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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단편] 데쉬아 이후 (1)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5 15: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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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필요가 없어.”


긴 침묵을 깨며, 드레거가 입을 열었다. 워 하운드 군단병들 사이에서 퍼지던 긴장감이 순간 누그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스타르테스의 감각이 아니더라도 느낄 정도였다. 칸은 느슨한 대열을 짜고 선 전사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표정에서 새어나오는 미묘한 안도를 느꼈다. 마침내, 누군가 말을 꺼냈기에.


“이럴 필요 없다고.”


드레거는 도저히 칸과 문 사이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이래서는 안 되네.”


하지만 그가 드러내는 다른 징후들 때문에, 그의 평온한 목소리가 그저 연기일 뿐임이 드러났다. 칸은 동료 중대장의 호흡이 전투 준비 상태에 버금갈 지경으로 치솟는 것을 알아챘다. 얼굴의 정맥과 삭발한 두피에서 미묘한 경련이 일었다. 눈의 움직임도, 어깨의 미묘한 흔들림도, 그의 육신 깊이 새겨진 근육 이완 루틴의 흔적이 새겨진 채였다.


그의 피부에서는 세척용 젤 내음이 풍겼다. 하지만 그 아래, 아드레날린의 향취가 느껴졌다. 또한, 아스타르테스의 육신이 위험을 감지한 순간 본능적으로 뿜어내는 초인의 에센스 역시 냄새를 풍겼다.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칸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번 이 이중의 문이 열렸을 때 대기실을 뒤덮었던 피의 짜릿한 향취를 대기 순환 시스템이 아직 다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칸의 혀와 미각 신경이 공기의 피맛을 느꼈다. 칸은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함선의 다른 구역이, 그들이 서 있는 이 대기실만큼이나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반원형 외벽은 병영 갑판과 연결되어 있었고, 평소라면 드넓은 주랑을 따라 요란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 군화 소리, 하급 시종들과 기술진의 더 부드러운 발소리, 그리고 저 멀리 사격장에서 들려오는 총격, 음속에 육박하는 신형 역장 병기들의 윙윙대는 소리까지. 모두 사라졌다. 드레거 뒤편의 회색 강철 이중문 너머의 거대한 방처럼, 갑판이 고요해져 있었다. 그 낯선 고요함 때문에, 칸의 신경과 근육은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칸은 그런 육신을 무시하고 내버려 두었다. 그의 눈빛은 냉정했다.


“8중대장인 내가 현재 최선임 중대장이지.”


칸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계급, 맹세, 황제 폐하. 이 셋을 합치면 내가 뭘 해야 할지 분명해지지. 건방지게 자기가 이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닐세.”


그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포병대의 수석 포격관 자레그였다.


“해결해야 할 문제지, 반드시 해결을, 해결을…”


자레그는 괴로움에 얼굴이 일그러진 채, 침묵하며 문을 가리켜 보였다.


“솔직히…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제9중대 소속 스톰버드 전대의 지휘관 호르츠가 입을 열었다. 칸의 눈에 주먹을 쥔 채 떨리는 호르츠의 손이 비쳤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 중 하나는 군단을 지휘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의 말이 끊겼다. 문 너머에서, 전차 구르는 소리보다도 더 거대하고, 대포의 폭발보다도 강대한 목소리가 분노 속에서 포효했다. 앞을 가로막은 금속판 때문에 흐릿하고 희미하게 들리는 그 소리 앞에, 워 하운드 군단병들은 침묵했다. 총성, 수류탄의 폭음. 체인액스의 울부짖음, 스톰버드의 포효, 수많은 제노들의 날카로운 노호성까지, 그 앞에서 워 하운드 군단병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고 제 맹세와 명령, 그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감히 저 희미한 노호성 앞에 입을 열 수 있는 이가 없었다. 칸을 제외하면 말이다.


“됐다.”


그의 목소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네들 모두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안다. 모두를 호르츠에게 군례라도 올리도록. 지금 여기서 유일하게 아스타르테스식 배짱을 부리는 놈이니까. 황제 폐하께서 우리의 군주이자 지휘관을 여기 데려오셨다. 우리 혈통이 솟는 원천이시고, 우리와 함께 계신 분이지. 우리의 장군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기억하고 있나? 기억하고 있기는 하냐고?”


칸이 둘러보고, 워 하운드 군단병들은 노려보는 시선으로 맞닿았다.


좋은 신호다. 만약 눈을 마주칠 생각조차 못 했다면, 갈겨버렸을 테니까. 상처투성이 회색 장갑문 너머에서 희미한 노호성이 다시 울러 펴졌다.


“자, 여기 집중하자고.”


칸이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이다. 로드 커맨더도, 고깔 투구를 쓴 황금의 커스토디안도, 그 누구도-”


다시 노호성이 터지고, 모두가 등을 꼿꼿이 폈다. 눈은 크게 벌어진 채였다.


“-워 하운드 군단과 군단의 군주 사이를 가로막을 수 없다. 오직 황제 폐하를 위해 우리는 물러설 것이고, 황제 폐하께서는 그분의 지혜를 우리에게 보이셨다. 황제 폐하께서 이 임무를 우리 어깨에 지우셨어.”


칸의 시선이 다시 드레거를 향했다. 칸이 그러하듯, 드레거는 높은 칼라를 한 하얀 튜닉에 푸른 띠를 두르고 진청색의 의장용 부츠와 장갑을 두른 채였다. 실용적인 함상용 회색 차림이 아니었다. 그의 옷깃과 어깨 위로 황제 폐하를 상징하는 벼락의 문양이 반짝였다. 칸과 동일한 차림이었다. 워 하운드가 그들의 가장 엄숙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장을 차려 입은 것이다. 그리고 드레거가 그 차림인 이유는 분명했다. 드레거는 칸을 대신해 들어가길 원했다. 들어가서, 죽음을 맞는 것이 자신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프라이마크가 계시네.”


칸은 그 말을 내뱉으며 전율을 느꼈다. 테라에서 원정을 나선 후 수년이 흘렀고, 워 하운드 군단은 아직 되찾지 못했던 우주에서 강력한 황제의 피조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합류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칸은 샐러맨더 군단이 불타는 위성의 궤도에 대기하던 중 그곳에서 발견한 존재가 진짜 그들의 군주임을 알게 된 순간을 들었다. 노브 쉔닥으로 항해하던 중, 황제의 곁에서 냉정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페투라보를 보았던 순간을, 아이언 워리어 군단이 그들의 군주가 자신들을 지휘할 것임을 깨달은 순간 보인 변화를 기억했다. 모든 군단은 같은 갈망의 빈틈을 품었다. 항해와 전투가 거듭되는 순간 속에서, 그 갈망은 더욱 깊어졌다. 혈통의 근원께서 저 다음 별에 계실 것인가? 이 함선이, 이 통신선이 저 어둠 속에서 그들의 아버지이자 지휘관이신 분이 발견되었음을 전해줄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부에론의 소집 도크에 모였던 그 순간,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발견되었음을 알게 된 순간, 그들의 군주, 그들의 최초, 그들의… 그리고 여기까지 이어졌다.


“이제 우리에겐 프라이마크가 계시다고.”


칸이 다시 되뇌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군단이고, 그분이 원하는 대로 이끄실 것이다. 우리가 황제 폐하의 소유이듯, 우리는 그분의 소유지. 우리의 소원도, 계획도 중요하지 않아. 워 하운드 군단의 지휘관은 이제 워 하운드 군단의 프라이마크를 뵐 것이고, 그 결과는 프라이마크의 뜻대로 될 것이야. 그렇게 되겠지. 이제, 이야기는 끝이네.”


그리고, 자네 차례도 머지 않을 것 같군. 드레거가 군례를 올리고 조용히 문을 향해 걷는 것을 보며 칸은 생각했다. 그 생각에 순간 당황했지만, 칸은 동시에 자신이 무감정하게 그 생각을 떠올렸음 역시 깨달았다. 워 하운드 군단의 피는 뜨겁지만, 그의 생각은 평온하고 무미건조했다. 칸은 워 하운드 군단의 체인액스 아래 파멸로 치닫던 적들이, 혹은 황제가 전장에서 군단에 불명예를 안긴 보조병단에 10분의 1형을 내리는 것을 금하기 이전에 집행당한 이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드레거가 잠금쇠를 돌리고, 문이 소리 없이 바깥으로 열렸다.


문 너머로, 기이하리만큼 무미건조하고 드넓은 계단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다시 포효가 들려왔다. 말이 아닌 포효였고, 목구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노호였다.


칸은 잡념을 떨치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드레거가 뒤에서 문을 닫은 순간, 어둠이 칸을 감쌌다.






칸은 널찍하고 얕은 계단을 따라 거대한 공간으로 내려갔다. 이곳은 앙그론의 개선을 기념하는 전당으로 지어진 곳이었다. 여러 번 드나든 적이 있었지만, 어둠 속에 삼켜진 이 공간은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칸은 익숙지 않은 낯선 공간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프라이마크가 거하는 다른 곳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게 될 것인가?


조심스럽게 천천히 돌로 된 바닥을 걸으며, 강화된 시야를 통해 어둠 속을 살폈다. 프라이마크는 대부분의 조명을 부숴버리거나 떼어버렸다. 이곳저곳에서 생존자들의 흔적이 보였다. 말만 생존이지, 주변의 어둠에 질감을 더하는 새빨간 얼룩의 웅덩이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바닥에 튄 붉은 얼룩의 웅덩이가 새겨진 채였지만, 칸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냄새가 가득하지 않았더라도, 죽음이 가져온 결과는 충분히 익숙했다.


칸은 주위에 있을지 모를 형제들의 모습을 찾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군단장 대행이던 기어는 황제 폐하께서 워 하운드 군단에게 이 의무를 맡긴 순간 가장 먼저 이곳, 알데바란의 제37함대를 찾은 존재였다. 제1중대의 대전사 쿤나르는 의장을 갖추고 도끼날이 달린 지팡이를 쥔 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속에서 기어가 죽은 지 오래라는 확신을 갖고 계단을 내려갔었다. 강습대를 지휘하는 중대장이던 안체스가 다음이었다. 이미 혈향이 진동하는데도 그는 문이 열린 순간 칸과 히아즌에게 농담을 건넸다. 두려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전사였다. 다음 차례는 히아즌이었고, 그가 직접 이끄는 지휘 분대의 기수 두 명이 그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 어둠 속을 걷겠노라 고집을 부렸다. 히아즌이 그들의 프라이마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그의 분노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막아 보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노병 기어의 근위대에서 선임 부사관 역할을 하던 반체는 자신이 다음이 되겠노라고 고집했다. 군단의 지휘권을 인계받아야 하는 역할임에도 말이다. 반체가 그들의 군주에게 향하는 사절의 길을 택하면서, 지휘권은 제2중대의 신나르겐에게 넘어갔다. 이제 그런 것은 무의미했다. 다음 차례는 신나르겐이었고, 그는 반체가 끝장난 지 한 시간 후 최후를 맞았다.


프라이마크시여, 저는 당신의 의지를 따르는 종일 뿐입니다. 칸은 생각했다. 감히 당신을 저희 종이라 부르지 않겠나이다. 하지만, 새로이 발견되신 주군이시여, 아직 군단의 전사들이 살아 있는 동안 그들과 평화를 찾으시는 것이 어떠실지…


깊은숨을 들이쉰 칸이 방으로 한 걸음 들어섰다. 순간, 움직임을 들었다고 느꼈다. 발소리, 흡사 호흡처럼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까지, 다음 순간, 모든 것이 부서지고 소용돌이쳤다. 칸은 그대로 기둥이 솟은 벽에 내던져진 채 고통에 헐떡이며 쓰러졌다.


헐떡임이 숨에 들어간 순간, 그의 반사신경이 제대로 작동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칸은 부러진 오른팔과 어깨로 벽을 붙들었다. 왼팔은 바짝 긴장한 채 방어 태세를 갖췄다. 다음 순간, 그의 강화된 눈이 어둠 속에서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우며 달려드는 거대한 형체를-


그리고 그의 의지가 반사신경을 통제했고, 강철의 노력 끝에 칸은 제 손을 힘껏 내려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칸은 다시 내던져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폐에서는 호흡이 고동치고, 쇄골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린 칸은 미끄러지다가 뒤로 굴러 자세를 고쳐냈다. 훈련과 결단력, 그리고 아스타르테스의 강화된 신경 덕분에 칸은 전투에 대비해 웅크리며 고통을 마음 한 구석으로 치워낼 수 있었다.


그의 의지가 다시 통제를 되찾았다. 똑바로 선 칸은 다시 양손을 옆구리에 바싹 붙였다.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조금 전 있던 곳을 살폈지만, 바닥은 텅 비어 있었다. 어떤 형체도, 열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것을 겪었을까? 순간 칸의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순간, 칸은 생각을 멈췄다. 뒤에서 다가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칸이 말을 하려 입을 연 순간, 아래에서 튀어 오른, 드레드노트의 파괴용 클로보다도 더 크고 단단하게 느껴지는 손이 그의 뒷머리와 목을 움켜쥐었다. 본능보다 의지가 앞섰고, 칸은 자유를 얻기 위해 뒤로 걷어차지 않았다.


“또 다른 놈이냐? 다른 놈들처럼 되고 싶은 놈이냐?”


칸의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흡사 뜨거운 자갈 움큼이 굴러가는 것 같은 거친 소리였다.


“만들어진 전사들, 그럴싸한 차림이군, 으어…”


잠시 칸의 목 뒤를 움켜진 손이 부르르 떨렸다. 흡사 대기권에 진입하는 스톰버드처럼 육신이 뒤흔들렸다. 다음 순간, 뒤에서 들려오던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포효로 변했다.


“싸워라!”


칸은 전당을 가로질러 한 손에 이끌려 길고 흐릿한 걸음을 옮겨야 했다.


“나와 싸우라고!”


다음 순간, 칸은 그대로 벽에 후려쳐졌다. 그의 이성이 붉게 물들고 휘청이리만큼 강렬한 일격이었다.


“나와 싸워!”


또다시 칸의 육신이 벽을 후려치고, 붉게 물든 시야는 이제 검게 변할 지경이었다. 사지에 힘이 풀렸다. 잘려나간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포효가 터질 때마다 그의 귀가 마비되는 것 같았고, 노호성이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뒤죽박죽된 사고력을 짓이겼다.


“싸아우라고!”


강철처럼 단단한 손이 칸의 부러진 팔을 움켜쥐었다. 순간 칸이 번쩍 들려 허공을 나뒹굴었다. 칸은 등부터 벽에 내던져졌고, 커다란 손이 그런 칸을 어두운 대리석 벽에 그대로 붙들었다. 발은 허공에 뜨고, 부러진 어깨는 통증으로 불타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아스타르테스에게 적용된 생화학 기제가 그의 통증과 인지 능력을 안정시켰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퍼지며 칸은 맑은 눈으로 프라이마크의 얼굴을 직시할 수 있었다.


구릿빛의 붉고 억센 머리카락이 높은 이마에서 흘러내렸고, 창백한 눈은 광대뼈 뒤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코는 도끼가 남긴 흔적처럼 우뚝했고, 넓고 얇은 입술을 한 얼굴이었다.


그가 죽음의 순간까지 따라야 할 장군의 얼굴이요, 현자들이 감히 그 발치에나마 앉기 위해 싸우게 될 스승의 얼굴이었으며, 세상의 숭배를 받는 왕의 얼굴이었다. 프라이마크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격노 속에 그 얼굴은 야수의 면상이었다. 흡사 두개골 아래 솟아난 종양처럼, 분노가 얼굴의 모든 부분을 일그러뜨렸다. 눈은 노랗고 텅 빈 구덩이가 되었고, 자랑스럽게 솟은 이마와 턱의 선은 무너졌으며, 입술은 흡사 이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친 듯이 친숙한 얼굴이었다. 워 하운드 군단을 찍어낸 주형을 담은 군주의 얼굴이었다. 붙들린 채 바라보는 동안, 그의 머릿속을 전투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제 얼굴들을 가리는 빛의 가면을 쓴 채, 왜곡된 조롱으로 그들을 도발하던 제노들과의 전투가 남긴 기억이었다.


프라이마크의 우악스런 손길은 더욱 억세졌다. 칸은 순간 일전에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의 군주들 중에, 이런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이가 있다는 식이었던 것 같은데. 천천히, 앙그론의 다른 손이 칸의 얼굴 앞으로 올라왔다. 어둠 속에서도, 칸은 빠르게 응고되어 프라이마크의 손가락을 뒤덮은 단단한 피딱지가 부서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굴 앞에서 떨리던 주먹은 꽉 쥐어진 채 한참을 멈춰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주먹은 천천히 펼쳐져 날카로운 발톱의 형상을 취했다. 칸은 발톱의 형상이 된 주먹이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양 눈에 각 손가락을 꽂아 넣으면 충분히 눈구멍을 뚫고 들어가 뇌를 찔러댈 수 있을 것이다. 엄지손가락은 턱 아래 꽂혀 목을 짓누를 테고, 그리고서 주먹 전체가 억세게 쥐어져 두개골 전반부를 으스러뜨리거나, 혹은 머리 자체를 목에서 떼어낼 것이다. 아스타르테스의 뼈는 분명 강인하게 빚어졌다. 그렇다면 프라이마크가 단 한 손으로 그 단단한 골격을 뜯어버릴 수 있을까? 칸은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격은 없었다. 일격 대신, 앙그론은 앞으로 몸을 숙였다. 으르렁거리는 가고일을 연상시키는 앙그론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입이 칸의 귀에 닿았다.


“어째서지?”


흡사 돌을 짓이기는 전차 궤도의 소리처럼 느껴지는 속삭임이었다.


“네가 무엇을 위해 빚어졌는지 알겠다. 너도 나처럼 피를 흘리기 위해 만들어졌지. 내가 그러하듯, 네놈도 평범한 인간이 되도록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아주 길고 야만적인 으르렁거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냐? 왜 승리의 밧줄이 새겨져 있지 않지? 손에는 왜 무기가 없느냐? 온순하게 걸어 내려오는 이유가 뭐냐? 내가 정녕 흘리고자 하는 피가 누구의- 허?”


그들은 너무도 가까이에 있었기에, 앙그론은 칸이 짓는 미소를 뺨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앙그론은 고개를 뒤로 빼고서 칸의 미소를 보았다. 앙그론의 눈아 잠시 감겼다가 번쩍 뜨여졌고, 앙그론은 그대로 다시 칸을 벽에 밀어붙이며 경련했다. 칸을 움켜쥔 손가락은 폭력의 절제 속에서 두근거렸다.


“무슨 짓이지? 이를 드러내는 거냐?”


다시 한번, 앙그론이 칸을 벽에 후려쳤다.


“왜 웃는 거냐?”


질문의 끝에, 목소리는 산산이 부서지는 노호가 되었다. 보통의 필멸자에 비길 수 없이 회복력이 빠른 칸의 청력조차도 그 굉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칸은 그것이 수사학적인 질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앙그론은 지금 진정 칸이 내놓을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칸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그저 거친 쉰 소리일 뿐이었다.


“저는 제 군단의 형제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마른 목을 달래며, 다시 입을 열기 위해 침을 삼키려던 순간 앙그론이 칸을 그대로 벽에 다시 휘둘렀다. 그대로 칸은 내던져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앙그론은 그대로 칸을 걷어찼다. 공중에 붕 떠오른 칸은 찢겨나간 차가운 시체와 맞닥뜨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피와 내장이 뿜는 악취가 가득했다. 누구의 시체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앙그론은 맨발로 돌바닥을 짓이기며 거리를 좁혔다. 둘의 으르렁거리는 숨소리가 하나로 엉켜왔다. 몸을 움직이려 애쓰는 칸의 옆에 앙그론이 그대로 도약해 내려앉아 웅크렸다. 앙그론은 다시 칸의 머리를 조여들었다. 이번에는 턱과 얼굴 쪽이었다. 반쯤 일으켜 세워진 칸은 앙그론의 시선을 목도했다.


“자랑스럽다라.”


앙그론의 입술이 흡사 단어를 씹어내듯 뱉었다.


“네 형제들. 전사들도 아닌 놈들. 네놈들 중 누구도 싸우려 들지 않는다. 왜… 너희… 는…”


앙그론은 힘겹게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빈손이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쥐었다.


“어떻게, 어, 어떻게, 으으…”


그리고 다음 순간, 앙그론은 그대로 칸의 옷깃을 움켜쥐고서 바닥에 칸을 후려쳤다. 칸의 등이 바닥을 후려친 순간, 바닥에 널브러진 유골들이 끔찍한 소리를 냈다.


“네놈들은 자랑스럽지 않다!”


앙그론이 다시 노호했다. 칸은 현기증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앙그론의 주먹에 으스러지던 뼈가 그 노호에 더 으깨질 지경이었다.


“분별 따위도 없이 버텨선 네놈의 형제들에게 무슨 자랑스러움이냐! 도살자 앞에 끌려온 송아지처럼 멍청한 눈을 한 주제에! 네놈들 중 누구도 싸우지 않아! 내 형제들, 내 형제자매들은, 으…”


칸의 옷깃을 움켜주니 손이 풀렸다. 칸은 눈을 깜빡였다. 다시 눈이 맑아진 칸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앙그론은 더 이상 칸을 보고 있지 않았다. 프라이마크는 허리를 숙이고 앉은 채,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대하고 억셌지만, 거의 말을 빚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칸은 프라이마크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내 가련한 전사들.”


앙그론이 웅얼거렸다.


“내 잃어버린 형제들.”


그리고 손을 내린 앙그론이 칸의 눈을 직시했다. 여전히 그 눈에는 격노가 엉겨 있었다. 하지만 용광로같은 그의 눈빛은 어두운 주홍에 가까웠다. 노호하는 진홍이 아니었다.


“네놈의 형제들은.”


지친 목소리였다.


“내 형제들과 전혀 다르다. 네놈이 무엇이건 말이다.”


네놈이 무엇이건 말이다. 그 말이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앙그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바닥에 쓰러진 채, 칸은 떨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제 이름은 칸입니다. 저는 군단의 전사이며-”

“아니다!”


앙그론의 주먹이 칸의 머리 옆의 바닥에 꽂히며 바닥을 깨뜨렸다. 돌 파편이 그의 피부를 찔렀다.


“네놈은 전사가 아니다! 아니라고!”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에 속해 있습니다. 저희는 전투 형제들로 묶인 채-”

“아니! 죽었다고!”


앙그론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의 고개가 젖혀지고, 그 목에 엉긴 근육이 보였다.


“-만인의 사랑을 받으시는 황제 폐하를 섬깁니다.”


칸은 차갑고 평온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인류의 주인이시며, 우리의 지휘관이자 장군이시고-”


황제라는 이름이 언급된 순간, 앙그론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고개를 젖힌 채 어둠 속에서 솟구친 짐승처럼 칸을 향해 달려들었다. 칸은 충격 속에 침묵에 잠겼다. 먹이를 덮치는 뱀처럼 빠르게 닥쳐든 앙그론의 손길이 그대로 칸의 발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허공으로 휘둘러 던져버렸다. 허공에서 몸을 비틀거나 구부릴 시간조차 없었고, 칸은 겨우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벽에 부딪혀 바닥 위로 나가떨어졌다. 머리를 적회색 안개가 감싸고 있는 기분이었다. 앙그론의 목소리가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을 이루지 못하는 울부짖음이었다. 칸은 그에게 이식된 장기들이 작동하며 육신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앙그론의 일격에 무언가 심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아마 아포세카리가 다뤄야 할 사항일 것이다. 뭐, 이 모든 게 끝나고 어떤 조각이 내 몸뚱이 조각인지 알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리고 칸은 그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음하는 육신을 팔꿈치와 무릎 위로 끌어올릴 힘이 솟아났다.


앙그론의 발이 칸의 어깨뼈를 그대로 짓이겼다. 흡사 대장간 망치처럼 후려쳐진 발길질에 칸은 다시 바닥에 납작 쓰러졌다. 이미 금이 간 흉골에서 찢긴 것 같은 통증이 일었다. 칸은 헐떡이며 흉곽에 엉긴 골격의 방패가 삐걱대는 것을 느꼈다.


“쉽게 다치지도 않는군, 그렇지? 이 순해 빠진 종이 인형 놈아?”


저 위에서 들려오는 앙그론의 목소리는 이제 날카로운 그르렁거림이었다.


“싸우지 않는 전사를 만든다고? 그래, 그 빌어먹을 살인마 사령관이나 할 짓잊.”


칸의 신진대사는 폐의 호흡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작동 속도를 변화시켰다. 그와 함께 칸에게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세 번째 폐는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고기능 상태로 전환했고, 간질거리는 압박이 느껴졌다. 혈액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어란상 신장이 가동되며 복부에 따뜻한 감각이 느껴졌다.


“자기 대신 비겁하게 나약한 종이 인형이나 보낸다. 아 그래, 그런 방식은 아주 잘 알지.”


앙그론은 거의 이어지는 으르렁거림으로 말하고 있었다.


“피가 뿜는 열기를 제 손으로 느껴본 적도 없겠지. 피부가 찢긴 일도 없을 테고. 두뇌에 도살자의 대못이 박혀본 적도 없겠지. 한 번도 혓바닥으로는… 허.”


칸의 등 위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앙그론의 반대편 발은 짓누르는 압력의 균형추 역할을 하지 않았고, 서서히 들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칸을 짓누른 압력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칸은 세 개의 허파로 공기를 그러모았다. 그러는 동안, 앙그론은 칸을 걷어찼다.


“내가 본 인간의 죽어가는 방식은 네놈에게는 해당하지 않겠지.”


앙그론은 흡사 장식용 조각상처럼 우뚝 선 채 칸을 순간 내려다보았다.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사냥감 냄새를 맡는 커다란 고양이과 야수처럼 앙그론은 칸의 주위를 맴돌았다.


“상처를 버티는 방식이… 흐으음…”


앙그론의 한 손이 순간 그의 두피를 덮었다. 칸은 그의 손가락이 깊게 패인 흉터의 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랑 비슷하군. 네놈의 피도 나처럼 스스로 굳어지고… 그 냄새도…”


앙그론이 다시 주먹을 쥐었고, 칸은 그 강대한 힘이 팔뚝을 타고 어깨로, 목으로, 그리고 다시 한번 분노의 가면으로 화하여 프라이마크의 얼굴에 엉기는 것을 보았다. 천천히, 서툴게 한쪽 무릎을 꿇은 칸은 새로이 닥칠 공격을 예상하고 이를 악물었지만, 앙그론은 그저 칸의 주위를 계속 돌 뿐이었다.


“맨주먹으로 싸우는 전사라기보단 무기에 익숙한 행태군. 내가 널 죽이는 곳이 뜨거운 먼지 위에서였더라면, 네 이름을 알아냈겠지. 나에게 충분한 예를 갖추고, 함께 밧줄을 새겼을 테니.”


칸을 둘러싸고, 소리 없는 묵직한 발자국이 계속 옮겨졌다. 흡사 묵직한 사슬을 어깨 위에 두른 듯, 프라이마크의 시선이 칸의 위로 올라 앉았다.


“네 이름도 모르는 자에게 죽음을 맞는다는 게, 신경 쓰이지 않았나?”


칸은 그게 신경이나 쓰일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답해야 할 질문이 아니었다. 지금 칸은 이 자리에 사절로서 군단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온 것이지, 토론을 나누러 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저희는 주군께서 이끄시는 군단입니다, 프라이마크 앙그론이시여. 저희는 주군의 도구이며 주군의 명을 따릅니다. 적의 죽음을 명령으로 내리실진대, 저희의 죽음 역시 주군의 명으로 가능하나이다.”


이번에는 주먹질이나 조르기, 혹은 걷어차기가 아니었다. 그저 두 빈 손이 그대로 칸의 머리를 연이어 후려칠 뿐이었다. 칸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한 번만 날 더 조롱하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네놈의 해골을 부숴 버리겠다.”


앙그론의 목소리는 절제된 떨림이었다. 그것이 노호보다도 더 두려웠다.


“내 전사들, 내 형제자매들, 오오, 내 용맹한 이들, 내 형제들, 내…”


몇 초 동안, 앙그론은 그저 고개를 까딱이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입이 벌어진 채, 아무 소리도 빚어내지 않은 채였다.


“그들은 모두 죽었다, 나를 남겨두고 다 죽었어, 나는…”


앙그론의 주먹이 움직여 허벅지와 가슴 위를 때리기 시작했다. 한 주먹을 당겼다가, 다른 주먹이 그대로 임과 뺨을 감쌌다. 방 안의 새로운 정적 속에서, 그가 자기 살을 물어뜯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칸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앙그론은 무릎을 꿇고, 제 얼굴 앞까지 들어 올린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근육은 팽팽하게 조여진 채였다.


침묵이 내렸고, 마침내 그 침묵을 깬 것은 칸이었다.


“저희는 주군의 군단입니다. 주군의 피와 유전자로 저희가 빚어졌고, 주군의 형상대로 저희가 깎여졌나이다. 저희는 주군이 계신 곳을 찾아 지금까지 싸워 왔고, 피를 흘리며 세계를 불태웠나이다. 수많은 제국을 조각냈고, 수많은 종이 저희 앞에 망각되었나이다.”


제발 말을 마치게 해 주소서, 주군이시여. 칸은 제 목소리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저희 청원을 주군께 전하는 것으로 제 임무는 끝나고, 저는 만족하나이다. 주군의 뜻대로 하소서.


“저희는 절대 주군과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저희 프라이마크시오, 단순한 지휘관이 아니라 저희 혈통의 조상이시며 저희의 근원이십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주군께 맞서 싸울 수는 없으며, 제 전투 형제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나이다. 저희는 이곳에 사절로서 왔으며, 저희 군단과 저희… 저희 황제 폐하를 위하여 왔나이다.”


칸은 순간 긴장했지만, 앙그론은 이번에는 그 단어에 반응하지 않았다.


“저희는 주군께서 빚어지실 때부터 준비된 생득의 장소에 서실 것을 간청하기 위해 주군 앞에 온 것입니다.”


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앙그론이 여전히 무릎을 꿇고 몸을 웅크린 곳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조차도 프라이마크가 열기처럼 뿜어내는 폭력의 기운이 칸을 멈칫하게 했다. 칸은 불안한 숨을 몰아쉬었다. 상처가 발하는 고통이 그의 의식 가운데 머물며 쏘아대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칸은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서, 보트 행성의 산자락에서 최면으로 새겨진 전장 훈련을 떠올리며 고통을 억눌렀다. 그러면서, 칸은 다시 의지를 다졌다.


칸은 그렇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짤막한 휴식 속에서, 칸은 제 마음을 이 임무에 온전히 바쳤다. 전장에서, 요새화 작업에서, 검을 휘두르는 적 앞에서 집중하듯 말이다. 칸은 자신의 임무에 대해, 재앙에 가까웠던 행성 표면 강화 전후 황제 폐하의 기함에서 벌어진 사태를 담은 보고서에 대해, 그리고 제 프라이마크가 뱉은 말에 대해 생각했다. 저 아래에서 전투가 벌어졌음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칸은 저들을 떠올리며 부러움을 느꼈다. 지금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반군들은 그들의 프라이마크 영도 아래 움직이는 영광을 누렸으니까. 그 자리에서-


“솔직히 그들이 부럽습니다.”


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주군과 함께 싸웠던 이들, 그들을 제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이다. 그들은 주군을 따라 전장에 섰고, 제 형제들과 제가 주군께 청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이나이다. 그들이 그러했듯, 저희 역시 주군 곁에서 싸울 기회를 주소서.”


천천히, 프라이마크의 손이 얼굴에서 내려왔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깨지지 않은 조명에 등을 대고 무릎을 꿇은 채였다. 실루엣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칸의 눈에는 앙그론의 얼굴이 들어왔다. 거대한 얼굴 위로 씁쓸하고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네가? 대못도, 밧줄도 없는 주제에. 칸, 소위 군단에 속해 있다고 했더냐? 조롱하려거든 머리가 있어야 하는 거다. 수용소에서 너랑 했을 법한 건 운동 정도밖에 없다. 조추라는 아주 무자비하게 널 박살을 냈겠지. 혓바닥이 날카로운 꼬마였다.”


미소에서 씁쓸함이 사라졌다.


“그 녀석은 다른 사람들을 미끼로 꼬여내곤 했어. 감옥에서 처음 그런 꼴을 봤고, 떠돌면서도 그러는 걸 자주 봤다. 그 자식이 조롱하고 나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지. 그리고 그 꼬맹이와 놀림거리가 된 놈은 나머지보다도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뭐랄까… 좋았지. 보기 좋은 꼴이었다. 조추라는 자기가 죽는 날이 오면, 저를 죽인 놈을 비웃으며 죽겠다고 항상 맹세했었다.”


미소가 사라지고, 앙그론의 입이 잔인하게 비틀렸다.


“나는 그에게 말했어… 말했다고… 으으.”


큰 주먹이 다시 바닥을 후려치고, 칸은 그 충격을 느꼈다. 다시 말하려 했지만, 앙그론의 팔은 시각의 흐름보다도 빠르게 뻗쳐 왔다. 그대로 앙그론의 손이 칸의 턱과 목을 한번에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앙그론의 외침은 너무도 거대했고, 거의 백색 소음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손은 흡사 자루라도 흔들 듯 칸을 뒤흔들었다.


“우린 맹세했다! 맹세했다고!”


앙그론은 칸을 앞뒤로 흔들어댔다. 그의 다른 손은 바닥을 거칠게 후려치고 있었다. 그 모든 소란 속에서, 날카롭게 새로운 냄새가 칸의 후각에 새겨졌다. 칸은 그것이 갓 흘린 프라이마크의 선혈임을 깨달았다. 앙그론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돌바닥을 계속 후려쳤다.


“우린 맹세를 바쳤다.”


앙그론의 말이 이어졌다. 흡사 강철을 짓씹어 비틀면 저런 소리가 날까 싶은 것 같은 신음에 가까운 낮은 소리였다.


“데쉬아로 가는 길이었다. 나는 그들 각자에게 내 밧줄에 새로운 상처를 새겨달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밧줄에 새로운 상처를 새겼지. 그리고 우리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높이 선 자들에게 1백 년은 피를 흘려야 할 상처를 새겨 주겠노라고 맹세했다!”


앙그론이 칸의 목을 억세게 조여댔고, 칸은 그것을 뿌리치려는 욕망과 맞섰다.


“그놈들의 증조할애비조차 공포에 질려 울부짖을 그런 상처를 말이다! 감히 다시 뜨거운 먼지 위를 바라본 순간, 똑똑히 떠올리게 될 그런 상처를!”


조여들던 앙그론의 손길이 풀리자 다시 칸은 허파에 공기를 채울 수 있었다. 반쯤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앙그론의 손은 칸의 머리 양쪽을 움켜쥔 채였고, 칸은 거기 매달려 있었다. 앙그론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다 지나고 보니, 그 맹세조차도 모자랐군.”


앙그론이 손을 풀어버리자, 칸은 그대로 바닥에 구겨지듯 쓰러졌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르니까.”


칸이 눈을 다시 떴을 때, 앙그론은 칸의 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였다. 팔꿈치는 무릎에, 머리는 어깨 너머로 내민 채, 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칸은 더 이상 프라이마크의 선혈이 뿜는 혈향을 느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가 잠시 의식을 잃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그냥 어둠 속에서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걸까? 어쩌면, 앙그론의 피는 칸의 그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응고되고 상처를 닫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라고 칸은 생각했다. 숨을 들이쉰 칸은 깜빡이는 고통 속에서 팔꿈치로 몸을 일으켰다.


“너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지, 종이인형?”


칸을 꼭두각시처럼 휘두르고 내던지던 악마적인 목소리는 사라졌다. 너무도 차가운 목소리에, 칸은 놀랄 지경이었다.


“먼지에 섰을 때 군례를 바치더냐? 높이 선 자들이 그러듯이, 제 혈통을 밝히느냐? 아니면 우리가 그러하듯, 제가 죽인 이를 밝히더냐? 손에 든 무기가 피의 열기로 달궈지기까지, 너희는 무엇을 하느냐? 한번 말해봐라.”

“저희는-”


칸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렇게 널브러진 채 입을 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감각이 그의 가슴을 메웠다. 끝까지 몸을 일으킨 칸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호흡을 고르며 고통을 견뎠다. 바닥에 제멋대로 앉아 있음에도, 앙그론은 칸보다 머리 반 개 정도 키가 컸다.


“순간의 맹세를 바칩니다.”


칸이 입을 열었다.





신 블라 업로드용으로 압축함. 분량 넘쳐서 둘로 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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