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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 형제의 피로부터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30 18: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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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x 형제의 피로부터



로켄은 피바다를 헤치고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그가 여기 있던 시절은 억겁 전처럼 느껴진다. 분명 타릭과 함께였다. 로켄이 전사회에 합류한 이후, 함선의 하부 만곡부를 가로지르는 광활한 유지보수 터널을 따라 돌아가던 길이었다. 로켄은 자신이 그런 비밀스러운 단체에 가입했음에 놀랐었다. 물론 그가 의심했던 사악한 비밀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계급이 아니라 형제애로 뭉친 이들이 모여 마음을 터놓는, 순수한 친교의 장이라고 느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사회 자체는 무죄한 곳이었다. 루나 울프 군단에 거하는 모든 질서와 구조, 그리고 군단 자체가 카오스의 요원의 손에 놀아나며 타락하고 더렵혀졌기에 더욱 그러하다. 물론, 그 자체로 죄가 없었을지언정, 그 전사회는 오염이 퍼지는 핵심 도관 중 하나였다고 해야 하리라.


그가 마음을 바꾸었다고 했을 때 토가던의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은 이 길을 따라 농담을 나누며 자유로이 걸어왔었다. 타릭은 달리다가 뛰어올라서 머리 위의 파이프를 때리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도약한 로켄은 더 높은 곳까지 손을 뻗었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만치 옛 순간인가.


로켄은 더 이상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교활한 어둠이 그와 게임을 하려 들 것임을 알기에. 그것이 자신의 기억과 우울함 위에 올라앉은 딱지를 뜯어내고, 아주 특별한 유령과 악몽으로 그를 물어뜯으려 들 것이다. 타릭 토가던, 혹은 작은 호루스, 어쩌면 네로 바이푸스의 형상일 수도 있다. 그 얼굴을 한 채 그를 조롱하고 도발하려 들리라. 그의 몸이 움직이는 웅덩이 아래 발에 긁힌 미사와 잔해가 난잡하게 널린 전사회의 메달처럼 느껴진다. 수백 하고도 수백에 달하는 전사회의 메달들이 해변의 조약돌처럼 쌓여 추억과 그리움의 단검이 되어 비틀리며 꽂히리라. 그 훌륭한 우애는 결코 회복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얼굴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로켄은 그런 공포와 너무 많이 마주한 뒤다. 워프의 손에 캐어내진 죽은 이들의 얼굴들,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는 그 얼굴들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죽은 이들의 목소리로 말하는 죽은 이들의 얼굴들. 로켄은 그런 것들이 올 순간을 기다린다. 속임수를 기다린다. 타릭도 네로도 아니라면 우돈(Udon)일지도 모른다. 그를 전사회로 이끌었게 한, 전사해 버린 용맹한 형제. 아니면 주발일지도. 그래, 주발일 것이다. 가련하고 저주받은 헬레보어 전술 중대의 주발, 최초로 타락한 자, 처음으로 빙의당한 자. 로켄에게 창조의 비밀 속에는 그가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진실이 있음을 처음으로 보인 자.


그것이 워프의 방식이며, 상대에 맞춘 잔인함의 전형이다. 자비에르 주발은 죽은 이들의 은밀한 곳에서 다시 일어나 로켄을 괴롭히지 않았던가.


로켄은 그냥 자신의 마음이 장난질을 치고 있을 뿐이노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그것이 바로 놈들의 방식이다. 당신을 갉아먹고, 당신의 상상력 자체를 무기로 삼는다. 어두운 생각과 추악한 백일몽으로 당신을 약하게 만든 뒤 죽이려 들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저기 아무도 없다.”

로켄이 입을 연다.


“내가 만나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다.”


다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속삭인다.


로켄은 그 목소리를 떨쳐낸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인장관. 그를 선택하고, 그를 이끌고, 그에게 전투 지시를 내렸던 심중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지 않았던가.


이것은 놈의 수작이고, 놈이 선택한 속임수다. 당연하다. 어떻게 그가 인장관의 목소리를 믿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당신이 아니오, 인장관 나리.”


로켄이 속삭인다.


혼돈 속에서, 나는 내 안에 흔들림 없는 고요가 있음을 알았다. 목소리가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다. 심지어 말조차 아니다. 그러한 말의 의미를 담고 있는 기호, 상징, 응축된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갑자기 그의 심중에, 인장처럼 새겨진 구절이다.


로켄은 잠시 멈칫한다. 그의 정강이까지 피에 잠긴 채다. 순간적으로, 그는 눈 앞에 무언가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인장이다. 두건을 쓴 구부정한 형상이 다급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압축된 의미를 담은 뭉치가 보인다. 서둘러 따라오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여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경고일까?


어느 쪽이건, 속임수일 뿐이지 않겠던가? 로켄은 검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그 형상, 그 인장은 이미 사라진 뒤다. 다음 순간, 그는 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다. 실제의 목소리고, 실제의 단어를 뱉는 목소리다. 그의 뒤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네 뒤를 걷는 자. 나는 너의 뒤를 좇는 발자취이노니. 너의 옆에 내가 있노라. 네가 네 주변에 있나니.”


로켄은 그의 검에 시동을 걸며 급격히 뒤로 돌아선다. 피의 호수가 소용돌이처럼 거품을 일으키며 들끓는다. 소용돌이 속에서 무언가가 그를 마주한 채 떠오르기 시작한다.


“살필지어다.”


놈이 낄낄거린다.


“사무스가 여기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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