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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eviathan Chapter 3-1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21 16: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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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iathan Chapter 2-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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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Leviathan)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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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피쿠스 분절(Segmentum Pacificus)

레기움 성계(Regium System)

인커럽티블(Incorruptible) 지휘 갑판,



"타이러스(Tyrus) 지대장님."


함교에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랏수스(Krassus) 궤도 통신 중계기로부터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인커럽티블의 함교는 어찌 보면 대검처럼 보였고,

또 어떻게 보면 대성당의 십자형 구조처럼 보이기도 했다.

타이러스의 지휘석은 칼날과 손잡이,

그리고 신도석과 좌우 날개가 교차하는 부분에 위치했다.

타이러스가 고개를 들어 초승달처럼 굽어있는 화면을 주시하자,

화면의 번쩍이는 불빛이 그의 얼굴에 비쳤다.

과거 성난 괴물의 산성 침 공격을 받아 엉망이 된 타이러스의 피부 위로 모니터의 녹색 불빛이 비춰지자,

그렇지 않아도 흉측한 그의 얼굴에는 한층 더 기괴함이 감돌았다.


"목표의 좌표는 확보했나?"


함교에는 타이러스 외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해군 사관과 하급 선원들, 붉은 로브를 갖춰 입은 기술 사제들,

그리고 장갑복을 차려입은 울트라마린(Ultramarine)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섞여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이들 모두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화면처럼 굽어있는 모니터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올려다보며 약속한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녹색 빛을 뿜어내는 화면은 통통한 날개 달린 체룹(Cherub)의 배에 달려있었는데,

배에 모니터를 달고 윙윙거리며 지휘석 위를 날아다니는 이 천사는

털 하나 없이 반지르르한 피부를 가진 태아처럼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요, 지대장님.

그게 서… 설명하기 힘듭니다."


정적을 깨고 새된 목소리가 답변했다.

고작해야 살짝 귀에 거슬리는 불분명한 목소리에 불과했지만,

타이러스는 자신이 심한 전파 방해 속에서 항행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걸 일상적 오류라 넘기지 않았고,

오히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잔뜩 얼굴을 찌푸린 작은 천사는 똥짤막한 날개를 신경질적으로 퍼덕였다.


"마스터 아우구룸(Master Augurum),"


타이러스는 짧게 물었다.


"그들이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말하라."


"그들이 말하길 자신들의 탐지 장비에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크랏수스의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적의 공격한다는 기미가 전혀 없습니다."


타이러스는 지휘석 화면에서 흘러 지나가는 상형문자들의 문자열을 다시 확인했다.


"생체 전함 하나도 아니고, 함대 전체가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전문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은 없나? 자네가 해석을 잘못했을 가능성은 없고?"


"없습니다, 지대장님."


체룹은 불벼락이 떨어질 거라 예상했는지,

고무공처럼 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무선 방해 휴지기에 주고받은 통신입니다.

고작 몇 초 동안이었지만 주파수 도약에 성공했고,

그사이 저희 코리스터(Chorister)들과 전파 방해 없이 직접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근방에서 외계인 함대를 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베타 트웰브(β 12) 수정점(Scry) 감시 기지와도 연락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원거리 감시 기지에서도 특이사항이 전혀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타이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휘석에서 내려오자,

그의 강철 장화가 함교 바닥에 부딪히며 금속성 소음이 났다.

그는 묵묵히 함교 끄트머리에 있는 견시(見視)용 창문(Oculus)까지 걸어갔다.

창문은 인접한 우주의 넓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레기움을 출발한 이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타이러스는 먼지구름과 에너지 파동들이 일으키는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타이라니드(Tyranid)의 존재는 전탐병들을 장님으로 만들어버렸고,

직접적인 시각적 식별도 불가능하게 했다.


"타이라니드놈들이 여기 있어."


타이러스는 함교에서 왔다가 갔다가 하며 어깨를 빙빙 돌렸다.

그럴 때마다 장갑복의 섬유 다발들이 움직이고, 금속이 긁히면서 철컥거렸다.


"분명히 있어."


타이러스는 함교에 출석하고 있는 울트라마린들 중,

파란색 장갑복을 입지 않은 형제를 바라보았다.

불티스(Vultis)는 아포써캐리 바이오로지스(Apothecary Biologis)였다.

아포써캐리 바이오로지스는 신비로운 진단 장비와 수술 장비가 부속된,

광택이 나는 깨끗한 흰색 장갑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백팩에는 회전식 톱과 집게가 매달려있었고,

원통형 격리 샘플 채집통들이 허리춤에서 덜커덕거렸다.


"불티스 형제여,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자네가 실수했을 수도 있는가?"


불티스는 즉각 답변하지 않고, 날아다니는 체룹을 올려다보았다.


"불티스?"


타이러스가 답변을 재촉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조금 높아졌다.


불티스는 고개를 저었다.


"주변 하위구역(Subsector)들과 비교했을 때,

크랏수스는 가장 생물량이 많은 곳입니다.

외계인들은 분명 이리 향해야 해요.

제가 타이라니드들에 대해 아는 걸 모두 종합해 볼 때,

저들은 가장 큰 식량원을 최우선 공격 목표로 삼는 포식 우선 형태를 보입니다.

그런 저들이 크랏수스를 그대로 두고, 우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실제로 여기 그들이 없지 않나."


고개를 뒤로 젖힌 불티스는 눈을 감고는 몇 초 동안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지대장님, 제가 가진 이 외계 종에 대한 지식은 매우 단편적입니다.

그리고 대상에 대해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자들이 보통,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요.

비록 제가 수십 년간 이들에게 매달려 연구했다지만,

이 외계 종에 대한 기본적인 생태에 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해할 뿐입니다.

저는 이들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아니면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저들이 주변 환경에 맞춰 초고속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개체라는 가설이 있지요.

즉, 외부 자극에 따라 즉각,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말을 마친 불티스는 그 진위가 모호하여 논란 중인,

마기(Magi)들과 외계생물학자(Xenobiologian)들의 발표와 논문들을

혼자 중얼거리며 되새기기 시작했다.


"불티스 형제여,"


타이러스가 다시 물었다.


"그럼, 형제는 이게 초고속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하는가?"


불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가진 초고속 진화 잠재 능력에 대한 가설은 제 연구 결과와 매우 부합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 가설이 진실에 가깝다면,

저들은 새로운 포식자-피식자 형태를 습득한 신규 변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연구해온 과거의 타이라니드와 달리,

포식 우선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구성의 섭식 형태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타이라니드의 생태에 대해, 거의 무지합니다.

저들의 생태는 말 그대로 더 많은 탐구가 이루어져야 할 미지의 영역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군요.

이들이 이런 독특한 행동을 취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아포써캐리 바이오로지스는 화면을 바라보더니, 룬 문자 몇 개를 입력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전 근거 없는 추론을 정말 혐오합니다만, 이건 일종의 계략처럼 보이는군요."


"함정이라고?"


"아마도요."


타이러스는 왔다 갔다 하는 걸 멈추고는

가장 가까운 견시용 창문 앞으로 다가가서 불티스의 말을 곱씹으며 텅 빈 우주를 내다보았다.


"마스터 아우구룸,"


타이러스는 잔뜩 풀이 죽어 있는 체룹에게 직접 물었다.


"마지막으로 전역 탐지를 수행했을 때, 어떤 좌표들을 이용했나?"


"제공해주신 좌표들을 이용했습니다, 지대장님.

성계 변경에서 크랏수스로 향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좌표들을 탐지했습니다."


"360도 전방위 탐지를 수행하지 않았나?"


"아닙니다, 지대장님,

게다가 그래봤자 지금 상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겁니다.

신뢰할 수 있는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잠깐이었지만 통신 중계기와 직접 연결되었던 것도 기적이었습니다."


"어찌 됐건 다시 시도해보게.

이번엔 전방위 탐지로 전환해서 탐지해.

사용할 수 있는 심우주(Deep-void) 탐지기를 전부 사용하도록.

최우선 사항이니,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지대장님."


백색 소음만 남기고 모든 탐사 신호가 일시적으로 끊어졌다.

체룹은 체격에 비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해군 당직 사관이 다가왔다.


"지대장님,"


그녀는 타이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타이러스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 앞뒤로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외계인 놈들은 성계(System)에 침입한 이후, 크랏수스 방면으로 직행했다.

거기에다 놈들의 가장 큰 생체 전함은 우리의 전투 순양함만큼 광대하지.

아무리 전파 방해가 강하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놈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야 마땅해."


타이러스는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예전에 타이라니드와 마주쳤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무심하게 펼쳐지는 우주적 복마전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대장님,"


갑자기 그늘에서 튀어나온 체룹이 쇳소리로 다급하게 외쳤다.


"지대장님 말씀이 옳았습니다.

외계인 함대의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놈들은 생물 자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멀어지고 있어요.

놈들의 행동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에 발견이 늦었습니다."


타이러스는 불티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건 함정이군.

놈들이 우릴 향해 오고 있어.

전원 즉시 방-"


"아니요, 지대장님.

말씀을 끊어 죄송합니다만, 저들은 우리 함대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저들은 우리를 칠 수 있었습니다.

신의 기술이라 치부될 정도의 강력한 방해 전파를 만들어 자신들의 움직임을 숨기고,

우리가 방심한 사이 몰래 우리를 급습할 수도 있었지만,

저들은 그냥 우리를 우회해 버렸습니다.

저들은 성계 중심부로 향하고 있어요.

저들의 목표는 레기움입니다."


"레기움?"


타이러스는 불티스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모두 속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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