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xxvii 거듭되는 부활

그녀는 죽고 살아난다. 이것이 영속자의 저주다.

장벽이 무너진 순간, 그녀는 스스로도, 제 옆의 소녀도 구하지 못한다. 어둠의 사도 에레부스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사이킥 역량을 쏟아부었기에.

악타이는 스스로의 무덤을 빚어낸 셈이다. 부서진 바위 틈에 묻힌 꼴이다. 그리고 그 아래의 악타이 자신 역시 망가진 채다. 자신의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태반의 상처는 일반적인 필멸자들에게는 치명상이 될 것임도 안다.

하지만 그녀는 영속자다.

눈먼 채 어둠 속에 누워 있지만, 설령 눈이 멀지 않았다 해도 오직 숨막히는 어둠이 시선에 비칠 것이다. 수 톤에 달하는 돌이 그녀를 짓누른 채다. 석조 구조물의 파편들이 그녀를 뭉갠 채다. 모든 것이 먼지일 따름이다. 악타이의 곁에 소녀가 있다. 악타이는 소녀의 육신에서 마지막 열기가 새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종말의 순간까지도 치열한 영혼이다. 악타이는 그녀를 거의 존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악타이는 지금 소녀가 겪는 죽음의 고통을 함께 느껴야 한다. 둘의 정신이 한데 묶여 있기에.

두 번의 죽음. 두 번의 죽음을 겪어야 했다.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할까?

그녀와 마찬가지로, 고통은 영원하다.

악타이는 남은 정신력을 긁어모아 자신을 짓누른 잔해들을 움직여 보려 한다. 하지만 충분한 정도의 염력이 없다. 안간힘을 써 보지만 그녀를 짓누른 석판이 잠시 떨릴 뿐이다. 그 덕분에 오히려 얼굴과 목구멍을 가득 메운 먼지가 더해진다. 질식 속에서 그녀는 죽는다.

그녀는 죽고 살아난다.

시레니 발란티온의 껍질로부터 다시 태어났을 때, 그녀는 영속이 축복이리라 생각했다. 그 힘으로 별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깎아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진실은, 불멸성은 그 어떤 필멸자도 바라지 않을 점이라는 것이었다.

필멸자였다면 그녀는 여기서 죽고, 이 고통으로부터 자유케 되었으리라.

불멸자이기에 그녀는 여기서 눕고, 이 고통으로부터 영원히 붙들리리라.

어둠 속에서 그녀의 정신은 무엇도 볼 수 없다. 어둠의 사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악타이는 에레부스 역시 근처의 잔해에 깔려 죽어 있으리라 추측한다. 또, 그렇게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만이라도 다행스러운 것이고,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악타이는 움직이려 한다. 육신 전체가 고정당한 느낌이다. 모든 뼈는 다 부러져 있다.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어깨뿐이다. 다음 순간 1톤이 넘는 벽의 파편이 미끄러져 그녀의 두개골을 부순다.

그녀는 죽고 살아난다.

악타이는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하루. 일주일. 1년. 10년. 아마 여기 가만히 누워 있으면 결국 그녀의 육신은 세포 하나하나 천천히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정신력이 회복되면, 이 바위들을 옆으로 밀어낼 정도로 강해지겠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움직임 없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뎌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워프가 이 세상 위에서 시간의 개념을 무로 돌리지 않았던가. 그녀가 치유될 수 있는 시간이란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반쯤 눈먼 채 약해진 그녀의 정신은 그녀의 무덤을 뒤덮은 먼지 너머의 도시를 본다. 얽히고설킨 차원을, 도시들 안의 도시들을 짧게나마 알아본다. 악타이는 천공의 바다가 테라를 씻어내는 모습을 본다. 이 운명을 설계한 반역자들조차 괴롭히는, 모두를 괴롭히는 공포를 보고 느낀다. 워드 베어러 군단병들이 시간이 사라진 거리를 따라 필멸의 공포 속에 도망치는 것을 본다. 자신들이 그 공포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도왔음조차 모르는 채다. 기뻐하던 불생자들조차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본다. 호르트 루퍼칼리 소속의 고참 정규군이 공포를 목도한 순간 충격으로 죽어 쓰러지는 모습을 본다.

시간은 사라졌고, 여기 어둠의 왕이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