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은 태어난 것에 대한 사죄를 했다. 그 사죄는 누구에게게도 닿지 못하고 흩어졌으나, 계속해서 사죄한다. 그가 이렇게 사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의 일생은 퍽 불운했다. 화면 속 멋진 팝스타들의 삶을 갈구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건 스러져가는 집과 노란 장판 뿐. 망상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는 오늘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름을 뒤집어 쓴다.
“후라이든데 양념을 묻히면 어떡하니!”
사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사장은 불경기로 인해 매출이 안 나오자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기 일쑤였다. 냠냠은 사장에게 사과를 하며 밖으로 나와 담배를 폈다.
“후우.”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삶에 한숨이 나온다. 도시의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어둠이 자신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냠냠은 자조했다. 사장은 들어오지 않는 냠냠에게 또 소리쳤고 냠냠은 서둘러 가게로 들어갔다.
-삐비빅
알람이 울리면 닭을 건지고 다시 튀김기에 넣는 행동의 반복이다. 사장이 유독 화를 내는 것을 제외하곤 평범한 날이었다.
“저도 이 일 이십년 하면 잘하겠죠!“
홀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사장의 히스테리를 견디지 못한 다른 알바생의 외침이었다. 그 알바생은 곧장 앞치마를 벗어던지고는 가게를 빠져 나갔다.
”저 새끼가!“
사장이 곧바로 뛰쳐 나갔지만 별 소득이 없이 돌아왔다. 사장은 냠냠에게 홀을 부탁했다. 냠냠은 별 수 없이 홀로 나갔다. 서빙은 처음이라 긴장 되었지만 처음치고는 잘 해냈다.
-사장님. 80명 예약 되나요?
큰 일이었다. 근처 대학에서 과 회식을 한다며 작은 가게로 들이닥쳤고 서빙이 처음이었던 냠냠은 계속해서 실수했다. 사장은 손님들 앞에서도 냠냠을 다그쳤다.
어떻게 흘러 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갔다.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고 사장도 냠냠에게 미안했는지 수고했다며 몇 만원을 쥐어주었다. 냠냠은 그게 자신의 인격에 대한 값어치인 것 같아 속으로 조소했다.
“그럼 마저 마감하고 갈게요. 사장님 먼저 들어 가셔도 되요.”
“그게 오늘은 미안했어. 불경기기도 하고 내가 너무 예민했지?”
”진짜 괜찮아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냠냠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사장을 먼저 보냈다. 기름에 쩌든 바닥을 닦고 있는데 울음이 났다. 오늘따라 힘든 일 때문인지 원래부터 맘에 안 들었던 자신의 인생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쭈그려 앉아 오열했다.
”저기 괜찮으세요?“
과잠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물어왔다. 가게엔 자신 뿐이어야 하는데 놀란 냠냠이 속을 추스르고 차갑게 대꾸했다.
“누구세요?”
“아.. 저 지갑을 두고 가서.”
아까 회식하던 대학생이 맞았나 보다. 냠냠은 카운터에 있던 지갑을 남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남자는 지갑을 받고도 쭈뼛쭈뼛 가게 안에 서 있었다.
“지갑 말고 또 잃어 버리신거 있으세요?”
“아까 왜 울고 계셨어요?”
“그쪽이 신경 쓰실 일 아니에요. 더 찾으시는 거 없으면 나가 보세요.“
”괜찮으시면 끝나고 저랑 맥주 한 잔 하실래요?“
”….“
어째서일까. 처음 보는 사람과 맥주 한 잔을 할 만큼 사교적이지 않은 냠냠이었으나 남자의 제안을 수락해버렸다. 아마 오랜만에 타인에게서 느낀 따뜻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창꿈이었고 근처 명문대 학생이었다. 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는지 얼굴에 그늘이 하나 없었는데 냠냠은 그게 참 부러웠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분위기는 쉽게 풀어졌다.
완벽한 타인인 창꿈은 오히려 냠냠에게 편안을 안겨 주었다. 냠냠은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을 자신의 집안 사정과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 말하기 시작했다.
“… 그게 다에요. 별 일 없죠?”
“힘들었겠어요.”
창꿈은 그저 묵묵히 냠냠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위로해줬다. 냠냠은 서서히 창꿈에게 호감을 느꼈고 둘은 이내 몸을 맞추었다. 그리고 창꿈은 한 여름 밤의 허상같이 사라졌다. 이것이 냠냠과 창꿈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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