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xvii 어둠 속의 무

그들은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순간까지 달린다. 지쳐 헐떡인 끝에, 마침내 그들은 속도를 늦추며 멈춘다. 자이베스는 대좌에 기댄 채 몸을 숙이고서 숨을 헐떡인다. 캇은 물의 요정을 새겨넣은 두 잊힌 조각상 사이의 벽에 기댄 채다. 눈을 감은 채, 공포를 가라앉히고 악타이의 사이카나에서 이어진 시큼한 뒷맛을 다루려 애쓴다. 입에서 치민 구역질을 손으로 가린 캇은 그대로 다시 삼킨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올은 리투를 힐끗 본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군중을 뒤로 하고 떠났다. 그들이 도착한 복도는 고요한 어둠 속에 잠긴 황궁의 장식과 훌륭한 모자이크들이 거하는 어두운 곳이다. 저 멀리서, 웃음일 수도 비명일 수도 있을 희미한 메아리가 들린다.

“쫓는 놈들이 있었소?”

올이 묻는다.

리투는 출입구에 서서 그들이 왔던 길을 돌아본다. 리투의 시선에는 그들이 방금 뛰어온 웅장한 전당이, 그리고 그 끝의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비치는 그와 똑같은 전당이 보인다.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일렬로 늘어선 조각상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요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문 바로 안쪽의 반쯤만 동력이 들어온 채 깜빡이며 윙윙대는 전자 조명을 제외하면 모든 조명이 꺼진 채다.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다.

“아닌 것 같군.”

리투가 대답한다. 조심스럽게 우뚝 솟은 금빛 문을 닫은 리투는 올을 향해 돌아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안전하단 의미는 아니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요?”

크랭크는 허리를 구부린 채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쌕쌕거린다.

“그것들이 갑자기…”

“생텀이 뚫린 걸세.”

올이 할 수 있는 말도 그것뿐이다.

“반역자들이 침입했단 말이오?”

자이베스가 신음한다.

“놈들이 황궁을 뚫었다고?”

“그들은 침입한 게 아닐세.”

올이 입을 연다.

“그냥… 존재하는 걸세. 존재하지 않던 곳에, 어느 순간 존재한 거지. 자네도 그 조각상에 묶었던 타래를 보았겠지, 헤벳. 기하학적 원리가 뒤집힌 걸세, 알겠나? 안과 밖이 다 뒤집혔고, 이제 방벽은 아무 의미도 없네.”

“이해할 수가 없소.”

자이베스가 울부짖는다.

“당연히 이해가 안 가겠죠.”

악타이가 몸을 겨우 곧추세우며 말한다. 여전히 취약하고, 상태가 좋은 것 같지는 ㅇ낳다.

“하지만 최소한 조용히 있을 수는 있잖아요. 당신의 그 처량한 징징거림이 저놈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두게 할 수도 있단 생각은 안 하나요?”

“꺼져. 저 마녀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어!”

크랭크가 눈먼 마녀를 향해 쉿쉿거린다.

“그래야만 했어요, 도젠트.”

캇이 쏘아붙인다.

잠시 멈춘 캇은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닦는다. 올은 아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악타이와 정신 공간을 공유한다는 부담이 그녀에게 하중을 더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서로를 거울처럼 닮아가고 있다.

“그게 이 혼란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악타이는 자기 재능으로 우리에게 탈출구나 피난처를 찾아 줄 거고요.”

“다만 기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지, 애송아.”

악타이가 입을 연다.

“내 의지의 힘은 고갈됐어. 충분히 느껴지겠지만.”

“네. 하지만 신경 안 써요.”

캇이 대꾸한다.

“당장 해요.”

악타이가 얼굴을 찡그린다.

“들어봐, 내 목줄아.”

악타이가 입을 연다.

“충분한 힘이 있다고 해도 읽어낼 것이 없어. 어떻게 된 것인지, 시간이 들어맞지가 않아.”

“시간?”

올이 묻는다.

“인과의 흐름이 멈췄어요. 정지된 거죠. 우리가 이해하는 차원들이 이제 워프에 무릎을 꿇고 있어요.”

올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저 마녀가 말한 것처럼 우리 다 죽는 거요?”

크랭크가 묻는다.

“저 마녀가 시간에 대해 떠벌린 게 대체 무슨 소리요?”

이번에는 자이베스다.

“무엇을 하면 됩니까, 병사 페르손?”

그라프트가 입을 연다.

“좀 시간을 달라고.”

올이 그들 모두에게 답한다. 일행에서 떨어져 나온 올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끝으로 간다. 복도는 작은 원형 아트리움으로 이어진다. 대좌 위의 조각상들이 희미하게 비친다. 모두 잊혀진, 반쯤 빛이 바랜 신화적인 형상일 뿐이다. 어둠이 그러하듯, 침묵이 무겁게 드리운다. 그의 불안한 마음은 황궁을 휩쓸고 있을 살육을 상상한다.

사람 키의 거의 세 배나 되는 또 다른 이중문이 그를 마주한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올은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그는 그 문을 열고 무엇이 있는지 찾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