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v 불멸의 포

끝이 다가온다. 아주 빠르게.

아몬 타우로마키안은 아이게우스 천공교의 선두에서 자리를 지킨다. 뒤에 우뚝 솟은 안식처만큼이나 미동도 없다.

다리 건너편의 생텀의 시가지가 그의 눈에 든다. 뾰족한 첨탑, 웅장한 탑으로 빚어진 장대한 궁성의 정면이다. 갑판의 흔들림이, 멀리서 쿵쿵대는 소리와 울림이 느껴진다. 저 멀리 정점 위로, 화염의 물결과 오물이 번진다. 눈앞에 펼쳐진 지평 너머, 불빛이 번쩍이고 섬광이 일렁인다. 바람 속에 재가 날린다. 그가 선 곳에서 남쪽으로 5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생텀 내부 구역들이, 최후의 요새 장벽 안이 불타오른다. 지옥의 화염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포효하고, 낮고 어두운 연기의 담요로 모든 것을 뒤덮는다. 희미하고 산발적인 총성이 들린다. 마치 헐떡이듯 간헐적으로 울리는 경고의 나팔 소리가 들린다. 쿵쿵대는 소리, 벽이 찢기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외치는 목소리, 허공을 휘젓고 핥아대는 인외의 습격이 들린다.

그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지금 당장 자리를 떠나 도시로 향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을 지키라는 뜻이다. 전쟁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그의 모든 삶이 이 최후의 요새를 지키는 데 봉헌되지 않았던가. 혹독한 시험과 준비를 겪으며 항상 훈련과 연습을 거듭한 의무 아니던가. 그것이 그가 빚어진 이유 아니던가. 지금 그의 근본적인 목적을 무시한다니, 직무유기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지금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다. 그리고 명령을 수행하는 그의 부분이 다른 모든 충동과 욕망을 무력화시키며 그를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 그는 제 의지로 여기 서 있다. 그에게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의 손가락은 창 자루를 어루만지며 계속 움직인다. 그는 지금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며, 그 명령은 끝까지 완수되어야 한다.

그 의무가 끝나면, 욕구에 스스로를 내맡겨도 좋으리라. 전장을 향해… 싸움을 향해… 그가 사랑하도록 빚어진 최후의 요새를 지키는 싸움에.

이… 기다림은… 어쩌면 그의 삶에서 가장 큰 시험일지도 모른다. 인내와 끈기로 치르는 가장 힘겨운 피의 시합일지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견뎌낼 것이다. 그는 레기오 쿠스토데스니까.

그녀가 옆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그녀가 다가오고 있음은 그의 감각에 포착된 채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지조차 않는다.

“여전히 작업 중이네요.”

안드로메다-17이 입을 연다.

“진전은?”

“있는 것 같네요.”

“예정은?”

“기간을 정확히 제시하긴 어렵지만,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그와 무기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죠.”

잠시 멈칫한 그녀는 자신이 방금 뱉은 단어에 쓴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곳이 있기는 할까요?”

그녀가 묻는다.

“생각건대, 포와 무기를 행성 밖으로 옮겨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직 사용되지 않은 비상용 프로토콜이 몇 있소.”

“그러면 그렇게 해야겠네요.”

“아니면.”

아몬이 입을 연다.

“만약 성공적이라면, 무기를 반드시 실전에 배치해야겠지.”

“글쎄요, 그건 제가 결정할 바가 아니니까요. 당신의 몫도 아니겠죠. 아마도… 불칸 전하의 권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혹은 선택받은 자들의 수장이라거나? 어쨌든 누군가는 승인해야겠죠.”

“그건 불칸 전하, 혹은 선택받은 자 하산이 아직 살아 있다는 추정에서 기반한 것이겠군.”

“당신 생각은-”

아몬이 왼팔을 들어 가리킨다. 아주 단순하고, 기계적이기까지 한 손짓이다.

“저 불길들. 옥좌실에서 2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의 건물에서 뿜어지는 거요.”

“그럼. 모든 게 끝난 건가요?”

그녀가 묻는다. 하지만 그는 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커스토디안, 만약 저들이 모두 죽었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 결정이 우리 몫이라는 뜻인가요?”

아몬은 거기에도 답하지 않는다. 또 한 번의 느리고 깊은 폭음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울려 퍼진다. 바람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챈다.

“커스토디안,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말입니다만.”

그녀가 묻는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니까, 당신에게 주어진 명령대로라면?”“아직 실행 가능하다면, 그는 구금 상태로 돌아갈 거요.”

아몬이 답한다.

“그리고 향후의 평가는 보류되겠지, 그 역시 실행 가능하다면 말이오만.”

“만약 그가 기만을 시도한다면?”

“그는 옥좌의 적이오.”

아몬이 답한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다른 반역자와 마찬가지로 그를 처형할 생각이오.”

고개를 돌린 아몬이 그녀를 내려다본다.

“그를 잘 감시하시오. 어떤 종류의 불법이건 즉시 보고하고.”

“당신이 직접 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녀가 되묻는다.

“일전이었다면 그 역시 온당한 바이오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식처의 안전을 위해 여기 머무르는 게 나을 것 같소. 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니.”

아몬은 엉덩이에서 작은 신경 협응 경보기를 꺼내 그녀에게 건넨다. 그녀가 받아든다.

“그러면 제가 당신의 눈이 되어 드리죠.”

안드로메다-17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탑 안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