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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1.02 (2) - [적성 병기]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23 12: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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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경고는, 불기둥과 함께 폭발하며 방전을 발산하는 변압기였다. 암벽으로부터 일백 발의 번갯줄기들이 쏟아지듯, 맹렬한 레이저 집중 사격이 금속 코일 고리들을 톱질하고 순식간에 액화시켜 버렸다. 실명을 방지하기 위헤 화면이 어두워졌지만, 마벤은 변압기가 폭발하기 전, 공격자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에퀴토스 벨룸만큼 커다란 크기에, 몸통은 구형(球形)에다가 중무장되어 있었다. 양 측면에는 커다란 병기-팔 한 쌍이 달려 있었고, 어깨 위로 전갈 꼬리같은 유연한 금속 촉수들이 무수히 웅크리고 있었다.


 놈의 전면부에는 볼록하게 부풀어오른 돌기 3개가 사악한 눈처럼 빛나고 있었는데, 그 돌기 뒤편에서 혐오스럽고도 생기 없는 빛이 타오르듯 누런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폭발로 일어난 백열하는 열기가 정체 모를 공격자를 가리웠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고 나이트의 자동-감각이 회복됐을 즈음, 정체 모를 전쟁 병기는 사라져 있었다.


 생각 한 번만으로, 에퀴토스 벨룸은 전투 태세를 취했다. 나른하게 쉬고 있던 병기 동력기들이 활성화되고, 고에너지 전지들이 나이트를 전투 모드로 변경시켰다. 마벤은 즉시 나이트를 옆쪽으로 이동시키며 몸을 낮췄다. 암벽으로부터 여러 개의 형체들이 무기를 들고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화성의 아뎁트들의 종, 수호자 분대들임을 알아본 마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스타토르 경! 크로누스! 확인하셨습니까?"


 "확인했다!" 스타토르가 거칠게 대답했다. "적 병력과 자유 교전하라. 우리도 바로 네게로 향하겠다."


 "적 병력이라고요?" 마벤이 씨근거렸다. "상대는 수호자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수호해야 할 시설을 공격하고 있지. 이제 싸워라!"


 마벤은 한숨과 함께 욕설을 내뱉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에퀴토스 벨룸의 육중한 거구가 그 움직임을 따라하려 하고, 마벤은 기체를 몰아 전투에 돌입했다. 마벤은 조종석 안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양팔을 들고 고개를 돌려 적성 병기를 찾으려 했다.


 그건 대체 뭐였을까? 신형 전투 로봇이나, 서비터 조종식 오토마톤이었을까?


 마벤은 적성 병기의 센서 돌기에서 일렁였던 생기 없는 빛을 떠올리곤 몸서리를 쳤다. 꼭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을 평가하고, 또 무시해 버린 것만 같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화가 치밀었다. 에퀴토스 벨룸의 난폭한 분노가 자신의 분노와 맞물리며, 공격자들을 해하고자 하는 욕망이 끓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잿빛 망토를 두른 수호자들이 원자로 단지를 통과해 가차없이 전진해 오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저항 상태의 서비터들을 빠른 레이저 속사로 쓰러트리고, 주인의 토지를 지키려는 맥시멀의 수호자들과 교전하고 있었다.


 마벤이 오른팔에서 라스-사격의 격류를 쏟아내자, 지면이 터져 나가며 금속과 흙의 폭풍을 일으켰다. 부서진 적의 시체 파편들이 위로 간헐천처럼 솟아오르고, 공격자들의 무리가 터진 살과 증발한 피의 안개로 변했다.


 총격이 마벤에게로 우수수 쏟아졌다. 역장 한 층이 깜빡이며 꺼지는 것을 느낀 마벤은 몸을 움찔거렸다. 타이탄과 마찬가지로, 나이트의 몸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 방어막도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타이탄의 원자로가 시간이 지나면 방어막의 내구력을 다시 보충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나이트의 전지로는 보충이 불가능했다. 에퀴토스 벨룸은 대부분의 대인 화기에 대해 효과적으로 면역이 되어 있었지만, 수호자들이 정확히 때를 맞추어 화력을 합치고 있는 것을 보면 놈들이 공동 전투-연결망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한 층 방어막이 꺼지자, 마벤은 자신의 병기를 돌려 새로운 위협과 마주했다. 수호자들의 1개 카드레가 총신이 긴 고에너지 병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마벤은 각 수호자들의 머리에 은색 띠가 둘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이 조준망 접속용 부품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마벤은 옆으로 움직여 수호자들의 병기로부터 쏘아지는 맹렬한 광선을 피했다. 수호자들의 광선이 마벤이 바로 직전까지 서 있었던 장소에서 합쳐졌다. 이제 행동할 틈이 몇 초 남아 있었다.


 마벤의 병기가 빛의 허리케인을 뿜어내 수호자들을 감싸고, 그 화염 폭풍이 수호자들을 순식간에 증발시키며 눈에 보이는 파편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마벤은 타오르는 변압기의 잔해 옆으로 계속해서 전진했다. 부서진 변압기로부터 번개가 튀며 부서진 잔해 속에서 2차 폭발이 여러 차례 일었다.


 이 짓을 한 병기는 어디로 간 거지? 그리고 타라니스의 이름으로, 스타토르와 크로누스는 대체 어딨는 거야?


 원자로 단지 깊숙한 곳에서 폭발과 함께 버섯구름이 하늘 위로 솟았다. 마벤은 폭발이 일어난 방향을 향해 에퀴토스 벨룸의 기수를 돌렸다. 나이트의 육중한 걸음이 지면을 내디딜 때마다 그 무게로 땅이 울렸다.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고, 나이트를 몰아 원자로 돔 주위를 빙 돌은 마벤의 눈에 등을 돌리고 선 적의 모습이 보였다. 적은 견고하게 형태를 이룬 플라즈마 화염의 창으로 핵융합로 돔의 장갑 외피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적성 병기의 덩치는 엄청났다. 높이와 너비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고, 또 무시무시하게 늘어선 병기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적성 병기의 무장 중 일부는 마벤도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 외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나이트의 운동 방식이 다리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저 병기는 커다란 무한궤도 장치 위에 얹혀져 있어, 그 육중한 거체 아래 짓밟힌 불운한 서비터들의 피와 기름으로 궤도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융합로 돔 측면에서부터 녹아내린 장갑판이 불탄 종이 조각처럼 떨어져 내렸다. 마벤은 핵융합로 안에 분노의 화염을 가둬 두고 있는 방패막이가 무너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사이렌이 울부짖는 소리와 비상등이 번쩍이는 빛이 임박한 파멸을 경고하고 있었다.


 나이트의 묵직한 걸음에도 불구하고, 마벤은 적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마벤은 필수적이지 않은 시스템들로부터 동력을 뽑아내며, 사격을 개시할 준비를 했다.


 그때, 적성 병기의 몸통 위에서 금속 병기-촉수 하나가 회전하자, 마벤은 그것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 나쁜 예감을 느꼈다. 그 즉시, 이미 융합로의 장갑판을 증발한 금속물로 만들고 있는 병기 팔들을 제외한 나머지 팔들이 홱 회전해 마벤에게로 향했다.


 적성 병기가 공격해 옴과 동시에 마벤 역시 포문을 열었고, 마벤이 쏘아낸 레이저들이 여러 장의 역장을 때리고 적의 몸통에서 병기 팔 하나를 뜯어 버렸다. 적의 응사는 에퀴토스 벨룸의 가슴을 정통으로 때리며, 마지막 남은 역장마저 붕괴시키고 장갑판을 뚫고 들어왔다. 매니폴드를 통해 고통의 포효성이 울리고, 마벤은 비명을 질렀다. 마치 자기 몸에 직접 부상을 입은 듯, 양손이 가슴을 향해 움찔거렸다.


 나이트는 비틀거렸고, 마벤은 모든 신경 말단을 불태우는 듯한 격통의 안개 속에서 나이트의 움직임을 제어하려 애를 썼다. 에퀴토스 벨룸에게 가해진 피해로부터 억지로 의식을 떼어내자, 시야가 한결 말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적성 병기가 다시 한 번 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 번 광선이 쏘아져 들어오는 순간 마벤은 옆으로 피하며 어깨를 낮췄고, 광선은 견갑 가장자리를 태우고 지나갔다. 마벤은 움찔거렸지만 피해는 얕았고, 이내 병기 팔을 조준해 적의 등을 향해 레이저 포화를 쏟아 부었다.


 "잡았다!" 적성 병기 위로 연달아 충격이 일자 마벤은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자신의 사격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것을 보게 되자, 함성은 이내 목구멍 속으로 사그러져 들었다.


 이전까지 아무 것도 없었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막이 물결치며 적성 병기의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적성 병기는 보이드 실드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마벤이 씨근거렸다. 축을 따라 몸통을 회전시킨 적성 병기가 융합로의 장갑을 부수는 데에 들이던 시간을 그를 향해 사격하는 데로 돌리면서, 마벤은 그 잠시의 머뭇거림 때문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눈부신 레이저 광선들이 우수수 스쳐 지나가고, 마벤은 다급히 나이트를 몰아 사선으로부터 벗어났다. 연료 저장고들이 폭발하면서 주변 사방에서 불꽃이 치솟고, 그 열기가 기체 위를 휩쓰는 것이 느껴졌다. 우연히 지나간 사격이 조종실을 스치면서 시야에 날카로운 금이 생겼다.


 고통스레 비명을 지르며, 마벤은 한 손을 두 눈 위로 가져갔다. 뜨거운 바늘이 눈을 찌르고 뒤통수까지 뚫고 나온 것만 같았다. 시야가 흐려졌지만, 마벤은 계속해서 뒤쪽으로, 그리고 양옆으로 이동했다. 공격자의 조준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막 쏘아진 레이저 광선들이 주변의 공기를 태웠지만, 어느 것도 그에게 명중하진 못했다. 에퀴토스 벨룸이 입은 상처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이 줄어들고, 마벤은 적성 병기가 쏟아 내는 사격을 회피했다. 적의 사격 패턴은 교과서적인 소사 패턴 그대로였다.


 하지만 라프 마벤-Raf Maven은 결코 교과서적인 기사가 아니었다.


 마벤은 융합로 모퉁이를 따라 나이트를 빙 돌려 세웠다. 얼굴을 따라 땀이 시냇물처럼 흘러 내리고, 코에서는 얇은 핏줄기가 뚝뚝 떨어졌다.


 "스타토르! 크로누스!" 마벤은 언성을 높여 소리 질렀다. "아레스의 이름으로, 대체 어딨는 겁니까?!"


 그리고 다음 순간, 융합로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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