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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 창작] 라이오넬 헤러시 - 선택

20번리멤브란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21 13:27:56
조회 2069 추천 31 댓글 6
														




"선택해라."

"부탁해요... 아르겔. 제발.."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계속해서 떨린다. 

갈등과 선택. 그때 필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난 회의를 선택하고 싶었다. 도망을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선택하라고 외쳤다. 죽이라고. 죽여달라고.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


시작은 언제나 그였다. 

에레부스. 군단을 더럽히고 황제 폐하를 희롱한 자. 

그 길은 그가 군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던 거겠지.

혼돈의 하수인. 그들의 노예이자 발목에 걸린 사슬을 자랑하는 자. 


"생각해보게. 그녀가 이룰 경지를."


모나키아의 참극 이후 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녀는 첫번째 타자가 될 것이다. 

혼돈과 인간이 이루어했어야 할 융합. 그 첫번째 예시가 그녀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녀는 매일 밤마다 나에게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환청이 모두를 죽이라 말하고 있다고. 

모두를 죽이고 그 내장을 혼돈의 신에게 바치라 말하고 있다고. 


"제발.. 부탁해요.. 아르겔.. 절 죽여줘요.. 죽여달라고요!"


하지만 난 그녀를 죽이지 못했다. 그저 함선의 가장 엄중한 감옥에 그녀를 가둬두고 매일 밤마다 그녀의 절규를 들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한 번. 한 번 들어줄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에 들어차는 절규와 광기가 날 저주하는 게 느껴졌다. 


"어째서 날 죽이지 않는거에요 아르겔? 대체 왜?!!"

".... 모르겠습니다."


군단의 제일 가는 아포세카리한테 그녀의 진찰을 맡겨보기도 하였으나, 그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며 진찰을 포기했다. 

각종 진찰 도구들이 드러내는 그녀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어떤 자가 와서 어떤 검사를 하더라도 원인은 불명이었다. 

그녀의 몸은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날개뼈에서 돋아나는 푸른 깃털들이 그녀가 점점 이 세상의 생물이 아니게 되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었다.


그럼에도 난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볼터의 총구를 그녀의 이마에 대고, 그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됐는데 난 그걸 하지 못하였다. 

그래. 난 쓰레기일지도 모른다. 내가 확신하지도 못하는 감정 때문에 날이 갈수록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다. 

이게 쓰레기지 뭐냔 말이냐? 내가 아버지를 이상한 곳으로 부추기는 에레부스와 뭐가 다르냔 말이다..


...


하지만 다른 자를 죽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카디아라 불리는 행성으로 떠나는 순례를 마쳤으니. 그는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다. 

모나키아에서의 참극 이후로 실패만을 부르짖던 아버지의 마음 속은 고요했으며, 나에게 잉케텔이라 불리는 주술사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리는 목소리는 너무나 확신에 가득찼다. 

난 반항하려는 그녀의 손목을 손쉽게 잘라내고, 곧장 컴뱃 나이프를 목에 박아넣어 목의 힘줄과 핏줄들을 끊어냈다.

날 죽여달라 애원하는 그녀의 목은 절대 못 자르면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주술사의 목은 아주 손쉽게 잘라냈다. 

혐오감이 들끓어오른다. 나를 향한 혐오감이.

아버지는 그런 나를 겉눈질로 바라보고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 그녀를 데려오거라."


아버지의 명에 따라 시레니를 그의 앞에 데려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녀의 머리를 쓰담어주며 말하였다. 


"고생했구나. 나의 고뇌 때문에 너의 고통은 길어졌으며 나의 아들의 번뇌는 깊어져만 갔다."

"이제는 쉴 때구나. 시레니 발렌티온. 이제는 쉴 때란다."

"... 감사합니다 프라이마크.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날 바라보았다. 설마. 그러지 말아주소서. 차라리 다른 이의 손으로 하게 해주소서.


"... 아르겔."


그녀도 날 바라보았다. 이제는 선택을 내릴 때라며 날 바라보는 그 눈들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난 아버지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아니, 온 몸을 꿇어가며 그에게 빌었다. 


"... 아버지.. 다른 이가 하게 해주시옵소서. 전 당신을 위해 수많은 전장을 뛰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수많은 적들을 죽였나이다..! 그러니 이번만은.. 이번만은 제발 다른 이에게 그 명령을 내려주시옵소서...! 제발... 아버지....! 아버지!!!"

"너의 심정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네가 해야한다. 총을 쥐어라. 아르겔 탈. 아버지가 너에게 명하노니." 


한참을 아버지와 시레니를 눈에 담지 않은 채 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명령을 취소할 생각이 없었고, 부탁을 거둘 생각이 없었다. 

허벅지의 고정대에서 볼터 피스톨을 떼어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레니에게 다가갔다. 


"..... 고마워요. 아르겔.... 사랑해요. 아르겔."

"... 저도 사랑했습니다. 시레니 발렌티온.."


마지막에 이르러. 난 그녀를 향한 감정을 자각했다.

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도 날 사랑했고. 하지만... 이 우주는 우리의 평화를 바라지 않았다. 


볼터의 강렬한 발사음이 행성을 맴돌았다. 

그녀는 감사의 미소를 달고서 자리에 쓰러졌다. 

그녀의 등을 갉아먹던 푸른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이해할 수 없는 괴음이 내뿜어졌다. 


뭐랄까. 후련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 나를 감쌌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났을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분노가 날 찾아왔다. 

소리없는 비명이 이 도시에, 행성에 울렸다. 


"에레부스가 밉더냐?"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난 정신을 차렸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사냥하거라. 하지만 죽이지는 말거라. 그도 그 나름대로의 쓰임새가 있기 마련일테니."

"....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발걸음을 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신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이런 곳에서 아무런 조치없이 썩어갈 여자가 아니었다. 그것만은 명백했다. 


"아버지. 그녀를 위한 묘지를 만들어도 되겠나이까?"

"허가하마."


파워 아머의 건틀렛을 벗고, 내 손으로 직접 그녀를 위한 묘지를 파냈다. 

그녀의 시신을 내 손으로 직접 그 안에 안치했으며, 내 손으로 직접 흙을 덮었다. 


이 행위는 맹세일지니. 에레부스는 결코 쉬지 못하리라.

이 행위는 각오일지니. 에레부스는 결코 편안함을 즐기지 못하리라.

이 행위는 약속일지니. 에레부스는 결코 그녀의 원한을 잊지 못하리라. 


아르겔 탈과 갈 보르박의 모든 것을 걸지어니. 에레부스는 반드시 생포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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