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The First Heretic,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음이라 -4-

리만러스(222.110) 2023.06.27 15:54:17
조회 230 추천 12 댓글 3
														

7ceb8371b0856af03fe998bf06d604032d36219e669a694ed58f


+형제들이여! 여기는 캡틴 토리시안, 레이븐 가드 군단 제 29 중대 소속이오+


목소리 하나가 울렸다. 후퇴하고 있는 레이븐 가드 군단원들의 최선봉에 있던 마린이 보낸 것이었다. 망토를 두른 그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탄창이 결합된 볼터는 허벅지 홀스터에 걸려 있었고, 왼손에는 격전을 치른 흔적이 남아있는 글라디우스가 번들거렸다. 한때 그 색감을 뽐냈을 푸른 망토는 피와 먼지로 얼룩져 형편없었다. 아르겔 탈 역시 손을 들어 화답했다.


"여기는 아르겔 탈, 워드 베어러 군단 프라이마크 직속부대 갈 보르박의 대장이오. 형제여, 전투 현황은 어떻소?"


다가오던 레이븐 가드 군단의 캡틴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개자식들은 진작에 전장을 이탈했소. 하나같이 미친개처럼 싸우더군. 테라에 맹세하건대 그대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소. 우리의 프라이마크께서 재정비와 보급을 위해 후퇴하라고 하셔서 말이오. 물론 주군께서는 공명심이 지나친 분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기 바라오. 오늘같이 영원히 회자될 날에 우리가 그대들의 영광까지 가로챌 일은 결코 없을 테니 안심하시오+


아르겔 탈은 목소리만 듣고도 그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토리시안이 계속 떠들었다.


+그대들 모두 무운을 비오. 워드 베어러 군단에 영광이 있길! 황제폐하께 영광을!+


갈 보르박의 수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퇴각하는 레이븐가드 부대는 이제 바리게이트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팽팽히 조이며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대답이 없자 의아했는지 토리시안이 재차 무선을 보내왔다.


+형제여, 내 말이 들리시오? 공격 계획은 어떻게 되오?+


캡틴 토리시안의 아머는 구형인 마크 3 아이언 패턴 아머였다. 아르겔 탈과 갈 보르박이 입고 있는 마크 4 막시무스 패턴 아머에 비하면 불필요하게 크고, 무겁고, 원시적인 아머였다. 아르겔 탈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신호를 내릴 준비를 했다. 그 순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오래전 로가가 자신에게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너는 아르겔 탈이로구나. 콜키스 행성에서 태어났고, 싱흐-루크 마을 출신이지. 목수와 재봉사의 아들이고. 너의 이름은 남부 지방 스텝에 살고 있는 부족들의 사투리로 ‘마지막 천사’라는 뜻이란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는 자신의 부모를 떠올렸다. 그들이 죽은 지도 벌써 2세기가 지났다. 그는 단 한 번도 부모의 묘지를 찾아간 적이 없었다. 실은 어디에 묻혀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평생 목수업에 종사한 탓에 강인한 어깨를 갖고 있었고, 선한 눈매를 가진 과묵한 남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생쥐처럼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여자였다. 남부 부족민의 특징인 짙은 눈동자와 검은 곱슬머리에, 미소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 기억 만큼은 그에게 변치 않고 남아있었다.


그가 한때 집이라고 불렀던 곳으로부터, 진흙과 볏짚으로 만들어져 강가에 위치해 있던 그곳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너무도 멀리, 너무도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숨 막힐 듯 내리쬐는 콜치스의 태양열을 식혀주던 강의 시원함은 여전히 그의 손에 남아있었다.


아르겔 탈에게는 4명의 누나가 있었다. 모두 그의 부모들처럼 죽어 없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처음 군단이 아르겔 탈을 징집하러 왔을 때 눈물을 흘렸다. 당시에 그는 왜 가족들이 슬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앞으로 펼쳐질 모험과 성스러운 전사들에게 선택 받았다는 기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보다 겨우 한 살 많았던 막내 누나 라키샤는 사막삵쾡이의 이빨로 손수 목걸이를 만들어 선물했다. 그 목걸이는 여전히 그의 손목에 감겨있었고, 매일 아침 명상을 끝마칠 때마다 짤랑거렸다. 원래의 줄은 썩어 없어졌지만, 그는 수년 마다 주기적으로 줄을 갈아주면서 간직하고 있었다.


큰 누나 두마라는 줄곧 '너가 잘 할줄 아는 것이라곤 발에 채이는 것 뿐이잖아.' 라면서 그를 놀리곤 했다. 그러나 그 날 만큼은 그 어떤 질 나쁜 농담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염소의 모피로 짠 이불을 꺼냈다.


+소년에게는 그것이 필요 없을 것이다+


거대한 회색 전사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두마라를 멈춰 세웠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움찔하며 이불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아르겔의 턱 끝에 키스하는 것으로 선물을 대신했다. 두마라는 울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그의 얼굴이 큰 누나의 눈물로 적셔지는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회색 전사가 자신이 운다고 착각하지 않길 기도했던 철없는 순간도 또렷이 기억났다. 소년은 용감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마음 속에서는 이 전사가 마음을 바꿔 선택을 취소하지 않길만을 바랄 뿐이었다.


+이 소년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하느냐?+


전사가 물었다. 놀랍게도, 아르겔 탈의 어머니는 대답하는 대신 전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전사님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에레부스. 나의 이름은 에레부스라고 한다+


"에레부스 님이시여, 감사드립니다. 이 아이는 저의 아들인 아르겔 탈이라고 합니다"


아르겔 탈. 마지막 천사.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체구가 작았다. 그가 태어났던 해는 역병과 가뭄의 시기로, 그의 이름은 이런 험난한 시기에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졌다.


"...부디, 나를 용서하시오."


현실로 돌아온 그가 중얼거렸다. 원래는 입 밖으로 꺼낼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형제여, 방금 무전이 제대로 수신 되지 않았소. 다시 한번 부탁하오+


토리시안의 목소리가 점차 잡음에 묻혀 흩어졌다. 아르겔 탈의 회색빛 눈동자가 결연하게 빛났다. 마침내 그가 명령을 내렸다.






"워드 베어러 총원, 사격 개시."




대학살의 시작

추천 비추천

12

고정닉 3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9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257158 일반 나도 물론 번역을 하긴 하지만 [3] 리만러스(39.123) 23.07.01 162 0
256485 번역 The Emperor's Gift, 늑대를 닮은 여인 -3- [2] 리만러스(222.110) 23.06.28 386 13
번역 The First Heretic,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음이라 -4- [3] 리만러스(222.110) 23.06.27 230 12
256263 번역 The First Heretic,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음이라 -3- [1] 리만러스(222.110) 23.06.27 151 12
255838 일반 사람 마음 참으로 얄궃다. 리만러스(39.123) 23.06.25 60 0
255704 번역 The Emperor's Gift, 늑대를 닮은 여인 -2- [4] 리만러스(222.110) 23.06.24 536 15
255483 번역 The First Heretic,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음이라 -2- [2] 리만러스(222.110) 23.06.23 330 13
255087 번역 The First Heretic,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음이라 -1- [2] 리만러스(222.110) 23.06.21 247 11
254930 번역 The Emperor's Gift, 늑대를 닮은 여인 -1- [6] 리만러스(222.110) 23.06.20 701 15
254518 번역 The First Heretic, 8차 통합본 (챕터 22 ~ 24) [4] 리만러스(39.123) 23.06.18 249 9
254484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6- 리만러스(222.110) 23.06.18 290 12
253735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5- [3] 리만러스(222.110) 23.06.15 371 14
253707 번역 The Emperor's Gift, 백마 탄 회색 기사 -6- [4] 리만러스(222.110) 23.06.15 407 11
253491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4- [7] 리만러스(222.110) 23.06.14 525 22
250899 일반 번역쿠스 양심 고백 하나 한다. [14] 리만러스(39.123) 23.06.04 274 2
250610 번역 The Emperor's Gift, 백마 탄 회색 기사 -5- [3] 리만러스(222.110) 23.06.03 398 11
249839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2- [3] 리만러스(222.110) 23.05.31 274 11
249428 일반 엘다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4] 리만러스(39.123) 23.05.30 134 0
249317 일반 완장 형님들 내 번역 어째서 지워짐요? ㅠ [13] 리만러스(39.123) 23.05.29 287 0
249217 번역 The First Heretic, 이스트반 V -3- [3] 리만러스(222.110) 23.05.29 226 11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글쓴이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