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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검은 군단] 1부 4장: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3)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20 1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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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은 비어 있었다. 한때 호루스가 정지장 속에서 팔을 가슴 위로 교차해 양손으로 월드브레이커의 자루를 쥐고 누워 있었던 곳에는 이제 갈라진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관이 서 있었다. 적절하게 커서 더욱 덧없어 보이기만 했다. 금박 글씨는 부츠와 망치에 부서져 사라졌다. 한때 이 지하 성소를 밝혔던 우뚝 솟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높은 벽의 구멍이 되었으며, 그것들이 묘사했던 영광과 반란의 장면은 다이아몬드 조각으로 전락해 우리의 부츠에 짓밟혔다. 무수한 정복의 전리품이었던 해골들은 미세한 뼛가루로 풍화되어 정체된 공기 속에서 천천히 소용돌이쳤다.


아무라엘의 부하들은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우리만 들어갔다.

카욘, 속삭임이 다시 한 번 나를 스쳤다. 여전히 근원도 방향도 없었다.

한때 이 요새는 제1 기념비라고 불렸다. 이제는 노예들이 캐낸 돌과 워프의 괴물 뱀들의 침식된 뼈로 빚어진, 멜레움의 지각 깊은 곳에 자리한 무너진 성채였다.

나는 천박하고 무능한 신자들의 구덩이에도 있어봤고 살아 있는 존재가 나밖에 없는 세계들도 걸어봤지만, 그 지하실만큼 지독하게 느껴졌던 신전이나 성당은 없었다. 그 어떤 감옥보다도, 외로운 순례자들을 위한 장소보다도 황량했다.

여기서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멍청하게 기도했던 자들과 신을 모독하겠다는 야망으로 이 무덤을 더럽힌 자들 중에서 나는 내가 누구를 더 혐오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하실은 생명이 없었지만 비어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희박해져서 거의 침묵에 빠진 유령들이 여기에 모여 참배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비스트맨들의 그림자는 시간이 지나며 빼앗긴, 한때 살아 있는 목구멍이 냈던 새의 울음소리와 흉포한 나귀소리를 일부라도 내려고 했다. 선즈 오브 호루스의 청록색 갑옷을 입은 전사들은 금욕적인 반성 속에 서 있거나 아버지의 뼈 위에서 결투를 벌였다. 침략자였던 엠퍼러스 칠드런은 웃음을 터트리고, 죽이고, 처형했다.

싸우는 전사들의 군세. 숭배자들의 집단. 시간 속 순간들이 이 텅 빈 장소의 영적 중요성에 마법이 걸려 겹겹이 겹쳐졌다.

“이스칸다르.” 아무라엘은 낮은 목소리로 엄숙하게 말했다. “해줄 수 있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짓 한 번으로 이 거대한 방에 현현한 에너지를 밀어내 떠들썩한 망자들을 내쫓았다. 모래 한 줌을 바람 속에 흩뿌리는 것 같았다. 그런 메아리 없이 방은 진실로 조용해졌다. 이제 혼자가 된 우리는 석관으로 다가갔다.

이 석관이 담고 있었던 시신은 수년 전 사라졌다. 처음에는 사냥꾼의 목표물처럼 끌려나와 III군단 도살자-군의관들의 더러운 수술대 위에서 해부되었다가, 아바돈과 첫 번째 에제카리온이 다시 태어난 호루스를 파괴하고 되찾았다. 워마스터의 시체의 잔해, 그러니까 파비우스 바일이 약탈한 시체에서 손대지 않고 남겨둔 유전적 약탈품은 복수하는 영혼의 최고 아포세카리온에 정지장-봉인으로 안전하게 보관되어, 아남네시스의 의식 통제와 연결된 신타그마 전쟁 로봇 1백 대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어쩌면, 멍청하지만 부당하지는 않게도, 호루스의 유전자 표본 하나만으로 우리가 인간 소년-아이를 스페이스 마린으로 창조하는 데 필수적인 인조생체 기관 19개를 무한하게 보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포세카리 개인의 재능에 상관없이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 황제 자신이 이 과정을 계획했으니, 이는 첫 번째 단계를 실현하는 데 천재성이 필요하며, 옥좌성의 막대한 기술력과 암흑기 유물에의 비할 데 없는 접근성이 받쳐주는 노력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제국에서도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챕터는 그들의 의무관-전사들이 새로운 프로제노이드 샘을 다시 만들고 새 스페이스 마린을 창조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와 지원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시드 도난으로 천천히 멸종할 수 있다. 과연 그런 모독은 아홉 군단이 선호하는 처벌 중 하나다. 그들의 미래를 훔치는 것만큼 챕터를 절망으로 이끄는 것도, 그들에게 그런 수치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군단 본인들은 어떨까? 우리가 새로운 진시드 장기를 쉽게 만들 수 있으면 촌수가 먼 제국 사촌들과 후손들을 약탈하겠는가? 우리가 값을 매길 수 없는 전문적 기술 없이 간단하게 기적을 일으킬 수 있으면 파편적인 지식을 갖고 서로를 학살하거나 메카니쿰의 악마-대장간에 복무하고 군수품과 재산을 바치겠는가? 우리는 악마를 우리의 전쟁 기계에 속박해 기능을 유지한다. 우리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기술을 대체하기 위해 악마의 육체와 차가운 강철이 융합된 공포를 새로 벼려낸다.

명심하라,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맥락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작은 정신의 무지함을 덕목으로 여긴다며 제국을 조롱하는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어쩌면 너희보다 많이 잃었을지도 모른다. 너희의 주인들은 너희에게서 지식을 봉인하고 소각했거나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잃어버렸다. 한편 우리는 그것을 간직하는 중에도 그것이 우리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멜레움의 이 치욕스러운 지하실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없었다.

한 유령이 흩어지기를 거부했다. 그것은 다가오는 우리 셋을 늙은, 늙은 눈을 돌려 한 명씩 바라보았다. 그 판단하는 시선이 위협처럼, 내 갑옷을 후려치는 칼날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던 걸까? 워마스터의 현혹된 아들들이 이 무덤에서 살고 있었을 때에도 그들이 사라져야만 형태를 갖추며 항상 여기 있었던 걸까?

이 영은 인간의 것이었으나, 영혼은 수 세기 동안 쌓인 기억과 감정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생명이 있었을 적 정체가 뭐였든 그것은 일반적인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며 훨씬 많은 것을 보았다. 워프에서 태어난 존재들에게는 총체(a corpus)에 해당하는 그 형태는 안정적이었으며 변하지 않았다. 긴 머리칼은 어두운색이었으며 너덜너덜했다. 피부는 나와 무척 유사했는데, 테라 같은 세계의 적도 지방에 세워진 문명에서는 흔한 거무스름한 빛깔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은 여행자의 빛바랜 검은 망토와 단순한 이동용 의복을 입었다. 뺨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하얀 잉크 같은 눈물이었다. 이 네 슬픔의 자국은 눈가에 작은 경전을 새긴 문신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변이되지 않은 인간 여성이었다. 혹은 살아 있었을 적에 그랬거나.

나는 십여 미터 떨어진 이 워프의 유령에게 뻗었다. 그것의 목을 염동력으로 부러뜨리듯 손가락을 구부렸다. 내가 소환한 에너지에 응답하여 공기가 보이지 않는 산들바람으로 소용돌이쳤다. 영의 머리카락이 산들바람에 늘어졌다.

텔레마콘은 망설이며 다가갔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의 갑옷 목깃 속 섬유다발이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라엘은 반걸음 뒤에 멈추어 서서 그의 나르테시움 건틀렛에 달린 스캐너 디스플레이와 유령 사이를 보았다. 나구알은 내 곁에서 빛나는 눈으로 망령을 지켜보며 턱을 벌렸다. 그의 칼-이빨에서 독액이 떨어졌다.

카욘, 속삭임이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유령이 미소를 지었다.

“이스칸다르 카욘.” 망령이 말했다. 완전히 인간의 것인 목소리였다. “텔레마콘 라이라스. 아무라엘 엔카.”

나는 손을 내렸다. 솟아오르던 바람이 죽었다. 우리 셋은 어떤 생명체도 살 권리가 없는 곳에서 인간 여자와 마주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대들은 나를 에제카일 아바돈에게 데려갈 테지.” 그녀는 명령이 아니라 기억을 들려주듯 말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기억을.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물었다.

“나는 그에게 경고할 것이니까.” 그녀는 답했다. 완벽하게 차분했다. “그리고 그에게 미래를 줄 것이니까.”

아무라엘과 텔레마콘은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나는 질문을 입에 올렸다.

“너는 누구냐?”

그녀는 우리에게 말했다. 앞으로 수년 동안 그녀에게 더 많은 칭호가 부여될 것이었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이름만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눈물의 처녀, 약탈자의 사도(Oracle of the Despoiler), 블랙 리전의 여예언자, 모리아나를 만났다.




분량이 애매해서 3편으로 나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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