 혹은 개발실과도 같았다. 얼룩하나 없는 백색의 복도와 그곳을 거닐고 있는 흰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와 여자들은 과학자들로 보였다. 군인으로 보이는 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무장한 이들은 따분해 보이는 경비업체 직원들뿐이었다. 


2층에 있는 노라 퍼거슨의 사무실에 가기 위해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공간은 매우 넓었는데,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고급진 나무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상상하던 대로였지만 그럼에도 이 공간을 꾸밀 때 들어간 비용과 규모를 생각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층건물이 아니었기에 전망이 좀 아쉽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바스러져 가는 미시간 호수 위로 돛단배가 흘러가는 모습과, 암석 폭포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의 모습은 차분하고 경이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퍼거슨은 잡동사니로 어지럽혀진 책상에 다가가  몇 장의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하릴없이 방안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무언가 내 시선을 끌었다. 벽을 이루는 벽돌 일부에는 일련의 이상한 기호가 새겨져 있었는데, 다른 벽돌들보다 훨씬 오래되어 보였다.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닐까. 나는 내 운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아즈텍?”


“뭐라고요?” 

그녀는 서류를 보느라 이쪽을 보지도 않았다.


“벽에 저 문양 말이에요.”


“아니요” 

그녀는 조롱하듯 답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그 대화를 끝으로 그녀와 나의 아침 대화는 끝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옆에 있는 회의실로 이동하여 산처럼 쌓여있는 서류들을 살펴보았다. 절반 분량을 끝냈을 때, 나는 이 계약 한 건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소모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 나는 이 서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며, 조항 하나씩을 분석하느라 1년을 소요할 변호사를 고용할 여력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기업의 모습이다. 기업들은 언제든 우릴 속일 준비가 되어 있고, 눈에 띄지 않는 조건들을 이용하여 우리를 속박할 것이다. 퍼거슨이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고, 나는 이를 이해하는 척했지만, 만약 그녀가 “여기에 사인하세요.”라고 했어도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서류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지났었다. 작업 도중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샌드위치와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나는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퍼거슨의 절제력에 감탄하면서도 배가 고팠기에 굶주린 듯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마지막 서류를 끝냈을 때, 내가 펜을 내려 넣고 눈을 비비자 퍼거슨은 서류를 한 묶음으로 정리하고 이미 그녀를 따라오도록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의실 문을 잠그고 한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돌아섰다.


“시작부터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사과할게요.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머독씨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저 외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게다가 머독씨는...” 


그녀는 다음 말을 신중히 고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임무에 매우 보호 적이시죠. 곧 알게 될 겁니다. 옥상에 있는 헬리콥터를 타면 공항으로 데려다 줄 거에요. 거기서 회사 소유의 제트기를 타고 애리조나로 가서 우리 기지의 병력과 접선하세요. 이미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거란 걸 잘 알고 있지만...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녀의 지쳐 보이는 미소는 미안한 어조를 담고 있었고, 그 모습은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밝은 어조로 나는 그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내 모험의 시작을 향해서.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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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7. 악몽



여행은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퍼거슨 양의 지시대로, 나는 표식이 없는 헬리콥터에 탑승해 가까운 소규모 사설공항으로 짧은 비행을 떠났다. 거기에서는 페리헬리온 상징이 그려진 다수의 비즈니스용 제트기들이 VIP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승무원은 이미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가식적이고 의무적인 웃음을 띄고 있었다. 난 한 손엔 더플백, 다른 한 손에는 가죽 자켓을 들고, 그녀를 따라 가장 가까운 제트기로 이동했고, 점점 내가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 깨달았다.


 이건 소규모라 부를 작전이 아니었다. 페리헬리온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어디를 봐도 그 상징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내 왼쪽에 있는 격납고에서부터 비행기까지, 심지어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제공된 샴페인 잔과 병에도 그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안전 벨트를 조이느라 바쁜데, 벌써 술을 제공받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꿈이라면, 내가 꾸었던 꿈들 중 최고의 꿈일 것이다. 심지어 와인의 맛도 매우 훌륭했다 - 아직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수정됨)


"와인은 어떠세요? 머독 씨를 위해 프랑스에서 특별히 제조된 거랍니다!"


 승무원의 빛나는 진주 같은 하얀 미소는 나에게 불안감을 줄 정도로 화려했다. 아마도 내가 그렇게 느꼈을 뿐이겠지. 고백하자면 나는 승무원과 광대를 싫어한다. 둘 다 화장이 너무 짙거든.


"퍼거슨 양이 당신을 특별히 신경써달라고 말씀하셨으니, 무엇이든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그러고는 다행히 그녀는 자리를 떠났지만 난 그녀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후 난 장거리 비행을 대비해 눈을 붙였다.


 나의 악몽은 몇 년 동안 같은 내용이었고, 이미 익숙해져있었다. 모든 장면이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내 머리에 새겨져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해변에서 보내는 하루, 부모님의 웃음 소리, 어릴 적 내가 좋아하던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그리고 어둠, 끔찍한 어둠과 악독한 태양이 그 장면을 비추면 불길한 빛을 내뿜는다. 어둠이 곧 모든 것을 삼켰다. 먼저 나의 어머니, 그 후엔 내 아버지였다. 둘 다 익숙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기억이다. 난 부모님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삼켜진 것이 나의 부모님이라는 것은 마음 속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내가 살면서 확신하는 몇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꿈의 세계가 나를 차가운 품 속에서 놓아줌에 따라 모든 것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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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8. 애리조나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제트기는 편안할 뿐만 아니라 빠른 것도 같았다. 나는 비행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조금 넘은 지점에서 눈을 떴는데, 승무원이 간식을 가져다 주면서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얘기해주었다. 이 제트기 조종사가 정말 장난아니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잘빠진 제트기가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트기가 하강하기 시작하자, 내 눈에 보인 것은 고층 건물이 가득한 피닉스 시의 정경이 아닌, 은색과 회색의 개척지들이 이리 저리 흩어져 있는 끝없는 붉은 사막이였다.


 내가 식사를 마치자, 제트기가 착륙을 준비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의 주변에는 군사 기지가 있었는데, 그 기지는 여러 군용 비행기들이 이,착륙하고 있는 활주로의 옆에 있었고, 그 주변에는 왠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때 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각 검은색과 회색빛을 띈 포식자들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모든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나의 나이에 비해 많은 흥미로운 경험을 해보았지만, 두 대의 F-16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이 애리조나 주방위군 소속인지, 미 공군 소속인지 어느 쪽인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둘 다 좋지 못한 조짐이었다. 하지만 승무원은 그 상황 속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난 그녀 앞에서 겁을 먹는 추태를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써 차분한 척을 하며, 마치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는 듯 지루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착륙은 예상보다 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승무원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한 뒤 나를 돌아보며 내가 안전벨트를 매었는지 확인했다. 지상까지 몇 미터 남지 않은 시점에서 조종사는 무엇이 급한 마냥 빠르게 제트기를 하강시켰다. 이윽고, 조종석에서 높지 않은 어조의 무전이 들려왔고, 제트기는 뜨거운 애리조나의 태양 아래 위치한 군사 기지의 중간에 멈춰섰다.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일어나 내 가방을 집어들고, 제트기 문을 통해 뜨거운 활주로 위로 나왔다.


활주로의 열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내 앞의 서있는 이 병사는 익숙한 듯 보였고 거의 땀조차 흘리지 않았다. 반면에, 나는 가죽 재킷을 가져온 나를 저주하며, 주머니에서 필사적으로 선글라스를 찾아보려 애썼지만, 내 뒤의 제트기가 문을 닫고 엔진을 다시 가동하는 순간까지 찾지 못해 그를 향해 머쓱히 웃어보였다.


 그 병사는 말없이 손짓으로 나를 근처의 험비로 안내했다. 그는 뒷문을 가리켰지만, 나는 그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조수석에 앉았다. 하지만 무뚝뚝한 그 병사는 기지의 출입구에서 경비병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로는 아무런 말없이 운전만 했다.  나는 그가 택시 기사 역할을 맡을 마음이 없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리라.


침묵의 드라이빙은 오래가지 않았다. 길을 따라 30분 정도 더 갔을까, 우리는 수십 명의 남녀가 거주하는 거대한 캠프 앞에 도착했다. 차량의 엔진 소리를 들었는지 인원들 중 일부가 돌아서서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대부분의 인원들은 우리를 무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탄 차량은 탱크를 비롯한 다양한 차량이 주차된 먼지 투성이의 공터에 멈추었다.


 그 곳은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인원들로 붐비고 있었다. 모두가 오른쪽 어깨에 페리헬리온 패치가 달린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 자신들의 스타일로 꾸미고 있었다. 스카프, 야구 모자, 장갑, 운동화... 아마도 이 곳의 지휘관은 복장 수칙에 대해 깐깐하게 굴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차에서 내려 문을 닫자마자, 그 무뚝뚝한 운전수는 인사 한마디 없이 빠르게 속도를 높여 그 곳을 벗어났다. 이 자리에 한 순간도 더 있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머독은 분명 미군과 어떤 커넥션이 있지만, 그 커넥션이 강하지 않거나, 일반 사병들에게 까지는 그 힘이 미치지 않는 듯 했다


 이제 난 무엇을 해야 될까? 시카고 구석에서 지내던 패배자의 일상에서 급작스레 애리조나 한복판에 동떨어진 나는 익숙치 않은 얼굴들에 둘러싸여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문제는 이 것이다. 이 곳의 모두가 프로들이였다. 어디 총도 쏴보지 못한 군인 흉내를 내는 애송이 꼬마 애들이 아니였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적어도 이 캠프의 절반 이상이 군 복무 경력을(굳이 미군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 도색된 듯한 그들의 차량은, 하나같이 맞춤형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심지어, 뒤쪽으로는 검은색 BMPT-72 터미네이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대체 내가 이 곳에서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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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9.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오후 5:04]

내 시선은 어느덧 앞쪽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쏠렸다. 키가 작고 호리호리한 여성이 거대한 몸집의 남성과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비록 양쪽 모두가 말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여성은 남성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고, 남성은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 남성의 날카로운 인상과 긴 검은 머리, 밤색 피부는 그가 원주민 출신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의 차분한 행동과 교차된 팔은 여성의 분노와 대조적이었다. 그는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듯 해 보였고 나는 그의 침착함을 인정하며, 그녀의 분노의 대상이 내가 아닌 것에 감사하게 여겼다.


 이윽고 남성이 나를 보았는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여성이 돌아서서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빠른 보폭으로 내 앞으로 걸어왔다. 눈 앞에온 여성은 정말 키가 작았다. 크게 봐줘야 165정도일까? 물론 키만 작았을 뿐 그녀가 토해내는 분노와 에너지는 그 이상이었다. 마치 걸어다니는 작은 핵폭탄같았다. 오 신이시여. 


사실 난 이런 타입의 여성을 싫어한다. 용병 사업을 하고 있을 때 만난 톰보이들은 남자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보상심리에 찌들어있었고, 때문에 과장되게 시끄럽게 굴고, 억지로 남자들처럼 행동하려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와 그 남자의 언쟁은 나와는 관계가 없었으므로, 난 그녀가 내게 따뜻한 환영 인사를 건내기를 기대하고...


"씨발, 넌 뭐야!"


 있었었다. 그랬었는데 그녀의 갑작스러운 욕설에 난 완전히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뭐 그녀는 꽤 귀여운 축에 속했다. 짧은 검은 머리를 지닌 라틴계 여성이였으며 뚜렷한 이목구비와 얇은 입술(내 스타일은 아니지만)이 특징이었다. 난 도대체 왜 그녀가 내게 소리를 지르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느새 그녀의 까만 눈을 보고있었다.


"....머독 그 빌어먹을 백인 돼지 새끼가 날 쫓아내려나보지? 이건 씨발 내 일이야! 그리고 누가 씨발 사막 한가운데서 차량을 검은색으로 도색하라는 명령을 내린거야?! 저 안이 얼마나 뜨거워질지는 생각해봤냐, 이 멍청아?! 아니면 여기에 전부 에어컨이라도 달려있다고 생각하는거야? 무식한 병신 새끼야!"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저들은 아니였나보다. 허, 하지만 난 아무 명령을 내린 적도 없고 오늘 애리조나에 오게 될지 조차 몰랐던 사람이다. 그 사이 우리 주변으로 인원들이 듬성듬성 몰려들었다. 당신이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한가지는 확실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드라마같은 극적인 상황을 좋아하고 그에 이끌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앞의 이 여성은 수많은 드라마를 가지고 있었다.


 난 내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상황을 완화하고자 했다. 이 소악마를 진정시키는 데에 재치 넘치는 말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진정해, 꼬맹이"


 이게 내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그러자 여러가지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우릴 둘러싼 인원들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고, 그 원주민 남자는 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나의 턱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고,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잠시 후, 나는 의료 텐트에서 눈을 떴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수준의 창피함이였다. 첫날, 심지어 몇분 되지도 않은 시점에 여자에게 맞아서 정신을 잃다니.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내 자신에게 핑계를 대보려 해도 "여자" 와 "작은" 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 속을 맴돌며, 나를 위로해줄 모든 생각들을 허무한 일로 만들었다.


 뭐, 나를 위로해 준 게 하나 있긴 했다.


 그녀가 내 침대 옆에서 의자의 등받이를 앞으로 한 채 앉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홍조가 들어있었고 내가 깨어난 것을 알아채고는 입술을 깨물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나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우리는 몇 분간 침묵 속에 있었다. 상황이 점점 더 불편해진 것을 느낀 나는 이 침묵을 깨고자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어... 방금 있었던 일은 내가... 음..."


 그러자 그녀는 한손으로는 얼굴을 가리며 반대쪽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게일 에스피노자."


나는 움찔하며 일어나 천천히 악수를 받았다.


"샘 소프. 만나서 반가워."


 그녀는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잔과 물병을 발견한 그녀는 일어나 나에게 물 잔을 건내어주고, 다른 한 잔에도 물을 채워 단숨에 비웠다.


 나도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멋진 라이트 훅이였어." 라고 덧붙였다.


"레프트 훅"


"음?"


"레프트 훅. 왼팔이였다고. 난 항상 오른팔에 물건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반대편 손이 그렇게 날아올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오래 전에 배웠던 거야..."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덧붙였다. "오래 전에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멋진 트릭이야."


 그녀의 얼굴이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아주 조금은. 다만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듯 불안해보였고.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큰 실수를 저질렀고 내가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시 무언가 결과가 있을 거라는걸 알 수 있었다. 내 카드를 제대로 사용하고 관대해져야 할 때였다. 첫날부터 캠프에 악연을 만들어봤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어... 이봐. 아까 일은 전부 잊어버리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화를 냈는지 말해줘, 알겠지? 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냥..." 난 어깨를 으쓱하며 "돈을 받은 만큼 나도 내 일을 하러 왔을 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할래?"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설명해줄게. 시간은 얼마나 있어?"


 나는 두 팔을 벌렸다.


"내가 필요한 만큼. 뭐 한 두가지 먹을거나 마실게 있으면 좋을 것 같네."


 그녀는 매력적인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내 입술에 느껴지는 통증만 아니였다면 미소로 답했을텐데. 침대 근처에 내 짐을 내려놓은 뒤(텐트는 텅 비어 있었다)몸을 일으켜 그녀와 함께 텐트 밖을 나섰다. 드디어 날이 밝아 오는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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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0. 캠프에서의 생활


[오후 2:05]

그 후 일주일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에스피노자가 이 일의 기초를 쌓은 사람이였다. 페리헬리온을 위해 용병을 고용하고 기지와 장비 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등 말이다. 이곳의 남녀 인원들은 대부분 미국인으로, 전직 군인들이자 이상주의자들이며, 무엇보다도 조국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난 보통 상황을 낙관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희망찬 느낌이 캠프 전체에 스며들어 있었다 - "드디어 누군가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저 놈이 부자이건 아니건, 저 놈도 자기의 일을 다해야 할거다."


 분대장들과도 만났는데, 대부분이 군에서 복무했던 베테랑 출신들이였다. 키가 큰 아메리카 원주민 남자는 루이지애나의 수족(Sioux) 출신인 제임스 투크로우스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모두들 그를 지미(Jim)라고 불렀는데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 다만 캠프 내 그의 위치는 절대적인듯 했다. 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눈에 띄도록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지휘관에게는 병사들이 지옥까지도 따라가려 할 것이다. 난 어떻게 에스피노자가 그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들 둘을 비롯한 모두가 지금의 상하관계에 불만이 없는 듯 했다.


 그들은 공통점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두명 모두 머독이 선택한 페리헬리온의 운용 장비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머독이 군사 부문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으니 어떤 병신(나라던지)이 그를 설득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저녁 활동은 부대원들과 함께 캠프 파이어에 둘러 앉아 러시아의 군 장비를 미국 땅에서 운용하는 것이 얼마나 병신같은 짓인지 불평하는 것이었다. 


물론, "파이어 세일(Fire Sale)" 기간이 러시아 장비들의 가격을 낮추어 주었고, 게다가 그것들이 국경지대에 넘쳐나는 싸구려 고철덩이들도 아닌 만큼(말해두지만 요즘은 남부 국경 근처의 경찰들도 낡았지만 탱크를 운용하고 있다)선택할만한 옵션이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미국산 장비를 선호한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신병 모집을 한만큼 미국 장비에 익숙한 병력들이 들어오는게 당연하지 않냐고 입을 모아 말했다. 훈련기간도 더 짧아졌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 그리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려 했던 BMPT 지원 전차가 두 대 있었는데, 터미네이터 장비를 선호하는 나는 즉시 상태가 좋은 한 대를 내 소유로, 나머지 한 대는 예비 전차로 신청했다. 모두가 BMPT를 건드리기 꺼려했던 이유는 미군은 이런 종류의 전차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에 터미네이터를 위한 전술이 없기 때문이였다. 결국 우리는 BMPT를 그냥 전차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장비들은 이미 검은색과 짙은 회색으로 도색되어 있었고(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징이 완료된 상태였다. 에스피노자의 T-90MS '나이트싱어'는 어두운 숲에 빛나는 밤하늘과 길을 비추는 유령의 이미지로 장식된 예술 작품과도 같은 개인용 리버리로 장식되어 있었다.

 

 다른 전차들도 각각의 승무원을 반영하고 있었다. 오설리반이라는 이름의 남부 아일랜드 출신의 승무원이 있었는데, 그의 챌린저 전차(러시아 장비가 아닌 몇 안되는 장비 중 하나였다)는 검은색과 녹색에 켈트족을 상징하는 다양한 휘장을 달고 있었다. 또 다른 전차에는 태평양 섬 주민을 모티브로 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난 내 휘하의 승무원도 없었고, 공식적인 지위도 없었다. 모두가 에스피노자와 투크로우스가 말한 대로 나를 '보스 중 한 명'으로 인정했지만, 공식적인 직급은 없었고 임무만 주어졌다. 그래서 내 터미네이터가 작전에 참여할 때마다(나는 독사가 맘에 든다는 이유로 내 터미네이터에 '블랙 맘바'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에 에스피노자가 여성 취향과 관련된 외설적인 발언을 하긴 했지만...)승무원이 내게 배정되도록 했다. 사실 모든 승무원들이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모든 차량에 탑승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로 인해 교육이 어렵고 비효율적이었지만, 우리는 여러 종류의 차량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러한 방식이 필요했다. 까다로운 일이지만, 용병들은 때로는 이런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일을 처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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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0 일반 부라티노 올려치기 심하네 [4] 겜안분(223.39) 23.05.22 176 1
9799 일반 미국병신임 루스끼만 사기로줌 [1] OLE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2 153 2
9798 일반 클린갤질하는법 [4] ㅇㅇ(211.36) 23.05.22 153 0
9797 일반 미국 내려치기 무엇? [1] ㅇㅇ(117.111) 23.05.22 218 7
9796 일반 부라티노 = 인권 [3] ㅇㅇ(39.7) 23.05.22 317 8
9794 일반 에이브X 나오는거 [6] ㅇㅇ(121.133) 23.05.22 328 12
9793 일반 입문하려는데 뭐 사야함? [4] T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1 196 0
9792 일반 부랄티노 2대로 야로익 깰 수 있을까 [2] ㅇㅇ(223.62) 23.05.21 150 0
9791 일반 솔직히 에이브 좆구린듯 [1] ㅇㅇ(110.14) 23.05.21 187 3
9790 일반 이겔 흥하게 하는법 ㅇㅇ(39.7) 23.05.20 98 0
9789 공식 (번역) 개발 중 : T-80UM-1 Bars [2]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0 335 1
9787 일반 Leopard 트리는 특징이 뭐야? [19] 동백아가씨(183.98) 23.05.17 291 0
9786 일반 설계도 둘로 나뉜거 왜이럼?? [3] ㅇㅇ(1.225) 23.05.17 198 0
9785 일반 게임이 죽어가고있고. [2] 동백아가씨(183.98) 23.05.16 202 1
9784 공식 (번역 중) 이클립스 스토리 16~19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4 60 1
9783 공식 (번역 중) 이클립스 스토리 11~15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4 194 1
9782 일반 겜이 점점 개판이 되가네 [2] ㅇㅇ(178.155) 23.05.13 429 12
공식 (번역 중) 이클립스 스토리 6~10 [1]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3 66 1
9780 공식 (번역 중) 이클립스 스토리 1~5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3 108 1
9779 일반 자좆 변경하면 참피 돌격포 되는거네 [1] ㅇㅇ(178.155) 23.05.13 122 0
9778 공식 (번역) 개발 중: 에이브럼스X [1]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2 737 10
9776 일반 Abrams X 떴다! [3] 21세기의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2 250 1
9774 일반 117.111 게이야 이정도면 부라티노 까도 되냐? [4] ㅇㅇ(220.121) 23.05.11 350 15
9772 일반 지난배패 짱MBT 창작탱이래서 1시즌 쉬었는데 ㅇㅇ(118.235) 23.05.11 136 2
9771 일반 k2 쌧 추천좀 [1] 타코아찌(190.104) 23.05.11 157 0
9770 일반 소신발언) 음머 유저만 부라티노 깔수있음 [4] ㅇㅇ(117.111) 23.05.11 267 7
9769 일반 부라티노는 짐 탱크겜 본질을 거스르고 있음 [3] ㅇㅇ(220.121) 23.05.11 349 13
9768 일반 짱깨 ztz이후로 오랫만에 왔는데 시발 게임 더 좃망했노 ㅇㅇ(211.224) 23.05.11 196 7
9767 공식 (번역)개발 중: 자주포 개편 [1]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0 196 2
9766 일반 이번배패 부랄티노말이야 [6] oo(183.99) 23.05.10 174 1
9763 일반 이 ㅂㅅ겜 더이상 못하겠다 ㅂ2 [6] ㅇㅇ(58.235) 23.05.09 337 11
9762 일반 브란티노 2대니깐 겜 그냥 할게 없어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225) 23.05.09 185 10
9761 일반 부라티노 너프를 원한다면 행동해 [4] ㅇㅇ(14.63) 23.05.09 361 16
9758 일반 응애 짱깨 자주포 9티어 PLZ 05 뽑은 후기 [2] ㅇㅇ(1.225) 23.05.09 187 5
9756 자작모드 만들기 -배경음악편- [1] 닥터노(221.144) 23.05.08 147 9
9755 일반 할카스 달린다 [1] ㅇㅇ(31.60) 23.05.08 172 13
9754 일반 노무현 ㅇㅇ(223.38) 23.05.08 84 14
9753 일반 분탕들 심심할때마다 왔음 좋겠다 [1] ㅇㅇ(39.7) 23.05.08 86 0
9752 일반 저격러 너무 까지 마라 ㅇㅇ(106.248) 23.05.08 86 0
9749 일반 유동분탕 이대로가면 [5] OLE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8 92 0
9748 일반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데 [4] ㅇㅇ(223.39) 23.05.08 280 12
9747 일반 예전에 갤디코서 조금만 실수해도 막 쌍욕하는 [10] ㅇㅇ(202.168) 23.05.08 272 8
9745 일반 pvp에 있는 Global operation 은 뭐야? [3] 동백아가씨(183.98) 23.05.07 85 0
9744 일반 슬픈 보병인레후 ㅇㅇ(121.176) 23.05.07 104 1
9743 일반 IT'S MACHINEGUN ㅇㅇ(121.176) 23.05.07 90 0
9742 일반 상자 받아가셈 [2] ㅇㅇ(61.110) 23.05.06 129 0
9741 공식 (번역) 뉴스: 유럽에서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Ac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6 105 0
9740 일반 강경하게 집단행동 해야되지않음? [1] 열차굥석(183.98) 23.05.05 166 11
9739 일반 전부터 궁금했던건데 [1] UNSC인피니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5 8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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