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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Emperor's Gift, 서리의 심장 속으로 -4-

리만러스(39.123) 2024.03.09 20:18:12
조회 340 추천 1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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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감지할 수 있었다. 말의 정신이 전원이 꺼진 명령 콘솔들을 헤집으며 각 콘솔의 내부 기계 네트워크를 점검했다.


+9개의 점화 코드가 모두 제거되었습니다+


말카디엘이 짐짓 주저하다가 말했다. 복스 그릴 너머로 그가 숨소리가 들렸다.


+소켓에 탄소 자국이 있고, 명령 콘솔과 아니무스 마키나이를 연결하는 피하 케이블이 손상되었습니다. 추측하건데 점화 코드는 아직 함선이 항해 중일 때 제거된 듯 합니다+


소티스가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아머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말카디엘이 계속해서 보고 했다.


+제 짐작이 맞다면 워프에서 탈출하기 위해 엔진을 끈 것 같습니다만...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냥 워프 드라이브를 중지했으면 될 일입니다. 물질 우주로 돌아올 다른 방법이 없는 이상 이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 겁니다+


그때 말카디엘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간신히 손과 무릎으로 땅을 짚을 정도였지만 말카디엘은 신경쓰지 않고 엔지나리움에 집중했다. 그의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내가 전해지는 부담 역시 강해졌다. 비 오듯 땀이 쏟아지고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조였다.


+설마...항해사...그들의 항해사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알아챈 듯 말카디엘의 숨이 급격히 거칠어졌다. 마치 적수를 만난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였다. 그의 정신력이 흐트러져 엔진실 사방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그와의 연결을 차단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불쾌하군+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말카디엘이 세 번만에 일어서며 말했다.


"자네 어찌나 흥분했던지 정신력이 흐트러지고 있었네."


+나도 느꼈지. 고맙네+


갈레오가 옆에서 재촉했다.


+방금 전 한 말에 대해 계속 해보게. 네비게이터가 뭐 어쨌다는 말인가?+


+바로 네비게이터가 원인이었습니다+


말카디엘이 힘주어 말했다. 나의 형제는 말을 마친 뒤 무장이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했다.


+그들은 워프를 벗어났던 게 아닙니다. 그러지 못했던 것이죠. 엔진 시동을 꺼서 워프에서 강제로 '배출'되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네비게이터가 그리 하지 않은 탓입니다. 갑판 밑에 전선망이 남아있는데 네비게이터가 얼마나 악의적으로 배를 몰았는지 이들이 전부 공명하고 있어서 접근하기가 힘듭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함선의 네비게이터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말카디엘이 방금 한 설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네비게이터가 중요하기는 하나 그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안내자이자 워프 항해에 한해서 배를 움직이는 조타수일 뿐, 함선의 핵심 시스템을 모두 감독하는 것은 그들의 업무가 아니었다. 다 죽고 사라진 함선을 혼자서 조종했을 리도 없었다.


+대단하군. 그랜드 마스터께서 자네를 화성으로 보내고 나면 많이 그리울 걸세+


말카디엘은 저스티카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성의 메카니쿠스로 유학을 떠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우리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만약 카스티안 분대에 소속되지 않았다면 그는 예전에 이미 타이탄을 떠나 테크마린의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머신-스피릿은 죽었습니다. 완전히 존재가 사라졌어요. 코어는 복구 불능으로 보이고 만에 하나 복구를 한다고 쳐도 온전히 기능하지 않을 겁니다. 이 배는 단순히 작동을 중지한 것이 아니에요+


말카디엘은 잠시 고개를 저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은 함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다시는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말카디엘이 말을 끝내자 나도 첨언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엔지나리움에 새겨진 핏자국과 탄환 흔적을 보면 상당한 규모의 전투가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함선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은 확실한데, 아무래도 승무원들은 워프 보다는 물질우주로 나오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이곳에서 철수한 뒤 배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화할 여지도 없습니다. 공허 속으로 흩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더 낫겠어요."


+그럼 배의 기능은 어느 것 하나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인가? 인공 중력 장치마저도?+


말카디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나는 그가 엔지나리움의 피해 규모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보조 시스템 몇 개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스티카, 고작해야 보조 코지테이터가 일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들 뿐이겠지만요. 머신-스피릿이 시스템을 관리하지 않는 이상 잠깐 소생시키는 것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배는 완전히 사망했습니다. 주요 시스템 뿐만 아니라 핵심 코어까지 모조리 파괴당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들었던 그 워프 비명소리는 어떻게 된 건가?+


이번에는 내가 고개를 저였다.


"이곳에서 발신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스티카."


그러자 두메니돈이 끼어들었다.


+어쩌면 메아리일 수도 있겠군. 단말마처럼 강렬한 감정은 워프 속에서 공명을 일으키기도 하지. 나 스스로도 그것을 느낀 적이 많고 아카이브에서도 다수의 기록을 발견할 수 있소+


"제 의견도 그와 비슷합니다만 여전히 이 배에는 무언가가 숨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현재로써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내 말에 갈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엔지나리움으로 이동해서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지. 그 다음엔 선수와 네비게이터의 관측실로 이동한다. 히페리온?+


"네 저스티카. 듣고 있습니다."


+인퀴지터 안니카에게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이 배에 승선할 수 없을 거라고 알리게+


"즉시 연락하겠습니다."


난 곧바로 안니카에게 연락했고, 그녀는 내가 예상한 대로 반응했다. 안니카 야를스도티르는 펜리스 출신 답게 많은 비속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짧은 시간 내에 내 정신 속에 울려퍼졌다. 나는 그녀와의 연결을 끊고 다시 '전송'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함선의 중앙 용골을 따라 훑어 내려갔다. 격벽이 많아 어려웠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함선 내부에 남은 것들은 배를 유지할 그 어떤 의지도 관심도 없었다. 프로스트본 호는 오염된 상태로 천천히 공허 속에서 썩어가길 원하고 있었다. 나는 공중에 떠 있는 시체들과 하도 많은 양이 튀어서 이제는 얇은 벽처럼 얼어붙은 핏자국들을 지났다. 시체들은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훼손 상태가 너무 심해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살조각이 어느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리고 시체가 많아질 때마다 시체들의 잔류 사념도 더욱 강해졌다.


안돼! 최후 합류 지점으로 모여!


안돼...신-황제시여 제발...이젠 탄약도 다 떨어졌어..


황제폐하를 위하여!


시도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한 발은 날 위해서...


함선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엄마...엄마...


숨을 쉴 수가 없어...


앞이 보이지 않아! 어디에 있는 거야?


눈이 안 보여...제발 난 안돼... 난 아냐...난 할 수가 없어..


도와줘...제발...누구라도...내 팔이...내 팔...안돼...안돼!


+히페리온. 그만 돌아오게. 확인할 것은 다 한 것 같으니+


난 혀 뒤로 쓴물이 올라는 것을 느꼈다. 갈레오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난 알겠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끝마치지 못했다. 갈레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꼈다. 저마다 날 바라봤고, 우리는 동시에 무엇을 느꼈는지 알아챘다. 두메니돈이 으르렁거렸다.


+적이로군+


각자의 무기가 우리의 격양된 감정에 반응하여 푸르게 타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뇨."


내 말에 모두가 날 돌아봤다. 나는 내보냈던 정신을 다시 내 몸 속, 정확히는 머리 속으로 집어넣는 모습을 상상했다. 말카디엘과는 달리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전송'이 마침내 종료된 것이다.


"누군가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적은 아니에요."


미약해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생명 신호가 느껴졌다. 나도 처음에는 지나쳤고, 두번째로 느꼈을 때도 좀 더 집중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마치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 놓인 촛불 같았다.


+어딘가?+


갈레오의 물음이 마치 칼날처럼 내 정신을 찔렀다. 하여간, 저 사람은 가끔 자기의 싸이킥 파워가 얼마나 강한지 잊는다니까. 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대답했다.


"우현 무기고입니다."






뭔가 이번 분량은 이벤트 호라이즌 느낌이 나서 좋았다.

갑자기 현실에서 번역일이 잡혀서 당분간 엠퍼러스 기프트 번역은 쉬어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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