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희망과 실패한 영광

Broken Hopes and Failed Glory

네비게이터들의 점술과 프라이토르 모르다카 휘하 워드 베어러 이소테리스트들이 제공하는 오컬트 예언에 인도받는 침공 함대는 파멸풍의 격동하는 분노에도 흔들림 없이 항행하였다. 호루스가 제국의 심장을 장악하기 위해 전투하는 지금, 광란의 소용돌이로 변모한 폭풍은 워프를 통해 빠르게 이동하려는 모든 충성파의 시도를 방해했지만 베렌과 휘하 함대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베렌은 느린 함선들과 대열을 유지하는 대신 전 함선이 최고 속도로 이동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함대가 베타 가몬을 출발해 크토니아에 도착할 때까지는 겨우 13일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이는 그 이래 어느 누구도 필적하지 못했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이런 기민성을 위한 대가는 함대의 응집성이었다. 워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함선은 출처 불명의 색다른 추진기 코어를 중심으로 건조된 시그마 9-14였고, 알파 리전 순양함은 곧장 충성파 외곽 순찰대와 격돌하였다. 두 척의 레이븐 가드 프리깃함 자정의 검날 Blade of Midnight과 그림자눈 Shadow-eye은 알파 리전 함선을 기회주의적인 습격으로 간주하고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의 상비 명령에 따라 즉각 공격에 나섰다. 시그마 9-14는 광란적으로 흘러간 4분 동안 일반적인 어떤 전열함에게도 불가능할 일련의 회피 기동 속에 구르고 휘감아 돌면서 어뢰 속임수와 단거리 EMP 폭발로 레이븐 가드 함선을 막아냈고, 마침내 선 오브 호루스의 선도 전단이 현실의 장막을 뚫고 크토니아 행성계로 진입했다.

레이븐 가드 함선들은 고대 중순양함 황금의 무덤을 선두로 한 선 오브 호루스 앞에 재빨리 도주했고, 뒤돌아선 그림자눈은 반역파 함대를 잠시 저지하여 자정의 검날이 전속력으로 전파 방해 범위를 벗어난 뒤 크토니아 궤도의 여러 제국 전대에 경고 방송을 내보낼 시간을 벌어주었다. 임무를 완수한 자정의 검날은 출력을 높여 행성계 밖으로 나가 반역자들이 크토니아로 향하던 경로를 돌려 자신을 추적하거나 추격을 포기하도록 만들었고 말이다. 베렌은 레이븐 가드가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점점 더 많은 전대가 성계 가장자리에서 현실 우주로 전이하는 상황에서 손상된 순양함 한 척은 자신의 함대에 위협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크토니아에 반역자들이 도래했으며, 그들은 습격이 아닌 정복을 위해 찾아왔다.

크토니아 지표면에는 강력한 주둔군이 대기 중이었지만, 제국 함대 대부분이 호루스의 주공에 맞서려 태양계로 소집된 탓에 궤도에 모인 충성파 군세는 지상군에 가까울 수준조차 아니었다. 크토니아를 방어하려 남은 주력함급 함선은 임페리얼 피스트의 글로리아나급 의무의 무게 Burden of Duty와 아이언 핸드의 거대한 골고다급 함선 그렌델 Grendel그리고 고대의 포르투나급 무역선 워프의 증오 Warp-spite로 세 척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거대함들을 지원하는 건 스물세 척의 전열함과 일백 척이 채 안 되는 구축함 및 초계함이 전부였던 반면 반역파 함대는 거대 주력함 다섯과 오십에 가까운 전열함, 그리고 300척이 훨씬 넘어가는 구축함과 코르벳함을 뽐내었다.

자정의 검날이 전송한 신호로 미리 경고받은 가리우스는 상대측이 충성파 함대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으며 합당한 이유 없이 함선을 낭비할 생각이라곤 없었다. 하지만 싸우지도 않고 크토니아 궤도를 내줄 수는 없었고, 그리하여 명령이 내려졌으니 제국 함대가 전쟁으로 나서자 일백의 태양이 크토니아 상공을 비추었다. 프라이마크를 살해한 반역자들 앞에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노라고 맹세한 아이언 핸드 승무원들의 그렌델이 충성파 함대의 3분의 2를 이끌고 적과 교전하기 위해 궤도를 떠났으며, 나머지 함선은 크토니아 행성계 중심부 소행성과 부서진 바위로 이루어진 미궁 같은 지대를 향해 항로를 설정했다. 가리우스는 한 번의 대담한 기동으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며 다른 지휘관들이 패배만 예상했을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고자 했다.

전진하는 반역파 함선에 눈사태처럼 덮쳐든 그렌델과 호위함들은 반역자들의 느슨한 대형을 유리하게 이용해 최선두 전단을 돌파했다. 전투는 순식간에 함선 간 근접전으로 융해되었고, 각 함선은 별다른 전략도 없이 각자만의 결투에 몰두하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다. 반역파 함대가 흩어진 상황에 충성파 함선들이 침공 함대의 심장에 쏘아진 쇠뇟살처럼 뭉치자 반역자들의 수적 우위는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했으며 그렌델의 무수한 함포 포열은 적 순양함을 차례로 씹어 으깨버렸다.

그렌델이 노리는 표적은 바로 메카니쿰 수송 방주들이었으니, 타이탄의 손실이 반역파 전력에 치명타가 될 것을 알았던 가리우스가 아이언 핸드에게 파괴를 명한 것이었다. 열두 척의 반역파 순양함이 쏟아지는 포격을 떨쳐낸 그렌델은 하부 갑판이 타오르고 선체는 도함 공격대로 가득한 채 목표물에 대한 화포 사거리 안에 진입했다. 공포스러운 포격이 날아갔고, 단순한 순양함의 함포로 가능한 수준보다 한참은 더 강력한 포화가 공허를 뒤덮으며 마치 천상을 강타할 듯한 불길이 쏟아졌으나 그 출처는 그렌델이 아니었다. 대신, 포격은 금속 거수가 항로에서 벗어날 만큼 강력한 힘으로 그렌델의 측면을 관통해 수 미터 두께의 갑옷을 종잇장처럼 갈라버렸다. 악명 높은 기술 비전술사 옐레프 드레이카박 Yelev Draykavac의 검정 선체를 한 전투함, 사크라 아스트라 Sacra Astra가 워프에서 전송되어 나오면서 막대한 다크라이트 랜스를 발포했고, 그렌델을 타격하는 와중에 작은 반역파 함선을 폭파하는 건 아랑곳하지도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사크라 아스트라를 뒤따라 사이클로트레이드 함선들이 몰려왔고, 그들의 자살적인 격노와 이국적인 병기들은 전세를 반역파 측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돌리기 충분하였다. 커다랗게 파열된 그렌델은 비록 함포 사격을 이어갔으며 소수 승무원이 3시간이나 더 싸움을 이어가긴 했으되 우주에선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십여 척의 충성파 순양함은 반역파 제대에 구멍을 뚫고 안전한 심우주로 피신했지만, 나머지는 크토니아 궤도로 이동하는 침공 함대가 지나간 자리에 타올랐다. 마고스 드레이카박은 베렌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보스의 마고스들이 베렌에게 캠페인에서 경쟁자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와중에도 크토니아의 전리품 일부를 받는 조건에 자신의 봉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베렌은 메카니쿰 테크마고스들의 지리멸렬한 정치 모략보다 더 큰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렌델과 제국 함대가 공허 속에서 그를 지연시키는 동안,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가 크토니아에서 그를 환영하기 위해 준비해둔 무언가가 있었으니 말이다.

야망이 불살라진 장작더미

The Pyre of Ambition

침공 함대가 궤도를 장악했고, 충성파 함선들은 행성계 밖으로 도망치거나 그 중심부에 숨어 있었지만 아래서는 위쪽의 공허와 아래쪽 지상을 연결하는 거대 궤도판이 폐허로 전락해 있었다. 가리우스는 궤도판으로 가는 모든 전력을 차단해 반역파가 쓸 수 없게 만들고 베렌에게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했으니, 그는 크토니아를 반역자들에게 넘기기 전에 무가치하게 만들며 적을 괴롭히기 위해선 자신이 지휘하는 모든 함선과 전사를 희생시킬 터였다. 물론 그 희생이 적에게 해가 되는 경우에만 그렇게 할 것이었지만 말이다.

궤도판은 아틀라스 Atlas라 불리는 요새에 연결된 궤도 사다리를 통해 무거운 화물을 크토니아 지상으로 운반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시설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 베렌이 전사들을 배치할 유일한 수단은 궤도 강하를 통해 충성파의 총구 바로 앞에 곧장 떨어뜨리는 것뿐이었다.

그건 가리우스가 품은 분노의 심장부로 직행하는 길이었다.

+ 개인 번역 모음집

+ 모델 있는 네임드는 등장부터 남다르다.

+ 다음편은 전장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