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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i 재앙의 목전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29 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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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종말과 죽음 2부 : 6장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 타래의 끝



6:ii 재앙의 목전



아스트로텔레패스 합창단의 노래마저도 끊기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칸과 그의 수행들이 급박한 걸음으로 옥좌의 광활한 계단이 펼쳐진 연단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다. 옥좌가 발하는 눈부신 열기가 느껴진다. 옥좌의 외곽을 둘러싼 커스토디안들이 침묵 속에 경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 안에 있던 콘실리움의 선임과 도제들이 거대한 연단 주위에 배치된 안정화 엔진을 조정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빛은 이에 사나울 지경이다. 오존의 악취, 달궈진 금속의 격렬한 내음이 풍긴다. 그리고, 정량화할 수 없는 우주의 속성을 담은 악취도 느껴진다. 상처 입은 꿈, 찢긴 희망, 근시적 원시, 통렬한 신의 출현까지. 소리 없는 합창단의 포효가 물결치며 불칸의 이를 떨리게 하고 그의 피를 고동치게 한다. 불칸은 팔을 살짝 움직여 그의 견갑에서 치미는 날카로운 고조파를 무디게 만든다.


콘실리움의 선임자들이 서들러 불칸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인 뒤, 아비데미가 보고한 천공 에너지의 새롭고도 급격한 상승 활동이 요약된 데이터 슬레이트들을 건넨다. 납으로 뒤덮인 장비의 채색된 창 사이로 비친 그들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화상의 물집으로 범벅이 된 채다. 데이터 슬레이트의 플라스텍 표면 역시 거품처럼 부푼 흔적과 그을린 흔적이 있다.


“이 이상 현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인가?”


불칸이 데이터를 훑으며 묻는다.


선임자들은 그렇노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중심이 없다고? 장소도, 진원지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더냐?”


그들은 그 질문에도 긍정한다.


불칸은 다시 데이터를 살핀다. 이 이상 현상 자체만 우려스러운 것이 아니다. 콘실리움이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 현상 자체가 모든 곳에서 균일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관측 결과를 구성하는 메타 데이터를 잠시 훑어보면, 더 이상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황궁 영역, 테라의 광활한 구역 모두가… 그 모두가 정립된 수학적인 거시적 구조를 벗어났고, 모든 기준점이 유실된 채다. 어떤 종류의 상관 관계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생텀의 강력한 센서 조직 자체에 결함이 생겼거나, 센서들이 밀려오는 수치에 압도되었음을 시사한다.


아니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모든 곳이 모든 곳과 뒤섞여 버렸는지도.


불칸이 묻는다.


“이 이상 현상이 단순히 섭정이 점진적으로 통제력을 상실해 간 결과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니까, 이 변칙이 옥좌의 기능 자체가 불안정해졌다는 별개의 사건인지, 아니면 옥좌가 점차 인장관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에 답하지 못한다.


불칸은 고개를 돌려 옥좌를 바라본다.


그분께서는 격무에 임하고 계십니다. 그의 옆에 반쯤만 엿보이는 카스린이 수어를 보낸다. 말카로드와 불타는 빛의 경계를 나눌 수 없다. 불칸이 인식할 수 있는 인장관은 그저 막대 모양으로 줄어든 눈멀고 눈부신 네온의 빛을 담은 형상을 뿐이다.


카스린이 우려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불칸은 그러함을 알 수 있다. 모든 모니터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몇 분 동안, 추적할 수조차 없는 시간 동안 말카도르의 힘은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불살라지고 있는 상태로, 영영 사라졌거나, 혹은 최선의 경우라도 소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금 옥좌는 곧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고, 그 작동 기제가 어떤 억제도 없이 질주할 것이다. 불칸의 아버지가 수년 동안 억제해 온 우주적 규모의 내파, 즉 비물질적 균열의 도래가 임박한 순간이다. 어쩌면 지금 이 이상 현상은 그 재앙의 첫 징후일지도 모른다.


저 바닥에서 또 다른 아드넥토르 콘실리움 구성원이 쓰러진다. 보호 장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파장과 격렬하게 새어 나오며 노호하는 힘 앞에 앞도된다. 임이 막히거나 눈이 막힌 채, 혹은 그저 짓눌린 채 쓰러진다. 쓰러진 그들을 노예들이 달려들어 끌어내고서 의무실로 데려간다. 불칸은 저들 중 상당수는 그 자리에서 죽었음을 반복해서 듣는다. 가장 가까이의 가위꼴의 아치 아래 조용히 대열을 짜고 기다리던 능인들이 서둘러 그 자리를 메운다.


저들이 유지하고자 하는 비물질계 엔진은 기침과 쉭쉭거림을 토해내고, 진동과 함께 부풀어 오른다. 액화된 공리와 돌풍처럼 엉긴 플로지스톤의 불꽃을 흘린다. 연단 주변의 바닥은 이미 검게 그을렸고, 연단을 두른 우즈카렐과 파수대원들의 등쪽 갑주도 변색된 채다.


섬광을 향한 불칸의 눈조차 가늘게 뜨일 지경이다. 불칸은 옥좌의 작동 기제를 검토한다. 때가 온 것인가? 그는 일곱 망치의 부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그 위치를 다시 분석한다. 이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제국의 종말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불칸은 심중에서 앞으로 해야 할 동작과 손짓을 미리 예행 연습한다.


불칸은 생각한다. 어쩌면, 이 부적은 당장의 압도적인 적에 맞서기 위한 것이 아니리라고. 불칸은 이제야 볼 수 있지만, 그의 아버지와 인장관이 예견했던 적에 맞서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새로운 신이 풀어놓을 재앙에 맞서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였을지도 모른다고. 최소한, 그랬기를 바랄 지경이다.


그는 간절히 바란다. 비록 그 부적이 가증하나, 안전장치로 작동해 주기를. 그는 말카도르와 그의 아버지가 이런 가능성을 미리 알고 최후의 대응책을 준비했노라고 간절히 믿고 싶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의 아버지와 인장관은 어둠의 왕이 가할 위협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셈이고, 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전혀 남기지 않은 셈이니까.


전하… 카스린이 수어를 보낸다.


“기다려라…”


불칸이 답한다.


인장관께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전하.


불칸은 그것이 사실임을 볼 수 있다. 말카도르의 고통받는 영혼이 그의 기진맥진한 채 빛나고 있는 육신의 껍질 안에서 타오르고 증발하는 모습이 실제로 보이는 것 같다.


그를 보강하고 증원해야 합니다…


“인장 프로토콜은-”


그것만으로는 이제 모자랍니다. 전하의 아버지, 저희 군주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그를 인장 프로토콜로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제 저희는 재앙의 목전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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