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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견 소설 재업 - 3

GasMaskFo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1 23:02:27
조회 213 추천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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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난 깼다. 시계를 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컴컴한 새벽이었지만 썰매견들은 일찌감찌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익숙치 않은 추위에 따뜻한 침낭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얼굴을 부비대는 가운데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소냐...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작업하고 있었다. 따스한 침낭을 벗어나기가 정말 싫었지만 나도 준비를 해야했다. 그때 사샤가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잔 건네주었다. 그리곤 마시라는 손짓을 했다.


"고마워."


그녀는 답 없이 돌아섰다. 팀의 막내라는 그녀는 가끔씩 마키의 지시에 복창하거나 농담에 웃을때를 빼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하는 썰매견이었다.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자 몸에 온기가 돌았다. 커피에서 브랜디 향이 조금 났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날 누군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비카였다. 그녀의 풍성한 털이 내 몸을 감쌌다. 등에 눌린 푹신한 유방의 느낌이 전해졌다. 이제는 이들의 격식없는 신체접촉이나 행동에 나도 익숙해져 난 그저 아무 말 없이 미소지어주었다. 비카도 따라 웃고는 이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제 할일을 하러 돌아갔다.


"잘 잤어? 원래 야생에서의 첫날밤은 쥐 죽은듯이 자는게 보통이지."


마키가 다가와 말했다. 나는 살짝 웃으며 끄덕여주었다.


"굉장히 일찍 준비하네요."


"피곤하면 더 자도 좋아. 어차피 출발하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하니까. 굳이 도와주려고 할 필요 없어. 어차피 그쪽은 손님이잖아?"


"이미 일어난 김에 그냥 깨 있을래요. 다시 들어갔다간 못 나올 것 같아서요."


"마음대로. 추우면 저쪽에서 불이라도 쬐."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나에게 마키가 지나가듯 말했다.


"그래도 밤에는 춥진 않았겠네."


가슴이 뜨끔했다. 곁눈질로 마키와 소냐를 살펴보았다. 마키는 정말 신경쓰지 않는건지, 아니면 굉장한 포커페이스의 소유자였다. 소냐는 표정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어딘가 갑자기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리고는 짐을 한 아름 안고 오두막 밖으로 나가버렸다. 비카와 사샤는 자기들만의 언어로 낮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 바깥 바람이나 좀 쐴게요."


얼버무리며 난 밖으로 나왔다. 날카로운 얼음장 같은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나는 썰매에 짐을 적재하는 소냐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귀가 쫑긋였다.


"소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만지려 했지만, 그녀가 먼저 몸을 돌려 내 손목을 거세게 움켜잡았다.


"손님... 죽고 싶으십니까?"


당황한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황금빛 눈길이 내 뒤를 슬쩍 보고는 흔들렸다. 그녀는 내 손목을 놔주곤 다시 자신의 일로 돌아갔다. 뒤를 돌아보자 창문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쪽을 바라보는 마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표정이 없었지만 눈길은 차가웠다. 그제서야 난 소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장한테 우리 둘 다 죽고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라.


통조림 스튜와 말린 고기, 건빵으로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출발 준비를 했다. 마키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날 불렀다.


"도시 꼬맹이, 원래 원했던 루트가 이 쪽인건 아는데, 조금만 변경할 수 없을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저번주에 이쪽 근방을 지나던 다른 팀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길 상태가 영 아니라고 하더라구. 내 느낌상 오늘 한번 폭풍이 올 거 같은데, 길 상태까지 안좋으면 자칫하단 조난당할 수 있어."


"그렇다면야... 안전이 우선이죠. 알아서 짜 주세요."


마키는 끄덕였다. 하지만 날 바라보는 눈빛은 어제와는 달리 어딘가 차가웠다. 소냐와의 정사때문에 그런가? 들키지 않으리라곤 어차피 생각지 않았다. 다만 소냐가 그녀의 팀 일원인만큼 그 점에 대해선 팀의 리더인 마키의 권위를 존중해줘야 했지만, 난 어디까지나 외부인, 손님이었다. 그녀가 굳이 나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물론 격렬했던 첫날밤, 그녀에게 분명 사랑한다고 말했긴 했다. 나보다 강한 누군가 나를 보살펴주고, 자신의 보호하에 놓아 돌봐주는 그 느낌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주었다. 하지만 난 엄연히 성인이었다. 내 스스로의 선택을 내릴 권리가 나한테 있었다.


...정말 나한테 있는건가?


우리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때 출발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헥헥대는 썰매견들은 힘차게 내달렸다. 사샤는 여전히 썰매 뒤쪽에서 조종을 맡았다.


새로 정한 루트를 따라가는 썰매견들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들의 귀는 끊임없이 쫑긋거렸고, 달려가면서도 눈은 주위를 연신 살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휴식을 명한 마키는 다시 지도를 꺼내들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사실 이쪽은 늑대 부족 영역이랑 꽤 가까워서... 잘못 들어가면 좀 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늑대요?"


"그래. 내가 아는 부족인데, 우리처럼 전부 암컷이야... 수컷을 어떻게 하는지는 나한테 묻지 마. 여튼 함부로 그들 영역에 침범했다간 아주 안 좋은 꼴이 날 수도 있어. 우리야 어찌어찌 넘어간다고 해도, 인간에 남자인 도시 꼬맹이는... 그냥 별로 알고 싶지 않을거야. 그들의 영역이 내가 저번에 확인한 그대로이기를 바래야지."


"아니면요?"


"전속력으로 달려서 통과. 그 뿐이야. 싸워서 이길 수는 없어."


마키의 목소리에는 살짝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녀가 무서워할 정도면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출발을 명했다.


"대장? 정말 이쪽으로 갑니까?"


소냐가 물었다.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마키에게 건넨 말이었다. 아직까지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마키는 소냐를 쳐다보지 않으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소냐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마키가 그녀에게 달려들어 억센 손아귀로 소냐의 목을 움켜잡았다. 거세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난 놀라 막으려고 했지만, 사샤가 내 어깨를 거세게 잡아 막았다. 그녀는 차가운 푸른색 눈동자로 날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비카는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는..."


마키가 소냐의 목을 쥐어짜며 얼굴을 바로 앞까지 갖다대고 으르렁거렸다.


"...내 영역에 간섭하지 마. 네 위치를 지키지 못하면 죽여버리겠어."


소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버둥거릴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마키!"


내가 소리쳤다. 사샤의 인상이 확 구겨졌지만 달리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마키가 손아귀 힘을 서서히 풀었다. 소냐는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마키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도시 꼬맹이."


그리곤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난 숙소에서의 일이 생각나 몸부림쳤지만 사샤가 날 강한 힘으로 붙잡고 있었다. 마키가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곤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의 불타는 노란색 눈이 날 꿰뚫는 듯 했다. 난 슬그머니 눈을 깔았다. 마키가 픽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심장이 쿵쿵 뛰었다. 무서웠다. 금방이라도 땅에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용서를 빌고 싶었다. 대체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사샤, 놔줘. 출발하자."


마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소냐 역시 정신을 차리고 말없이 제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는 출발했다.


* * *


"젠장할!"


거센 눈발을 뚫고 가며 마키가 소리쳤다. 시간상으론 겨우 점심이 지났는데 폭풍이 일찌감찌 몰아친 것이었다. 썰매견들은 겨우겨우 걸어가며 전진했지만, 우리가 어딘지도 알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조난당해! 주변에 뭐가 보이는지 찾아봐!"


마키가 명령했지만 눈보라 가운데서 시야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사방에 눈이 덮여 어디가 길인지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눈보라를 벗어나려 애썼다.


"대장! 저쪽에 숲입니다!"


소냐가 소리쳤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과연 수목한계선이 눈에 들어왔다. 마키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눈보라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고, 우리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쉬!"


그녀의 신호에 따라 썰매견들은 저 말리 보이는 숲으로 썰매를 끌기 시작했다.


숲에 들어서자 나무들이 눈보라를 그나마 막아 주었다. 우리는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은 채, 딱 폭풍을 피할 만큼만 숲에 들어서 야영 준비를 했다. 폭풍이 언제 그칠줄 몰랐기 때문에 일찌감찌 하루를 마감해야 했다. 썰매견들은 모닥불을 피워 털을 말렸다. 마키는 눈에 띄게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팀원 모두들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늑대들 때문에요?"


내가 물었다.


"그래. 이미 우리는 길을 잃었어. 여기가 그들의 영역일 가능성도 있지. 어쩌면 지금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수도 있고."


마키가 낮게 말했다.


"만약 잡히면... 전 어떡해야 되나요?"


"...그저 그쪽 대장이 널 좋아하기를 바래야겠지."


마키는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대장!"


소냐가 낮게 불렀다. 귀는 쫑긋 세워져 있었다. 썰매견들 모두가 귀를 이리저리 쫑긋였다. 무슨 소리일까. 나도 귀를 기울였지만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무슨 소리라도..."


"쉿!"


마키가 내 말을 막았다. 윙윙 거리는 바람소리 너머로 무언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우우우우---"


저 멀리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리고 있었다. 불길한 느낌을 직감한 내가 눈을 뜨고 마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온갖 감정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썰매견들 모두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염병할!"


마키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대장, 어떡할까요? 지금이라도 다시 출발할까요?"


소냐가 물었지만 마키는 손을 내저었다.


"안되. 지금 저기로 나갔다가는 정말 죽는다. 우리는 몰라도 여기 이 도시 꼬맹이는 힘들어."


"그럼..."


"...어쩔 수 없지."


그 말을 마치고 마키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하울링했다.


"우우우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하는 내게 소냐가 설명해주었다.


"이미 늑대들은 우리가 그들의 영역에 들어온 걸 알아. 이렇게 들킨 이상 모른 척 하고 무시하는것보단 차라리 인사라도 해서 예의를 갖춰야 그나마 살아나갈 수 있어."


마키는 하울링을 마치고 다시 귀를 귀울였다. 잠시 뒤 마키의 울음소리에 화답하듯 저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보다 가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괜찮은 거에요?"


내가 물었지만 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답을 해줬다고 해서 우리를 받아들이거나 그런건 아니거든. 아마 곧 이쪽으로 올거야."


"네? 이쪽으로요?"


"그래. 우리가 누군지 확인하러 오겠지. 그리고 도시 꼬맹이, 당신은..."


마키는 말을 흐렸다.


"우리가 숨긴다고 해도 냄새때문에 들킬거야. 저들을 속였다가는 정말로 큰일이 나기 때문에 어쩔수 없어. 만약 불의의 사태라도 발생하면, 우리가 목숨걸고 막아줄게... 최대한..."


뒤에서 철컥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샤가 썰매에서 엽총을 꺼내 장전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썰매 안쪽에 넣어 보이지 않게 했지만, 손을 계속 얹고 있었다.


우리는 죽음보다 조용한 침묵속에서 기다렸다. 모닥불이 따닥이는 소리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 긴장으로 인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키의 귀가 갑자기 쫑긋였다.


"왔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곧, 하나, 아니, 여럿의 발걸음이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조용하고 사뿐거리면서도 육중하게 느껴지는 발걸음이었다. 방향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썰매견들이 눈에 띄게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마키는 이를 앙다물었다. 그리고는 날 번쩍 들어 썰매에 태웠다. 미처 항의할 새도 없었다. 썰매견들은 날 중심에 두고 빙 둘러싸 보호하듯이 섰다.


"마키."


어둠 저편에서 매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목소리였다.


"오랜만이군."


저벅. 저벅. 저벅.


"우리가 비록 알고 지낸 사이긴 하지만, 이렇게 약속없이 찾아오는건 좀 무례한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족장님. 악천후로 인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마키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너희는 원래 이쪽 길을 잘 쓰지 않는것 아니었나? 헌데 왜?"


"원래 쓰던 길이 많이 나빠서-"


갑자기 슝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와 썰매에 박혔다. 그것은 썰매를 관통해 내 다리밑을 지나가 반대편까지 뚫어버렸다. 창이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항상 둘러댈 거리는 있군, 건방진 개들 주제에. 빌어먹을 인간들과 어울리니 이젠 남에 대한 존중심마저도 사라진건가?"


썰매의 짐 속에 넣어진 사샤의 손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침이 꿀꺽 삼켜지는게 보였다.


"네 빌어먹을 암캐년보고 총에서 손을 떼라고 하지 않으면 바로 네년들을 잡아다가 사지를 찢어버리겠어."


목소리가 위협했다. 마키는 사샤를 바라보고 고개를 저었다. 사샤는 한숨을 쉬며 손을 빼냈다.


"좋아, 너희들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구. 헌데 저 인간은? 그것도 수컷을?"


마키가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족장님. 족장님께서 지켜야 할 영역이 있듯이, 저희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수컷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을텐데.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 싫어."


"죄송합니다."


그리곤 어둠속에서 그들이 나타났다. 풀숲에서, 나무 뒤에서, 썰매견들보다 훨씬 건장한 체격의 늑대 수인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들의 숫자는 모두 다섯이었다. 그들도 썰매견들처럼 벌거벗은 몸이었지만, 가죽으로 만든 혁대나 띠를 두르고 있었다. 키가 모두들 2m는 가볍게 되 보였다. 마키가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중 거대한 몸집의, 커다란 도끼를 든 늑대 수인이 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족장인듯 했다.


"손발을 잘라버리고, 돌아가면서 겁탈한다음에, 맨손으로 때려 죽이고, 그 다음에 시체를 다시 범하고, 마지막으로 목을 베고 몸뚱아리는 갈기갈기 찢어서 까마귀들한테 던져주는거야."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마키가 이를 앙 다물고 말했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애써 맞서는 모습이었다. 다른 썰매견들은 그저 자신들의 리더를 믿고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무너지면,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등을 돌려 달아난다면, 우리는 이 숲을 살아서 빠져나갈수 없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늑대가 킁킁대었다. 그녀는 씩 웃었다.


"네 짝인가?"


??????


난 이 황당한 발언에 마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아니, 잠깐, 내가 언제부터 마키의 반려자가 된거지?


늑대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이런, 마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인간에게서 네 냄새가 아주 흠뻑 묻어나는데."


늑대는 소냐를 돌아보았다.


"다른 냄새도 나고 말이야."


소냐는 애써 시선을 외면했다.


"그저 고객일 뿐입니다."


"정말인가? 내 코는 아직 네년의 그 음탕한 가랑이에서 풍겨나오는 인간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 나한테 거짓말 하지 않는게 좋을텐데?"


늑대는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다른 늑대들 역시 우리를 살기 가득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르며 서로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썰매견들은 썰매로 파고들듯이 몸을 딱 붙이고 있었다. 마키가 손을 뒤로 뻗어 내 어깨를 잡았다. 난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그녀도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오직 나에게만 은밀히 표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늑대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원주민의 언어로 무언가 말했다. 마키가 답했다. 늑대가 다시 중얼거렸다. 마키는 항의하듯이 말을 했지만 늑대가 곧바로 으르렁거렸다. 그리곤 잠시 입을 다물고 우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이번만큼은 특별히 넘어가도록 하지. 다만..."


내 손을 잡은 마키의 힘이 꽉 들어갔다.


"수컷과 네 무리중 막내를 보내라."


"하지만...!"


마키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늑대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를 잡고 눈바닥에 처박았다. 그녀의 무리 역시 순식간에 우리를 덮쳤다. 비카는 붙잡힌 채 낑낑대었고 사샤와 소냐는 짓눌린 상태에서도 으르렁거렸다. 나는 난폭하게 끌어내어져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늑대 하나가 손도끼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제발!"


마키가 간청했다. 늑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퍽.


둔중한 소리가 들렸고, 나는 두려움에 떨며 눈을 살며시 떴다. 도끼는 내 가랑이 사이 눈바닥에 박혀 있었다. 부들부들 떠는 내 몸 위로 커다란 늑대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바지가 젖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경멸의 눈초리로 날 깔아보았다. 족장 늑대가 마키의 머리를 잡고서 목덜미에 으르렁대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암캐새끼야. 지금 내 구역에서 감히 내 명령에 반항하는 건가? 따뜻한 집안에서 지내면서 재미로 뛰어다니니 잊은 모양인데, 이 주변은 아직 모두 내 땅이다. 내가 원한다면 너희 빌어먹을 썰매견들을 보이는 족족 잡아다가 죽여버리고 시체를 본보기삼아 토막내어 걸어놓을 수도 있어. 너희 부모와 내가 친했다고 우리의 친절을 약점으로 여기지 말란 말이다."


마키는 그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족장 늑대는 날 잠시 바라보았다. 마키의 그 모든것을 꿰뚫을듯한 그 눈빛과 비슷한 눈이었다.


"왜 이 암캐년이 널 좋아하는지 알겠군. 알 만해."


족장 늑대는 마키를 놔 주었다. 마키는 족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고객만은... 차라리 제가 가겠습니다."


"마키!"


내가 소리쳤다. 그러나 내 앞에 선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내 머리를 잡아 다시 땅바닥에 처박았다.


"그만!"


족장 늑대가 명령했다. 늑대는 곧바로 내 머리를 놔주었다.


"좋아. 좋아. 내 이번은 특별히 엄청난 아량을 베풀어주지. 수컷과 막내를 '잠시'넘겨라. 다치지 않고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하마."


"...감사합니다."


"대신... 댓가가 있어야 된다는 건 알겠지."


"..."


마키는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족장 늑대의 앞으로 기어갔다. 족장 늑대는 다리를 벌리고 당당하게 서서 무표정하게 마키를 내려다보았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쪼르르륵.


족장 늑대의 오줌줄기가 마키의 머리에 떨어졌다. 마키는 이를 앙 다물고 수치스러운 행위를 받아들였다. 오로지 나 때문에, 내 목숨을 보장받기 위해, 엄연한 무리의 리더인 그녀가 무릎을 꿇고 오줌세례를 견디는 것이었다. 그녀의 꼭 감긴 눈에서 눈물이 오줌줄기와 함께 섞여 바닥에 떨어졌다. 족장 늑대는 이 야생의 관례를 마칠때까지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줌줄기가 그치고 마키는 간청하는 듯한 얼굴로 족장 늑대를 올려다보았다.


"핥아."


부들거리는 손으로, 마키는 족장의 두꺼운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늑대의 가랑이에 갖다대었다. 늑대의 우악스런 손이 마키의 머리채를 잡아 내리눌렀다. 읍읍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키의 머리가 몇 번 움찔였다. 그제서야 늑대는 그녀를 풀어주었다. 마키는 눈바닥에 풀썩 쓰러져 가쁜 숨을 내쉬었다.


"마키!"


난 다시 소리쳤다. 그녀는 그저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되었겠지. 다시는 내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마라. 다음번엔 누굴 데리고 오던 곧바로 죽여버리겠다."


족장 늑대가 말했다. 그리곤 손짓하면서 말을 이었다.


"자, 슬슬 돌아갈 시간이군. 막내는 누구지?"


"접니다."


눈바닥에 아직도 처박힌 채로 사샤가 내뱉었다. 족장 늑대는 그녀를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네가 이 수컷을 업고 간다. 출발해."


족장 늑대가 앞장서 걸었고 늑대들이 말없이 따랐다. 사샤는 날 들쳐 업고 그들을 따라갔다. 난 뒤를 돌아보았다. 소냐와 비카가 마키를 부축해 일으키고 있었다. 시야에서 그들이 사라지기 전 마키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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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었을까. 사샤의 등에 업혀 그녀의 털에 얼굴을 묻고 쿵덕이는 심장박동소리만을 들으며 숲속을 걷기를 한참. 마키가 걱정되었다. 떠나기 전 들렸던 그녀의 흐느낌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고작 날 위해서 정말 그렇게 한건가? 내가... 그녀의 짝이라고?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분명 무사히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샤."


나는 작게 불렀다. 그녀의 귀가 쫑긋였지만 답은 없었다.


"마키... 괜찮을까?"


묵묵부답. 사샤는 말없이 날 업고 늑대무리를 따라갈 뿐이었다. 나는 그저 따스한 털에 뺨을 기댄채 어서 돌아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마키가 보고 싶었다. 그녀를 옆에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충직한 반려자가 되 내 인생을 맡기고 싶었다.


얼마나 이동했는지 알 수 없었다. 깊은 숲 속. 마침내 무리가 정지했다.


"암캐, 수컷을 내려놔라."


족장 늑대가 명령했다. 사샤는 둥그런 공터같은 곳 한가운데에 날 내려놓았다. 다른 늑대가 모닥불을 피웠다.


나와 사샤와 늑대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놓여진 통나무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족장은 우리 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샤는 그저 다소곳하게 앉아 시선을 떨구고 조용히 있었다. 다른 늑대들은 무슨 동물인지 모를 고깃덩이를 자르고 손질하고 있었다.


"암캐."


족장이 불렀다. 사샤는 고개를 들었다. 족장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자신의 발치를 가리켰다. 사샤는 말없이 일어나 족장의 곁으로 걸어가 발치에 다리를 접고 앉아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려놓았다. 족장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감은 사샤의 꼬리가 살그머니 흔들렸다. 복종의 표시였다.


"수컷."


족장이 다시 불렀다. 사샤가 푸른색 눈을 살며시 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쭈볏대며 족장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앉아있었지만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어서 눈높이는 나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벗어."


그녀가 명령했다. 나는 잠시 멍청하게 있다가 외투를 벗었다. 족장은 날 빤히 쳐다보았다. 신발도, 양말도, 셔츠도, 바지도, 내복도 벗었다.


"..."


난 한숨을 쉬며 마지막 남은 속옷까지 벗은채로 알몸이 되어 벌벌 떨었다. 불이 피워져 있었지만 그래도 추웠다. 사샤는 눈을 반쯤 감고 머리를 족장의 허벅지에 기댄채로 날 재미있다는 듯이 훑어보았다. 나는 족장의 앞에 섰다. 그녀가 손을 뻗으면 충분히 닿을 거리였다.


"난 누굴 올려다보는거 싫어. 다리를 잘라버리기전에 앉지 그래?"


족장이 말했고 난 냉큼 주저앉았다. 사샤가 눈짓했다. 난 눈치를 채고 사샤의 반대편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그녀처럼 내 머리를 허벅지에 갖다 대었다. 너무나 괴상한 경험이었지만, 살고 싶으면 해야했다. 마키가 그 굴욕을 참아가면서 만들어준 기회였다. 나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늑대 수인의 육중한 손이 내 머리에 턱 얹혀지자 무게때문에 하마터면 쓰러질뻔했다. 마치 고대 시대의 왕을 보는 것 같았다. 시녀를 양쪽에 끼고 앉아 절대권력을 누렸던 지배자들.


"마키가 널 많이 좋아하더군."


족장이 입을 열었다. 나는 답하려고 했지만 사샤가 날 발로 툭 치며 인상을 썼기 때문에 도로 다물어야 했다. 족장의 영역에선 말하는 것마저 그녀의 특권이었다. 사샤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널 이용해서 벌을 주기 위해 데리고 온거다."


또다시 심장이 쿵쾅거렸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서웠다.


"널 죽여버리는건... 물론 그녀에게도 슬픈 일이겠지만, 그런건 이미 식상해서 오래가지 못해. 오히려... 살려둔채로 괴롭히는것이 더 충격이 크겠지. 이렇게라도 해야 그 아이가 교훈을 제대로 얻지 않겠나?"


족장은 내 턱을 잡고 들어올려 내 눈을 마주보았다.


"그 아이의 가장 소중한... 가장 아끼는 영역을 망가뜨리고, 능욕하고, 침범하는거야."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사샤는 그저 귀를 눕히고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하는 짝과... 무리의 막내를 내가 취하면... 아무리 분별없이 날뛰는 개새끼들이라도 충분히 알아듣겠지. 안 그래?"


그녀의 제일 가까운 이와 무리에서 제일 잘 보살펴 주어야 하는 막내를 더럽힘으로서 마키의 권위를 시궁창에 처박아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날 위해서만이 아니라, 마키, 그리고 같이 끌려온 사샤를 위해서 나는 최선을 대해야 했다.


족장의 손이 슬그머니 내 뒷통수를 움켜잡았다. 나는 의도를 눈치채고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끌고가게 내버려 두었다. 족장의 손은 내 코를 그녀의 가랑이 앞까지 끌고갔다. 아까 마키에게 오줌을 뿌린 그 가랑이. 야성적인 여성의 체취가 진하게 나서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머뭇거리는 날 보고 족장이 말했다. 


"싫나? 너희 나약한 인간들 눈에는 더럽게 느껴지나 보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사샤의 눈길이 다급해졌고 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족장이 휘파람을 불렀다. 늑대들이 모였다.


"가서 다 죽여버려. 마키는 끌고와서 내 앞에서 목을 쳐. 나머지 암캐년들은 팔다리를 잘라버리고 썰매견들 지나다니는 길목에 매달아놔. 그리고 이년도 끌고 가서 때려죽여."


늑대 하나가 커다란 돌 하나를 들고 거칠게 사샤를 끌고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공포로 동그랗게 뜨여져 날 다급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은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씨발, 씨발, 씨발!


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내 코를 족장의 축축한 가랑이에 처박고 숨을 들이마쉬었다. 엄청난 체취로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것 같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혀를 놀려 족장의 계곡을 탐했다. 부르르 떨리는 늑대의 허벅지가 느껴졌고 족장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자 다른 늑대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곧 사샤가 도로 풀려나 내 뒤에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오로지 지금 내 주인님인 족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혀를 굴렸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진미인것마냥 음란하게 입술과 혀로 계곡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만족스러워 하는 신음이 들렸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난 손으로 조갯살을 마사지하며 열심히 족장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샤가 합류했다. 그녀는 족장의 허벅지에 올라타 손으로 가슴을 애무하며 키스했다. 족장의 손이 사샤의 계곡을 쑤셨다. 음란한 교성이 숲 속에 울려퍼졌다. 더 이상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늑대 수인의 육중한 털복숭이 허벅지와 훅훅 열을 뿜어내는 가랑이와 섹스의 열기속에 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만..."


족장이 내 머리를 밀어 떼냈다. 그리고는 내 사타구니를 바라보았다. 이미 내 물건은 딱딱하게 세워져 있었다.


"역시... 마키가 좋아하는 이유가 있네."


족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날 밀어 눕히고는 내 위에 올라탔다. 마치 마키와의 그 밤이 생각났다.


"어디... 네가 입을 놀리는 것만큼이나 아랫도리도 잘 놀리는지 볼까?"


그리곤 그녀는 거칠게 날 취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는 1도 없는, 강간이었다. 내 허리를 감싸안고 장난감처럼 마구 흔드는 격렬한 행위에 난 최대한 장단을 맞추려 노력했다.


한동안 모닥불 주위에는 찌걱이는 소리와 야한 교성만이 들려왔다. 사샤는 다른 늑대들에게 붙잡힌채 강제로 그들의 욕구해소용 도구가 되어 있었다. 입은 한 늑대의 가랑이에 처박힌 채로, 한 손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또 다른 늑대와의 가위질을 당하는 동시에 나머지 손으로 다른 늑대의 계곡을 문질러주고 있었다. 너무나도 세기말스러운 공포스런 난교장면이었다. 고통스럽게 낑낑대는 사샤의 신음 사이사이 늑대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 범하느라 헉헉대는 와중에도 족장이 말했다.


"원래 늑대 무리에서의... 교미는... 우두머리만이... 할 수 있다...... 너희들은... 쟤들에게...... 아주 좋은 장난감이 되어 줄거야... 쟤들도 즐긴지... 아주 오래 되었거든..."


내 둔감해지다 못해 얼얼한 기둥을 타고 놀던 족장은 드디어 때가 왔는지 마지막 거센 프레스를 마지막으로 울부짖었다. 많은 양의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내 물건이 찌걱 하고 뽑히는 순간 나도 참지 못하고 분출해버렸다. 축축한 가랑이를 문지르며 족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녀는 아직도 단단한 내 물건을 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아직 죽지 않았군. 그렇게 실력이 좋나보지?"


그리고는 날 죽 훑다가 내 목덜미의, 두 군데의 마킹자국을 발견하고 경멸의 비웃음을 픽 날렸다.


"무리 관리가 개판이군... 내가 마키였다면 남의 소유물에 자국을 남긴 개년은 갈기갈기 찢어놓았을거야."


아직도 사샤를 윤간하고 있는 자신의 무리를 돌아본 족장은 날 잠시 바라보더니 허리춤의 혁대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내 턱을 잡고 강제로 벌려 내용물을 쏟아부었다.


"!!!"


쓴 맛의 가루가 내 입에 쏟아졌고 미처 정신차릴새도 없이 이번엔 물병이 내 입에 처박혔다. 영문도 모르고 가루를 꿀꺽꿀꺽 삼켜버린 나에게 족장이 말했다.


"우리가 가끔 다른 무리의 수컷을 잡거나 하면... 죽을때까지 강간하다 버리지. 물론, 수컷의 몸도 한계가 있으니까... 자연이 주는 선물을 잘 이용해서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는거야."


그리곤 내 목덜미를 잡고 그녀의 무리 옆에 던져 버렸다.


곧바로 누군가가 날 뒤집어 눕히고는 가랑이 위에 올라탔다. 성욕으로 가득 찬 야성적인 눈은 너무나 무서웠다. 다른 늑대가 내 얼굴에 그녀의 가랑이를 내리눌렀다. 험악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난 재빨리 혀를 놀렸다. 옆에서는 사샤가 축 늘어진 채 나와 비슷한 자세로 당하고 있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사샤의 눈은 공허했고 고통으로 인해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팀의 막내로서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봤을까. 적어도 이런 일에 대해선 그녀나 나나 별반 다를것 없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성욕의 광기에 사로잡힌 늑대 하나가 사샤의 귀를 거칠게 그러잡고 흔들었다. 늑대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가학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허리를 마구 흔들었다. 나로서 그녀를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그저 우리를 무사히 돌려보내 주겠다는 족장의 약속에 기댈 뿐이었다.


나도 스스로의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족장이 강제로 먹인 약물은 내 물건을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우고 있었다. 그저 윽윽 소리를 내며 늑대들이 하는대로 내버려두는 내 무기력한 몸은 하나가 만족하면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차지해 또다시 범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마지막 늑대가 가랑이에서 내 물건을 빼냈고, 난 기진맥진해 옆으로 돌아누웠다. 사샤는 의식을 잃은채로 축 늘어져 있었지만 살아 있었다. 늑대들이 우리를 모닥불 옆으로 끌고 가 놓았다. 그리곤 다시 둥글게 둘러앉았다.


 비틀비틀 일어나 사샤의 몸 상태를 살피는 내게 족장이 말했다.


"그 암캐를 강간해."


난 허탈하게 족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약기운이 남아있어 할 수는 있었지만, 이건 너무한 것 같았다. 정말 저 늑대는 우리를 갈때까지 가지고 놀 생각인 것 같았다.


말 없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자, 족장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면 마키를 데려올까...?"


망할년. 씨발년. 찢어죽일 년. 지옥불구덩이로 떨어져 버려라. 난 속으로 생각하며 힘없이 뻗은 사샤의 육감적인 몸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눈이 힘 없이 뜨여져 날 바라보았다.


"미안해..."


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샤의 입꼬리가 괜찮다는 듯이, 아주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난 사샤의 몸을 훑었다. 비록 나보다 건장한 몸이었지만, 기껏해야 갓 스물일까. 늘 과묵한 표정에 행동도 군더더기 없었지만 제일 어려보이는 사샤는 분명 충직한 허스키 썰매견이었다. 군말없이 마키의 명령에 따르며, 이런 일을 당하면서도 다 참아내는 것이었다.


"최대한 부드럽게 해줄게..."


난 다시 속삭이고 그녀의 몸에 올라타 자세를 잡았다. 정적속에 늑대 무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난 내 물건을 삽입했다.


사샤의 이빨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마치...


젠장, 처녀였잖아.


순식간에 엄청난 죄책감이 날 사로잡았다. 사샤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외면하며, 난 천천히,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와 교미했다. 내 물건이 왕복하자 체액이 나와 이 과정을 한결 수월하게 해주었다.


사샤는 이를 앙 다물고 받아내었다. 이따금씩 날 보는 아름다운 푸른색 눈에는 분노나 혐오가 아닌, 간청하는 듯한 부드러운 눈빛이 담겨있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덜 고통스럽게 해주려 노력하면서 난 숨을 헐떡이며 움직였다. 땀범벅이 된 나의 몸은 번들거렸고 김이 피어올랐다. 내 물건이 박힐때마다 사샤는 움찔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마침내, 고통스러운 순간이 끝났고, 난 한숨을 내쉬며 사샤의 몸 안에 사정했다.


물건을 빼내자 철퍽이는 소리가 나며 체액이 흘러내렸다. 사샤는 옆으로 몸을 둥글게 말고 웅크려 눈을 꼭 감았다. 나는 그녀의 옆에 다가가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족장이 다가와 내 옷가지를 던져주었다.


"입어라. 내일 새벽에 도로 데려다주지."


그녀를 노려보는 날 마주보는 늑대의 노란 눈에서는 아무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난 옷을 챙겨입고 모닥불 옆에서 사샤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사샤가 슬그머니 내 손을 마주잡았다.


"아저씨..."


그녀가 속삭여주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 옆에 누웠다. 날 꼭 껴안아주는 사샤의 품에서, 모닥불이 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기절하다시피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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