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iii 도시 가까이

“물러서라.”

아가테가 말한다. 파이크스에게는 굳이 권할 필요조차 없지만, 낡은 라스라이플을 꿋꿋하게 들고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는 미카일에게는 필요한 권고다. 아가테는 자기 부무장을 뽑는다.

파이크스는 그들을 긴 감방 대열로 인도했다. 검은 저택의 이 부분도 폐허 자체다. 바닥 위에는 온통 잔해와 파편이 널린 채다. 어떤 감방 문은 열려 있고, 어떤 문은 닫혀 있다. 어떤 것들은 문이 완전히 날아간 채다. 감방의 대열은 그녀가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범위 너머까지 뻗쳐 있다.

아가테가 나아가고, 미카일은 아가테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그 곁을 지킨다. 파이크스는 그녀의 뒤에서 미카일이 데리고 온 분대원, 그리고 그 지역을 정리하고 있던 돌입 분대원들과 함께 기다린다.

다음 순간, 아가테는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감방 문을 가볍게 손으로 두들기는 소리다. 어느 쪽에서 난 소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첫 감방은 텅 빈 채 열려 있다. 살짝 열린 두 번째 감방도 텅 비어 있다. 다만 세 번째 감방의 문은 닫혀 있고, 소리는 그 너머에서 들린다.

아가테는 미카일을 흘긋 바라본 뒤 파이크스에게 손짓을 보낸다. 마지못한 채, 파이크스가 합류한다.

“다 확인을 마쳤나?”

그녀가 묻는다.

파이크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잠긴 곳은 없다?”

“분대원들이 모두 강제 개방까지 마쳤습니다, 각하.”

파이크스가 속삭인다.

아가테는 문으로 이동한다. 두드림은 계속된다. 미카일이 손을 뻗어 아가테를 멈춰 세우고서 움직인다. 그대로 묻을 걷어찬 미카일은 무기를 어깨에 견착하고 겨눈 채 감방 안으로 들어간다.

묵직한 금속으로 빚어진 문이 경첩에 매달려 떨고 있다. 감방은 완전히 텅 빈 채다. 노크 소리가 멈춘다.

아가테는 미카일의 어깨 너머로 안을 본다. 아무것도 없다. 소음을 일으킬만 한 무언가의 흔적도 전혀 없다. 느슨해진 파이프도, 바람에 휘날릴 파편도 없다.

그리고 노크 소리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는 문이 닫힌 세 감방이 연달은 곳에서 들려온다.

아가테와 미카일은 서로를 쳐다본다.

“말씀드렸잖습니까.”

파이크스는 떨면서 쉿쉿거린다.

“감옥은 전부 비어 있단 말입니다. 모조리 다. 하지만 문이 닫힌 감방에서 계속 노크 소리가 납니다. 심지어 점검을 마친 방에서도 말입니다.”

아가테가 성큼성큼 세 번째 문으로 걸음을 옮긴다. 약하지만, 확실하게 그 안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마치 간수들이 도망친 뒤, 음식도 물도 없이 운명에 맡겨진 잊힌 죄수가 누군가 듣기를 간절히 바라며 약하게 두들기는 소리처럼 들린다.

순간 충동에 휩싸인 그녀가 마주 노크한다. 안에서 두드리던 소시가 멈춘다. 그리고서 다시 시작된다. 아가테는 즉시 문을 어깨로 밀치며 라스피스톨을 겨눈 채 안으로 발을 들인다.

텅 비어 있다. 낡은 침상의 썩어가는 잔해뿐이다. 문 안에는 어떤 흔적도 없다. 미하일은 음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갯짓을 해 보인다. 몇 발자국 떨어진 다른 감방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미카일이 소리가 나는 감방으로 움직인다. 미카일은 약탈로 구한 지저분한 모자를 벗어 이마를 닦는 임시 걸레로 쓴 뒤 털어내고서 다시 쓴다. 미카일이 발을 들어 문을 차려고 든다.

노크 소리가 멈춘다.

미카일은 다시 발을 내린다.

다시 노크 소리가 시작된다.

곧바로 방으로 치고 든 미카일이 무기를 들고 작고 눅눅한 방 곳곳을 수색한다. 아가테가 미카일에게 합류했을 때, 노크 소리는 저 아래쪽 블록에서 다시 시작된다.

“악마라는 놈들은 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지.”

아가테가 중얼거린다.

“저 검은 돌에 무슨 특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카일이 답한다.

“수감자들이 그러더군요. 희망과 슬픔까지 빼앗긴다고. 마치 그 돌이 그걸 먹어치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고서 잠들었을 때 말을 걸고-”

“그만두게, 대위.”

아가테가 대꾸한다.

“여기는 블랙스톤이 아니라고.”

“알겠습니다, 각하.”

미카일이 계속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저 돌은 검은색이군요. 각하께서 옳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 소재로 지은 또 다른 감옥일지도 모르지요. 그런 경우라면-”

지옥 같은 소리가 치미는 다음 감방으로 다가선 아가테가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파이크스?”

아가테는 텅 빈 방을 들여다보며 호출한다.

“예, 각하?”

“자네 팀이 감방 전체를 다 뒤졌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각하.”

“그리고 문이 닫힌 감방에서만 노크 소리가 나고?”

“예, 각하.”

“그러면 파이크스, 베스페리 정신대로 일을 처리할 것을 권하지.”

“각하?”

“문을 열어두면 됩니다.”

미카일이 으르렁거린다.

“아.”

아가테가 블록을 내려가는 길을 인도한다. 그녀는 노크 소리가 들려오는 여섯 개의 문으로, 그 근원지로 곧바로 가지 않는다. 아가테는 닫힌 문을 차례로 열며 나아간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 노크 소리는 다른 문으로 계속 건너뛴다.

“다 열어라.”

경계하던 대원들은 아가테의 말을 듣고서 그대로 합류한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그들은 모든 감방 문을 다 활짝 열어젖힌다. 쉬이 잡히지 않는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감방을 건너뛰며 움직인다. 다섯 개의 닫힌 문이 연이어진 수용 블록의 끝에 이르르자, 갑자기 모든 문에서 한꺼번에 노크 소리가 시작된다.

아가테는 멈칫한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분노가 더 커 보이는 미카일이 다섯 개의 문을 빠르게 연달아 열어젖힌다.

미카일이 마지막 감방에 이른 순간 그 바로 뒤에 있던 아가테는 마지막 문이 열렸을 때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미카일과 함께 응시한다.

그것은 감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