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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EaTD 3] 10: xvi 최후의 날의 애도 (1)

맛동산(149.102) 2024.01.28 19:13:18
조회 429 추천 16 댓글 4
														

로켄이 그의 아비의 앞을 막아서려 들지만, 그 무엇도 그의 아비를 막을 수는 없다. 흉물스러울 정도로 권능이 들어찼고, 끔찍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찬, 이 피칠갑을 한 괴물과도 같은 케이아스의 화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루스는 그를 만질 필요조차 없다. 피칠갑을 한 그의 아비를 둘러싸고 있는 비물질적인 에너지장에 의해 로켄은, 검을 든 채로, 호루스의 앞길에서 치워진다. 마치 바람이 먼지 알갱이를 휩쓸어 흩뿌리는 것처럼, 검은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갑판 저편으로 털커덩 구르며 나가떨어진다.


뇌진탕에 시달리며 온몸에 감각이 멍한 채로, 그는 몸을 겨우겨우 반쯤 일으키고는 그의 아비의 이름을 소리쳐 부른다. 허나 부질없다. 그의 목소리는 궁정의 공기를 가득 채우며 재잘되는 속삭임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그저, 크게 뜬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호루스 루퍼칼이 마지막 신성모독을 저지르며 황제를 살해하는 모습을.


거기에 즐거움은 없다. 승리의 기쁨도 없다. 합병을 달성했다는, 전투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리했다는, 마침내 끝맺음을 지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조차도 없다. 무력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일어서거나 눈조차 뜨지 못하는 에게 철퇴를 내리쳐 의 머리를 갑판 위에 으스러뜨렸다는 것이... 당신을 어떻게 보이게 만들겠는가? 이런 게 전사라니, 이런 게 워마스터라니.


최소한, 태어난 적 없는 것들의 무한한 군단은 크게 기꺼워하고 있다. 그들은 속삭인다. 서로에게 속삭인다. 황홀감에 젖은 채로 숨죽여 재잘거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당신 주위에 쌓여와, 궁정을 채우고 마른 장작처럼 따닥이며 타오르는 워프의 소음조차도 묻어버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속삭임을 멈추어라," 당신은 그들에게 말한다. 그들이 승리를 만끽하게 둘 시간이 당신에게는 없다.


당신에게는 잠시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 저들은 그걸 모르는 겐가? 당신에게는 스스로를 관조할, 이 순간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말았는지 보라. 신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들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허나 당신이 무엇을 하고 말았는지 보라. 당신은 월드브레이커의 가시 박힌 대가리를 갑판에서 뽑아낸다. 철퇴로부터 피와 세월이 뚝뚝 떨어진다. 당신의 예배당의 제단 위에 올려놓고 공경할 해골마저도 남지 않았다. 당신의 철퇴는 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고 그 아래 놓였던 갑판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며 때려박혔다. 거의 남은 것이 없다. 핏무더기와 으깨진 살점, 조각조각난 뼛조각, 엉겨붙은 머리카락, 당신을 빤히 쳐다보는 눈알 하나 정도밖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자. 워마스터가 된다는 것은... 영광이나 위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끝을 볼 때까지 관철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다. 설혹 그 끝이 후회되고 불쾌하다고 해도. 전쟁은 그러기를 요구하고, 오로지 가장 강한 자만이 스스로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배짱을 가진 법이다.


당신이야말로 가장 강한 자다. 전쟁은 결국 피비린내나고, 비극적인 사업이니, 오로지 가장 강한 자만이 전쟁을 개시하게 되면 그 대가를 감당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지혜를 갖춘 법이다.


는 한낱 사람일 뿐이었고, 지금 는 죽었다. 잊어버려라. 당신 발 아래에 놓인 끔찍하게 훼손된 고깃덩어리는 잊어버려라. 가 무엇이었는가를 기억하라. 당신이 싸우던 것이 무었이었나를 기억하라. 폭군. 만세의 왕. 거짓말쟁이. 한 종족을 전부 노예로 삼고는 당신들 모두를 이용한 무자비한 노예주. 배반자. 이루는 데 흘리게 될 피와 목숨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장장 삼만년 동안 혼자만의 염병할 비밀 계획을 꾸며온 음모꾼.


그렇다. 그걸 생각하라. 그걸로 당신 스스로를 납득시켜라. 그 생각을 당신의 위안으로 삼아라. 의 죄와 의 악행을 생각하라. 가, 그리고 혼자만이, 현실의 반대편 차원의 치명적이며 불안정한 공포가 만들어내는 괴로움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들을 복속시키려 당신과도 같은 초인 전사들의 무리를 길러낸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케이아스가 하나로 뭉쳐 실재적인 위협이 되었을 때,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불러온 피칠갑된 결과에 당혹해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좀 더 일찍 에게서 등을 돌렸어야 했다.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 전부가. 그들 모두 총명하고 지혜로운 이들 아니었던가. 당신은 좀 더 일찍 그들을 결집시켜야 했다. 울라노어보다 훨씬 전에, 성전이 별들을 피로 적시기 훨씬 전에. 하나하나가 전쟁의 달인인, 투쟁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태어난 전우이자 형제... 당신들은 한데 뭉쳐, 한 목소리로 의 실각을 요구할 수 있었다. 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이를, 이 전부를, 막을 수 있었다. 미리-


그리고 만일 가 거부했다면, 그때는 당신이 를 막아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함께. 그 대가가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이 되기 전에, 깔끔하게 를. 빠른 결말. 말끔한 죽음. 허나 그들은 모두 너무도 를 닮아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의 단면을 복사한 것이니. 로갈은 설득하기에는 너무 완고했고, 생귀니어스는 명백한 결함을 보고도 그냥 넘길 만큼 너무 관대했고, 러스는 자기 자신의 에고에 너무 열을 냈고...


옥좌여, 그들 모두! 그들 모두가 너무도 많이 와 닮았다. 마침내 피가 흐르기 시작했을 때 결국 당신의 편에 서게 된 이들조차도. 풀그림은 스스로의 영광에 너무 도취되어 있고, 앙그론은 달리 알기에는 너무 깊은 고뇌에 차 있고, 매그너스... 매그너스는 너무 고집불통에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너무 차 있다.


그들 모두가, 그들 모두가, 그들 모두가... 너무도 많이 를 닮았다. 바로 그렇게 가 그들을 만들었기에. 너무도 많이 그들의 아비와 닮게.


당신의 아버지와.


허나 당신은 아니다. 당신이야말로 핏줄에 흐르는 유산을 극복할 수 있었던 단 한 명의 아들이다. 당신만이 굳건했다. 당신 혼자만이 버텨냈다. 당신이 인류라는 종족을, 혹은 그 중 아직 남은 일부를, 구해냈다. 그걸 기억하라. 당신은 그러기 위해 당신의 무력한 아비의 해골을 바닥에 뭉개야 했지만, 이유가 정당할 때 당신이 치루어야 할 대가야말로 바로 추한 일인 것이다.


바로 당신의 아버지의.


당신은 그에 너무 신경쓰지 않고자 애쓴다. 당신은 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당신은 잊으려 애쓴다. 한때 맺었던 유대를, 그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삼십년간을, 당신이 가 첫번째로-되찾은-아들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웠는지를...


끝난 일이다. 당신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추스린다. 그것이 얼마가 될지는 당신이 정할 일이다. 애도의 기간. 숙고할 시간. 당신은 이제 그저 평온이 필요할 따름이다. 오랜 평온이. 잔잔한 고요가.


허나 이 속삭임. 이 속삭임에 귀가 망가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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