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유령이 그를 잡았다. 카젠은 야수가 한손으로 으스러진 락크리트 조각을 잡으며 건물을 오르는 사이 손에 잡힌 채 몸부림쳤다. 카젠은 자신이 공포로 얼어붙어 늘 약자들이 그렇듯 강자의 면전에서 애원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물적 본능이 병든 의식을 압도하고 싸우라고 강요했다. 되는대로 분투했으나 강력한 힘과 야만성으로 삶의 마지막 도랑을 건너지 않기 위해 인체가 스스로에게 건 한계를 극복했다. 태산을 할퀴는 것이 더 나았으리라. 밤의 유령의 초자연적인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벽 꼭대기에서 카젠을 지붕 위로 집어던졌다. 락크리트 위에 세게 튕기기도 전에 발목에서 뭔가 부러지는 걸 느꼈다. 무릎과 손바닥과 얼굴의 좋은 부분도 긁혔다.

그가 흐느꼈으나 감히 시선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다시 혼자였다. 괴물은 가버렸다. 그는 어깨너머를 바라보며 쓰러졌다. 손으로 얼굴을 닦으며 눈을 따갑게 하는 물을 닦았다. 고문자의 흔적은 없었다.

일어나자 고통이 발에서 불타올랐다. 그건 그를 멈출 수 없었다. 그 어떤 것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공포가 등을 후려쳤다. 절뚝거리며 자신을 부르는 거리의 불빛이 있는 건물 저편으로 갔다. 광고판의 섬광등이 그를 절대 살 수 없는 상품을 위한 문구 조각으로 물들였다. 빛이 휩쓸고 지나가자 주변이 다시 침울해졌다.

강력한 타격이 카젠의 갈비뼈 네 대를 부러뜨렸다. 카젠은 다시 쓰러졌다. 다시 한 번 타격이 오기 전에 간신히 몸을 굴렀다. 크고 무자비한 손이 허리춤에 꽂힌 단검을 뽑으려는 연약한 소년의 팔을 잡아챘다. 두 번째 손이 지붕에 그를 꼼짝 못하게 하며 깡마른 갈비뼈를 감쌌다. 카젠은 비명을 지르며 헛되이 그를 포획한 자를 주먹으로 때렸다. 밤의 유령은 맞아줬다. 아예 얼굴을 가져다 대줬다. 카젠은 손가락 관절이 부서질 때까지 때리고 또 때렸다. 밤의 유령은 움찔하지도 않았다. 카젠은 헐떡이며 손을 지붕에 떨어뜨렸다.

이것이 밤의 유령이었다.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노스트라모 인들처럼 검은 눈이 초인의 지성으로 반짝였다. 얇은 입술이 갈라졌다. 카젠은 그가 이빨까지 하얗다는 걸 보고는 납치범을 새롭게 봤다. 더럽고 길거리에서 살며 개의치 않고 살인을 반복하다보니 악취가 나긴 했다. 그러나 죄책감 아래에서 그는…

“완벽해.” 소년이 속삭였다.

밤의 유령이 흥미를 느꼈다. 고개를 갸웃했다. 폭우가 쏟아졌다. 냄새나고 젖은 머리카락이 카젠의 뺨을 스쳤다. 녹물이 오래된 피와 함께 흘러내렸다.

“당신은 뭔가요?” 카젠이 예상치 못한 경외감에 두려움을 떨쳐내며 말했다.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그가 받아들일 대답은 아니었다.

“정의다.” 밤의 유령의 악취 나는 숨결이 소년의 얼굴과 날고기 범벅과 상한 피를 뒤덮었다.

“정의라고요?” 노스트라모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터무니없이 진기한 말에 소년이 숨을 헐떡였다.

“정의다.” 밤의 유령이 말했다. “정의는 문명의 토대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고요함도 평온함도 없지.”

뒤지게 맞다가도 얼굴 한 번 보니까 공포고 뭐고 다 날아가고 경외심으로 가득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뚜까 팬 장본인한테. 저때 커즈는 다 자란 상태도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