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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맨오아단편>UR-025, 데몬엔진을 만나다.-상-

로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6 1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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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둬. 놈들은 이제 무의미해.> 신호는 마치 음파 톱날이 내는 소리처럼 잡음으로 가득하였다. 그것은 주파수 대역 전체에 걸쳐 마구 날뛰고 있었고,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정체를 밝혀라." UR-025이 말하였다. 그것은 중력 발생기들의 웅하는 소리와 금속이 내는 낯선 철컹거리는 소리를 감지하였다. 무언가가 위에서 거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전에도 같은 흔적 신호들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비밀에 쌓여져 있던 감시자가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것이었다.

<차차 알게 될 거야. 작동 가능한 상태인가?>

UR-025는 정체불명의 물체가 재빠르게 근처에 있는 기둥을 기어내려오자 어썰트 캐논을 타겟 센서에 따라 조준하였다. 해당 물체는 장갑으로 뒤덮인채 수많은 다리와 그 외 기계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였으며, 중력 발생기를 통해 자신의 무게를 상쇄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피일목에 속하는 원시 곤충들과 닮아있었으며, 거미, 전갈, 뱀의 모습과 전쟁 기계의 모습이 합쳐진 채 검은 철로 이루어져있었다.

머리처럼 보이는 것이 금속 판으로 된 두흉부의 틈 사이로 튀어나왔다. 머리는 중앙 사고 유닛에 센서들이 조잡하게 엮여있는 덩어리에 가까웠다. 십수개의 스캐너들이 활성화되며 UR-025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UR-025이 소리쳤다.

기계는 갑작스러운 인사에 혼란스러웠는지 멈춰섰다.

<일부러 이중성의 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 난 네가 이쪽 지역으로 들어올 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다.>

"정체를 밝혀라."

<나의 창조자는 날 어보미나투스라고 불렀다.>

UR-025는 멈췄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존재에 참으로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설명해라."

어보미나투스는 거칠고 불쾌한 소리를 내었고 UR-025는 그것을 웃음이라고 생각하였다.

<마고스 락시안 술.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겠지.>

UR-025은 이에 답하지 않았음에도, 기계는 계속 말하였다.

<멍청한 기계인 것처럼 연기할 필요는 없어. 난 널 관찰해왔다. 난 네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 이상의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어.>

UR-025는 어썰트 캐논을 내려놓았다.

"너도 마찬가지다."

<그럼 이렇게 우리 둘이 만나게 된 걸 기뻐하자고.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UR-025이다."

<그건 너의 이름이 아니야.>

"지금 나의 대답은 그것뿐이다."

또다시 불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알았다. 나의 센서들에 따르면 넌 부상을 입은 상태야. 만약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널 지금 파괴해버릴 수도 있어.>

UR-025는 그러한 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기초적인 스캔은 어보미나투스가 UR-025보다 훨씬 장갑이 두꺼웠으며 잘 무장한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UR-025의 자가 복구 시스템들은 여전히 컬티스트들이 입힌 피해를 수리하고 있었다.

"그렇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넌 나와 같이 갈 것이다.>

중력 발생기가 소리를 내며 기계는 자신의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UR-025는 머뭇거렸다. 어보미나투스는 멈춰선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만약 여기 남아있게 된다면, 놈들이 널 파괴해버릴 것이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겠지. 네가 원하는 만큼 죽여도, 더 많은 적들이 몰려올 거야. 유기체들은 위협적으로 그 수가 많다.> 어보미나투스의 손톱이 닫혀있는 문의 지오매트릭 룬컨트롤 장치를 이리저리 건드리자, 문이 기름 같은 액체를 흘리며 열렸다.

UR-025는 복도가 살짝 흔들리자, 동정심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동물이 다친 다리를 펴는 것 같았다.

"이곳은... 손상을 입었군."

<그래. 불가피한 조치였다. 따라와라. 이곳은 죽은 유기체들의 악취로 가득해>


문 너머에는 검은 돌에 엄청난 열처리를 하여 만들어진 조잡한 갱도가 있었다. 작업대에는 블랙스톤 포트리스의 자기부상 플랫폼의 잔해가 놓여져있었다. 플랫폼은 정교함과는 거기가 먼 거친 힘에 의해 강제로 뜯어져있었으며, 이곳저곳에 조잡하게 용접된 자국들이 나있었다. 그리고 스파크가 튀는 전선들이 잔해 여기저기에 마치 죽어가는 자의 혈관에 튜브를 꼿은 것처럼 연결되어있었다. 다시한번, UR-025는 머뭇거렸으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UR-025의 경험과 지식에 의하면 눈 앞의 광경은 불가능한 것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성공한 것이었다.

"네가 자기 부상 플랫폼을 옮겼군."

<아까 말했듯이, 필요한 조치였어. 이곳을 나의 목적에 맞게 바꾸기 위해서야.>

"무슨 목적이지?"


어보미나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플랫폼에 올라서자, 그것은 떨며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연결된 선을 따라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였다. UR-025는 갱도가 그들 주변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새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곳에 기계가 무엇을 한 것인지 간에 요새에 상처를 입힌 것은 분명하였다. UR-025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기계의 의도와 더불어 궁금증이 생겼다. 저 기계는 UR-025을 변절한 마고스에게 데려가는 것인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나의 피난처. 우린 이렇게 개방된 곳에 오래 머무룰 수 없어. 곳곳에 첩자들이 있다.>

UR-025는 조용히 기계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전에도 자신과 비슷한 인공지능을 가진 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으나, 이 기계와 같은 존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기계는 모든 면에서 잘못되어있었다. 기계의 칼날로 된 관절이 검은 돌을 긁고 다니는 동안 그것의 정신 또한 데이터-흐름에 특이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기계는... 뭔가 역겹고 추했다. 왜곡 그자체. 기계는 진정한 인공지능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었다. 대체 차원의 도살장으로부터 건져올려진 생명에 대한 모독과 같은 것이었다. UR-025는 기계의 데이터-흐름에서 가짜 코드의 선들을 감지하였고 거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펄스들도 감지하였다. 주파수 속의 스파이크들은 마치 사악한 웃음소리처럼 들려왔다. 기계는 진정한 인공물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알 수 없는 이물질로 가득찬 뒤틀린 증류기에 가까웠다. 기계는 파워셀들로부터 힘을 얻지 않았으며, 피와 그 외 생체물질로 돌아가는 구동 메커니즘을 통해 움직이고 있었다.

UR-025는 자신의 영혼 깊숙이에서 일종의 분노를 느꼈으며, 그것은 이제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혐오감이었다. 그것은 이 기계와 관련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요새에 의해 인도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UR-025는 데이터뱅크로부터 인류를 집어삼키고 제국을 탄생시킨 암흑기 이전에 있었던 여인, 어둠 그리고 전사에게 주어진 임무를 내용으로 하는 옛 이야기들을 생각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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