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RM이 대단한 작가인건 분명하지만 사람인지라 몇몇 실수나 오류를 저질렀음
여기서 간혹 떡밥으로 올라오는 화폐/수치 관련 오류나, 변경된 과거 역사 관련 설정들은 일단 눈감고 넘어가기로 함.
원래 마틴이 자기 작품에 있어서 팬 가설이나 오류 지적을 잘 인정 안하는 스타일이긴 해도, 드물게 오류라고 인정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렌리의 눈 색깔
그의 동행자는 스무 살 가까운 청년으로, 숲의 짙은 초록색을 띤 강철 판금 갑옷을 입었다. 산사는 이런 미남을 본 적이 없었다. 큰 키에 몸은 탄탄했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머리가 깨끗하게 면도한 얼굴을 감쌌으며, 웃음기를 띤 녹색 눈은 갑옷과 잘 어울렸다. - 왕좌의 게임, 산사 I
렌리는 로버트가 젊었을 때 그대로 잘생겼다. 팔다리는 길고 어깨는 넓었으며, 똑같이 가늘고 곧은 머리에 똑같이 짙은 푸른 눈, 똑같이 편안한 미소를 지녔다. - 왕들의 전쟁, 캐틀린 II
1권에서 렌리의 눈은 자주 입고 다니는 갑옷 색과 어울리는 녹색이라고 묘사됨. 그런데 2권에서 캐틀린 챕터와 다보스 챕터 등에서 렌리가 형인 로버트를 닮아 푸른 눈을 지녔다고 나옴.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은 바라테온의 특징이므로 팬들 사이에서 이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2005년 11월에 있던 인터뷰에서 한 팬이 이를 지적하자 마틴은 렌리의 눈이 '그가 무슨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청록색'이라고 정리하자고 답함.
제인의 엉덩이 크기
밤색 곱슬머리에 갸름한 얼굴, 수줍은 미소의 제인이 예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캐틀린은 그녀가 호리호리하지만 엉덩이가 크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았다. '적어도 아이를 낳는 데 어려움은 없겠군.' - 검의 폭풍, 캐틀린 II
제인은 열다섯이나 열여섯쯤 된 호리호리한 소녀로, 우아하기보다는 쭈뼛거렸다. 골반이 좁고, 가슴은 사과알만 했으며, 밤색 곱슬머리에 비둘기같이 온화한 갈색 눈이었다. - 까마귀의 향연, 제이미 VII
롭의 왕비인 제인 웨스털링을 캐틀린이 처음 봤을 때는 엉덩이가 크다면서 아이 낳기에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4권에서 제이미는 제인의 골반이 좁다고 묘사함.
이를 두고 몇몇 팬들이 4권에서 제이미가 본 제인은 진짜가 아닌 대역이며, 엉덩이 크기에 대한 묘사는 마틴이 몰래 독자들을 위해 넣어둔 힌트라고 주장함. 브린덴 툴리가 제인을 빼돌려서 뭔가 큰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거나 하는 가설들이 나오게 됨.
하지만 김이 새게도 마틴은 이게 그냥 자기가 4권을 쓰면서 저지른 실수라고 인정함.
쉴드를 치자면 평생 세르세이의 몸에만 익숙하던 제이미가 제인을 보니 비교적 골반이 작다고 느꼈을 가능성은 있겠다
실종된 브랜
그 뒤에 아이들이 들어왔다. 어린 리콘이 제일 앞에서, 세 살배기에게는 최대한의 위엄을 끌어모아 용케 긴 행진을 해냈다. (...) 리콘 뒤에 바싹 붙어서 들어온 롭은 스타크의 색깔에 맞추어 흰색 테를 두른 회색 모직 옷을 입고 있었다. (...) 존의 이복누이들은 왕자들을 안내하며 들어왔다. - 왕좌의 게임, 존 I
1권의 윈터펠 연회에서 존이 에다드의 정실 아이들을 보는 장면인데, 이중에 이상하게도 브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음. 그리고 존이 윈터펠 연회장을 나설 때까지도 브랜이 잔치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한 줄도 나오지 않음.
2015년 인터뷰에서 마틴은 자기가 윈터펠 연회에 브랜이 없는 것에 대해 무슨 뜻인지 묻는 편지들을 너무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간단하게 자기가 까먹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밝힘. 그냥 까먹은 거다.
그리고 이걸 만회하기 위해서 2권에서 브랜이 윈터펠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함.
그때는 아직 여름이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브랜의 부모님은 연단에 로버트와 그 왕비와 함께 앉았고, 그 옆에 왕비의 동생들을 앉혔다. 검은 옷을 입은 벤젠 숙부도 있었다. 브랜과 브랜의 형제들은 왕의 자식들인 조프리와 토멘과 미르셀라와 함께 앉았고, 미르셀라 왕녀는 식사 시간 내내 홀딱 반한 눈으로 롭을 바라보았다. - 왕들의 전쟁, 브랜 III
티리온의 재주넘기
"아, 됐고." 난쟁이는 허공으로 몸을 밀어냈다. 존은 헉 했다가, 티리온 라니스터가 몸을 단단히 말고 빙글 돌아서 가뿐하게 두 손으로 땅을 짚은 다음, 뒤로 뛰어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다. - 왕좌의 게임, 존 I
위의 윈터펠 연회에서 존이 나선 직후 티리온을 만나는 장면이 있음. 여기에서 티리온은 문 위에 앉아있다가 날렵하게 재주넘기를 해서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줌.
그런데 계속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티리온이 단순히 키가 작은 난쟁이인 것뿐만 아니라 다리 모양이 비대칭이라 다리를 절면서 다닌다는 묘사가 나옴. 신체적 장애 때문에 특별히 개조한 안장을 타야 말을 탈 수 있을 정도인데, 첫 등장 때 나온 것처럼 날렵한 솜씨를 보여주는 게 어딘가 캐릭터 묘사에 맞지 않아보임.
작가도 이에 대해 직접 오류에 가깝다고 인정한 바 있음.
Q. 첫번째 책에서 바꾸고 싶은 게 있나요?
A. 네, 있죠.
Q. 바꾸고 싶은 거라면 어떤...
A. 음, 잠깐만요.. 어떤 걸 바꾸고 싶을까요? 아, 티리온 라니스터가 처음 소개되는 장면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티리온이 문 위에서 점프해서 내려오는 장면이죠.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한 장면이니까요. 그때까지 전 티리온과 비슷한 상태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아는 바가 적었고, 제가 그의 신체적인 어려움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게 된 건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그러니 그게 제가 바꾸고 싶은 것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
- 2012년 인터뷰
이미 써버린 1권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니 마틴은 5권에서 티리온이 재주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묘사를 좀 더 보충하면서 해결함.
진실은 좀 달랐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때쯤 숙부가 재주넘기를 가르쳐주었다. 티리온은 열심히 배웠고, 반년 동안 캐스털리록 안에서 명랑하게 재주를 넘고 다니며 성사와 종자와 하인의 얼굴에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세르세이도 한두 번은 티리온을 보고 웃었다.
그것도 아버지가 킹스랜딩 체류를 마치고 돌아오던 날 끝났다. 그날 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티리온은 물구나무선 채로 높은 탁자 위를 걸어서 아버지를 놀랬다. 타이윈 공은 즐거워하지 않았다. "신들이 널 난쟁이로 만드셨는데, 광대까지 되어야겠느냐? 넌 원숭이가 아니라 사자로 태어났다." - 드래곤과의 춤, 티리온 IV
이외에도 제이미의 말이 암컷인지 수컷인지 계속 묘사가 달라지는 거나, 윈터펠의 하인 중 하나인 '터닙'이라는 엑스트라가 2권에선 소년이었다가 4권 부록에선 여자로 나오는 등 사소한 오류들이 있음.
그래도 이렇게 길고 등장인물 많은 판타지소설을 쓰는 데 오류가 손에 꼽을 정도로 나온다는 건 대단하긴 하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