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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블템 중편 : 피와 불 (4-1)

Mark1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28 01: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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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닥불에서의 이야기


인퀴지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퀴지션은 많은 제국 백성들이 믿는 방식인, 치밀하게 얽히고 단합된, 거미줄처럼 잘 짜인 권력을 갖춘 단일 조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법률로부터 면책 특권을 지닌 개별 남녀 다수다. 그들은 가장 애매모호한 가치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 외의 것들은 그들이 거둔 성과거나, 개별적으로 모은 권력이다. 어느 인퀴지터가 제국의 자원을 요청하는 경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어느 실질적인 조직이 아닌, 권위에 기원한 위협에 의존한다. 결국 그들의 힘은 극도로 현실적인 동시에 교묘한 환상이기도 하다.


그들은 다양한 이념과 전술,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궁극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나 마주하고 싸울 수 있는 통합된 적이 아니다. 인퀴지터들이 가끔 한데 뭉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그들이 속한 존귀한 오르도 역시 서로 존중하는 의견의 일치, 전문 분야와 의도에 대한 철학이 나란히 놓인 것이지 특정 집단의 조직된 군대가 아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와 정 반대에 놓여 있다. 우리의 일시적인 권위는 헤러시 이후로 박탈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엄청난 힘을 지고 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함대와 형제애는 스스로를 대변한다.


이번 전쟁의 특성상 아마겟돈 행성의 여러 도시에는 오르도 제노스의 요원들과 무력집단의 잉크가 꽤나 짙었으나, 인퀴지션에 대항하는 행위는 쥐새끼들의 소굴을 소탕하려는 것과 같다, 쥐 한 마리를 잡았다 한들 나머지 무리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전쟁에 관여한 인퀴지터들이 몇이나 되건 간에 라이온 챕터에 대한 보복과는 아무 연관이 없을 수도 있고, 설령 그들이 알았다고 한들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인퀴지션의 대표자를 찾아가 알고 있는 대로 말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정말로 그가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이 크니까.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었기에 가장 큰 적이 되었다. 나는 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야 했으나, 인퀴지션은 심장이 하나인 짐승이 아니다. 모든 인퀴지션의 무력집단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카타 행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챕터는 몇 되지 않으며, 거기에 대해 언급하기라도 하는 이들은 더욱 적다. 나는 카타 행성의 파멸에 대해 아는 챕터들 부분은 그 사건이 아스타르테스의 자치권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 여기는 대신 각자의 전쟁에 집중하기를 택한다는데 내기라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내가 할 말은 블랙 템플러 챕터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전부이겠으나, 그나마도 우리 챕터는 서로 함께하며 뭉친 게 아니라 혈연만으로 느슨하게 묶인 채 각자의 목표와 전통을 지닌 수십의 성전 함대로 분산되었다.


카타 행성의 사건에 대해 내가 약간이나마 아는 바라면 사자들과 인퀴지션이 서로의 자존심과 의무의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었다는 정도였다 그런 갈등은 광활한 제국의 무수한 행성들에서 매년 천 번은 벌어지며, 그러한 불화의 상당수는 유혈사태로 이어진다. - 대체 무엇이 사자들은 볼터를 겨누어 거칠지만 더 효율적으로 상황을 끝낼 수 있었는데 합리와 이성으로서 대응하도록 상황을 굴욕적으로 만들었는가.


사자들은 재담꾼이자 전설을 노래하는 이들의 챕터였다. 포위당한 도시 위로 해가 지는 가운데 우리는 사자들의 급조 무기고에 남은 전차들이 에워싼 도시 외곽 공업 구역의 한 폐공장에 자리했다. 전차들의 엔진이 공회전하는 가운데 텅 빈 볼터 거치대와 탄약상자에서 유령의 흐느낌이 들리는 듯 했다.


우리는 카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자는데 동의했다. 나는 사촌들이 아마겟돈에 도착한 이래 어떻게 도살자의 계산서를 지불했는지 알고 있다. 이제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었다.


일곱 사자들이 모였다. 에케네와 그의 원래 분대원들이었다. 다른 이들은 곧 벌어질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거나 경계 근무를 섰다. 사이네릭은 그들을 거들고 있었다. 나는 다른 챕터의 형제들과 함께 한 경험이 그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분위기는 여전히 곧 닥칠 전투의 조짐이 가득했다. 심지어 제국이 확보하고 있는 도시 깊숙한 곳에서도 그러했다.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에케네와 그의 자랑스러운 사자들과 함께 모닥불 곁에 앉았다. 타오르는 불이 우리의 갑주에 춤추는 호박색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그들이 모성 엘리시움 9에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폐공장의 아치 지붕 아래가 아니라 별빛 아래 대초원에서 모닥불을 피워야 했지만 말이다.


에케네가 내게 권했다.


먼저 이야기 하시지요.”


나는 이해하지 못해 그대로 답했다.


그는 다시 권했다.


먼저 이야기 하시지요. 레클루시아크께서는 우리 거처의 불가에 오셨습니다. 전통대로 먼저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다른 전사 하나가 거들었다.


손님이 먼저 이야기해 부족의 캠프에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얻은 대가를 치릅니다.”


나는 할 이야기가 없네.”


사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이야깃거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에케네가 말했다.


헬스리치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안 되네.”


내 말은 볼트 탄환이나 날카로웠고, 갑작스런 나의 대답에 그들은 순간 긴장했다. 나는 헬스치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그 곳에서 배운 가르침은 여전히 내 영혼 속에서 새겨지고 있었다.


그들은 시선을 마주하고 말없이 동의해 내 거절을 받아들였으나, 흉갑에 자우르켐이란 이름이 새겨진 전사가 거의 재치 있는 인간의 예법처럼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레클루시아크, 저희에게 어떻게 데스스피커의 웃음을 얻으셨는지 이야기해주시죠.”


내 척추를 따라 낯선 불편함이 느껴졌다.


페레게론 성단의 사건은 수많은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네.”


사자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으나, 조롱의 의도는 그 안에 없었다. 그들은 소속이 다를지언정 채플린을 모욕하기에는 너무나 현명했다. 그들의 웃음은 두 챕터가 동지애를 공유하는데 따른 여러 어려움과 더불어 이런 순간에서도 항상 마주하는, 혈통이 나뉘며 생긴 끝없는 차이점 때문이었다.


에케네가 손짓으로 재촉하며 말했다.


레클루시아크, 공식 기록은 무미건조하고 생기가 없잖습니까. 직접 당신의 눈으로 본 사건이 어떠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리 해 주신다면 정말 영광입니다.”


나는 그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헬멧의 표적 조준선이 윙윙거렸지만 적이 아니었기에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알겠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고대의 격언 하나가 있다네. 인류의 뼈에 새겨진 한 정서지. 내 생각에 시간의 격차는 있을지언정 헤아릴수 없을 문화권에서 비슷한 말이 존재할걸세. 나의 스승이셨던 레클루시아크 모드레드께서는 우리의 영원한 성전의 개념과는 근본부터 반대되었기에 경멸하셨지만 말이네. 하지만 나는 그것의 구슬픈 우아함을 언제나 좋아했다네. -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은 결코 없으리라. -”


사자들이 맞장구쳤다. 그들의 모성에도 비슷한 격언이 있었다.


페레게론 4 행성에서 적은 정 반대를 진리라 믿었네. 그들의 반발은 반역이 되었고, 봉기는 전쟁이 되었지. 그들은 자기들의 전쟁을 마지막 전쟁’,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으로 불렀네. 만약 자기들이 충분한 결의로 제국을 몰아낸다면, 자기들이 평화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놔두리라, 자기들이 저지른 반역의 추악함대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정말로 그렇게 믿었네.”


이상하게도 그때의 기억을 돌이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이 또렷했다. 거기에는 언제나 땀과 포효하는 분노 속에서의 야만적인 평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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