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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단편] 등불의 빛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20 23: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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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파고든다면 소환 명령인 전언.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요청이자, 장군이 병사에게 내리는 명령이었다.


내 쪽으로 서둘러 오너라. 할 얘기가 있단다. 라는 전언이었다.


평등한 관계처럼 꾸며도, 모타리온은 완전한 가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류의 황제는 불가침의 명령만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기에.


‘너는 뭔데 유전-아버지께 거역하는 건가?’ 라는 의문이 전사의 희뿌연 생각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며, 너무나 잘 아는 이 목소리가 모타리온에게 들려온다.


프라이마크는 창백한 얼굴을 두르는 후드 아래서 눈을 떴다. 모타리온이 몇 달 전부터 제2의 피부처럼 익숙해진 아티피서 아머를 뒤덮은 거대한 망토가 그가 앉아있던 낮은 철제 벤치로부터 갑판까지 흘러내렸다.


이 갑주는 모타리온에게 하사된 후로 대대적인 수리를 거쳤다. 내복, 전투판갑과 인공 근육은 마치 원래 몸처럼 프라이마크에게 맞았지만, 건틀릿, 정강이받이와 흉갑에 달린 화려한 장식과 군용 장신구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모타리온은 황제를 섬기는 문장 장인들에게는 당황스럽게도 전장에만 필요한 문양만을 남긴 채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했다.


대신 자신의 옛 삶처럼 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도 강렬한 해골과 태양의 상징, 데스 가드의 문장을 주조해 판갑에 부착했다.


해골은 모타리온과 동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이요, 여섯 개의 꼭지점을 가진 태양은 자신의 세계에 가져온 자유의 빛을 상징했다.


‘하지만 우리의 세계는 정말 자유로운걸까?’ 작은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권을 벗어나자, 속삭이듯 물어오는 목소리에 모타리온은 우주선의 현창으로 눈을 돌렸다.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성운에 둘러싸인 그곳에서 그는 바르바루스의 둥근 지표면을 보았다. 이 먼 곳에서 바라보는 고향은 옅은 노란 태양이 비추면서 누런 황갈색으로 휘몰아치는 구름 폭풍 같은 모습이었다. 육지의 형태는 구름 덩어리 아래로만 어렴풋이 보일 뿐. 음산하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행성이지만, 모타리온의 마음속에는 미묘한 우울감이 맴돌았다.


자신의 진정한 뿌리가 계속해서 파헤쳐지더라도, 바르바루스야말로 모타리온이 태어난 고향이로다. 바르바루스가 지금의 모타리온을 벼려냈고, 이 점을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하지만... 모타리온은 이 태양계에서 가장 먼 궤도로부터 수십억 광년 너머에서 굽이치는 성운의 장막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양아버지이자 잔혹한 오버로드 네카레의 책으로부터 얻은 금지된 지식인 태양 주위를 도는 바르바루스의 또 다른 행성에 대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심연처럼 끝도 없이 어두운 흑막 너머로 수조 개의 별과 행성이 더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니... 생각만 해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저 행성들 위에서 무장한 손을 모래와 바닷물에 담가보고, 새로운 땅과 낯선 풍경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전투를 치르고 싶었다. 어렸을 적 이후로 이토록 지식을 갈망했던 적이 없었건만, 앙상하고 잔혹한 네카레는 그를 구타하고 오버로드가 바라지 않던 교육을 금지하여 계략과 속임수만을 배워야 했었다. 이 익숙한 좌절감이 되살아나는 게 느껴진다.


모타리온의 아버지, 즉 진정한 친아버지인 황제는 그와 재회한 후 바르바루스 태양년 동안 이 행성계를 벗어나지 말라고 명했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번 상상해봐,’ 한 목소리가 말해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평생을 한 방에 갇혀 살아가다가 문이 열리고 거리, 마을에 나라 너머 온 세계가 보이는 광경을. 그런데 넌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하는군. 아직은 안된다면서 말야.’


‘실망스럽기 짝이 없구만.’


황제는 바르바루스에 막강한 함대를 이끌고 독기가 찌들은 세계의 백성들에게 수 천년 동안 단절되었던 인류 제국에 다시 합류할 기회를 주겠노라며 선언했고, 사람들은 주저없이 받아들였다.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인간이고, 모타리온의 아버지라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에 어떻게 거역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격변에 모든 것이 변해가며, 모타리온은 갈수록 자신이 살아온 옛 삶의 실낱을 붙들고 있는 게 더욱 힘겨워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황제가 도래하기 전, 모타리온은 최고위 오버로드의 반항적인 아들이며, 네카레의 끔찍한 무기이자 그의 증오스러운 적으로 돌아선 존재였다. 그는 양아버지와 이 뒤틀린 괴물이 통치하던 야멸스러운 종족에게서 등을 돌리고, “열등민”이라 불렸던 인간들을 해방시키려 이들을 지배했던 짐승들과 싸워왔었다.


이방인으로 살아왔던 모타리온은 전사가 되었고, 마침내 지도자로 거듭났다. 그는 군사를 일으켜 영토를 하나씩 되찾으면서, 그 중 가장 훌륭한 자유의 투사들을 데스 가드로 임명하고 불굴의 칼날이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


모타리온은 라스크와 무나우, 스코르발과 카르굴같은 전사들은 물론, 자신의 통렬한 전우이자 배척당했던 동료였던 칼라스 티폰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생각 속에서 물어오는 목소리는 항상 칼라스의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실제로 모든 것에 도전해보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게 그의 오랜 친구의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그 전사들 모두 황제가 떠난 후 남겨둔 함선을 타고 높은 궤도에 올라 이곳에 있었다. 모타리온의 최정예들은 가장 먼저 궤도에 오르고는 함선의 생물학 실험실에서 제국의 최첨단 기술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지금도 모타리온이 가장 신뢰하는 병사들이 받는 철저한 유전자 변형, 생체 이식과 신경 재설정 과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모타리온은 고개를 돌려 함선의 화물칸에 같이 있던 회색 갑주의 전사들 중 한 명을 흘끗 쳐다보았다. 더스크 레이더라고 불렸던 저들은 황제의 아스타르테스 군단, 소위 스페이스 마린이라는 부류였다. 인간보다 위대하지만 인간으로부터 태어났으며, 모라리온이 저들의 종부인 이상 모타리온을 따르는 자들.


언젠가 티폰과 라스크도 저렇게 되겠지. 바르바루스의 데스 가드라는 평범한 흙덩이들이 새로이 빚어져 황제가 모타리온에게 하사한 전사 군단과 나란히 빛 속을 거닐 날이 올 것이다. 그날부터 모두가 이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니라.


물론 그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몇몇은 강제 변화로 인한 엄청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너무 늙었거나 염색체 구조가 황제의 생체 개조 기술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커다란 은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좋은 재료를 낭비하는 꼴이구나.’ 머릿속 목소리가 말했다.


회색 갑주를 두른 군단원은 자신을 바라보는 프라이마크의 시선을 느끼고 몸을 세웠다. “전하,” 그가 한 발짝 다가오며 물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그는 다른 더스크 레이더처럼 테라 출생 군단원이었다. 모타리온의 명령에 따라 이 군단원들 역시 데스 가드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바르바루스의 창백한 자손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XIV 군단의 전사들은 황제의 머나먼 옥좌 세계의 북쪽 땅에서 온 수십 개의 이질적인 민족 출신이자, 친아버지가 “대성전”이라고 부르는 전투로 단련된 노련한 전사들이었다.


강력한 볼트건으로 무장한 이 전사는 모타리온의 근위대에 배정된 군단원 중 한명이자, 최고의 투사였다.


“이름이 뭔가?” 프라이마크가 물었다.


“알렉수스 사엘 군단원입니다, 전하.” 그가 목례를 했다.


모타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최근에 행성계 안에서 전투 훈련을 벌었던 이 전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원문이 one of the outer worlds of the system인데, 다른 행성계에서 훈련했다고 번역하려다가 행성계를 못 벗어난다는 위 문단이랑 상충되길래 저렇게 번역함)


‘저 총을 잘 다뤘었지.’ 모타리온이 떠올렸다. ‘이런 전사들이 열 명 정도만 있었어도 바르바루스를 몇 년이 아니라 며칠 만에 해방할 수 있었을 텐데.’


모타리온은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이 테라인들을 불신했었다. 황제의 강림 이후, 그는 자신의 친아버지의 전쟁을 위해 지휘하라는 암시와 함께 더스크 레이더를 하사 받고 이 군단의 사령관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지도자도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로 시작할 수는 없는 법. 모타리온이 제국으로부터 받은 새로운 무기와 갑주를 쓰는 법을 배워야 했던 것처럼, 이 아스타르테스 군단과 함께 싸우기 위한 전술과 전략도 배워야 했다.


그는 학습 속도도 빠르고, 수개월에 걸친 워게임과 훈련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모타리온은 완전히 채비를 갖추고 당장 바르바루스를 벗어나 은하계 너머로 모험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모타리온이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깨어날 날 만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었던 것만 같은 이 기이한 연대감을, 더스크 레이더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대감을 느꼈다.


“질문이 있다, 사엘. 곧 아버지의 지휘함과 도킹하는데, 절차는 어떻게 되느냐?” 모타리온이 물었다.


사엘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무슨... 절차를 말하시는 겁니까?”


“아직 이 일이 익숙하지 않구나. 저들이 내게 무엇을 바라는지 아느냐?”


“아.” 전사는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많은 사람들이 성대한 의식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중요한 행사니 지켜야 할 격식이 많을 거라 추정됩니다.”


후드 아래서 모타리온의 수척한 얼굴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건 견딜 수가 없다.”


사엘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도 전하께서 꺼리시는 건 알겠습니다만, 저는 이 명령을 무시할 수 있는 계급이 아닙니다.”


“내겐 있다.” 모타리온은 벤치에서 일어나 선체의 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평화로운 침묵 속에서 나머지 항해를 지나고, 함선이 거대한 정박지의 떡 벌어진 입구를 향해 방향을 틀자 금과 강철로 된 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황제의 기함인 전투 바지선 부케팔로스의 거대한 선체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조각된 무기와 다양한 형태의 갑옷으로 장식된 이 함선은 군사적 기교가 낳은 화려하면서도 위협적인 거대한 작품이었다. 부케팔로스의 크기가 너무나 큰 나머지 자체적으로 중력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바지선을 황도면 멀리에 정박시켜야 했었다. 바르바루스에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면 이 함선만으로 행성의 가혹한 기상 환경의 물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버지의 함선은 위대하며, 모타리온은 황제의 함대에 이런 크기와 범위의 함선이 더욱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일부는 모타리온의 유전-형제들, 자신처럼 성인이 되기 전에 천계로 흩어진 프라이마크 형제들의 소유였다. 첫 만남이 끝난 후, 황제는 그 사건에 대해 간결하게 이야기하며 아들들이 겪은 시련에 대해 진심 어린 감정과 비통을 드러냈다. 하지만 모타리온이 이 ‘흩어짐’의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자, 아버지는 매번 대답을 피했다.


‘저 분이 그토록 전능하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둔거지?’ 이 조용한 질문에 대한 잠재적인 대답은 모타리온의 기분을 더욱 어둡게 만들 뿐이다.


셔틀이 부드러운 굉음을 내며 착륙했고, 곧이어 격실 끝에 있는 문이 조리개처럼 열렸다. 향기로운 공기가 함선 안으로 들어오자 군악대의 나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모타리온의 입술은 비웃음으로 번지고, 해치를 통해 걸어 나오면서 사엘과 근위대원들에게 제자리에 머무르라는 손짓을 보냈다.


전투 바지선의 넓은 정박지에 발을 내디디자 금빛 갑옷을 입은 커스토디안 가드 대열이 군기와 무기를 들고 경례를 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국가를 연주하는 악사들과, 목적과 기능을 알 수 없는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을 갖춘 사람들도 보인다. 모타리온은 그 사이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거니며 관심있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모타리온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모여든 군중을 무시하고 혼자서 낮은 계단을 올라 높이 솟은 진홍색 벨벳 커튼으로 둘러진 환한 단상으로 걸어갔다. 그의 아버지는 없었지만, 프라이마크는 주저하지 않았다. 팡파르가 예기치 못하게 일찍 끝나자 주변은 정적에 휩싸이고, 단단한 부츠가 갑판을 밟아 울리는 소리와 충격을 받은 관원들이 쑥덕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가 단상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한 남자가 모타리온을 뵈러 튀어나왔다. 길쭉한 모자를 쓰고 여러 기계 증강장치가 달린 양단 외투를 입은 이 인간은 지지대라는 게 없는 장치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강철 거인에서 뽑아낸 눈알 같은 기계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면서 외투를 입은 남자의 모든 말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타리온 전하!” 그가 두려움과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걸음이... 그... 예상보다 빠르셔서 말입니다!” 그는 커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원래 전하의 아버지께서 먼저 나오시고-”


프라이마크가 인간의 말을 끊었다. “자네는 누구고, 뭘 하러 온겐가?”


남자는 말을 더듬다가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으려 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황실의 저명한 리멤브란서이자 기록가인 래클랜드 쏜이며-”


모타리온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리멤브란서라는건 뭔가?” 모든 시선이 프라이마크에게 쏠렸지만 모타리온은 무시했다. 


“전... 기록을 하죠.” 쏜은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움직이는 기계 구슬을 가리켰다. “그리고 글도 씁니다.” 그가 전자 깃펜을 꺼내자 장갑에 끼워진 보석에서 일렁이는 홀로그램 화면이 투영되었다. “머나먼 후대를 위해 황제 폐하의 업적을 기록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쏜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듯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모타리온 전하를 위하여 모든 위업을 기록하겠습니다.” 그가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전하의 전사들과, 험난한 행성의 자연에 대해 배우고 싶습니다! 바르바루스라는 행성 맞으십니까?”


“바르바루스에는 많은 것들이 있느니라.” 모타리온은 쏜을 훑어보며 대답했다. 저 거만한 말투가 그의 신경을 긁어대며, “리멤브란서”라는 놈의 체격을 보아 자신의 고향 행성에서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라 짐작했다. “가히 험난하다고 말할 수 있겠군.”


그는 쏜을 지나쳐 연단 위로 마지막 두 걸음을 내디디자, 모여 있던 군중들 사이서 숨죽인 불만이 들려왔다. 의심할 바 없이 모타리온은 또 다른 절차라는 걸 어겼지만, 무슨 결례를 저질렀는지 파악할 여유는 없다.


“내 아버지는 어디에 있느냐?” 그는 머리 위의 조명이 비추는 찬란한 타원형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물었다.


“날 그렇게나 보고 싶느냐? 정말로 기쁘구나.” 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프라이마크는 벨벳 커튼이 갈라지는 걸 보았다. 그곳에서 황금빛 예복을 입고, 위의 불빛보다 더 밝은 빛을 발산하는 듯한 거대한 인물이 걸어 나왔다.


모타리온은 뒤쪽에서 래클랜드 쏜이 숨을 삼키며 무릎을 꿇어 경배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방에서 병사들의 갑옷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지만, 고작 이런 행동으로 헌신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커스토디안만은 그대로 서 있었다.


모타리온은 복종이라는 이름의 충동을 무시하고 싶었건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마치 역사서에 기록된, 이미 예정된 일인 것처럼.


“일어나거라, 나의 아들아.” 황제의 구릿빛 얼굴에 절제된 미소가 번졌다. 그의 고고한 시선이 모타리온의 모든 모습을 한 눈에 담으면서, 프라이마크는 아버지께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황제의 눈은 어디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까? 그분의 공간을 초월한 심안이 모타리온의 진정한 영혼의 본색을 보았을까? 아들의 속내까지 알고 있을까?


‘아니,’ 그의 머릿속 목소리가 말했다.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


‘그렇지 않겠어?’


모타리온이 다시 일어서자 황제의 미소가 더욱 커지는 것을 보았다. “매번 내 예상을 뛰어 넘는구나.” 그는 군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구나. 네가 이런 일에 흥미가 없다는 걸 고려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의 눈가에 근심이 드리워졌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구나. 이런 화려한 의식이 쓸모없고 낭비적으로 보였겠지.”


“누군가에겐 가치가 있었을 겁니다.” 모타리온은 쏜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렇구나.” 황제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끌어당겼다. “같이 가자꾸나.”





모타리온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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