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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영원의 메아리] 5부 26장: 사절의 기이한 제안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2.29 19: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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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절의 기이한 제안


트랜삭타-7Y1



델픽 흉벽에 여명을 알리는 경보가 들리자, 스키타리우스는 새로운 소총을 끈으로 들어 올리고 강철 발로 일어났다. 정확히는, 그녀는 자고 있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창작자들이 가장 엄격하게 그녀에게 주지 않은 사치였다. 그저 돌출벽에 등을 기대고 가볍게 존 것뿐이었다. 그녀 근처에 있던 수백 명의 군인들은 그녀가 했듯 무기에 손을 뻗고 잠에서 깨어나려는 얄팍한 시도를 했다. 아칸 랜드는 아직도 낡은 망토에 둘러싸인 채 몸을 옹송그린 대리석 바닥에서 일어나기를 거부하며 투덜거렸다. 사피엔은 훨씬 더 열성적이었다. 인공원숭이는 그녀의 어깨로 뛰어올라 익살-코드의 조악한 발언을 지저귀었다.

트랜삭타-7Y1은 저 생명체와 인접하지만 그녀의 마크로클레이드의 은어가 첨가된 그녀만의 코드로 답했다. 그랬다, 그녀는 그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사피엔은 가능하면 살아남고 싶다는 코드화된 욕망을 표현했다. 답으로, 그녀는 생존이 가장 알맞은 행동 과정일 거라고 표현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은가?

사이버-원숭이는 기계 눈을 가늘게 뜨고 수평선에 무엇이 모여 있는지 처리했다. 잠시 후, 사피엔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했다.

트랜삭타-7Y1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명령에 저항하며 잠시 하늘을 보았다. 오직 재를 통해서만 간헐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천상에서는 메스꺼운 빛의 북극광 덩굴이 파도치고 있었다. 테라의 자기장이 암에 걸린 것 같았다.

“시작하고 있는 거야?” 랜드가 등을 구부린 채 물었다.

트랜삭타-7Y1은 그렇다고 확인해주었다.

공포에 랜드의 눈이 커졌으나, 가장 기본적인 감정조차 언제나 극복할 수 있는 것에 의해 조절된 공포였다. 탈진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고, 육신과 정신은 그것에 많은 것을 주어야 했다. 그리고 아칸 랜드는 이미 죽음을 절반 정도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1년 동안 낮과 밤에, 여명과 황혼에 지속된 광기 후에, 몇 달 동안 재와 먼지로 숨이 막힌 후에, 불타는 성채에서 후퇴하고 또 후퇴하며 진격하는 무리로부터 도망친 후에, 폐허에서 눈먼 채 싸우고 다가오는 패배의 맛에 흠뻑 빠져든 수백 번의 전쟁 회의에 참여한 후에, 그가 가진 극히 적은 힘을 순전히 테라가 불타오르는 동안 살아 있기 위해 바친 후에… 그는 피로로 산산조각이 났다. 도망칠 수 있는 데가 아무데도 남지 않자, 그는 더 이상 무언가를 두려워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트랜삭타-7Y1은 인간의 표정을 읽는 데에는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그녀가 아칸 랜드의 수척한 이목구비에서 읽은 것은 그녀가 다른 모든 인간들, 민간인, 난민, 군인들의 얼굴에서 읽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은 그들 모두가 군인이라고 생각했다. 소총을 들 수 있는 이들은 전부 소총을 들고 있었다. 세계의 종말은 위대한 평등주의자였으니.

트랜삭타-7Y1이 황무지 너머를 바라보자, 그녀의 모노바이저가 확대하고 초점을 다시 맞추며 찰칵거렸다.

“저거 타이탄이야?” 랜드가 여전히 일어나기를 거부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먼저 타이탄부터 보낸 건가?”

트랜삭타-7Y1은 대답을 보류했다. 시각 확대를 취소한 뒤, 좌우로 가장 가까운 방어자들을 보았다. 한쪽에는 제91인더스타니 강습보병연대에서 온 제국 군인들(전부 전통대로 중력 낙하산을 착용하는 대신 마지막 전투를 위해 땅에 있었다)이 넓게 퍼져 있었고, 그녀는 그들의 얼굴에 서린 혼란을 읽는 데 특별한 통찰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그노큘라를 지닌 이들은 혼란스러운 대신 공포에 질린 듯했다.

그녀의 다른 쪽에는 하이 호스트의 전 도미니온,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 장교 제폰과, 그가 노예라고 부르는 세 명의 증강되지 않은 인간이 있었다. 성벽을 따라 더 멀리엔 블러드 엔젤의 무리가 있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은 추격자들의 도미니온 나씨어 아밋으로, 여전히 트구를 쓰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그가 손가락 관절을 성곽에 대고 앞으로 몸을 기댄 채 동트는 분노를 갖고 지켜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

“이 명예를 모르는 개자식들.”

트랜삭타-7Y1은 수평선에 있는 무리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수리된 투구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중요한 시각적 세부사항을 훔쳤다. 그녀는 새로운 트랜스우라닉 아퀘버스의 총열을 성곽에 올리고 조준경으로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것은 쉬운 맥락화를 거부했다. 이것을,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후원자에게 짧은 코드의 발화로 전달했다.

“최적으로 들리지는 않는구나.” 랜드가 답하고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불안해하며 마침내 일어났다.

트랜삭타-7Y1은 저격소총을 이리저리 움직였고, 그녀의 옆에서 랜드는 렌즈가 여러 개 달린 고글을 크랭크를 돌려 조율했다. 그들 둘은 황무지를 내다보았고, 그곳에서 땅은 살아 있었다. 숨쉬고, 변화했다.

어두워지고 있어,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은 물결 속에서 일어났다. 뒤틀린 대지의 훼손이 흉벽과 다가오는 적의 전열 사이의 거리를 먹어치웠다. 전쟁으로 터져나간 대지는 보이는 대로 상했고, 돌은 검어졌으며, 몇몇 곳에서는 거품이 일었고, 다른 곳들은 살점으로 이루어진 돌기가 솟아나거나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뿌리로 파열되어 있었다.

이 부패에는 전령이 있었다. 타이탄 하나가 홀로 무리에서 걸어 나왔다. 그것은 신중한 걸음으로 황무지를 내디뎠고,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했으나, 트랜삭타-7Y1은 그것의 심장-반응로의 뜨거운 핵융합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매 걸음마다, 적의 전열을 뒤에 남겨둔 채 상해버린 대지의 잠식하는 카펫을 걷는 타이탄은 점차 커졌다. 30초 후, 그녀는 거리로 희미해진 그것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벽 포의 사정거리 내로 들어왔습니다.” 근처의 블러드 엔젤 한 명이 말했다.

“기다려라.” 아밋의 답이었다.

트랜삭타-7Y1은 조준경으로 계속 바라보았다. 타이탄은 리버급으로, 옅어지는 안개를 뚫고 다가오자 레기오 모르닥시스의 장엄한 보랏빛을 입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9년 전에 300-813의 순종에서 모르닥시스의 곁에서 싸운 적이 있었다. 짧았지만, 크나큰 자부심이었다.

그때 그녀의 심장이 살짝 철렁했으나, 아마도 그녀가 장기화된 감정적 불안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쪽이 더 정확할 터였다. 실제로는 그녀의 심장이 처리한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녀는 타이탄의 양쪽으로 시야를 바꾸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인 무리를 바라보았다. 적의 전열 가장자리에는 대들보와 고철 장대의 숲이 서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수많은 노예들과 서비터들과 악마적인 존재들이 노역해 세워진 것이었다. 이 가시들은 약해진 여명의 빛 속에서 사용되기 위해 꽂혔고, 포로를 매질하고 고문할 때 꽂아놓는 말뚝과 교수대로 쓰였다.

트랜삭타-7Y1은 고철 탑에 묶여 있는 포로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남자의 제복을 칠한 연대의 색을 식별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는 분명 보병이었고, 플랙 아머는 누더기가 되어 걸쳐져 있었으며, 휘갈긴 채찍에 조각나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와 가시 돋은 철사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빨은 없었고, 눈도 없었다. 손은 사라졌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를 잡은 자들이 그를 거기에 매달고 죽이기 전에 그에게서 앗아간 것이었다.

발이 없는 다리 아래에서는, 그의 돌연변이 감독관이 그의 고통에 기뻐하고 있었다. 뿔 달린 비스트맨이 당나귀처럼 울며 웃음을 터트렸다. 거리로 인해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그것의 동물적인 기쁨이 짐승 같은 얼굴에 역력했다.

타이탄은 계속 전진했다. 그 뒤로, 방어자들에게 보이는 고문받은 포로들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되었다. 그들은 사지가 꿰뚫리고 가시 달린 철사에 갇힌 채 매달려 있었다. 몇몇은 심지어 웃음을 터트리는 적의 전열에 의해 앞으로 내몰려 낮은 높이의 물결을 이루었다. 대부분은 델픽 흉벽을 향해 폐허가 된 땅을 가로지르며 기어갔고, 절단된 다리 토막은 그들에게 배를 흙바닥에 대고 기어가는 것밖에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그들의 뒤에는 기어가지조차 못하는, 사지가 없는 자들과 독으로 죽어가는 자들과 죽음의 끝자락에 놓인 자들이 있었다.

천장이 없는 화물-수송선에도 가득 차 있었고, 보급 트럭과 군용 키메라의 옆에도 사슬로 묶여 있었다. 수백 대의 차량이 앞으로 굴러갔으나, 그들 중 누구도 흉벽으로 향하는 진물의 길을 만들면서 훼손의 파도를 피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발과 바퀴로 방종할 정도로 부주의하게 부상자들을 갈아버렸다. 이 차량들은 필연적으로 암에 걸린 대지를 가로지르다가 서로 부딪치고 굴러갔다. 몇몇은 비참하게 죽어가는 화물들과 함께 좌초된 채 남겨졌으며, 다른 것들은 그들의 감독관들이 발사한 로켓에 맞아 불타올랐다.

트랜삭타-7Y1은 포로들의 대열에서 고문당한 스키타리를 보았다. 오직 화성의 미래에 대한 옴니시아의 비전에 충성한 채로 남았던 죄밖에 없는 비전투원들이었던 기술-사제들과 화성인 노동자들도 보았다. 그녀와 같은 군인들이 신성한 인공신체를 제거당하고, 꿰뚫리고, 십자가에 매달려지고, 예리한 철사 그물에 속박되고, 안전한 곳에 닿기 위해 헛된 시도를 하며 부서진 대지를 기어가는 걸 보자 그녀는 후두개에서 담즙이 올라와 옅게 톡 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저 아주 가련한 난민들의 사고방식에 무척 놀랐다. 그들의 생각이 고통에 취한 상태에서 섬뜩한 희망과 애절한 현실의 올가미가 출렁거렸단 말인가? 어쩌면 몇몇은 정말로 델픽 흉벽에 있는 동료 방어자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안전해질 수 있다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심지어는 치료받을 수 있다고 희망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빼앗긴 감각으로 어디 있는지 알지조차 못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것이 그저 더 많은 고문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지금까지 거부된 죽음을 향해 기도했을까?

본능적으로 그녀는 이 거래에서 무엇이든 맞출 수 있다는 듯 소총의 거리계에 적힌 숫자들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 나서 아퀘버스를 내렸다. 지금은 충분히 볼 만큼 보았다. 벽을 따라 좌우로 인간 장교들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혼합되어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벽 포를 사격하길 원했다. 황무지를 폭격하길 원했다. 포로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사정거리 바깥에서 일어났고, 방어용 포대는 침묵을 지켰다. 그 동안, 타이탄은 더 가까이 걸어왔다.

9번째 프라이마크이자 블러드 엔젤 군단의 군주, 생귀니우스가 와 그녀의 옆에 착지했을 때, 그녀는 그녀 주변의 많은 이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블러드 엔젤들은 예상대로 아퀼라 표시나 두 심장을 주먹으로 치는 더 오래된 관습으로 경례했다. 인간 군인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놀란 채 뒤로 물러났고, 그 와중에도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인사와 찬양을 중얼거렸다. 성벽의 이 구역에 약 40명 정도 모여 있던 군단 노예들은 프로그램화된 듯 거의 동시에 무릎을 꿇고 한쪽 무릎을 꿇고 숭배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칸 랜드도 고개를 홱 젖혔고 현실을 인식하자, 순간적으로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가 시선을 날카롭게 돌렸다. 결국 군주 생귀니우스는 워마스터가 테라에 닿기 전에 화성을 탈환해달라는 랜드의 애원을 거절했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트랜삭타-7Y1은 프라이마크를 바라보는 스키타리의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 우뚝 솟은 인물을 존경심을 갖고, 그러나 숭배는 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이 거대한 날개 달린 것은 반신이 아니었고, 그녀는 그렇게 대하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옴니시아의 비전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옴니시아의 아들은 아니었다. 만약 옴니시아가 자식을 만든 것이라면, 그 프로젝트의 결실은 그분의 신성한 완벽함을 공유할 것이며, 그 아이들의 절반이 신적인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은하계를 불태울 정도로 실패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리고 철학적인 고려도 해야 했다. 바로, 왜 기계-신께서는 대량으로 18명의 생물학적 아이들을 낳으신 걸까? 몇몇은 사소한 요소가 증강되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것은 없었고, 순수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이 옴니시아의 유전 가마솥의 흥미로운 산물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들의 폐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기이한 자만심은 받아들을 수 없었다. 필시, 이 프로젝트의 결함은 옴니시아의 뜻을 잘못 이해한 테라의 과학자-사제들의 결과일 터였고, 더 나아가서는 전체 작전이 신성이 부족했고 불완전했다는 증거일 터였다.

따라서 그녀는 생귀니우스의 도착에 굽실거리지 않았고, 그녀의 동료였던 엔바릭의 어법대로 표현하자면 ‘축 처져서 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황금을 입은 인물을 보고 손가락 마디를 연결해 기계바퀴의 표시를 만드는 화성식 경례로 맞이했다. 그러고는 소총을 움켜쥐며 황무지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뒤로, 그들은 다음에 무엇이 올지 논했다. 그리고 리버 타이탄은 더 가까이 걸어왔다. 여전히 더 가까이. 부상자들의 무리를 앞질렀고, 이제는 사용되지 않은 사격법의 보이지 않는 망을 통과하며 벽에 거의 반쯤 다다랐다. 생귀니우스가 금빛 손가락을 움직이면 행성의 지각도 뚫을 수 있는 무기가 저 외로운 타이탄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었다.

“처치해야 합니다, 전하.” 중대장 한 명이 말했다. 트랜삭타-7Y1은 그의 갑옷으로 발화자가 누군지 식별했다. 48중대의 장교 아폴로였다. “벽에 다가오게 내버려두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아니?” 제폰이 가로막았다. “매 초가 중요하네. 매 초가. 호루스가 멜로드라마로 시간을 때우길 바란다면, 그렇게 하라고 내버려두어야 하네. 그 사이 13군단이 테라로 더 가까이 다가올 테니. 이 연극은 우리에게 이득이네, 적이 아니라.”

아폴로는 제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수천 명의 포로들이 죽어가며 고통받고 있네. 그건 단지 연극이 아니네, 제폰.”

“내가 파괴하겠다.” 생귀니우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트랜삭타-7Y1은 듣기를 멈추었다. 그녀는 현재 상황에 대한 그들의 대가/이익 분석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쨌든 자신이 군단 장교들과 그들의 군주의 관심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는 타이탄을 지켜보았다. 모르닥시스에서 온 사절을. 그녀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불쑥 코드를 내뱉었다. 그녀의 옆에서, 랜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갈라진 입술을 핥았다.

“과연.” 그가 속삭였다. “과연 그래.”

붉은 로브 위에 어울리지 않는 플랙 아머를 입은 가장 어린 블러드 엔젤 노예가 목을 가다듬고 기술고고학자에게 말했다.

“사이보그가 무어라고 했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트랜삭타-7Y1은 인간을 힐끗 보았으나, 의사소통 수단이 없었기에 직접 설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랜드가 그녀를 위해, 아니면 상당하면서도 부인할 수 없는 그의 천재성을 위해, 통역해줄 거라고 여겼다. 제폰은 그에게 세 하인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그들을 상냥하게 대하지 않았고, 따라서 랜드가 창백한 얼굴을 군단 노예에게 돌리자 스키타리우스는 놀랐다.

“네 이름이 셴카이, 맞나?”

젊은 남자는 다른 이들처럼 더러운 얼굴을 끄덕였다. “네, 랜드 경.”

“그래, 셴카이, 이쪽은 트랜삭타-7Y1이야. 방금 옴니시아의 화신 속에서 제련된 축복받은 강철로 이루어진 신-기계들이 전쟁에서 잘못된 편에 선 게 고통스럽다고 말했지. 레기오 모르닥시스와 함께 싸운 적이 있어서 두 배로 마음 아프고, 이제는 그들의 엔진들이 이단적인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걸 봐야 해서 비통하다고 하는군.”

셴카이는 긴 눈초리로 스키타리우스를 바라보았다. 트랜삭타-7Y1은 거기서 동정을 읽을 수 있었고, 고마움이 그녀의 감정 코어의 지친 수프를 휘저었다. 그녀는 노예가 알아준 것에 답하며 고개를 숙이고 더 짧은 코드 조각을 표현했다.

랜드가 다시 번역했다. “티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는군.”

셴카이가 미소 지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트랜삭타-7Y1은 황무지로 몸을 돌렸다. 황무지가 검게 변하는 것을, 타이탄이 더 가까이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오른손으로 느슨한 주먹을 쥐고 그 손아귀로 거대한 우리를 만들어 무언가를 잡아두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절이 기이한 제안을 하겠군.” 랜드가 큰소리로 혼잣말했다.

제폰의 답은 낮으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였다. “손에 뭔가가 있군.”

리버 타이탄―트랜삭타-7Y1은 그것의 기울어진 쉴드에서 고뇌의 딸이라는 이름을 읽었다―이 멈춰 섰다. 가속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피스톤을 멈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보행 과정을 멈추고 가만히 서는 데에 조정이 필요했다. 방어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눈으로 벽에서 고작 1킬로미터 떨어진 신-기계를 바라보며 그것이 어디에 충성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거기서 그것은 멈춰 섰고, 하고자 한다면 무기를 사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웠으며, 위태로워진 반응로가 성벽에 타격을 입히지 않을 만큼 충분히 멀었다. 그것에 달린 군기들이 바람에 휘날렸고, 케이블 투성이 다리 사이에 걸린 주요 우승기는 야만인의 샅바와도 같았다.

천천히, 모르닥시스에서 온 사자가 손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이 거리에서도, 벽 위에 서 있는 인간들과 그들의 타이탄의 반응로의 작동음이 부수적인 소음을 일으키는데도, 트랜삭타-7Y1은 리버 타이탄의 관절이 시끄럽게 갈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성벽 앞에 서서, 수천 명씩 모여 있는 남녀들에게 손을 뻗었다. 그 자세는 거지의 것이었으나, 선물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그것의 손바닥에, 윤이 나는 붉은 보석이 하나 있었다.

트랜삭타-7Y1은 아밋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제폰의 보다 부드러운 한숨을, 다른 아스타르테스들이 숨을 내쉬며 욕설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가장 뚜렷하게 들은 것은, 생귀니우스의 부드러운 애도였다. 그녀가 아에노키아어라고 아는 언어를 통한.

블러드 엔젤 하나가 타이탄의 손바닥에 놓인 채, 온화하다고 착각할 만한 분위기로 안겨 있었다. 인간 포로들처럼 훼손되었으나, 그의 계급, 갑옷의 테두리에 둘러진 황금, 장려하게 휘날리는 망토 따위의 과시적인 요소들은 전부 남아 있었다. 그의 뺨은 검은 자국과 화상으로 얼룩졌고, 손상된 정도로 판단하건대 트랜삭타-7Y1은 적이 그의 눈구멍에 부식성 물질을 부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녀는 그의 입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그 입이 혀가 없고 잔뜩 부풀어오른 채 엉망이 되어 있는 것도 보았다. 그녀는 저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맹세일 가능성이 컸다. 아스타르테스는 맹세를 아끼지 않았다. 단어 대신, 그는 피를 말했다.

블러드 엔젤은 죽어가고 있었고,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행운의 기적이었다. 훼손은 그를 죽이기에 충분치 않았다. 그를 마비시키고 제자리에 고정시킨 진정한 상처는 그의 몸을 꿰뚫고 타이탄의 손바닥에 못박아놓은 일곱 자루의 창이었다.

제폰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점프 팩의 추진기가 목이 쉰 채 연민하듯 칭얼거렸다.

“멈추거라.” 생귀니우스가 속삭였다. 피부 위에 멈춘 단검처럼 섬세한 명령이었다.

제폰은 어깨 너머로 프라이마크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멈추거라, 제폰. 정말로 네가 저기로 날아가서 그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느냐? 물러나거라, 슬픔을 불러오는 자.”

제폰은 멈추었다. 차갑고 예민한 분노가 그의 이목구비에 그늘을 드리웠다. 불쾌해하는 눈으로 그가 그 모독을 응시하자 그의 이빨이 벌어졌다. 대조적으로, 아밋은 완전히 조용한 열기를 내뿜었다. 증오는 그를 둘러싼 아우라였고, 그의 워플레이트는 근육질 뼈대의 움직임에 답하며 가르랑거렸다.

“누구지?” 랜드가 고글을 측면의 다이얼로 찰칵거리며 조율하며 그것을 통해 눈여겨보며 물었다. “놈들이 누구를 저기에 못박은 거지?”

대답한 자는 생귀니우스였다. 그의 목소리는 입김과 다름없었다.

“이다마스란다.”

그 이름이 신호가 된 것 같았다. 벽을 따라 수만 명이 분노하며, 저항하며, 거부하며 소리를 높였다. 트랜삭타-7Y1은 꿰뚫린 99중대의 중대장 이다마스가 고개를 들어올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그의 망가진 얼굴에 희망처럼 애절한 무언가가 찾아왔다.

타이탄은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분투하는 관절들이 끼익거리며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트랜삭타-7Y1아.” 생귀니우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부탁이니, 쏴주어다오.”

프라이마크가 그녀를 호칭으로 부르자 그녀는 망설였고, 아밋은 그것을 꺼려하는 것이라고 잘못 여겼다.

“해라.” 그가 싫은 소리를 내뱉듯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했다. 아퀘버스가 발길질하며 관통 탄자가 장착된 열화 트랜스우라늄탄을 내뱉었다.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블러드 엔젤 중대장은 고개를 젖혔고, 그의 머리 내부가 폭발해 뒤통수에서 쏟아져나와 타이탄의 움켜쥐는 강철 엄지손가락을 적셨다. 트랜삭타-7Y1은 다 쓴 카트리지를 분리하며 슬라이드를 고정했다. 카트리지는 대리석 성벽에 상냥하게 부딪쳤고, 배출된 푸른 안개를 내뿜으며 소리를 울렸다.

“고맙구나.” 생귀니우스가 말했다. 그는 타이탄을, 타이탄의 손아귀에 든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책임감 있기에 눈을 감고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의 기류와 함께.

행위의 잔인함을 빼앗긴 리버 타이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의 송장을 결국 짓이겼다. 중대장 이다마스의 파워 팩이 폭발하자 짦고 김새는 에너지의 불꽃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남은 것은 기계-신의 손가락에 끼워넣어진 세라마이트와 고기 뭉치의 피투성이 찌꺼기뿐이었다.

“추한 죽음이로군.” 랜드가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전사의 삶을 살았다.” 생귀니우스가 받아쳤다.

그 두 가지 관점 모두로 바라볼 수 있는 트랜삭타-7Y1은 후자가 전자를 압도한다고 완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또한 블러드 엔젤 장교 한 명의 죽음이 9번째 프라이마크에게 무척 중요해보이는 까닭도 알 수 없었다. 중대장 이다마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걸까?

고뇌의 딸은 선물을 보여주고 요점을 제시했다. 이제, 타이탄은 그 조건을 지시하듯 말하고 있었다. 마치 상충하는 영혼들이 리버의 뼈대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서로 중복되는 세 목소리가 불편하게 제안했다. 세 목소리는 전부 여성스러웠고, 셋 모두 목구멍이 독으로 가득 찬 채 말하는 것 같았으며, 황무지를 가로지르느라 알아듣기 어려웠다. 기계화가 시작된 이후로 정확히 0번의 성적인 상상을 했던 트랜삭타-7Y1은 여전히 그 목소리들이 축축하고 역겨운 보드라움으로 그녀 내부의 무언가를 애무하는 것을 느꼈다.

“워마스터이시자 제국의 진정한 황제이신 호루스께서 생텀 임페리알리스의 방어자들에게 그분의 가장 따뜻한 인사를 건네십니다. 그분께서는 지금까지의 당신들의 결의를 칭찬하셨고, 당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운 그 노력을 존경하십니다.”

“물론 그래야지.” 아밋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싱긋 웃고 으르렁거렸다. 트랜삭타-7Y1의 입술 없는 입이 비밀스러운 즐거움으로 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생귀니우스를 훔쳐보았지만, 프라이마크의 얼굴은 감정 없는 대리석과도 같았다.

타이탄의 세 목소리가 조종석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테라의 옥좌와 왕관의 진정한 계승자, 황제 호루스께서는 또한 인간이든 아스타르테스든 당장 무기를 버리고 델픽 흉벽을 버리면 누구든 자유롭게 다치지 않고 전장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라십니다.”

벽을 따라 소곤거림이 퍼져나갔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일이었다.

“추가로,” 리버의 목소리는 요란했다. “호루스 루퍼칼 황제 폐하께서는 행성에 착륙하겠다고 선언하셨고, 생텀 임페리알리스로 향하실 것입니다. 그가 도착했을 때 영원의 문이 열려 있으면, 그분께서는 어떤 조건이나 대가 없이 여러분 모두에게 사면을 베푸실 것입니다. 모두에게 용서를 허락하실 것입니다.”

아밋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여기 왔다는 건…”

“하지만,” 타이탄이 고함쳤다. “영원의 문이 닫혀 있으면, 그분께서는 이것을 계속되는 적대 행위로 간주하실 것입니다. 호루스 루퍼칼을 인류의 주인으로 인정하길 거부하고 진정한 황제 폐하의 생텀 임페리알리스 입성에 저항하는 영혼은 제국의 적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마지막 말이 리버의 복스-스피커에서 지껄여졌다. 승무원들이 기계-신의 코어 안에서 엔진오일을 가글하고 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1시간 안에 워마스터의 군대가 진격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식적인 저항을 포기한다면, 델픽 흉벽에서 신호탄을 발사해 당신들의 항복을 보여주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이 사절을 파괴한다면, 당신들이 저항을 계속할 것으로 알 것이고, 그렇다면 당신들은 당신들에게 주어진 은혜의 시간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상 호루스 루퍼칼 황제 폐하의 말씀이었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자, 사절은 로코모터를 깨우고 천천히, 천천히 회전하는 고된 과정을 시작했다.

눈들이 전부 생귀니우스를 향했다. 그는 최후의 벽의 주인이었다. 답할 권리는 그만의 것이었다.

프라이마크들은 감정적인 존재라고 악명이 높았으니, 트랜삭타-7Y1은 그가 앙심을 품고 발포할 것인지 궁금해했다. 어떨 때 그들은 육체로 이루어진 기이한 이상적 존재들로 보였다. 실제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그러다가도, 옛 지구의 이교도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소신들의 만신전만큼이나 옹졸했다. 그건 무의미한 화력의 발사가 될 터였다. 타이탄 하나의 죽음은 벽을 습격하는 것들을 마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키타리우스는 여전히 그렇게 명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소한 필멸자들 사이에서, 분노는 종종 무익한 계획을 압도했으니.

하지만 9번째 프라이마크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감정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뇌의 딸은 전열을 향해 돌아갔다. 후퇴할 때마다 대지가 요동치는 게 덜해졌다. 그녀는 귀중한 한 시간의 은혜를 대가로 살도록 허락받았다.

아밋이 낮은 소리로 말했고,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퍼지지 않았다. “몇몇 인간들이, 전하… 항복하면 안전하다는 약속? 분명 저들을 유혹할 제안입니다.”

트랜삭타-7Y1은 과연 그럴지 알지 못했다. 인간의 행동의 변덕스러움은 극단적이었고, 또한 신비로웠다. 하지만 아칸 랜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중대장 나씨어 아밋의 주장이 옳다고 여겼다. 비증강인들 몇몇은 정말로 도망치기를 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트랜삭타-7Y1은 어느 정도 이해했다. 메카니쿠스의 통신 네트워크를 감염시킨 스크랩 코드 설교들은 대부분 옴니시아의 불완전성에 관한 몇 가지 골치 아픈 진술을 했다. 그녀 또한 자신의 직책을 포기하는 것을 고려했다. 그녀가 그런 순간적인 믿음의 약화를 고백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녀와 그녀의 신 사이의 일이니.

9번째 프라이마크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견본의 전사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밋의 경고에 그는 트랜삭타-7Y1이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반응했다.

“난 여기 있고 싶지 않다.” 황제의 완벽한 아들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진실의 기운을 풍겼다. 그는 그 네 단어를 마치 그 생각이 지금 떠오른 것처럼 서술보단 부드러운 사색의 표현에 더 가깝게 말했다. 마치, 정말로, 그 단어를 이제야 떠올린 것처럼.

그러고 나서 그는 성곽의 가장자리를 향해 세 걸음을 내디뎠고,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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