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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던오브 파이어 6권 - 순교자의 무덤 - 프롤로그

slay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0 15: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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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물루스 투울>


프롤로그 - 순례자


그는 천 마일, 아니 만 년의 여정이 한 번의 비틀거리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어렵게 배운 교훈이었지만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했다.


한 발, 한 발. 셀 수 없는 전장을 가로질러, 숫자와 이름이 기억 속에 흐릿한 얼룩이 되어버린 전쟁을 겪으면서 말이다.


순례자의 길을 계속 전진하다가 마침내 죽음이 그를 사로잡는 쓰라린 최후까지, 그는 그 순간의 필연성을 즐겼다. 모든 것이 해결될 그 시간과 장소를.


할아버지(너글)가 가져오는 죽음 역시 위대한 아버지의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였을까?


은하계의 무수한 신화는 모두 같은 장단에 맞춰 춤을 췄다.


신과 죽음, 암살 명령, 죽음의 숭배라는 가면 뒤에서 그들은 모두 같은 신격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같은 주인을 섬기면서.


순례자는 거기에 아이러니가 있다고 확신했다.


제국의 학자들과 제노스 철학자들은 시간이 부족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음들. 그들은 그저 주어진 사료를 씹어먹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혼란 속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받아들였다.


이제 그는 자신의 길과 의무를 알고 있었다. 그것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순례자는 한때 장식용 정원이었던 낮은 건물 위로 올라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숨긴 성인상 아래를 지나쳤다.


무뎌진 쾌락의 파문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그는 그것들을 보존하고 배로 가져올 것이다.


그는 그의 회랑에 그것을 추가할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생각을 일축했다. 나중에 해도 된다.


남부 대륙에 대한 폭격으로 잔해가 너무 많이 쌓여 잔잔한 잿빛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행성 인구의 잔해, 원자화된 거대 벽돌, 산 자와 죽은 자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화장 등 모든 것이 서서히 회색 장막에 가려지고 있었다.


영웅과 순교자들의 위대한 영묘는 제대로 불타 없어질 시간조차 없었다.


정밀 타격으로 인해 분자 수준에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면서 이런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기억의 잿더미. 그는 고장난 투구를 통해 혀로 그 재를 맛볼 수 있었고, 그 맛은 좋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폐기물을 내려다보았다.


신전 도시 사이에 존재했던 땅은 쾌적하고 경작할 수 있는 땅이었다.


그것은 속이 빈 책략의 침입으로 서서히 목이 졸린 낙원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척추 뼈가 삐걱거리며 다시 정렬되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투구를 벗었다.


신의 선물이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기 전의 현실에서도, 그는 아름다움의 표식은 아니었다.


그의 거친 이목구비는 펄그림의 품종이나 길리먼의 후손으로서 선전용 그림처럼 기억자의 캔버스를 장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는 못생겼지만 기능적인 무기였다.


그런 무기는 이런 용도로 만들어졌다. 행성을 멸망시키고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서.


낙원을 벽돌 하나 하나, 똑같은 실용주의적 장인 정신 아래 가라앉히고 그 작품에 규정과 규칙의 표식을 덧칠하기 위해서, 죽은 이상에 대한 노예적인 헌신으로서.


"그들은 그것을 통합이라고 불렀지." 그는 썩은 이빨 사이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었었다."


창백한 입술은 다시 비웃음으로 바뀌었고 잇몸은 오랫동안 응고된 피로 시커멓게 변했다.


위축된 폐에서 무덤 같은 한숨과 함께 공기가 쉭쉭거리며 솟구쳤고, 갑옷의 일부는 공학적이라기보다는 성장, 진화, 배양된 시스템과 동조하는 듯 쌕쌕거렸다.


그는 거대했다. 실제보다 더 거대했지만, 그를 아스타르테스로 만들어준 수많은 기관은 내장에서 시들어 버렸다.


거짓된 선물...


여전히 스스로를 언브로큰이라 여기는 이들은 이를 거짓 선물이라 불렀다.


테라의 사칭자의 속임수에 의해 조각된 것.


순례자는 다시 한 번 조각상과 그 조각상들의 숨겨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받침대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모든 면에서 그는 그들을 왜소하게 만들었다.


그는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손을 뻗어 한 조각상의 바닥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손가락으로 일곱 번 두드린 후 그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마치 제물을 바치듯이.


"나는 당신을 거부한다. 당신을 포기하고 비난한다. 나는 당신의 손아귀를 넘어섰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섯 번. 이것이 내가 당신에 대해 만든 상처다. 피부의 상처. 뽑힌 눈. 나는 너를 부러 뜨리고 눈을 멀게 할 것이다."


"주군?"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그것은 그의 것처럼 거칠었고, 그의 또 다른 형제들 중 한 명이 그의 나른한 걸음걸이를 꾸짖기 위해 왔다. 그는 그것이 다시 왔을 때도 돌아보지 않았다.


"투울 주군?"


그로물루스 투울은 우아하지 않은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동료를 내려다보았다.


그 전사는 축복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재능이 달랐을 뿐이였다. 그로물루스는 그 격차를 느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순례자의 갑옷은 썩은 산호나 죽은 뼈처럼 무성하게 자란 고대의 터미네이터 갑옷이었다.


곰팡이가 번식하고 젖은 괴저가 갑옷을 끔찍하게 뚫고 들어왔고, 일부에는 곤충의 벌집 모양의 기묘한 틈새가 생겨 있었다.


그 어두운 틈새에서 어떤 것들은 눈에 뛰지않개 않게 움직였다.


"넌 내 명상을 방해하는구나, 형제여."


투울은 행성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우리의 임무는 거의 끝났는데, 넌 나를 방해하는구나..."


"용서해 주십시요. 전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 목소리는 끊어졌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신성하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우리가 빨리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렇겠지, 형제여."


투울은 마른 웃음을 지으며 근처 제단 벤치에 놓여 있던 도끼를 집어 들었다.


도끼의 메커니즘은 곤충의 하악골처럼 그들의 관습처럼 딸깍딸깍 소리를 냈다.


그것은 테라에서의 패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기이하고 뒤틀린 채로 성장한 이빨 끝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굶주린 존재였다.


신이 보시기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봉헌된 것이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는 건틀렛을 낀 손으로 무기의 무게를 시험하며 몸을 돌린 다음, 완벽한 호를 그리며 휘둘렀다.


돌과 돌이 부딪히며 쉿하는 소리가 났고, 무덤에 묻힌 성자 중 절반이 피를 흘리며 미끄러져 나갔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성전이 있고, 형제여, 우리에게는 우리의 성전이 있다. 우리는 더 정직한 주인을 섬긴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다."


그는 마지막 심호흡을 하고 죽어가는 세상을 마셨다.


"배를 준비하라. 교단 지도층에게 전하라. 곧 우리 7인의 자식들이 그들의 더 나은 사람들 앞에서 승천 할 것이며, 마침내 마지막 제재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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