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xxiv 도망의 이유

올은 존을 반쯤 질질 끄는 채로 큰 건물의 먼지가 쌓인 계단을 오른다. 묵직한 문을 그대로 올이 걷어찬다. 널찍한 복도 안은 차갑고, 조용하며, 어둡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십의 다른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높은 천장은 기둥으로 받쳐진 채다. 크고 더러운 창문 너머로 불빛이 반짝인다.

기둥 아래 존을 눕힌 올은 총을 겨눈 채 입구로 돌아간다. 올은 바깥의 거리를 살핀다. 미쳐버린 정규군 병력 몇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존과 올을 추격한다는 본래 목적은 잃은 채, 울부짖으며 도망칠 뿐이다.

올은 문을 밀고 들어간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심지어 어디서 떼어진 곳인지도 알 수 없다. 올은 아마 황궁에 속했던 구역이리라고 생각한다. 유리로 된 창문 덕분에, 어둠이 다양한 색채를 띠고 있다. 저 먼 끝에는 거대한 황소의 눈이 있다. 그 너머로 몇몇 제국 기관들의 지부가 보인다. 올은 바깥에 어떤 불길도 없는데 어째서 창문이 불빛으로 깜빡이는지 알 수 없다.

"악타이?"

답은 없다.

"악타이?"

+숨어 있어요, 올라니우스.+

"어디 있는지 말하시오, 악타이. 돌아가서 꺼내 줄 테니까."

+난 죽어가고 있어요, 올라니우스. 그러지 마요.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말아요. 나를 위해 돌아오지 마요. 난 완전히 파묻혔어요. 장벽 아래에.+

"캇은…"

올이 입을 연다.

"캇과 함께 있는 거요? 당신 둘 다 찾을 수 없어서…"

악타이는 답하지 않는다.

"악타이?"

+아직 칼을 가지고 있나요? 보이네요. 가지고 있는 게 보여요. 부서졌나요?+

"그랬소."

+어쨌든 당신은 계속 나아가야 해요. 존에게 시간을 줘요. 쉴 시간을 좀 주고, 계속 나아가야 해요.+

"리투는-"

+그는 잊어버려요. 잊어야 해요. 계속 움직여야 해요.+

"어디로 말이오? 우린 길을 잃었소. 타래가 망가졌다고."

+내가 시도해 볼게요. 당신을 인도해 볼게요. 그래야만 해요. 계속 나아가야 해요. 움직여요. 도망치고.+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올은 고통 속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는 그녀의 말에서 단 한 번도 직접 들어본 적 없는 연민이, 그리고 급박한 걱정이 느껴진다.

"우린 이미 도망쳤소, 악타이."

올이 입을 연다.

"당신이 반역자들이 오고 있다고 경고를-"

+로가의 아들들이 아니예요. 그들 때문에 도망치라고 한 것이 아니라고요.+

"악타이? 악타이?"

그녀의 고통이 더 심해진다. 올에게 오직 침묵이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