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의 역사를 다룬 『뉴로트라이브』(스티브 실버만)에서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용어란 얼마나 중요한가. ‘정상’과 ‘자폐증’ 대신 ‘신경전형성’과 ‘신경다양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저자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컴퓨터가 고장난 것은 아니듯 인간의 운영체제 역시 다른 운영체제라고 해서 버그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가면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을 가시화한다. 저자는 자폐증 진단이 ‘백인, 부유층’에 몰려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유색인종은 같은 모습을 보여도 무심히 넘기는등 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존재가 된다. 여기에 자폐특성을 덜 드러내고 스스로를 억압해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살아온 이들은 ‘가면 자폐인’으로 살아가며 평생 자기 부정 속에 소외된다.

이 책은 가면 자폐인 당사자가 쓴 책이다. 저자 데번 프라이스는 성인이 되어 자신이 자폐증인 것을 깨달았다. “평생 들어맞지 않은 파편의 무더기로 살아온 끝에 이제야 내가 보는 나의 모습과 경험의 명칭이 들어맞는 듯 했다”는 저자는 비슷한 궤적을 밟은 사람들이 소외의 반대말, 통합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책을 읽다보면 평범한 독자에게도 용기와 울림이 전해진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결함처럼 여기는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 이 책을 ‘신경전형성 사회’가 펼쳐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