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틴은 드라마 에피소드 몇 편의 시나리오 작가를 직접 맡은 바 있음. 그중 하나는 시즌4 2번째 에피소드인 "사자와 장미"인데, 수정 작업이 있기 전 이 에피소드의 시나리오가 Writers Guild of America Library라는 곳에서 공개되어 있다고 함. (링크)

여기에 마틴이 써둔 내용 중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음.

알다시피 마틴의 이런 메모는 무시되어서 드라마에서 스타크 늑대들과 램지 사냥개들이 싸우는 장면 따위는 나오지 않음. 아마 다이어울프 CG에 쓰이는 예산 문제 때문이었을 텐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마틴이 향후 전개에서 이런 장면이 나올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뜻임. 시즌4 시나리오가 작성된 2013년에 6권 초반부를 구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에서 머지 않은 미래에 램지 볼턴과 스타크 아이들의 충돌이 벌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음.

램지의 사냥개들

볼턴 가문의 사생아인 램지 볼턴은 자기와 똑같이 잔인한 성질을 가진 사냥개들을 몰고 다니는 걸로 유명함. 데리고 다니는 병사들이 '서자의 자식들(Bastard's Boys)'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 개들은 '서자의 계집들(Bastard's girls)'이라고 불린다고 함.

램지의 악명 높은 인간 사냥에서도 사냥개 역할을 톡톡히 한 개들임. 이놈들의 이름을 자기가 사냥한 여자들의 이름에서 따서 붙였다는 점에서 램지의 악취미가 드러남. 테온과 함께 드레드포트에서 탈출을 시도했다가 사냥당한 윈터펠의 술집 여자 키라 또한 그 희생양이 되기도 했음. 그렇게 해서 이름이 붙여진 램지의 사냥개는 아홉 마리 정도가 등장함. 회색 제인, 헬리슨트, 제즈, 앨리슨, 모드, 붉은 제인, 새라, 윌로, 그리고 키라까지. 

그런데 흉포해 보이지만 의외로 친한 사람에게는 착하게 구는 일면이 있는 듯함. 오랜 시간 구린내로 지내면서 같은 개 역할을 맡기도 했던 테온에게는 살갑게 굴고, 테온도 그런 암캐들을 보고 '착한 개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음.

스타크의 다이어울프들

그럼 마틴의 말대로라면 이 개들이 스타크의 다이어울프들과 싸우게 될 텐데, 대체 어떤 녀석들과 매치업이 성사될까? 

마틴이 특별히 다이어울프'들'이라고 적어놨던 걸 보면 최소 두 마리 이상의 다이어울프가 모이게 된다는 뜻인데, 5권이 끝난 시점에서 스타크 아이들과 늑대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라 예측하기가 좀 어려움.

고스트: 캐슬블랙에 있으며 존이 사망한 뒤 존의 영혼이 함께할 것으로 예상됨. 존이 어떤 식으로든 부활해 드라마처럼 '서자들의 전투'를 치르는 전개가 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

서머: 브랜과 함께 장벽 너머 멀리에 있음. 5권 프롤로그의 화자 바라미르가 데리고 다니기도 했던 늑대 무리를 거느리고 있는 상태. 램지가 스타니스와의 전투에서 이기든 지든 살아남아서 6권 중후반부까지 남아있다면 서머와의 싸움이 성사될 시간적 개연성은 충분함.

섀기독: 릭콘과 함께 스카고스에 있음. 다이어울프 형제들 중 가장 난폭하고 야성적이라는데, 다보스가 어떤 식으로든 섀기독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면 고스트 or 서머와 합류해서 사냥개들과 싸울 것으로 보임.

니메리아: 남은 늑대들 중 유일하게 주인과 떨어져서 리버랜드에서 대규모 늑대 무리를 이끌고 여왕으로 군림 중. 리버랜드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 같지만, 모종의 이유로 북부로 올라와서 합류할지도 모를 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설판 서자들의 전투가 벌어질 때 고스트와 램지의 암캐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여기에 서머 or 섀기독 or 니메리아가 합류해서 스타크 가문의 복수를 이루는 전개가 나올 거라고 예상함.

사실 램지의 사냥개 무리와 스타크의 다이어울프들의 매치업이 성사될 거라는 암시는 책에서도 위와 같이 여러 번 나왔음. 그러나 늑대를 죽이게 훈련시켰다는 램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다이어울프를 상대로 일개 사냥개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임. 스타크의 다이어울프들은 새끼 때부터 성인 남성 하나는 손쉽게 죽였고 5권 시점에선 황소 만한 몸집으로 성장해버렸기 때문임.

2권에서 테온이 브랜 일행을 추적할 때 마스티프도 다이어울프를 궁지로 몰 수도 있다고 하긴 했지만, 이것도 본인의 희망사항에 가깝기도 했고.. 램지의 암캐들이 아무리 잘해봤자 열댓 마리가 달려들어서 섀기독을 처리하는 정도밖에 못 하지 않을까 예상함.

드라마에서 그랬듯이 그동안 사냥해왔던 여자들처럼 램지가 똑같이 자기의 개들에게 사냥당해 비참하게 죽는 전개, 상당히 친밀감을 쌓은 테온이 개들의 목표를 램지로 돌리게 해 죽이는 전개 등등 램지의 결말에 관여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함. 

늑대와 개의 싸움이라는 상징성도 가지면서 꽤 재밌는 매치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