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vi 있어서는 안 될

열린 문 너머, 자갈이 깔린 마당이 펼쳐진다. 아가테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자갈이 깔린 마당은 세월의 흐름을 쓰고 기울어진 낡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채다. 이끼와 지의류가 무성하다. 타일로 덮인 지붕, 낡은 철 골조를 따라 도랑이 흘러내린다. 모든 것이 짙게 드리운 회색이다. 마치 안개 너머로 보이는 듯, 심지어 햇빛조차도 그러하다.

하지만 황궁 영역 전체를 돌이켜 봐도 햇빛은 찾을 수 없다. 이런 서글픈 공간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안뜰은 감방의 구조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출입구에 선 그녀는 이 공간이 개별 감방이 허용하는 공간보다도 더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 왼쪽으로 뻗어나간 안뜰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았던 감방까지도 뻗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곳이 있었다면, 아까의 방문에서 보았을 것이다.

미카일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아가테가 그런 미카일을 지나쳐 움직인다.

“가지 마십시오!”

미카일이 외친다.

하지만 이미 아가테가 안뜰에 발을 디딘 뒤다. 차갑고 축축한 공기다. 아주 고요하지만, 신선하기도 하다. 검은 저택 안의 퀴퀴한 악취도, 바깥 전쟁터에서 보낸 몇 시간 동안 그들의 코를 파고들던 구워지는 것 같은 냄새도 풍기지 않는다. 그런 외부의 공기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완전히 다른 곳이기도 하다. 아가테는 숨을 들이쉰다. 거의 상쾌하기까지 한 공기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너무 심하게 떨고 있기에 호흡이 들쭉날쭉해졌음을 안다.

아가테는 뒤를 돌아본다. 문은 여전히 감방 출입문이다. 그 너머로 파이크스와 미카일, 그리고 진입 대원들의 경악한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그들이 서 있는 검은 돌로 지어진 감방이 보인다. 하지만 문 주변은 썩어가는 회색 돌, 이끼 조각들과 솟아오른 철제 배수관, 그리고 지붕의 돌출부로 둘러싸여 있다. 감방의 구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검은 저택의 거대하고 위압적인 구조적 특징조차 전혀 남지 않았다.

출입구에서 미카일이 손을 내밀며 그녀에게 뒤로 물러나 달라고 재촉한다. 아가테는 그가 옳음을 안다. 그녀는 지금 어떤 종류의 불가능 속을 머뭇거리며 발을 디딘 것이다. 갑자기 선 채로 잠들어 꿈을 꾸기 시작한 꼴이나 다름없다. 그녀는 지금 있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위치도, 논리도, 물리학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정확한 장소다. 아가테가 모든 일을 겪고서 마침내 미쳐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여기에 있다. 마치, 이곳이 필연적인 그녀의 목적지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부터 그녀가 오려던 곳인 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치민다.

아가테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본다. 마당을 따라 몇 걸음을 더 내딘다. 그 너머로 거대한 하늘이 펼쳐진다. 흐릿하고 습기가 가득 채워진 회색의 난층운이 얼룩처럼 하늘에 드리워진 채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냄새가 느껴진다. 넓은 하늘 아래, 작은 안뜰 너머로 도시가 보인다. 지붕과 탑, 다리의 일부, 무질서하게 뒤섞인 낡은 거리들의 편린이 보인다. 광대하고 아주 오래된 곳처럼 보인다. 돌과 벽돌, 타일과 목재 들보로 지어진 도시의 모든 부분이 회색이고 비밀스러워 보인다. 생명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수 세기 동안 서 있다가, 갑자기 버려져 세기에 걸쳐 느릿한 부패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초라하고 버려졌으며, 썩어가는 침묵의 도시, 그녀가 볼 수 있는 한계까지 뻗은 도시다.

그리고 큰 문제가 있다. 저곳은 이곳에 존재할 수도 없고, 닥치는 대로 뒤엎어진 이 감옥이 차지한 공간과 함께 존재할 수도 없다. 그리고 저 도시의 풍광은 말 그대로 잘못되어 있다. 선과 원근이 비틀어졌고, 거리와 형체는 불쾌하게 휘어졌으며, 기울어진 데다 흐트러진 불규칙한 벽들이 그 형태를 빚어내고 있다. 느릿한 악몽의 소름끼치는 논리 속에 빚어진 공간이고, 그녀가 오래 바라볼수록 그 기괴함이 커지고 그 크기가 뻗어온다.

“집행관님?”

미카일이 아가테 곁에 선다. 그녀의 옆쪽으로 미카일이 걸음을 옮긴다. 마치 왜곡된 음향으로 변조된 듯 둔탁하게 들린다.

“우리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집행관님.”

아가테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도 여기 있어서는 안 되겠군.”

“집행관님, 저와 함께 물러서시지요. 떠나야 합니다.”

아가테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 장소의 기괴한 매혹이 그녀를 다시 붙든다.

“집행관님?”

“여길 꿈꿔본 적이 있는 것 같네, 대위.”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미카일이 대답한다.

“집행관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와 함께 돌아가시지요. 이곳은 결코 믿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글쎄,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군.”

아가테가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