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파멸풍은 잦아들고 있다고 했다.

잦아들고 있다는 말은 상대적인 용어일 뿐이었다.

블카 펜리카는 워프를 따라 헬의 여정을 겪고 있었다. 워프의 격류가 죽어가며 겹친 곳에서 격렬한 소용돌이가 그들의 함선을 뒤흔들었다. 라우트 중 악몽 없이 잠드는 이는 없었고, 그 덕분에 수많은 라우트가 그저 조용히 깨어 있을 뿐이었다.

라우트들은 어린 시절 펜리스의 바다를 항해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펜리스에서는 흔히 여름 항해와 겨울 항해 중 어느 쪽이 더 최악인지를 놓고 선의의 토론이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워프를 통과하는 이번 항해는 여름 항해에 비길 만했다. 드높은 파도, 들끓는 무더위, 대지와 바다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치명적인 격변까지, 그들을 감싼 플라스틸 함체 너머에서 펜리스의 여름 바다가 펼쳐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펜리스 위에서 라우트들은 제 운명의 주인이었고, 그들을 죽이기 위해 펜리스가 기울이는 최선의 노력 앞에 제 의지로 맞서 싸웠다. 여름의 뜨거운 바다에서 죽을 것인지, 아니면 거울의 강철처럼 차갑게 굳은 바다에서 죽을 것인지는 그들의 한살매뿐 아니라 그들의 기술이 결정할 일이었다. 하지만 우주를 오가는 함선 속에서는, 다른 이의 자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연기가 자욱한 굴에 웅크린 늑대들은 나무로 빚은 배에서 배웠던 주문을 플라스틸로 빚어진 전당에 메아리치도록 외쳤다. 문턱마다 새로운 보호의 눈이, 그리고 수호의 룬이 잔뜩 뒤엉켰다. 겔러 필드 밖을 할퀴는 괴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내비게이터들 뿐이었지만, 함선에 타고서 생각을 기울이는 모두가 그 존재들을 느낄 수 있었다.

복도가 뒤흔들렸다. 함선 전체를 타고 흐르는 전율이 급박한 수리의 흔적을 갉아냈다. 압력을 견디던 금속 함체가 비명을 질렀다. 긴장된 워프 엔진에서 뿜어지는 아음속의 소음이 함체를 더듬으며 대기를 짓눌렀다. 무결장 생성기조차 격무에 들어갔고, 역장에 동력을 공급하는 케이블들마저 불꽃을 튀기며 단락을 일으켜 급히 교체해야 했다.

워프는 늑대들을 환영치 않노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리만 러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함대를 이끌고 나아갔다.

짧게 끊음. 일전에도 그러했듯, 같은 장 내에서 끊긴 부분마다 컷해서 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