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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루서 : 최초의 폴른] 제2장 : 야수의 전설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31 09: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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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루서 : 최초의 폴른]
· [루서 : 최초의 폴른] 번역 링크집

칼리반의 기억 대부분은 숲으로 덮여 있다. 하지만 그 숲은 단지 나무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치솟은 산맥이 구름에 닿았고, 깊은 계곡으로 깎여나간 선은 일광에도 닿지 않는다. 킬로미터 단위로 너비를 재어야 할 강은 마치 거품으로 빚어진 것처럼 뒤틀려 있으며, 때때로는 그 좁혀진 너비 속에서 격류가 튀어나와 감히 강을 건너려 드는 자의 뼈를 그대로 으깨놓을 것이다. 혹은, 너무도 광대해 서로 반대편에 빚어진 호안을 헤아릴 수 없는 호수를 빚어내기도 한다.


아름다운 세상. 에메랄드빛의 칼리반.


그리고 위험한 행성이기도 하다. 산에서부터 세력을 키워 저지대까지 밀고 드는 폭풍은 사나운 바람과 비를 내린다. 그렇게 휩쓸어 오는 폭풍은 가장 오래된 나무와 가장 튼튼한 벽을 제외한 모든 것을 쓸어내린다. 봄에 들끓는 홍수는 온 마을을 집어삼켰다. 격렬한 지진이 일어 수 세기 동안 버텨서고 있던 건물들을 대지 깊숙이에 쓸어 넣기도 한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보루와 그 수비대를 파묻는 땅.


인간의 손에 길들기 거부하는, 야생의 땅이다.


물론 우리도 시도했다. 기술의 암흑기 이래 수많은 개척자들이 있었다. 사실, 정확히는 침략자라 해야겠지만 말이다. 외국에 막 발을 디딘 적대적인 군대처럼 말이다.


그들은 이곳을 죽음의 땅, 데스 월드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행성에는 생명체가 가득했다. 단지 말없이 새로이 도래한 침입자들의 통치에 복종하지 않는 존재일 뿐. 세대에 걸쳐, 우리의 존재를 인내해 온 칼리반을 어찌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위대한 알두루크가 세워지고 기반을 쌓던 무렵에는 가장 큰 정착지조차 수천여 명을 넘기지 못했다. 모두 칼리반 앞에 스러졌을 뿐. 우리는 부락과 마을이라 묘사하지만, 기실은 성채와 요새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따름이다. 장벽 너머에는 누구도 거하지 않았다. 최소한, 오래도록 거주한 자는 전혀 없었다. 유배는 우리 일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형벌이었다. 성벽과 탑 안에서 빚어진 안전이라는 환상에서 끌어내려져, 무정한 황야로 버려지는 것이니.


무엇보다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땅 자체와 폭풍우였다. 그에 따른 침식은 그 어느 적보다도 위험했고, 그렇기에 전쟁을 이끄는 장군들보다도 기술자와 석공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버팀대와 지지대의 비밀을 품은 장인 왕(King-Artisan)들은 한때 이 땅에 자리 잡은 최초의 기계들이 벽과 지붕을 지을 수 있도록 안내한 비밀 방정식이 담긴 금고를 지키며 영토를 다스렸다. 고대의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나는 황제의 종복들과 기계 신의 대리인들에게 그런 기술에 다른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배우리라.


STC.


그 기계들은 이제 더는 작동하지도 않고, 찾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옛 밤을 거쳐 살아남은 설계도를 갖고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화성과 테라마저도 그 존재를 잊어버린 것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약탈당했다. 황제가 내려준 새로운 계획 이후, 모든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으로 맞서야 하는 것은 강인한 관목들과 뿌리, 그리고 가지를 비롯한 식물들이었다. 강의 유로, 갈수록 확대되는 소택지, 그리고 지하에서 흐르는 급류들 역시 검토해야 했다. 통치자들에 따르면 그 모두는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였고, 아주 활동적인 이종간의 격돌이 벌어지는 현장이었다.


물론, 우리는 이제 그 세상에 대해 제법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나? 칼리반은 생생히 살아 있고, 적대적인 외계 환경이었으며, 인도받았다. 칼리반이 우리에게 베푸는 역경은 단지 외부 환경과 싸우기 위한 진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자체가 우리와 싸우고자 하는 것이었고, 그 위에 남은 우리의 실존 자체에 저항하는 거였다. 칼리반은 우리 탑과 벽을 짓밟고, 우리의 강인한 저항을 삼키고자 했다. 하지만 쉽게 우리를 끝장내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놈은 인류 사이의 전쟁이, 그리고 인류와 놈의 전쟁이 거듭 이어지기를 원했다.


우리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재판에 낼 법한 확고부동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합의할 만한 확실한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칼리반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우리를 혐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성문이나 보루에서 교대 근무를 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증오에 찬 바람의 울부짖음을 들었으리라.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 바위가 서로 부딪치며 으르렁대는 소리, 우리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예보라도 하듯 말이다.


칼리반은 개개의 잎사귀, 나뭇가지, 개울을 초월해 존재하지만, 그 모든 것이자 모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위대한 야수의 시선만큼은 칼리반이 우리에게 품는 적개심을 분명히 드러냈다.


숲과 산, 그리고 하늘은 날개와 모피, 그리고 비늘 달린 생명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모든 생물이 다 똑같지는 않았다. 내가 자라는 동안 배웠던 것과는 달리, 모든 새들이 똑같은 깃털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화성인들은 그것을 돌연변이라 불렀고, 이후 혹자는 그것을 타락의 모습이라 했다.


몇몇은 이 기이한 변이를 겪은 존재들이 축복과 존경의 대상이라 여겼다. 여섯 개의 다리가 달린 쥐를 보았을 때나, 독니가 달린 부리를 가지고 탑 일대를 날아드는 폭풍까마귀를 잡았을 때, 몇몇은 이 존재들이 영혼의 손길에 닿았다고 부르며 액막이의 손짓을 해 보이곤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에도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 이상으로는 말이다.


위대한 야수들은 신적인 경건함 속에 무서운 위협을 품은 존재들이었다. 놈들이 저지른 파괴는 분명 비난의 대상이었지만, 다가드는 폭풍을 맞이할 때, 그리고 발밑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느낄 때, 우리는 놈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새삼 존경하게 되었다. 놈들은 말 그대로 광포한 자연력이었고, 변덕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때때로는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먹이를 쫓는 사냥꾼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자체를 혐오하고 우리를 파괴하고자 드는 완강한 적수들이 있었다. 놈들은 특이한 직각을 갖추고 있었다. 놈들의 검은 눈, 붉은 눈, 혹은 호박색 눈을 들여다보면, 놈들이 단지 거대한 야수일 뿐 아니라 지성과 악의로 우리를 파괴하고자 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위대한 야수들을 증오하지 않았다. 놈들은 우리를 증오했지만 말이다. 내가 아는 놈 중 가장 끔찍한 놈은 일명 ‘파멸의 뿔(Horn of Ruin)’이라 불린 놈이었고, 내가 기사단에 거두어져 자란 스토록(Storrok) 정착지가 있는 도드레드 황야(Dordred Heath)를 누비던 놈이었다. 저 별명은 일종의 농담이었지만, 놈의 가장 높은 곳에 돋은 눈 중 왼쪽 눈 위에 커다란 나선형의 뿔이 돋아 있는 데다가, 마치 사냥 나팔과도 같은 깊은 소리를 뿜어냈기에 붙은 이름이기도 했다. 놈의 그 울음소리는 우리 일행이 부는 나팔 소리를 조롱하듯 따라 하는 것처럼 들리곤 했다.


도드레드 황야는 수 세기 전에는 아마 정말 황야라고 해야 할 땅이었을지 몰라도, 내가 머물던 시절에는 산비탈 대부분이 나무와 덤불로 뒤덮인 채였다. 소위 파멸의 뿔이 도래한 시절은, 테라 방식으로 헤아려 내가 21세가 되었을 때였다. 도드레드 황야에 존재하는 개활지에 우리 성벽 일대의 그을린 자국으로 경계를 그은 즈음이었다. 나무들이 잠드는 가을마다 우리는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봄과 여름의 성장기를 준비했고, 매 가을이 도래할 때마다 개간을 위한 선은 점점 성벽으로 근접하듯 다가왔다.


늦여름, 우리는 다시 대대적인 방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이웃 아르드포드(Ardford)에서 온 한 무리의 기사들이 협상의 깃발을 들고 성문 아래 이르렀다. 기사들은 절망적인 상태에 처해 있었다. 단지 7명에 지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스토록을 다스리던 횃불의 군주(Lord Torchwarden) 네베릴 베이스테(Neverill Bayste)는 문을 열어 기사들을 들일 것을 명했다.


기사들의 갑주와 육신에는 성한 구석이 한 곳도 없었다. 급하게 치료의 전당에 데리고 갔음에도 그중 둘은 그날 밤을 견디지 못했다. 횃불의 군주는 살아남은 기사들을 자기 직무실로 데리고 왔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불길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해 보게, 어떻게 해서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이 강 동쪽 멀리까지 오게 된 건가?”


기사들은 몸서리를 치며 한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을 향한 시선이었다. 회색 턱수염에다 피딱지가 붙은 이마의 상처, 그리고 텅 빈 볼트 랜스(Bolt-Lance)를 등에 진 전사였다. 그가 불편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소관은 강안을 살피는 군주(Lord Waterwatch)를 가령으로서 모시는 포르스토르(Forstor)라 합니다. 이곳에는 7명만이 도착했지만, 저희는 본디 20명이었습니다. 위대한 야수를 잡기 위해, 다 해서 45명이던 제3 원정대에서 갈라져 나온 게 그만큼이었지요. 저희에게 숨을 곳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저희 주인께서 저희가 쓰는 물자들에 대해서는 보상하시리라 확신합니다. 다만 내일 저희는 아르드포드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 재난과도 같았던 이번 원정에 대해 보고를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들을 환영하네. 어떤 삯도 청구하지 않을 걸세. 마라톨(Marathol) 역시 우리의 기사들을 마찬가지로 대해 줄 것이니.”


우리가 모시는 주군은 훌륭한 사람이자 강인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열세 사람이 죽어 나간 숲으로 일곱 사람을 돌려보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일세.”


주군은 자신의 옆에 있던 내 얻어진 아버지(Gain-Father)를 가리켰다. 그는 내게 기사단의 길을 가르쳐 준 스승이기도 했다. 


“내 가령 아운로드(Aurnrod)가 호위대를 이끌고 자네들이 안전히 브리아트위스트(Briartwist) 강을 건너는 걸 확인할 걸세.”

“강과 여울을 따라 전해진 전하의 자비로움이 허언이 아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포르스토르의 목소리는 감격스러움이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려울 것을 각오했기에 그랬던 것이리라.


“그래서 그 위대한 야수 말입니다만.”


내 아버지 곁에 서 있던 얻어진 어머니(Gain-Mother)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마주할 수도 있으니, 어떤 종자인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포르스토르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에일이 담긴 잔을 잡고 있던 손이 떨렸다. 잔의 내용물을 다 비운 포르스토르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양해해 주신다면, 처음부터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잔을 약간 앞으로 밀며 포르스토르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눈치를 채고 주전자에 담긴 에일을 다시 잔에 채웠다. 잔을 다시 한번 비운 뒤, 포르스토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열흘 전에, 피시윅(Fishwick)의 여주인이신 던사니 클라이드(Dunsany Clayd)로부터 까마귀가 서신을 물고 도착했습니다. 피시윅은 아르드포드로부터 대략 반나절 정도 거리지요. 스프링웰에 계시는 산을 살피는 군주(Lord Mountgard)께서 강 상류에 대한 경고를 보내셨다고 했습니다. 위대한 야수 한 놈이 상류에 자기 둥지를 갖추고 스프링웰의 어부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거였지요. 물론 사소한 일로 여길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던사니 클라이드께서 보낸 편지에는 다른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틀 전에 전령이 전한 서신에는 놈을 잡기 위해 파견된 기사들이 살육당했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는 거지요. 물론 언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점점 악화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 위대한 야수는 그 공격에 짜증이라도 났는지 그날 밤 스프링웰을 직접 찾아왔다고 합니다. 울타리를 넘어온 놈에게 보초들이 총을 쏘고 창을 휘둘렀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더군요. 그렇게 스프링 사람들(Spirngfolk)의 거주지로 넘어와서는 49명이 죽고 100여 명 가까이는 일대 곶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럼 스프링웰이 그렇게 끝장난 것인가?”


우리 주군의 먼 친척들이 그 일대 정착지에 거주하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슬픔을 금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도망친 자들은 어찌 되었는가?”

“놈이 그들조차 뒤쫓았습니다.”


다른 아르드포드 출신 기사가 입을 열었다. 온통 피로 범벅이 된 금발의 젊은 여성이었다.


“하루 밤낮 꼬박, 습격했다 숲으로 돌아갔다 반복하며, 조금씩의 시차를 두고서 계속 다른 곳에서 공격해 왔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주로 포르스토르가 입을 열고,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의 세부 사항이나 자신의 통찰을 조금씩 보탤 뿐이었다. 우리는 충격에 빠진 채 침묵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정착지 주민 중 20여 명만 살아남아 피시윅에 닿을 수 있었고, 다음 밤, 위대한 야수는 피시윅에 나타났다. 피시윅은 스프링웰보다 훨씬 낮은 벽에 의지한 정착지였고, 야수는 그대로 수비대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사냥용 뿔 나팔을 부는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말이다. 놈이 물러나기 전까지 32명이 죽었다. 발톱과 독니, 그리고 거대한 몽둥이와도 같은 꼬리를 놈이 휘둘러댄 결과였다. 빽빽한 비늘로 뒤덮인 가죽 위로 두꺼운 검은 모피가 드리워졌고, 뼈처럼 돋은 눈썹이 눈을 지켰다. 놈의 가죽 아래 각지게 튀어나온 등뼈가 보인다고 했다. 긴 발톱과 강력한 팔을 휘둘러 손쉽게 벽을 오르는 데 능숙하기까지 한 놈이었다.


피시윅의 주민들은 감히 집을 떠나려 들지 않았다. 아무리 초라한 은신처라 해도, ‘파멸의 뿔’이 거닐고 있는 광야보다는 나았으니. 대신 그들은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령을 보낸 것이다.


“불행하게도… 제 주군은 그 소문이 과장이라 여겼고, 중무장한 기사 열 명이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았습니다.”


포르스토르가 한탄했다.


“이틀이 지나도 그들이 돌아오지 않자, 열다섯을 더 보내셨지요. 아마 피시윅에 붙들려서는 방어선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그들조차도 소식이 없어서 20명이 더 보내진 거로군요.”


내 얻어진 아버지가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감히 말하자면, 너무 단편적인 대응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필요를 충족할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젊은 기사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 수비대를 줄였다가 ‘파멸의 뿔’이 우리 성벽을 들이치는 걸 우려하기도 했고요. 이웃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고향을 잘 지키는 것은 당연한 우리 권리입니다.”

“뒤늦게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산 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지, 망자들에게는 위안이 될 수 없는 이야기일세.”


우리 주군께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고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군. 군세를 소집하겠다. 횃불의 군주로서 강 동쪽을 평화로이 하는 것은 나의 의무지만, 이웃이자 지도자로서 이웃의 긴급한 필요를 채우는 것 역시 나의 짐이다. 내 기사 100명이 피시윅으로 향할 것이다. ‘파멸의 뿔’이 더 이상 브리아트위스트의 주민들에게 문제를 끼쳐서는 안 된다.”


결정과 함께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얻어진 아버지는 자신과 함께 피시윅으로 향할 99명의 기사를 그날 저녁 골랐다. 이런 규모가 소집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스토록에는 8천의 영혼이 살고 있지만 주군을 위해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는 300여 명에 지나지 않았고, 우리 장인들은 그 숫자를 위해 갑주와 볼트 랜스를 제공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벅찼다. 하지만 주군께서는 그게 결코 많은 수가 아니라 여겼고, 우리는 다음날 사용할 무구를 꺼내기 위해 병기고를 열었다. 총기를 기름으로 수입하고, 갑주에 동력원을 설치하는 가운데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푹 쉬도록 하시오.”


얻어진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일광의 마지막 줄기가 외벽 방어탑을 스치고 지나갈 무렵, 주둔지에 들어갔던 야경 병력들은 서쪽의 어둠에서 끔찍한 포효를 들었다. 낮고 길게 이어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치 괴물의 나팔과도 같은 포효였다. 아르드포드의 기사들과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모두가 그 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고, 도망쳐 온 기사들 역시 공포 속에서 울부짖었다.


“우릴 따라왔군!”


포르스토르가 경악 속에 턱수염을 쥐어뜯으며 신음했다.


“저 망할 놈은 자기에게 무기를 들이댄 놈에게 앙심이란 앙심은 다 드러내는 놈이오.”


포르스토르와 함께 아르드포드에서 온 기사들은 인상적인 제안을 했다.


“저놈이 쫓아온 것은 오직 우리일 거요.”


강안을 살피는 군주의 가령이 입을 열었고, 네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놈의 분노를 우리가 오로지 대적하게 해 주시오. 지금 성문을 열면 놈의 복수심은 우리의 생명으로만 향할 테니.”

“이 야수가 여기까지 이르게 한 건 우리가 멍청해서였습니다.”


아르디노르(Ardinor)라고 이름을 밝힌 기사가 입을 열었다. 마치 서약이라도 하듯, 그녀가 칼자루 끄트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지금 나서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잡겠습니다. 우리 주군께서 명하신 일을 해결하고, 목숨을 잃은 이들의 생명을 복수하겠습니다.”

“여기 기사들의 생명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포르스토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비극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놈의 악의는 벽이나 볼터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이 재난을 전하의 근거까지 가져온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피로 놈의 분노를 가라앉히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주군께서는 격노하셨고, 아르드포드의 기사들 앞에 벌떡 일어섰다. 또 다른 괴물 같은 포효가 울려 퍼졌다.


“나는 결코 다른 이들의 목숨으로 우리 백성의 안전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을 꾸짖었다.


“피난처를 구하는 자를 거부하는 성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나는 그대에게 안전을 약속했고, 지금 당장 성벽이 무너진다 해도 그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이 야수가 그대들을 위협하는 동안 이 성을 떠나는 것을 금하겠다.”

“그 말씀을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포르스토르와 그의 동료들이 한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만약 저희 목숨으로 수십의 생명을 더 구할 수 있다면, 충분한 대가입니다.”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은 자신들이 나서게 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횃불의 군주는 그 청을 거절했다.


“그대들은 이곳의 손님이니, 안전을 위해 성채 안으로 들어가도록.”


주군께서는 명령을 내리셨고,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은 성채로 붙들려 가 꼭대기 근처의 방에 갇히다시피 했다. 자신들의 희생으로 야수로의 난동을 끝내기 위해 풀어달라는 외침이 온 스트록을 뒤흔들 듯 울려 퍼졌다.


“모두 무시하고 방어 태세를 갖추도록.”


얻어진 아버지께서 명령을 내렸다.


탑 위로 일렁이는 거대한 등불에 불이 붙었다. 저 너머 그을린 대지의 경계를 따라 침식해 들어오는 숲 가장자리까지 밝아졌다. 옅은 노란색 빛이 나무줄기와 가지를 가로질러 춤을 추며, 우거진 가지 아래에서 노니는 움직임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마치 거대한 지진이나 폭풍우가 일어나기 전의 정경처럼, 무수히 많은 생물체가 숲을 오갔다. 작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의 번쩍이는 눈빛도 보였고, 거의 청소년기 인간의 크기에 버금가는 덩치를 자랑하는 육식성 원숭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 움직임에 따라서 가지도 뒤흔들렸다.


위협적인 나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숲은 거기 대답이라도 하듯, 비명과 지저귀는 소리를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포효와 신음이 타오른 대지의 고요함 위로 우리를 에워싸듯 질주했다. 그 불협화음 덕분에 ‘파멸의 뿔’이 포효한 지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위대한 야수는 다시 한번, 아까보다도 훨씬 격렬하게 포효했다. 그 포효에 나무들마저 뒤흔들리며 놈에게 길을 열었다. 북서쪽으로부터, 꺾이는 나무줄기의 분노가 들려왔다. 파괴된 나무들 사이로, 위대한 야수가 성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도드레드 황야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네 발로 걷는, 흡사 곰과 같은 형상이었다. 다음 순간 놈이 똑바로 섰고, 널찍한 엉덩이와 어깨가 드러났다. 등불 속에서 마치 강철처럼 발톱이 번득였다. 그림자 때문에 커 보인 것인가 싶었지만, 놈의 거대한 육신은 그림자 너머에서 서서히 드러났다. 인간보다 대여섯 배 가까이 큰 덩치였다. 놈의 꼬리는 이미 경고받은 바와 같이, 거의 물통만큼이나 거대한 크기의 가시가 돋친 철퇴나 다름없었다. 살짝 젖혀진 방패와도 같은 비늘이 그 위를 덮었다.


벽의 포좌들이 분노를 담아 포격을 퍼부었다.


하얀 불꽃의 꼬리를 끌며 포탄들이 위대한 야수 주위에 꽃을 피웠다. 환한 불길에 삼켜진 거대한 공포를 보며 내 마음이 북받쳤고, 다른 이들은 기쁘게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환호는 잠시였다. 불길이 가라앉으며, 상처 없이 버티고 선 ‘파멸의 뿔’이 훤히 보였다. 희미한 폭발광 속에서 놈의 형체가 분명히 드러났다. 검치가 돋은 입술이 말려든 채, 10여 개에 이르는 눈이 크게 숨을 들이쉬는 세 콧구멍 달린 코 위에 어지러이 달려 있었다. 털이 촘촘한 놈의 가죽 위에 불꽃 조각들이 달라붙었지만, 상처도, 통증도 없어 보였다.


거대한 머리를 흔들며 위대한 야수가 걸음을 디뎠다. 네 다리를 모두 불타버린 땅 위에 디딘 채였다. 무기고 사령관이 포병들에게 재장전과 발사를 서두르라고 호통을 쳤지만, 우리 주군께서는 그 명령을 가로막고 탄약을 아낄 것을 지시했다. 만약 첫 일제 포격이 놈에게 상처를 주지 못했다면, 두 번 세 번 해봐야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아주 근거리에 이르렀을 때 일제 포격을 퍼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에게 그때 철갑탄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리반에서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은 숲, 야수, 그리고 적군의 기사들이었고, 이들에게는 공중 폭발이 훨씬 치명적이었다. 어쨌든, 놈의 가죽은 전차의 장갑보다도 단단한 듯싶었고, 놈의 거대한 육신은 화염의 열기조차 버텨내는 것 같았다.


어제의 준비에 열심히 나섰던 종자들은 이제 ‘파멸의 뿔’이 장벽에 닿기 전에 정착지에 무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대포가 할 수 없는 일을 검과 볼트로 해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없이, 주군과 함께 모두가 동력 갑주를 걸치기 시작했다. 내일의 원정을 위해 가려 뽑힌 100명은 야수가 근접해 오고 포탑이 굉음을 토하고 있음에도 성벽에 올랐다. 이번에는 직격이 터졌다. 성벽 위를 분노와 고통이 뒤섞인 울부짖음이 휩쓸었다.


나중에 칼리반에 도래한 군단병들보다는 작았지만, 우리는 비슷한 볼터를 사용해 왔다. 몇몇 장인은 제국이 선호하는 대규모 반응 퓨즈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우리 탄약은 대부분 시한 신관을 통해 목표에 명중 후 2차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이었다. 물론 볼트의 날카로운 탄두가 목표물을 관통하는 게 먼저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포병의 일제 포격도 견뎌낸 놈의 비늘투성이 측면이 우리 무장에 뚫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 무장의 사정거리는 정확도 때문에 제한되어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놈의 얼굴에 드러난 약점들, 그리고 사지가 육신에 이어 붙여진 고관절 부분을 노리기로 했다.


성벽의 포좌들은 ‘파멸의 뿔’이 200보 내에 돌아오자 마지막 환영을 알리는 포격을 퍼부었다. 두어 발의 포격이 직격하며 놈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지만, 놈을 늦추지는 못했다. 놈이 서쪽의 탑과 방벽을 향해 질주하며 땅바닥이 뒤흔들렸다.


그 나이 때 나는 군단병도, 기사단원도 아니었다. 고작 스토록의 기사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알두루크에서 태어났을지언정,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서야 기사단에 들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기사단원의 아들딸들은 성년이 되기 전까지 다른 정착지의 얻어진 가족(Gain-Family)에 보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태어나지 않은 곳의 벽 위에 버텨선 채, 기사단장에게 서임받은 정착지의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내가 보내진 가족과 함께 대열을 이뤘다.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그때 내가 느낀 공포는 정말 엄청났다. ‘파멸의 뿔’은 말 그대로 신념 이상의 적이었다. 놈이 곧게 버텨서자 그 앞다리는 정면 장벽 꼭대기에 닿았고, 나는 그제야 피시윅이나 다른 정착지의 더 낮은 장벽이 놈에게 어떤 장애도 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내 얻어진 어머니였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의무감 때문이었지만.


“저놈이 우리 고향으로 밀고 드는 걸 막으려면 지금 저 밖으로 나서야 합니다!”


어머니의 외침은 우리 주군에게 저 괴물이 강변 정착지의 주민들을 군인이건 민간인이건 신경조차 쓰지 않고 살육했음을 떠올리게 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솔직히 주군께서 그 말씀에 동의하지 않기를 바랐다. 저 벽이 조금이나마 놈을 막을 수 있을 테니, 땅 위에서 저 거대한 야수와 맞서느니 벽에 남고 싶었다.


“우리는 이곳을 지킨다!”


횃불의 군주가 검을 들어 올려 마치 저 야수가 건너올 수 있는 한계선을 긋기라도 하듯 허공으로 휘둘렀다.


“우리가 숨 쉬는 한 어떤 적도 감히 스토록에 넘어오지 못한다!”


우리는 각각 성곽에 자리를 잡은 채 팔꿈치를 괴고 무장을 조준했다. 입? 아니면 눈? 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어디가 더 취약할까? 거대한 비늘 덩어리 덩치를 끌고 발톱을 휘둘러대는 놈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아직 화염 조각이 놈의 비늘 덮인 육신 위에서 뛰놀고 있었다. 입이 더 큰 목표물이었지만, 눈이 더 부드러우리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명령을 기다리도록.”


가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내렸다. 나는 방아쇠울에서 손가락을 풀고서 알두루크의 교관들에게서 배운 호흡법을 떠올렸다. 이것은 내 첫 전투가 아니었고, 세 번째, 다섯 번째 전투도 아니었다. 나는 이미 위대한 야수들과 싸운 적도 있었고, 내 주군의 경쟁자들 막하의 기사들과도 싸운 적 있었다. 그런데도, 저 악몽이 점점 내 눈앞에 크게 어른거릴 때마다 점점 총을 붙든 손이 꽉 쥐어지고 필사적으로 조준을 유지하려 들게 되었다.


100보, 나는 다시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넣고 놈의 눈들을 겨눴다. 더 부드러운 목표물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파멸의 뿔’이 다가오며 뿜어내는 증오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나를 그 흉안이 직시하는 느낌이었다. 다음 순간 놈이 아르드포드의 기사 일곱을 따라 이 요새까지 수 킬로미터 가까이 추적해 왔음이 새삼 떠올랐다. 대체 어째서?


마치 놈은 자신이 바라보는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훗날의 언젠가, 놈이 나와 마주친다면 내가 오늘 놈에게 총을 겨눴음을 기억하겠다는 듯이. 단순한 사냥꾼, 약탈자 이상의 지성이 그 시선 뒤에 있었다. 어쩌면, 인간에 버금갈지도.


75보,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일제사격 명령을 기다렸다.


위대한 야수가 서서히 멈춰 섰다. 놈의 발톱이 그을린 땅을 뒤덮은 짧은 풀줄기를 파헤치듯 긁어내렸다. 놈은 고개를 쳐들고 뒷발로 버텨선 채, 다시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 포효를 내질렀다. 다시 네 발을 디딘 놈은 성벽을 훑듯이 응시했다. 탑에서 탑으로, 그리고 문으로까지 시선이 확실히 옮겨 갔다. 마침내 놈의 시선은 성벽 너머로 향했다. 놈의 눈들이 언덕을 파헤치고 요새 안쪽에 자리를 잡은 주거지와 작업장을, 그리고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성채를 응시했다.


“놈이 뭘 하는 거지?”


내 옆의 다른 기사가 이렇게 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기억대로라면 그녀의 이름은 헤릭스(Herricks)였고,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목소리에서 공포의 기운이 묻어났다. 나도 그 공포를 공유했다. 격렬하게 가슴이 뛰게 하는 감정에 사로잡혔던 전투의 순간과는 달랐지만, 더 등골이 오싹해지는 불안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품는 시원의 공포 그 자체였고, 정체를 알지 못하는 끔찍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아르드포드 기사들을 노리는 거겠지.”


나는 그렇게 속삭여 답했다. 그들은 분명 성채 안에 붙들려 있었으니.


그러나 그 두려움은 완성조차 되지 못했다. ‘파멸의 뿔’은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다. 등을 돌리고 다시 숲 가장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빛이 비치는 가장 먼 끄트머리에 놈이 머물고 있었다. 우리가 발사한 소이탄의 화염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놈이 비쳤다. 놈은 어둠 속을 배회하며, 그림자 표범(Shade Panther)보다도 더 조용히 움직였다.


야경의 첫 순번이 지나고 종소리가 밤의 한가운데를 찢었다. 놈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나무 주변을 따라 좌우로 반쯤씩 움직이는 형상이 비췄다.


“밤새도록 기다렸다가는 아침에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을 겁니다.”


얻어진 어머니가 주군께 경고했고, 주군은 거기 동의했다.


“중대에 하벽을 지시해라. 조용히. 그리고 야경대를 올려세우도록.”


우리는 삼삼오오 장벽을 떠나 농노들, 그리고 라스 랜스와 아퀴버스로 무장한 종자들과 자리를 맞바꿨다. 무기고 옆에 지어진 주둔군 숙소로 돌아갔지만, 무장을 풀지는 않았다. 갑주를 입고 벤치에 앉은 채 대기하는 동안 나는 스르륵 잠에 빠져 턱이 목 보호대에 닿을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숨죽인 듯한 위대한 야수의 울부짖음이 스토록을 뒤덮었다. 우리는 그 즉시 깨어났다.


뛰쳐나온 순간 대포가 우렁차게 불을 뿜으며 하늘을 화염으로 물들이고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벽 상면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밤의 고요함을 찢은 괴수의 울부짖음이 마지막으로 메아리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공격은 없었다.”


무기고로부터 벽 경비대까지 이어진 유선을 통해 가령이 말했다. 모두가 신음을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다음 순간, 나는 놈이 포효한 이유를 깨달았고, 입 밖으로 그 이유를 꺼냈다.


“놈이 도발하는 거야.”


순간 내 입 밖으로 나온 개념 자체를 믿을 수 없었다.


“야수가 우릴 도발하는 거야!”


거의 한 시간마다 한 번은 울부짖는 포효 속에서 속절없이 꼬박 밤을 새우다시피 했고, 나뭇가지 위로 새벽의 첫 여명이 발을 드리웠다. 해가 도래하며 ‘파멸의 뿔’은 사라졌지만, 놈이 갓 남긴 생생한 발톱 자국과 온 사방에 부러진 나무 더미를 통해 놈이 지나쳤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기진맥진한 채였지만, 경계심을 품은 채 아르드포드로 향할 원정대원들이 집결했다. 야수의 실체를 목격한 지금, 원정을 떠날 병사들은 120명으로 늘어 있었다. 놈의 크기는 정말 대단했지만, 고참이라 할 수 있는 장년들은 미소를 지으며 예전에는 더 큰 놈도 죽인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늘 그렇지. 항상 옛날 보였던 야수들이 더 난폭하고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악랄한 놈이라니까.


덩치 큰 우리 군마들은 마구간에 남겨졌다. 숲은 무성했고, 군마들이 지날 수 있는 길은 오직 ‘파멸의 뿔’이 짓밟으며 남겨진 길뿐이었기 때문이다. 우린 그 길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좀 더 민첩한 말에 오른 종자들이 앞서 나선 채, 야수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꽤 나아갔음을 밝혀냈다.


“제발 여기서 멈춰 주십시오.”


포르스토르는 횃불의 군주께 간청했다.


“지금 아르드포드로 가는 이 여정은 멍청한 짓입니다. 우리가 아르드포드의 벽에 닿기 전에 놈은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게 분명합니다.”


주군께서는 그 말을 듣고선 몇 사람을 데리고 의논했다. 나, 가령, 그리고 내 얻어진 어머니, 거기에 지금 모인 기사들의 간부 격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전속으로 아르드포드로 향하도록 하게.”


주군의 첫 마디는 그랬다.


“솔직히 자네들이 아르드포드에 이르렀을 때 죽음의 흔적 외에 다른 걸 찾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드는군. 그렇다면, 그 즉시 복귀하도록.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도록 하게. 아직 날이 저물기 전이니 일찍 떠나게.”

“아르드포드가 여전히 멀쩡하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얻어진 어머니가 물었다.


“저희가 방어에 나서야 합니까?”

“그곳의 벽은 스토록만큼 높진 못하지. 총포도 우리보다 뒤떨어지고. 그런 놈이 닥쳐왔을 때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리고선 주군께서는 얻어진 아버지에게 편지를 건넸다. 횃불의 군주는 강안을 살피는 군주 마라톨 공, 그리고 그 백성들에게 어떤 삯도 바라지 않고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일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순간 왜 기사단이 나를 스토록에 보낸 것인지 알게 되었다. 가장 강대하지도, 가장 거대하지도 않은 정착지였지만, 스토록의 군주와 기사들은 기사단원들이 품어야 할 정신을 그대로 체화한 존재들이었다.


“강안을 살피는 군주께서는 거부하실 겁니다.”


탄크레스(Tancreth)가 입을 열었다. 내 얻어진 아버지나 주군보다도 더 나이 든 기사였다. 


“아르드포드는 옛 성채(Old Keep)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마라톨 공의 가문이 그곳을 근거로 한 지도 30대가 넘었습니다. 기사단 그랜드 마스터의 손에서 칼을 억지로 비틀어 뺏는 꼴이나 마찬가지인데, 떠날 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며칠뿐일세.”


주군께서 답했다.


“우리가 지켜낼 이들을 스토록에 안전하게 물리고, 우리 군세를 합쳐 이 위대한 야수를 잡자는 거지.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어리석은 이는 아니니 따르지 않겠나.”


탄크레스와 내 얻어진 아버지는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지만, 주군께서는 단호하게 더 이상 논쟁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하셨다.


나팔수와 기수들 역시 동행하고 있었지만, 혹여나 위대한 야수의 주의를 끌까 싶어 행진곡을 연주하거나 하진 않았다. 우리는 지금 방랑이 아니라 정규군으로서 출동하는 거였고, 종자들에게는 기사로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을 쌓는 시간을 보낼 기회였다.


우리는 서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살짝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브리아트위스트 강으로 닿는 가능한 한 곧게 뻗은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칼리반의 강답게, 이 강의 유로는 확실치 않았다. 여느 것들처럼, 강의 유로 일대의 대지는 쉽게 뒤틀리고 움직였다. 아르드포드나 피시윅과 같은 정착지들은 강안 근처에서 가장 튼튼하고 높은 언덕에 세워졌고, 계절마다 그 성벽 턱밑까지 급류가 솟구치는 때도, 혹은 어선까지 향하는 데 5킬로미터 가까이 걸어야 할 때도 있었다.


태양이 정오를 지나칠 즈음, 우리는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을 전위에 세웠다. 가장 최근에 이 일대를 다닌 것이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급하게 길을 떠났던 와중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택했던 길에서 보였던 흔적들과 특징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특별히 거대했던 나무라거나, 혹은 알아볼만 했던 나무들, 또는 바위로 이뤄진 능선이나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산들 같은 존재들 말이다. 그 덕분에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은 꽤나 정확하게 우리를 안내해 줄 수 있었다. 온통 하늘을 가지들이 뒤덮은 해수 속에서도 말이다.


외지인이라면 아마 위대한 야수가 전날 밤 철수하면서 그랬듯이, 추격하면서 뭔가 흔적을 남겼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외지인들은 모른다. 위대한 야수들이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놈들이 단지 거대한 동물이어서가 아니다. 혹은 지능적인 사냥꾼이어서도 아니다. 칼리반의 자연에 완전히 적응한 존재라는 게 가장 큰 위협이다. 놈들의 존재만으로 온 사방이 뒤흔들렸고, 맹수들 뿐 아니라 식물들까지 동요하곤 했다. 몇 시간 까지는 아니더라도, 며칠이면 놈들의 흔적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가장 강력한 놈이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 종자들과 아르드포드의 기사들 역시 숲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여름으로부터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엿보이는 싱싱한 잎사귀와 시커멓게 변하는 잎사귀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고작 성장기에서 드러나는 며칠 차이의 식물 줄기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후 조금 지나서 브리아트위스트 강이 남긴 계곡으로 내려가 시간을 좀 벌 수 있었다.


물론 ‘파멸의 뿔’을 지켜보기 위한 척후들을 세운 채였다. 전후방 모두에 말이다. 우리는 놈이 우리의 의도를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생각했고, 원정대가 아르드포드에 이르기 전에 우리를 앞질러 덮칠 수도 있으리라 예상했다. 사실, 점점 정착지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위대한 야수를 곧 마주치게 될 것이리라 확신했다.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잔해 너머에 몸을 웅크리고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내 동료들이 나를 겁쟁이나 신경 쇠약 환자 취급하는 꼴은 바라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브리아트위스트 강에 맞닿은 대지는 전형적인 소택지로, 그 일대에 자리한 숲은 점점이 흩어진 잡목림에 지나지 않았다. 서리도 지진도 꺾어내지 못한, 돌로 만들어진 고대의 방죽길이 그 사이를 관통했다. 삼림지대를 벗어나자마자 우리는 정찰 장비를 갖춘 종자들을 앞서 보냈고, 그들은 아르드포드가 아직 무사하다는 소식과 함께 돌아왔다. 벽은 굳건했고, 집과 주조소에서 연기가 오르는 중이었다.


기쁜 소식 덕분에 분위기는 누그러졌고, 그날 당장 무슨 소식이 있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우리는 성급함을 누르고 사고 없이 이 늪지대를 건너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 시야에 브리아트위스트 강의 경계가 들어왔을 즈음에는 석양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채였고, 이제 남은 건 강 자체를 건너는 것이었다.


강 서안의 지면은 적당히 튼튼했지만, 소택지 자체 때문에 기초 공사 자체가 어려운 터라 영구적인 다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옛 방죽길은 상류 1.5킬로미터 정도 위에서 맞닿았지만, 강의 급류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급류에서 떨어져 있기도, 혹은 급류 아래 휘말리기도 하는 것이다. 여전히 그나마 그곳이 강을 건너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었기에, 아르드포드는 이 위치를 도하의 감시 거점으로 활용했다.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에 따르면 강폭이 넓고 유속이 느릿할 때는 부교를 임시 도하 방법으로 주로 활용하지만, 현재는 정착지 방어 차원에서 그 부교를 파괴한 상황이라고 했다. 쉽사리 도하할 수 있는 지점을 둘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으리라.


여전히 ‘파멸의 뿔’이 배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속에서, 우리는 북변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여울은 그럭저럭 건널 만했다. 강은 죽방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널찍하게 굽이치고 있었고, 발 디딜 곳은 충분했다.


뭐랄까, 맥 빠지는 결말을 본 기분이었다. 방해 없이 아르드포드에 이르렀고, 위대한 야수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니.


그리고 다음 순간, 우리 배후에서, 하늘을 뒤덮는 불길한 사냥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파멸의 뿔’이 왜 그때 공격을 시작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물을 뒤로한 채, 우리를 가두는 것이 전술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종자들이 강 하류에 발을 디디는 것을 본 순간 덮치기로 한 것이었을까? 우리가 목적지에 이르러, 안전한 지역이 있다는 환상을 누리게 하는 것이 괴수 자신의 흥분을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었을까? 어쩌면 놈은 그 순간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정착지로부터 증원군을 부를 수 있다는 유혹에 우리가 굴복하게 되도록. 그렇게 되면, 정착지 주민들은 장벽 뒤에 남을 것인지 혹은 증원군으로 나설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얻어진 아버지에게도 딜레마였다. 위대한 야수는 여전히 우리와 아르드포드의 배후에 있었고, 거의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우리 주군께서도 그대들을 환영하실 거요.”


포르스토르가 물 건너 언덕 위의 회색 얼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이 우릴 잡기 전에 성문에 들어갈 수 있소.”

“내 이웃의 문 앞에 저런 괴물을 끌고 들어가진 않을 거요.”


우리 가령이 입을 열었다.


“마라톨 공에게 그런 끔찍한 고민을 안겨 드리고 싶진 않소.”

“나라도 그런 괴물이 가까이 있는 판에 문을 열고 싶진 않을 테니.”


탄크레스도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만약 놈이 행군 중에 우릴 덮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얻어진 어머니가 덧붙였다.


“준비하고 힘을 모으는 게 낫겠지요.”

“정말 대단한 바보들이시군!”


아르드포드 기사들의 우두머리가 여울을 디디며 소리쳤다. 그의 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고, 우리 기사 중 몇몇이 그들을 쫓으려 들었다. 그들을 쫓아서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내버려 두도록.”


가령이 지시를 내렸다.


“어쩌면 원군을 불러올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건, 저 친구들 무장을 당장 기대할 수는 없겠군. 전투 준비. 강 저편에서 버틴다.”

“왜 이제야 저렇게 비겁한 짓을 하는 걸까요? 어젯밤만 해도 우리 모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큰 소리로 물었다.


“야수에게 자기 목숨을 바치느니 어쩌니 한 거 자체가 계략이었던 거겠지.”


탄크레스가 떠나가는 아르드포드 기사들의 뒤로 침을 뱉으며 말했다.


“벽 밖으로 나가서 어떻게든 튀려는 핑계였다고 봐야겠군.”


주군의 명령을 받들면서도, 잠깐이나마 스토록의 벽 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야수가 습지를 헤치며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며 그 느낌은 더 강해졌다. 갑주 두른 기사를 충분히 허리까지는 집어삼킬 습지였지만, 놈의 강력한 다리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놈의 어두운 비늘 위에 두꺼운 진흙이 덮이고, 잡초들이 마치 그물처럼 사지에 달라붙어 있었다.


“내 명령 아래 일제사격이다.”


얻어진 아버지가 지시를 내리며 볼트 랜스를 겨눴다.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행군을 이어왔던 터라 피곤했던 터라, 나는 잠깐의 시간 동안 갑주의 동력원이 얼마나 남이 있는지 빠르게 살폈다. 아직 50% 이상의 동력이 남아 있었다. 종자들이 탄약을 넉넉히 날라왔기에 죽음 외에는 여기서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 삼은 그림자와도 같은 형상이었다. ‘파멸의 뿔’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거대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관점이 떠올랐다. 성벽에 올라서 놈과 맞설 때, 우리는 놈의 머리와 같은 높이였었다. 우리는 놈에게는 기생충이나 다름없는 크기였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영리하게만 굴면 놈의 덩치가 놈에게 큰 약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 생각이 희망이 되었다.


위대한 야수가 습지를 파고들며 나아오는 몇 분 동안, 나는 그 희망에 매달렸다. 다른 정착지에서 죽은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했을 거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려 애쓰면서.


“사격 배치… 발사!”


나는 볼트 랜스의 방아쇠를 당겼다. 다음 순간 폭발성 발사체가 내 무장에서 그대로 도약해 150미터 가까이 날아 놈의 흉부에 들이박혔다. 너무 낮았다. 그 시절 우리가 쓰던 추진제는 지금의 군단들이 쓰는 것보다는 효율이 떨어졌지만, 월등히 제조하기 쉬웠다. ‘파멸의 뿔’은 사거리 내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한 일제사격은 놈을 멈추지 못했다. 앓는 소리도, 울부짖음조차도 없었다.


백 걸음 정도를 남기고, 우리는 놈이 확실히 사거리 내에 들어왔다는 걸 확신했다. 가령은 세 발을 더 발사할 것을 명령했다. 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세 번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놈의 거대한 육신에서 터져 나왔다. 잠시 후 폭발이 놈을 감쌌고, 몇몇 폭발이 놈의 비늘을 찢었든지, 혹은 눈을 때렸든지 싶었다. 나는 그 폭발 가운데 내 총알이 있기는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 사격은 위대한 야수를 분노하게 했다. 놈은 그대로 소택지에서 뿜어지는 진흙과 물길을 헤치고 닥쳐들었다. 놈이 강에 그대로 충돌하듯 몸을 던지자 마치 나룻배가 흐르며 남는 하얀 물길처럼 거품이 치솟았다.


“자유 사격하라!”


얻어진 아버지가 지시를 내렸고, 우리는 더 이상의 명령 없이 사격을 퍼부었다.


거대한 파도가 여울을 휩쓸 듯 몰아치고, 물방울이 온 공기를 채웠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사격을 퍼부었다. 이것은 사격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군율의 문제였다. 옛 시절 전쟁에서는 병사들의 거대한 대열이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일제사격을 서로 교환하곤 했다고 들었다. 지금 꼴도 그와 비슷했다.


고작 몇 초 동안 우리는 열 발의 사격을 퍼부었고, 나는 텅 빈 탄창을 교환하고선 다시 발사했다. 그 탄창도 비슷한 속도로 텅 비었다. 120명의 기사가 구성한 사선이 뿜을 수 있는 화력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성채 크기의 짐승에게라도 말이다. 물론 우리 사격 대부분이 빗나갔거나, 혹은 두꺼운 비늘 때문에 별 해를 끼치지는 못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놈은 우리가 자리 잡은 강둑에 더 필사적으로 닥쳐들고 있었다.


놈이 달려드는 강물 너머로, 피가 흘러 시커먼 거품이 일었다.


단단한 땅 위에 발을 디디자, 놈이 기운을 되찾는 듯싶었다. 볼트가 쉴 틈 없이 놈의 입술과 혓바닥에 꽂히는 가운데에도, 송곳니를 불쑥 드러내는 채였다.


놈의 발톱에서 물줄기가 흐르듯 했다. 위대한 야수는 그대로 강 밖으로 몸을 던졌다. 1선에서 사격하는 기사들과 강 사이의 단단한 젖은 대지에 몸을 디딘 놈은 정말 터무니없이 빨랐다. 그런 덩치에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다니. 세 명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즉사했다. 꿰뚫리거나, 혹은 놈의 발에 짓밟히거나 해서. 하지만 기사들의 군율은 엄정했다. 놈의 거대한 턱이 휘둘러지며 순식간에 네 명이 더 쓸려나갔음에도 사격을 퍼부었으니까.


기사들을 씹어대는 놈의 턱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쩍 벌어진 입에서 그대로 시체들을 뱉어낸 놈은 그대로 거대한 발을 치켜들었다. 발 가까이 있던 기사들은 그 파괴적인 짓밟음을 피하려고 좌우로 흩어졌다.


나는 그때 2선에 선 채, 1선의 기사들 머리 위로 볼트 랜스를 쏘아대는 중이었다. 금 간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동료 기사들의 시체 때문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맹세할 수 있는 것은, 에를 이사크(Erl Irsak)가 놈에게 그대로 씹혀 두 조각이 난 채로 살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거다. 얼굴이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채, 두 개의 이빨 사이에 끼어있었다. 한동안 나는 꿈속에서 그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땀에 흠뻑 젖은 채 일어나곤 했다.


야수가 뛰어들면서 우리 최전선의 대형은 그대로 깨져나간 채, 화력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일부 기사들은 놈의 거대한 육신 아래로 돌진하여 아래에서 위로 포화를 퍼부었다. 폭발 섬광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놈의 육중한 꼬리가 거의 끔찍하리만큼 우아하게 휘둘러지며 일부 남녀 기사들을 그대로 후려쳐 피투성이가 된 강둑 위로 내던졌다.


솔직히, 그때 사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채, 다른 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도 알아채지도 못했음이 후회된다.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그 전투는 고함과 비명, 귀가 멀 것 같은 놈의 포효와 천둥 같은 발사음뿐이다. 어쩌면, 그중 가장 심각한 실수는 내 얻어진 아버지가 쓰러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리라.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얻어진 아버지는 수류탄을 한 움큼 들고 놈의 턱 안에 쑤셔 넣으려 했지만, 그러다 놈의 입 안에 휩쓸려 들어갔다고 했다. 수류탄이 폭발하며 놈이 큰 상처를 입었지만, 만약 얻어진 아버지가 놈의 송곳니에 죽지 않은 채였다면 그 폭발 때문에 돌아가셨으리라. 나는 얻어진 아버지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희생을 택했으리라고 확신한다. 내가 경험한 얻어진 아버지의 행동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 행동이었으니.


전투는 종잡을 수 없다. 짧기도, 가혹하기도, 길어지기도, 긴장감이 넘치기도 한다. 하지만 ‘파멸의 뿔’과 싸운 기억은 내가 기억하는 전투의 경험 중 가장 강렬하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기억 속에 남은 기억이다. 약실이 너무 뜨거워져 불발된 덕분에 내 팔이 찢길 뻔한 기억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쓰러진 전우의 무기와 내 것을 바꿨던 기억이 난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놈에게서 힘겨운 승리를 거두었다. 놈이 흔들리는 순간,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돌격했다. 쌍수로 검을 잡은 채, 별 기술 없이 그대로 휘둘렀다. 갑주 안의 지친 팔 대신, 갑주의 동력이 검을 거세게 휘둘렀다. 놈의 얼굴이 피로 물든 만신창이가 되었고, 놈의 상처에서 피가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마침내 야수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 놈의 무너지는 육신 아래 내 성채 친족(Keep-Kin) 두 명이 그대로 깔렸고, 죽음의 순간 뒤흔들린 꼬리가 그 옆의 다른 기사를 쓰러뜨렸다.


그날 스토록의 전사 41명이 목숨을 바쳤고, 반면 아르드포드의 기사들은 자기 성벽에서 멀뚱멀뚱 지켜만 보았다.


“저 새끼들 핏속에는 고양이 오줌보다 옅은 피만 흐를 거라고 장담한다.”


이제 우리 병력을 지휘하게 된 탄크레스가 선언했다. 포르스토르가 그렇게 지난 밤 소리 높여 외치던 용기가 실존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탄크레스의 추측대로, 저들은 그저 위대한 야수가 이르기 전 도망을 치고 싶었을 뿐인 것 같았다.


우리는 사상자들을 수습했다. 인근 정착촌에서 빠르게 전령들이 이르렀지만, 우리는 낯선 이들과 함께 그날 밤을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포르스토르와 그의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에 격렬히 반대했다. 만약 내가 놈을, 그러니까 내 얻어진 아버지의 마지막 전장을 앞두고 내뺀 놈을 마주하게 된다면, 환대의 법칙은 말 그대로 확실히 깨졌을 것이다. 놈들이 이 파멸을 우리 성벽 앞에 밀어 넣었고, 우리는 거기 갚아주지 않았다는 생각만이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스토록과 강변 성채들 사이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졌고,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국경 분쟁이 거듭해서 일어나게 되었다. 사자가 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기사단의 지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잘 지켜지는 장벽, 그리고 그 안에서 안전한 이들을 보며 희생이 꼭 필요한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잃어버린 자들을 위해 애도하고, 부상자들을 돌봤으며, 위업을 쌓은 자들을 칭송했다.


우리가 돌아온 지 이틀 뒤, 종자들이 남쪽으로의 순찰을 마치고 귀환했다. 우리 정착지로부터 하루거리인 웰베일(Wellvale)에서 위대한 야수 한 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겪은 최악의 적수이자, 도드레드 황야를 짓밟던 가장 거대한 위대한 야수 ’파멸의 뿔‘은 역사 속의 한 장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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