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야 -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감자티 - 예카쩨리나 쉬풀리나
솔로르 - 데니스 로드킨

모스크바 살면서 발레를 정말 열심히 봤어. 이제 곧 귀국할 날도 가까워져 가고  있는데, 한국 가면 이런 공연은 못 보잖아. 국내 발레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마도 한동안은 발레를 못 볼 것 같애.
그래서 그동안 못 본 공연들을 열심히 보고 있지.
그동안 어쩌다 보니 자하로바의 공연을 한 번도 안 본거야.

스타니 슬랍스키 버전의 라 바야데르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버전에서는 황금 아이돌도 3막에 나오고, 마지막에 신전이  벼락을 맞아 무너지면서 솔로르가 죽고 그 영혼이 니키야를 만나는 구성이었어.
쉐이드들의 군무도 너무 아름다웠고 - 개인적으로는 3대 발레블랑 중 라 바야데르가 최고인 듯- 감자티 베리에이션이며 솔로르 베리에이션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자하로바의 니키야를 안 볼 수가 없었지.

자하로바의 첫 등장에 역시나... 싶었어.
내가 자하로바를 안봤던 건, 완벽한 그녀의 테크닉을 보며 인간적이라기 보다는 좀... 발레하는 로봇같다는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었거든.
그런데 이날 자하로바는 추악한 브라만에게는 단호함을, 노예들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상냥함을, 사랑하는 솔로르를 기다리는 설레임을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보여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