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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2.07 (1) - [습격]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28 16: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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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자기부상 열차는 터널 속을 파고들었다. 자신들을 집어삼키는 어둠에 달리아는 두려워 비명을 질렀다. 객실 조명이 계속 깜빡이자 달리아는 칵스턴에게 바짝 몸을 붙였고, 칵스턴은 달리아를 감싸안아 주면서도, 왜 그리 무서워하는지 당혹스러워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창백한 형광이 객실 안을 감쌌지만, 유리창은 여전히 변치 않는 칠흑이었다. 달리아는 유리창에서 보이는 그 꿰뚫어볼 수 없는 심연에 몸을 움츠리며, 샌들 신은 발로 겁에 질려 벽에서 물러났다.


 달리아의 숨이 짧아지며 패닉을 일으키고, 근육은 고통스레 경련을 일으켰다. 살갗 위로 땀이 덮이면서 몸이 차갑고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이 산업용 망치처럼 쿵쿵대는 소리가 들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달리아?" 칵스턴이 물었다. "달리아, 왜 그래?"


 "어두워요." 달리아가 헐떡이며 칵스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사방에 어둠이 있어요!"


 "달리아? 뭐라고? 못 알아들었어!"


 "얘 왜 이래?!" 세베린이 외쳤다.


 "나도 모르겠어요." 칵스턴은 말했다. 자신의 로브 자락에 얼굴을 묻고 훌쩍이는 달리아를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달리아의 몸부림은 점점 더 발작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패닉이 온 거다." 로-뮤 31이 객실 문 앞에서 달리아의 앞까지 걸어오며 말했다. "이전에도 화성에 새로 온 이들로부터 비슷한 증상을 본 적이 있었지. 붉은 행성의 환경이 너무도 다른 탓에, 온갖 종류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로-뮤 31은 대꾸했다. "하지만 난 전에도 이런 일에 대처해 본 적이 있지."


 그리고 수호자는 좌석들 사이의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달리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칵스턴의 품에서 달리아를 떼어내더니, 떨리는 팔을 꽉 붙들었다. 달리아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채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 어둠." 달리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다시 그 어둠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다시는 싫어!"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세베린이 말했다. "멈추게 좀 해봐요!"


 "그 입 좀 다물어!" 자우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알아서 하게 좀 놔둬 봐!"


 "달리아." 로-뮤 31은 달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넌 지금 패닉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린 전적으로 안전해.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날 믿어라. 이게 사실이다."


 달리아는 로-뮤 31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저흰 안전하지 않아요. 전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제발 절 다시 거기로 되돌려 보내지 마세요."


 "곧 있으면 터널에서 벗어날 거다, 달리아." 로-뮤 31이 목소리를 차분하고 침착하게 유지하며 말했다. 달리아는 로-뮤 31의 생체 수치가 자신의 것과 연결되며, 엄격히 통제된 로-뮤 31의 신진 대사 기전으로 자신을 안정시키려 하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숨을 쉬어라." 로-뮤 31이 충고하듯 말했다. "넌 너무 많은 산소를 들이마시고 있다. 그러고 싶지는 않겠지. 안 그런가?"


 달리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억지로라도 길게, 또 천천히 숨을 쉬려 했다. 로-뮤 31이 신체를 제어하는 데에 도움을 주자, 심장 박동이 느려지며 근육으로 흘러들던 혈류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달리아의 몸 속 기능들이 침착함을 되찾는 것을 읽은 로-뮤 31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방금 것들은 그저 불안으로 인한 신체 증상일 뿐이다. 위험한 게 아니야. 인류가 맞서 싸워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 반응하기 위해 온 지혜를 쥐어짜야 했던, 먼 고댓적부터 이어져 온 진화에 따른 반응이지. 네 몸은 그 반사 작용을 작동시켰지만, 그건 가짜 경고에 불과하다. 이해했나?"


 "당연히 이해했죠." 달리아가 헐떡이는 숨과 훌쩍이는 소리 사이로 말했다. "전 멍청한 게 아니라, 그냥 저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는 거라구요!"


 "아니, 어쩔 수 있다." 로-뮤 31은 그리 단언했다. 그리고 패닉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달리아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달리아의 양손을 붙든 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로-뮤 31은 달리아에게 자신들이 지금 타고 있는 기계교의 자기부상 열차는 화성에서 가장 안전한 운송 수단들 중 하나이며, 달리아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다고 상기시켜 주었다.


 결국 로-뮤 31의 말과, 신진 대사를 안정시키는 자상한 달램 덕분에, 달리아의 호흡은 정상적인 속도로 안정됐다. 심박수도 여전히 높긴 했지만, 이전처럼 자동 네일 건 쏘듯이 덜덜거리지는 않았다.


 "고마워요." 달리아는 로브 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네요. 그냥 터널을 통과할 뿐인데. 이전에는 지금처럼 어둠이 두렵거나, 밀실공포증을 느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스 예하의 개인 공방에서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지." 자우체가 말했다.


 "맞아요.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달리아도 말했다.


 "어쩌면 네가 그것의 두려움을 같이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세베린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세베린에게로 돌아갔다.


 "누구의 두려움이요?" 칵스턴이 물었다.


 "녹티스 라비린투스 아래에 묻혀 있다는 무언가 말이야." 세베린은 갑작스레 모두의 집중을 받게 되자 어색해 하며 말했다. "봐봐, 달리아가 전에 자기가 그것의 정신에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었잖아, 그치? 달리아 너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만일 내가 영겁의 시간 내내 땅 속에 묻혀 있다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저 위의 바깥 세상을 봤다면, 나라도 두 번 다시 어둠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거야."


 "어쩌면 거기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세베린." 칵스턴은 말했다. "넌 어떻게 생각해, 달리아?"


 달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패닉을 겪고 난 직후에 그런 생각에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아니, 내 생각엔 정말로 세베린이 정답을 맞춘 것 같아." 칵스턴이 말했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제 그만!" 로-뮤 31이 말했다.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고 나서 다시 하도록. 자우체, 터널 반대편까지 얼마나 더 걸리지?"


 자우체는 서둘러 자기부상 열차에 탑재된 코지테이터에 다시 연결을 시도했고, 흘러들어온 데이터 빛이 자우체의 눈동자 뒤편에서 폭포처럼 흘러 내렸다.


 로-뮤 31은 다시 달리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달리아는 로-뮤 31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달리아는 말했다.


 로-뮤 31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로-뮤 31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달리아는 그가 자신에게 마주 미소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요?" 달리아는 최대한 침착한 태도로 물었다. "터널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얼마나 더 걸리죠, 자우체?"


 자우체는 미간을 찡그리고는 허공에 양손을 휘저었다.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래프 데이터 판들을 촉각적으로 만져서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잘 모르겠구나." 자우체는 말했다. "탑재된 기관사-서비터에 의하면 열차 속도를 낮추고 있다고 하는데."


 "속도를 낮춘다고? 어째서 말이지?" 로-뮤 31이 물었다. 달리아는 로-뮤 31의 위협 탐지 어스펙스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여기, 직접 보십시오." 자우체는 그리 대꾸하며, 차체의 픽터에서 찍히고 있는 터널 속 모습을 다시 한 번 유리창 위로 띄워 주었다. "저희 앞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모두는 보았고, 그것은 거기에 있었다.


 감속하는 자기부상 열차를 향해 터널 바닥을 우르릉 굴러 다가오고 있는 것은, 어렴풋이 구형을 띈 몸체가 육중한 궤도 장치 위에 올라타 있는 커다란 로봇처럼 보였다. 몸체 양옆에는 묵직한 팔 한 쌍이 수직으로 달려 있었고, 견갑 위쪽에서는 유연한 무기-촉수 여러 다발이 허공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몸체 중심에서 세 개의 누런 전구가 악의를 띈 눈동자처럼 번쩍였다. 그리고 일행이 지켜보고 있는 동안, 그것의 주된 팔이 똑바로 자세를 고정시켰다. 자기부상 열차가 정지했을 즈음에는, 객실 안의 모두가 그것의 팔에 거대한 병기가 장착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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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도 낮은 픽터 이미지 너머로도, 달리아는 그 기계가 두른 기이하고도 독특한 전기장을 느낄 수 있었다. 제스가 에테르와 선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던 정신의 일부를 개방한 달리아는, 자신의 감각을 그 기계에게로 뻗었다. 기계 안쪽의 반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그 노심 속에 존재하는 어둡고도, 사악한 지성이 거미줄처럼 끈적하게 뻗어 있는 것을 읽었다. 


 카반... 그것이 그 기계의 이름이었다.


 에테르와 연결된 찰나의 순간, 달리아는 그것이 창조된 기억과, 그것이 자신의 옛 친구, 팔라스 라바콜-Pallas Ravachol이라는 이름의 아뎁트를 살해한 기억을 읽었다. 라바콜 아뎁트의 죽음으로 기계의 살인 본능은 해방됐고, 그것의 주인들은 기계의 인공 지능을 시원의 악으로 오염시켜, 끔찍한 살인 욕망에 삼켜지게끔 했다.


 "저거 전투 로봇인가?" 칵스턴이 물었다.


 "그냥 로봇이 아니예요." 달리아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그보다도 훨씬 더 끔찍한 거예요."


 "뭐라고?"


 "지능을 가진 기계." 달리아가 헐떡이며 말했다. 끔찍하게 뒤틀린 기계의 의식과, 또 무시무시하리만치 명료한 그것의 목적과 연결된 충격으로, 달리아는 아직까지도 비틀거리고 있었다. "저 기계는 인공 지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인공 지능은 무언가 사악하고, 타락한 것으로 오염됐어요."


 "사악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자우체는 말했다. "기계가 어떻게 악(惡)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거냐?"


 "저게 뭘 원하는 건데?" 세베린이 물었다.


 달리아는 채 다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에 빠져, 로-뮤 31을 바라봤다. "저것은 절 죽이러 왔어요."


.

.

.

.


 카반 장치가 사격을 개시하기 무섭게, 폭풍처럼 쏟아진 라스-포화와 플라즈마 볼트가 기관사-서비터의 운전실을 날려버렸다. 부서진 에너지 셀들로부터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터널 속 어둠이 돌연히 쫓겨났다.


 카반 장치가 우르릉거리며 터널을 달려 오는 순간, 로-뮤 31은 좌석에 앉아 있던 달리아를 붙잡고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카반 장치가 열차 차량들을 한 칸 한 칸씩 체계적으로 날려버릴 때마다, 포완이 새하얀 불꽃의 광륜에 휩싸였다. 주력 전차의 차체를 꿰뚫고 타이탄의 보이드 실드를 과부하시키기 위해 고안된 병기들은, 자기부상 열차의 측면을 이루는 금속판 정도는 지속된 사격으로 간단히 잘라내 버릴 수 있었다.


 칵스턴과 세베린, 그리고 자우체는 따로 지시를 받지 않았어도 로-뮤 31을 따라 객실 밖 복도로 겁에 질려 뛰쳐나왔다. 자기부상 열차 바깥에서 귀가 멀어 버릴 듯한 소음이 들려왔다. 폭발로 인한 압력파가 쿵쿵 울리며, 레이저가 착탄할 때마다 나는 날카로운 증기 소리와 뒤섞였다. 고체 탄환들의 포효성과, 유탄이 핑핑거리는 소리가 터널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자기부상 열차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체계적인 사격으로 벌집이 된 기다란 차체에서부터 화염과 연기기 치솟았다.


 승객들이 빗발치는 총탄에 갈려나가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자기부상 열차 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복도는 겁에 질린 사람들로 가득했고, 열차 전체가 패닉에 빠진 몸뚱이들로 꽉 막혀 있었다. 남녀노소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는 학살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서로를 할퀴어 댔다. 로-뮤 31은 달리아를 양팔로 붙들고, 꽉 막혀 서로를 떠밀어대는 사람들 사이를 억지로 밀고 나아갔다. 모두가 자기부상 열차 뒤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내 앞에서 비켜라!> 로-뮤 31이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이진법 성가를 쏟아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교 수호자에 대한 몸에 배인 경외감에 그 명령을 그대로 따랐다. 무기-장대를 앞으로 내민 채, 로-뮤 31은 복도를 지나 비상 출구로 향했다.


 달리아는 로-뮤 31의 어깨 너머로, 겁에 질린 얼굴들이 복도 벽을 밀어 붙이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주먹으로, 소화기로, 무엇이든 손에 들리는 것으로 유리창을 두들기고 있었다. 복도 끝에 달린 문의 창문을 통해, 밝게 타오르는 불길과 검게 피어 오르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서둘러!" 세베린이 외쳤다. "옴니시아의 사랑이시여, 어서 서둘러!"


 하얗게 타오르는 플라즈마 창날이 차량을 가르고 들어왔다. 금속과 유리가 마치 레이저 톱에 베인 듯 잘려 나갔다. 그 광선에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단 한 순간에 반토막이 나고, 피가 끓어오르고 살이 불타는 냄새에 달리아는 울음을 터트렸다.


 "숙여!" 로-뮤 31이 외치며, 달리아와 칵스턴을 복도 바닥에 내리눌렀다. 세베린도 재빨리 그 뒤를 따랐고, 자우체는 이미 사람들한테 떠밀려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백열하는 광선이 복도를 쏜살같이 내달리며, 지나가는 궤적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잘려 나간 팔다리와 썰린 몸통, 그리고 목에서 달아난 머리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달리아는 소리 죽인 공포 속에 바라봤다.


 살인 광선이 바로 머리 위를 지나가고, 녹은 금속 방울들이 바로 옆의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자, 달리아는 몸을 옆으로 굴렸다. 녹아내린 금속 한 방울이 팔 위로 얇은 선을 그을리며 지나가, 달리아는 비명을 질렀다.


 "성스러운 조상들이시여." 자우체가 씨근거리며 중얼거렸다. 저 뒤쪽에서 폭발이 일어나 자기부상 열차를 양옆으로 뒤흔들자, 자우체는 몸을 앞으로 굴렸다. 금속이 찢어지고, 터져 나온 전기가 꿈틀거리며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비명과 함께 열차가 선로 위에서 들렸다.


 달리아는 재빨리 무릎으로 기어 로-뮤 31에게로 향했지만, 그 순간 차량이 선로에서 기울어지며 온 세상이 미친듯이 빙빙 돌았다. 기울어진 차량은 그대로 터널 바닥에 충돌했고, 그 충격에 유리창들이 깨져 나갔다. 수정 같은 파편이 눈보라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달리아의 숨이 멎고, 두 눈에 핏방울이 흘러 들어갔다. 몸은 무언가 묵직한 것에 깔려 있었다. 귀가 멀듯 시끄러운 총성이 더 들려오자, 달리아는 눈을 깜빡이며 붉은 눈물을 닦아내려 했다. 좀 전의 기계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듬더듬 번쩍이는 발사광을 보면 이 차량 바로 바깥에서 접근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달리아는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무언가로부터 빠져 나오려 애를 썼다... 여긴 천장인가? 어느쪽이 위고 어느쪽이 아래지?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카반 장치가 모두를 다 죽여 버린 걸까?


 옆쪽에 한 남자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혹은, 적어도 남자의 반신(半身)은 있다고 해야 하리라. 달리아는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갈라진 남자의 시체를 밀어냈다. 아래쪽의 금속은 따뜻한 피로 끈적였다. 이제야 아래에 있는 것이 천장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복도를 가득 채운 시체 더미의 광경에 달리아는 눈물을 훌쩍였다. 피에서 나는 쇳내가 콧구멍을 가득 채웠다. 그보다 더 끔찍한 냄새가 있었던가? 달리아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너무도 많은 시체들의 모습에 달리아는 헛구역질을 했다. 자신들의 위대한 모험이 얼마나 단시간에 피비린내 나는 결말을 맞이했는지, 그 두려움에 소름이 끼치고 정신이 멍해졌다. 달리아는 죽음의 악취에도 불구하고 숨을 깊이 들이마쉰 뒤, 잔해와 시체 더미 속에서 친구들의 모습을 찾았다.


 달리아는 로-뮤 31이 찌그러진 복도 저쪽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들쭉날쭉한 금속 뼈대 한 대가 어깨를 관통하고 있었다. 수호자의 생체 수치들은 크게 요동을 치고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다.


 자우체는 시체 더미 속에 쓰러진 채,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우체의 피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칵스턴은 달리아의 바로 뒤쪽에서 바닥에 쓰러진 채 금속 문에 깔려 있었다. 사방에는 유리 파편들이 가득했다. 두 눈은 뜨여서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피투성이가 된 입술 사이로 나지막하게 신음이 흘러 나왔다.


 세베린은 벽에서 뜯겨져 나온 영양 자판기 바로 밑에 쓰러져 있었다. 앞쪽으로 떨군 한쪽 팔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비틀려 있었다. 두 눈은 감겨 있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과 빠르고 얕은 숨을 볼 때, 세베린 역시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 안은 고요했다. 낑낑대며 몸부림치는 사람들도, 패닉에 빠져 밀쳐 대는 사람들도 없이, 조명이라곤 오직 불똥을 튀기며 흐릿한 빛을 더듬더듬 비추는 부서진 야광주들뿐이었다.


 폭력과 소음의 요란스런 불협화음이 지나가고 난 지금, 주변을 감싼 정적은 두려운 동시에 반갑게 느껴졌다.


 달리아는 로-뮤 31에게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달리아가 다가오는 모습을 봤는지, 로-뮤 31이 고개를 저으며 헬멧 입 부분에 달린 그릴 위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처음에 달리아는 그 손짓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소리를 들었다.


 잔해가 삐걱이는 소리와 유리 조각 떨어지는 소리 너머로, 육중한 기계가 지면 위를 움직이며, 무한궤도 아래 금속과 망가진 시체를 짓밟는 진동을 느꼈다. 달리아는 고개를 기울여, 망가진 창 너머로 털털거리는 터널 속 어둠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각 있는 병기가 자신들이 쓰러져 있는 위치를 향해 다가오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기계의 타락한 정신이 생명 징후를 찾아 차량을 훑는 압력이 스멀스멀 기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자동 장전 장치들이 덜컹거리며 병기에 새로운 탄약을 공급하는 소리가 들렸다.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은 가까워져 왔고, 곧 있으면 그것의 어스펙스가 자신들의 존재를 찾아낼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자신들을 죽이려 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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