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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9:x 최후의 도약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7 14: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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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x 최후의 도약



올은 존이 토크텀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 복잡한 작은 장치는 고쳐지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올의 흑옥 진자도 마찬가지도 불안정한 채다.


“저 폭풍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존이 다시 조정하며 밀한다.


“어쩌면 그렇겠지.”


올이 고개를 끄덕인다. 워프 폭풍, 온 사방을 뒤덮은 비물질계적 조건, 모든 것의 순수한 불안정성까지… 이 모든 것이 현재의 조건이다. 워프를 뚫고 여정의 길을 정하는 것은 모든 조건이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숫제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이 새로운 위도에서는, 그의 항로도에 적힌 어떤 옛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다.


“방향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존이 다시 입을 연다.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올 역시 동의한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절개, 단 한 번의 잘못된 발자국이 죽음으로 이어진다. 올은 초조하게 손에 쥔 돌칼을 만지작거린다.


존이 다시 시도하며 장치를 재설정한다. 올은 기다린다. 마침내 다가오는 어떤 끔찍한 일몰처럼, 폐허 사이로 그림자가 다가온다. 병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들이 몸을 감춘 문간 너머 필연의 거리 위로 죽어버린 잎사귀가 흩날린다.


올은 먼지가 날리는 거리로 걸음을 옮긴다.


“악타이?”


올이 바람을 향해 말한다.


올을 힐끗 본 존은 다시 작업을 계속한다.


“악타이? 아직 거기 있나? 내 말 들리나?”


오직 바람이 답할 뿐이다.


“악타이?”


올이 외친다.






죽어버린 도시 사이로, 그녀는 절룩이며 걸음을 옮긴다. 힘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그녀의 육신은 기이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죽어버린 눈 모양의 창문에 얽힌 더러운 유리 위로, 그녀가 드리운 어두운 얼룩이 비친다. 그냥 유령일 뿐이다. 자갈밭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본 악타이는 아직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스스로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돈 전하가 자신에게 건 믿음을 충족시키기로 결심한다.


소리가 무로부터 이른다. 마치 근처 처마의 쪼개진 기와에서, 혹은 홈통으로 이어지는 망가진 배수관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느껴진다. 걸음을 멈춘 그녀는 고개를 굽힌 채 귀를 기울인다.


저기, 다시, 바람이 속삭인다.


악타이.


“올라니우스?”


그녀가 큰 소리로 말한다.


악타이.


그가 아직 살아있다. 어둠의 왕의 이해할 수 없는 소멸이 일으킨 폭풍,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겪으며 느낀 고통 때문에, 악타이는 올의 자취를 놓쳤고, 더 이상 감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올라니우스?+

악타이? 내 말 들리나? 아직 살아있나?

+살아 있어요. 풀려났고요. 당신은 어디죠?+


대답이 불분명하다.


+어디예요?+


악타이는 텅 빈 거리에서 서서히 원을 그리며 심중으로 올을 찾는다. 저기, 저기. 아, 너무도 멀리 있다! 하지만 올은 있고, 존이 그와 함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악타이의 위치에서 도달하기 거의 불가능한 거리에 있다. 아마 거기까지 가 닿는 데에만 몇 년은 걸릴 것이다.


+올라니우스?+

악타이. 자네 도움이 필요하네. 설명할 시간은 없지만, 도움이 필요해.






“들리나?”


올은 바람에 대고 묻는다.


“악타이? 자네 도움이 필요하네. 우릴 인도할 수 있다고 했지. 내가 칼을 가지고 있네. 알아듣겠나? 내가 칼을 가지고 있다고. 황제에게 가야 하네.”


존은 토크텀을 작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 이마에 주름을 지은 채, 문가로 다가온 존이 올을 본다.


“악타이가 저기 있는 겁니까?”


존이 묻는다.


올은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악타이?”

+들려요, 올라니우스. 그러니까 그 칼을 쓰겠다는 건가요? 그러니까 그 칼로, 가는 길을 베어내겠다고요? 그렇게 황제에게 가겠다고요?+

“그렇네.”


올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방향을 잡을 수 없네.”

+아주 위험한 계획 같은데요.+






알고 있네.

+그러길 바라요.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요. 오히려 당신이 워프의 힘에 휘말려 파괴될 가능성이 더 높겠죠.+

나도 아네. 시도는 해 봐야지.


좁고 텅 빈 거리에, 악타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 그녀는 집중한다. 양팔을 옆에서 높이 든 채, 세상에 엉킨 천공의 윤곽 사이로 길을 느낀다. 그녀 앞의 가게에 있는 깨진 유리창에 비친 검고 흐릿한 그녀의 형상도 똑같이 움직인다.


악타이? 인도해줄 수 있나?

+잠깐만요. 지금 내 위치를 기준으로 해서 당신의 위치를 예지하는 중이에요. 저기군요.+

황제는? 황제의 위치는 어디지?

+잠깐만요.+


다시 그녀가 정신을 집중한다. 사지가 그러하듯, 그녀의 정신 역시 익숙지 않게 느껴진다. 갓 태어난 사람처럼 너무도 새롭고 날것의 느낌이다. 한때 이런 천공의 마법을 부리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돈 전하를 돕기 위해 영역 전체를 스캔했을 때보다 더 힘들다. 어쩌면, 그녀가 견뎌낸 부상과 죽음이 생각보다 그녀를 더 약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워프 폭풍이 그 이후도 더 심해졌거나.


황제의 빛은 거의 사라진 채다. 주변에 드리운 어둠이 그 빛을 거의 삼킨 채다. 악타이는 제 심안이 닿는 영역의 가장자리에 빛이 흘러내리는 것을 본다. 황제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랜 시간 시야에 담을 수가 없다.


훨씬 더 어둡고 거대한 무언가의 그림자가 황제의 빛을 가린다. 퇴색시킨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그녀를 돌아본다.


악타이?

+올라니우스? 나에게 오는 길을 잘라서 열 수 있겠어요? 만약 당신이 여기 있으면 인도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은데요. 올라니우스?+






“그건 어렵겠네.”


올이 답한다.


“너무 위험하네. 그리고 시간이 없어.”


존은 거리로 나선 채 의아한 표정으로 올을 바라본다.


“악타이입니까?”


존이 묻는다.


“그녀가 뭐라고 하나요?”


올은 다시 존을 조용히 시킨 뒤 최대한 집중한다. 올은 존의 손에서 레이스본 토크텀을 빼앗는다.


“악타이?”


올이 다시 입을 연다.


“방향 잡는 것을 도와주게. 삼각 측량일세. 제발, 딱 한 번 가능할 것 같네.”

+잠깐만요.+

“기다리겠네.”


올은 손바닥 위에 토크텀을 펼치고, 다른 한 손에는 돌칼을 쥔 채 기다린다. 존은 날카롭고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돌풍이 거리에 몰아치며 나뭇잎들이 휘날린다.


돌아선 존은 그대로 무기를 겨눈다. 건물 모퉁이로 걸어간 존은 인접한 골목을 확인한다. 분명히 움직임이 있다. 메루딘의 약탈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아까 본 놈들이거나, 저들과 같은 메루딘에 속한 습격대일 것이다. 아마 2에서 3분 후면 놈들이 시야에 나타날 것 같다.


존은 급하게 올에게 돌아간다.


“시간이 없습니다.”


존이 다급하게 말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합니다. 아니면 엄폐물을 찾아야 할 거에요.”


올이 고개를 끄덕인다.


“악타이? 부탁하네. 지금 당장 가야 해. 자네와 내 위치를 기준으로 해서 황제의 위치를 고정할 수 있겠나?”






악타이?

+불가능해요.+


악타이는 침을 꿀꺽 삼킨다. 팔이 부들거리기 시작한다. 더러운 유리에 비친 그녀의 모습도 그녀를 따라 팔을 부들거린다.


악타이?

+그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요, 올라니우스. 그는 더 이상 일전처럼, 등대로서 빛나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뭔가?

+그를 가리고 있는 그림자의 위치는 고정할 수 있어요.+

그래, 그거면 됐네! 그거면 충분해.

+올라니우스, 당신도 그 그림자의 정체가 뭔지-+

신경 안 쓰네. 둘이 같이 있는 게 맞다면 상관없어. 사실, 그게 중요하지.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 이 돌칼을-

+좋아요. 최소한 저는 경고했어요.+


악타이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다시 정신을 모은다. 창문에 비친, 그녀를 따라 하는 유령의 형상을 집중의 드리티쉬로 삼는다.


천천히, 최대한 명확하게, 악타이는 올에게 방향을 전한다. 그것은 만물의 어두운 심장이요, 필연의 소실점이자, 세상의 중심에 자리한 무의 특이점이다. 제정신인 영혼이라면 결코 발을 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을, 충혈된 폭풍의 눈이다.






올은 귀를 기울인다. 떨리는 손이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토크텀의 다이얼을 설정한다.


“올!”


존이 쉿쉿거린다.


“다 끝냈네.”


올이 답한다.


“맙소사, 올!”


존이 쏘아붙인다. 올을 등지고서 총으로 거리 끄트머리를 겨눈 채다. 둘 모두 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발소리,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전투를 지시하는 거친 목소리까지. 올의 바로 앞에 선 존은 자신의 몸으로 올을 가린다. 길모퉁이에서 무어든 시야에 닿는 즉시 쏘아댈 수 있도록 카빈을 견착한 채다.


“서두르라고요!”


존이 재촉한다.


“다 끝났다니까.”


올이 되풀이한다. 토크텀의 설정이 완료된다. 올은 정확하게 공간을 베어낼 각도를 찾을 때까지 제 왼쪽으로 토크텀을 정렬한다.


“올, 제발, 빌어먹을-”

“다 끝났어.”


올은 거듭 되풀이한다. 그리고 저기 선이 있다. 낡은 돌칼을 든 올은 그대로 정면의 허공에 수직으로 길게 베어낸다. 팽팽한 살점이 벗겨지듯, 물질이 베어진다. 공중에 추악한 상처가 열리고, 그 안에서 추악한 빛이 뿜어진다.


+갈 거면 당장 가요, 올라니우스. 밀어붙이라고요. 선행을 해요.+

“존! 빨리 오게! 당장!”


올이 고함친다. 올의 발걸음은 공중에 열린 상처를 향한다.


길 끝에서 메루딘 병력들의 선두가 나타난다. 한 놈이 소리친다. 다른 놈이 조준을 한다. 두 놈이 사격을 시작한다.


라스 볼트가 존과 올을 스쳐 지나간다. 존은 반격을 가한다. 폭발음이 터진다. 존은 명중했는지 확인할 생각조차 없다. 놈들로부터 몸을 돌린 존은 그대로 올을 상처 안으로 밀치며 뒤이어 뛰어든다.






+올라니우스?+


그녀는 기다린다.


+올라니우스?+


그들은 떠났다. 악타이는 더 이상 그들을 감지하지 못한다. 존과 올라니우스는 그녀의 심안으로부터 사라진 뒤다. 갑자기, 그녀는 더 이상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그녀는 집중을 풀어낸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빠져나가고, 이제 전신을 갉아먹는 듯한 피로감이 그 자리를 메운다. 힘없이 앞으로 비틀대며, 손을 뻗어 벽과 창틀을 디딘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형상이 비틀대며 나아가 그녀와 마주한다.


거의 헐떡이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몸을 다시 세우려 한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눈과 마주친 그녀는 스스로를 응시한다.


한참 동안, 그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형상이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인다.


“오.”


그녀가 입을 연다.


“오.”


시선에 비친 그녀의 잔영이 많은 것을 설명한다. 악타이는 제 뺨에 손을 뻗는다.


다음 순간, 목소리가 들린다. 유리창으로부터 그녀가 시선을 돌린다. 더 이상 스스로를 살필 시간이 없다. 전사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 심중의, 그 적대감의 냄새가 느껴진다. 호르트 루퍼칼리. 메루딘 제20 전술군. 놈들은 살인자들이고,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악타이는 익숙지 않게 느껴지는 다리로 서툴고 힘겹게 달리기 시작한다. 그녀 뒤에서,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가 더 커진다. 악타이는 뒤를 돌아본다.


더럽고 흉악한 반역자 병력들이 추격을 위해 서둘러 거리 위를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악타이는 다리가 자유로이 달릴 수 있도록 찢긴 드레스 자락을 위로 든 채 속도를 높인다. 첫 사격이 창문과 지붕 타일, 그리고 벽 안 줌을 찢어내며 명중한다.


놈들은 그녀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죽일 것이다.


그리고 악타이가 죽을 수 없음을 알게 되면, 그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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