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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우전드 선 21장 (3) - [발작]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4 14: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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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사람이 달라고 하기도 전에 영수증이 날아오고, 레뮤엘은 전표에 서명을 했다. 포도주 덕분에 기분 좋게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칼리스타와 카미유가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음식은 훌륭했고, 서비스도 친절했다. 다시 한 번 보이잔은 그 명성에 걸맞는 수준을 보였고, 오후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유쾌하게 지나갔다.


 "고마워요, 레뮤엘." 칼리스타가 말했다. "정말 자상하시다니까요."


 "이쯤이야 뭘. 자네들 같이 사랑스러운 두 숙녀분한테 돈을 내게 해서는 안 되지."


 "그거 좋은 말씀인걸요." 카미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 사람이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직원이 테이블 위의 접시와 잔들을 정리하였다.


 "그래서 이젠 어디로 가세요?" 카미유가 물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시장이나 한 번 둘러볼까 생각 중이야." 레뮤엘이 말했다. "내일 아흐리만 님과 수업이 있기 전에 장미십자회-Rosenkreutz의 바르나 프라테르니타티스-Varna Fraternitatis 구절을 좀 읽을 게 있거든. 포도주를 두 병이나 비웠으니 내용을 이해하려면 몇 번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몰라."


 "그건 또 어떤 종류의 책이예요?" 칼리스타가 물었다.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 존재가 돌아다닌다고 주장한 어떤 수도승에 대한 책이야. 문명 초기부터 병든 자를 고치고 자연 법칙을 연구하며 인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지."


 "거 참 흥미롭네요." 카미유가 자기 물건들을 모아 정리하며 말했다.


 "사실 정말로 흥미롭긴 해." 대화 주제에 열중하며, 레뮤엘은 말했다. "인간의 본성에 강하게 호소하는 책이거든. 애초에, 보상이나 물질적 이득에 대한 관심 없이 인간 동포를 돕는 것보다 더 고결한 일이 어딨겠는가? 자네도 동의하지, 칼리스타? 칼리스타?"


 칼리스타 에리스는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손가락은 의자 등받침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주먹에는 힘이 들어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피부는 창백하게 질린 채 목덜미에 힘줄이 곤두서 있었다. 두 눈은 까뒤집혀져 있었으며, 입가에서는 피 섞인 타액이 흐르고 있었다.


 "안 돼." 칼리스타가 색색거리며 중얼거렸다.


 "오, 옥좌시여! 칼리!" 카미유가 칼리스타에게로 다가가며 외쳤다. "레뮤엘, 잡아 줘요!"


 다리의 힘을 잃고 쓰러지는 칼리스타를 붙잡기에 레뮤엘은 너무 느렸다. 칼리스타가 고통스레 날카로운 비명을 흘리며 빙글 쓰러지고, 그대로 테이블 위로 부딪히며 빈 잔과 병들이 하늘을 날았다. 테이블이 뒤집어지고, 파편 더미 위로 거꾸러진 칼리스타는 미치광이처럼 몸부림을 쳤다. 수정 향유병이 유리잔들 사이에서 깨지고, 산딸기 향과 멜론 향이 섞인 예리한 향기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카미유가 즉시 칼리스타의 곁에 앉았다.


 "레뮤엘! 사카우 꺼내요! 가방 안에!" 카미유가 소리를 질렀다.


 아드레날린이 전신으로 뿜어지며 취기가 전부 날아가고, 레뮤엘은 바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칼리스타의 가방은 뒤집힌 테이블 아래 있었다. 레뮤엘은 서둘러 가방으로 손을 뻗어, 가방의 내용물을 바닥에 깔린 자갈 위로 쏟아부었다.


 공책 한 권, 연필 여러 개, 휴대용 복스-녹음기와, 신사라면 보아서는 안 될 갖가지 물건들이 널브러졌다.


 "좀 서둘러요!"


 "대체 어딨는 거야?!" 레뮤엘도 언성을 높였다. "안 보여!"


 "녹색 유리병이예요! 상한 우유처럼 뿌연 색에!"


 "여기 없는데?!"


 "분명히 있어요! 더 자세히 찾아 봐요!"


 세 사람을 걱정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지만, 고맙게도 세 사람에게서 거리를 두고 더 다가오지는 않아 주었다. 칼리스타가 울부짖는 소리는 끔찍한 고통에 젖어 있어, 인간의 목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칼리스타의 가방에서 쏟아낸 물건들과 테이블 위에서 깨진 유리 조각들 사이에서, 레뮤엘은 카미유가 설명한 유리병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필사적으로 칼리스타를 억누르고 있는 카미유에게로 서둘러 달려갔다. 아리따운 리멤브란서, 칼리스타는 보기보다 힘이 센 편이어서, 가장자리가 붉은색인 의사용 로브를 입은 사내가 도와주고 있는데도 두 사람의 손아귀를 떨쳐내 버리고 있었다.


 "여기, 가져 왔어!" 레뮤엘이 병을 내밀며 외쳤다.


 그 순간, 칼리스타가 돌연 벌떡 일어나더니 레뮤엘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쳤다. 점상 출혈이 일어난 두 눈에는 시뻘겋게 핏발이 서 있었고, 코와 입에서부터도 굵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칼리스타가 아니었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포식동물의 눈을 번들거리는 괴물이었다. 시간보다도 더 오래되고, 가늠할 수 없는 인내심과 교활함을 가지고 세계 사이의 모퉁이들을 거니는 괴물이었다.


 "이미 너무 늦었다.칼리스타는 그리 말하며 레뮤엘의 손에 들린 병을 쳐 날렸다. 유리병은 자갈 위에서 깨졌고, 끈적이는 액체가 흘러 나와 바닥에 흐른 포도주와 섞여 들었다.


 "늑대들이 너희를 배신하고, 그 전쟁견들이 너희 뼈에 붙은 살점을 씹을 것이다!칼리스타가 울부짖으며 자신에게로 달려들어 눈을 할퀴려 들자, 레뮤엘은 뒤로 휘청이며 물러났다. 칼리스타는 그대로 레뮤엘을 깔아 뭉개고, 두 다리로 레뮤엘의 허리를 꽉 죄이고는 양손으로 그의 목을 졸랐다.


 레뮤엘은 숨통이 막혔지만, 그의 기도가 망가지기 전에 칼리스타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더니 우두둑 하고 끔찍한 소리가 날 때까지 등을 활처럼 휘었다. 살인적인 빛이 칼리스타의 몸에서 빠져나가고, 칼리스타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칼리스타의 양손은 공책을 찾아 더듬거리고 있었다.


 칼리스타의 눈동자에서 레뮤엘은 무언가를 애걸하는 끔찍한 눈빛을 보았다.


 "종이 좀 가져다 줘요!" 카미유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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