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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2.06 (3) - [혐의 제기]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25 16: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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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아가 탄 자기부상 열차가 타르시스 고원과 시리아 고원 사이를 잇는 터널에 가까워지기 몇 시간 전, 제조장관의 군대가 제스 아뎁트를 찾아왔다. 기계교의 중형 쾌속선 한 척이 북서쪽에서부터 날아와, 마그마 시티 앞쪽, 조각상들이 늘어선 타이폰 둑길 위에 상륙했다. 그 과정에서 대리석 조각상 여러 점을 강한 제트 분사 열기로 검게 태워 버린 것은 덤이었다. 쾌속선 아랫면은 넓은 둑길 양편에서 부글거리며 흐르는 용암의 빛이 비쳐, 금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그 볼품없는 항공기는 비무장 기체였지만, 상륙용 스키드가 착지하기 무섭게, 기체의 오그미터 송신기들로부터 계속해서 반복되는 코드가 반복 재생됐다. 코리엘 제스 아뎁트는 제조장관의 전 앞에 출석하라는 명령이었다.


 그 소환령은 가장 높고 권위적인 코드 시제로 방송되고 있었기에,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쾌속선 양편에서부터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벽면이 바깥쪽으로 접히더니, 곧 전사들이 가득 실린 상륙용 램프가 설치됐다.


 3백에 달하는 개조 스키타리와 수호자들이 쾌속선 선창에서부터 걸어 나와, 현무암 둑길 위를 행군했다. 올림푸스산 아래 잊혀진 지하고 깊숙이에서 풀려난 권능과 제조장관이 맺은 연합의 끔찍한 영향력을 그대로 얻어 맞은 이 전사들은, 영광스러운 무위를 뽐내던 본래의 모습으로부터 왜곡되어 뒤틀려 있었다. 등이 굽은 외피에 바늘이 솟은 갑옷을 입고 뿔 달린 투구를 쓴 스키타리들의 팔다리에는, 비정상적인 힘으로 끓어오르는 병기들이 달려 있었다.


 수호자들 역시 개조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잔뜩 부풀어 기괴해진 몸뚱이에, 들고 있는 무기들은 검게 물들어, 새롭고도 혐오스러운 형상으로 다시 벼려져 있었다. 적을 죽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통을 주기 위한 설계였다.


 제스의 공장을 두른 세라마이트와 아다만티움 성벽에 교묘하게 설치된 장갑 터렛들과 미사일 포대들이 자신들을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이 혐오스러운 도살자들의 무리는 3개의 독립된 코호트를 이루고 불칸 관문을 향해 전진했다.


 세 코호트의 뒤로, 큰 키에 잿빛 피부 위로 가시 갑옷을 입은 야만적인 스키타리들이 방패-가마를 들고 걸어왔다. 이 무시무시한 야차 같은 전사들이 이 정도까지 체격이 불어난 것은 단순히 유전-벌크업이나 강화 시술 따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마꾼 스키타리들의 몸은 번들거렸고, 혈관은 안쪽에 전기가 흐르는 듯 불그스름한 빛으로 맥동했다.


 그리고 그 가마 위에 멜가토르 대사와 레굴루스 아뎁트가 당당히 서 있었다. 한밤중처럼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는 걷어 올려 머리를 드러낸 채. 멜가토르의 손에는 이빨을 드러낸 늑대 머리 장식이 달린 흑단 지팡이가 들려 있었고, 레굴루스는 검은 흑요석으로 된 해골 장식이 달린 상아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끔찍하게 뒤바뀐 전사들의 군대가 가마가 지나가도록 길을 열어 주고, 레굴루스는 관문으로부터 100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가마를 멈춰 세웠다. 높이 솟은 마그마 시티의 영광스러운 아다만티움 대관문에는 은빛 톱니바퀴와 금빛 독수리, 그리고 금빛 번갯줄기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관문은 열리고 있었다.


 두 문짝 사이로 비쳐 나오는 빛이 점점 더 넓어져 가고, 스키타리들은 호전적으로 스크랩코드를 곤두세웠다. 레굴루스가 양손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레굴루스의 몸 속 오그미터들로부터 불규칙적이고도 난잡한 링구아-테크니스의 해쉬가 흘러 나왔다. 레굴루스의 영창과 때를 맞추어 해골 장식 지팡이가 성 엘모의 불*을 일으키며 타탁거리고, 하나둘씩, 성벽 위의 터렛과 병기 플랫폼들이 정지했다.


*역주: 원문은 corposant. 뇌우가 일어날 때 돛대나 첨탑 등의 높고 뾰족한 곳에서 푸른 색으로 방전이 일어나는 현상.


 도시의 불빛이 점점 더 주황색으로 물들며 바깥으로 흘러 나왔다. 그리고 도시 안쪽에서부터 늘씬한 형체가 걸어 나와, 앞쪽으로 얇고 검은 선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코리엘 제스 아뎁트는 집결한 코호트들을 빙 둘러보더니, 곧 가마 위에 탄 두 인물을 혐오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흡사 도시 안으로 들여 보내 달라고 애걸하는 역병 감염자들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대들은 대체 무슨 권한으로 감히 내 도시를 찾아와 내 출석을 요구하는가?" 제스는 말했다.


 멜가토르가 방패-가마 위를 지팡이로 두드리자, 거구의 가마꾼들이 제스로부터 20미터도 채 안 되는 위치까지 가마를 옮겼다.


 <온 화성이 충성을 맹세한 제조장관 성하의 권한으로 요구한다.> 레굴루스가 모든 채널에 울리는 이진법 성가로 말했다.


 제스는 움찔거렸다. "당신이 사용하는 그 더러운 코드는 뭔가, 레굴루스." 제스가 지글거리는 전기장으로부터 레굴루스의 신원을 읽어 내고 물었다.


 "그 반대지." 레굴루스가 대꾸했다.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코드다. 육신의 의지 아래 길들여지고 속박되기 이전부터 존재해 온 순수한 코드."


 "만약 당신이 방금의 그 추론 방식에 존재하는 결함조차 알아챌 수 없다면, 당신은 내 논리 영역 바깥에 있는 모양이군." 제스는 말했다. "이제 용건을 말하고 꺼져라. 내겐 할 일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을 거요, 제스." 멜가토르가 말했다. "우리는 당신을 올림푸스산으로 호송하기 위해 온 것이오. 그리고 당신은 거기서 제조장관 성하의 재판을 받게 되겠지."


 "내 직함은 제스 아뎁트요. 내겐 그리 불릴 자격이 있다고 보는데." 마그마 시티의 여주인은 응수했다. "그래서 대체 무슨 혐의로 감히 나를 체포하겠다는 거지?"


 <당신의 지속적인 이단 혐의로.> 멜가토르가 말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은 기계신을 거듭해서 부인하였고, 제조장관 성하의 정책과 통치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기계교인이 아닌 인물이 신성한 기계를 다루는 업무에 참여하도록 용인하였소. 이러한 죄목들로, 당신은 우리에게 구류되어 올림푸스산으로 귀환한 뒤, 기술-이단에 대한 재판을 위해 대기하게 될 것이오.>


 제스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서서, 멜가토르의 혐의 제기에 담긴 무게가 온전히 스며들도록 기다렸다.


 그런 뒤,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는 산허리에 메아리쳐, 둑길 전체를 따라 널리 울려 퍼졌다.


 "방금의 혐의 제기를 조롱하는 것인가?" 레굴루스가 거칠게 말했다. "당신의 그 사악함에 끝이라곤 없단 말인가?"


 "아아, 당연히 조롱하고 말고." 제스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 웃기지 않나. 켈보르-할이 너희를 무엇에 끌어들였는지 볼 수만 있었더라면, 너희들도 웃음을 터트렸을걸."


 그리고 제스는 팔을 휘둘렀다. 그 손짓은 그곳에 집결한 스키타리들과 수호자들 모두를 가리키고 있었다. "너희들이 내 공장에 끌고 온 저 흉물들... 저것들은 육신과 기계로 이루어진 괴물들이다. 팔리두스를 헤메이는 야생 불량 폐기물들보다도 못한 기괴한 혼종들. 너희들은 기계교의 아름다움을 사악한 무언가로 전부 뒤바꾸어 놓았어. 너희가 그 사실을 깨닫지조차 못한다니 소름이 끼치는군. 그러니, 그래. 난 너희들의 혐의 제기를 조롱한다. 뿐만 아니라, 너희에게 날 비난할 권리조차 없다고 부인한다!"


 "허면 제조장관 성하의 소환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인가?" 레굴루스가 물었다. 레굴루스의 코드에는 스키타리들의 목줄을 풀어 주고 싶어 애가 타는 충동이 가득 섞여 있었다. "이 행동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이해하다마다." 제스는 단언했다.


 "허면 힘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멜가토르가 말했다.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제스도 응수했다.


 그리고 멜가토르는 성벽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말했다.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면, 당신은 파멸할 것이오, 제스. 성벽 방어 시스템에 접속해 정지시키시오. 코드는 이제 우리가 통제하오."


 3개 스키타리 코호트가 앞으로 전진했다. 플레임 랜스와 에너지 할버드, 그리고 양팔의 병기들이 작동하며 지직거리는 소리와, 자동 장전 장치가 철컹거리는 소리가 한 차례 시끄럽게 울렸다.


 "전부 다는 아니지." 제스가 말하는 순간, 한 쌍의 거대한 기계 형체들이 제스의 등 뒤에서 관문으로부터 걸어 나왔다.


 9미터 높이의 두 나이트들의 모습에, 제스의 가냘픈 몸은 왜소하게 보였다. 갑주판을 물들이고 있는 감청색 도장(塗裝)이 마그마 호수의 빛을 받아 번쩍였다. 번갯줄기를 감싼 바퀴를 그린 자랑스러운 문장이 나이트들의 견갑에서 선명히 빛나는 가운데, 두 나이트는 관문에서부터 걸어 나와 제스 아뎁트의 등 뒤에 시립했다. 두 나이트의 에너지 랜스와 개틀링 캐논은 다가오는 스키타리들을 향해 겨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서, 십여 대의 나이트들이 추가로 횡렬을 이루며, 그 위풍당당한 자태로 마그마 시티의 입구를 가로막았다.


 도열한 전쟁 병기들 앞에서, 뒤틀린 스키타리 군대의 전진은 동요를 일으키며 흔들렸다. 팩마스터들이 꽥꽥대며 지시를 요청했다. 레굴루스는 패닉에 빠져 코드를 쏟아냈다. 성벽의 포대들을 정지시킬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돌연변이성 알고리즘들이었다. 하지만 나이트들은 그 신호를 무시했고, 나이트들의 시스템은 송신되는 코드들을 차단해 버렸다.


 "이쪽은 타라니스 기사단의 카투릭스 단장이시다." 제스가 자기 왼편의 나이트를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왼편의 나이트가 취한 공격적인 자세는 적을 해하고 싶은 욕구를 전혀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쪽은 스타토르 지부장이시지. 이 두 사람의 기사단은 이 공장과 동맹을 맺었으며, 만일 그 쾌속선을 5분 내로 내 둑길에서 치우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휘하 전사들과 함께 돌격해 너희를 격멸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이 행동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했는가?"


 "감히 제조장관 성하의 사절을 위협하다니!" 멜가토르가 외쳤다. "네년은 기계교의 수치다, 제스!"


 "네가 보낸 암살자가 내 도제의 정신을 파괴하고, 내 시종들 중 한 명을 살해했다. 그런데 감히 나를 기계교의 수치라 불러?" 제스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체내에 설치된 크로노미터 시계를 살피고는 말했다. "이제 4분 40초 남았다, 멜가토르. 이제 그만 움직이시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레굴루스가 말했다. "반드시 네년의 도시를 무너뜨리고, 네년의 유산을 모든 기록에서 삭제시켜 주고 말 테다."


 두 나이트가 앞으로 한 발짝을 내딛었다. 금속 사지가 철컹거리며 쉭쉭대는 소리가 무서우리만치 크게 울렸다.


 멜가토르가 지팡이로 방패-가마를 두드리고, 멜가토르와 레굴루스는 그대로 말 없이 물러났다. 서둘러 끽끽대며 쏟아낸 코드가 스키타리들을 후퇴시키고, 스키타리들은 씁쓸한 실망감에 휩싸여 다시 중형 쾌속선으로 되돌아갔다.


 쾌속선 측면이 접히며 올라가고, 쾌속선은 곧 공중으로 떠올랐다. 선두의 나이트 한 대가 제스에게로 조종석을 돌려, 두 사람 사이에 누스피어 링크를 연결시켰다.


 "그냥 죽이게 내버려 두지 그러셨습니까." 카투릭스 단장은 말했다.


 "그랬어야 할지도 모르죠." 제스도 말했다. "하지만 아마 다음 번에도 또 기회가 있을 것 같군요."


 "놈들이 다시 되돌아 올 거라 생각하십니까?"


 "되돌아 올 거란 걸 아는 겁니다, 카투릭스 단장. 하지만 다음엔 저렇게 거만하게 굴진 못하겠죠." 제스는 말했다. "이 일에 대한 소식을 맥시멀 예하와 케인 예하께 전해야겠습니다. 어쩌면 켈보르-할이 제 다음으로 그 두 분께 찾아갈지도 몰라요. 그리고 레기오 템페스투스에도 다시 한 번 청원을 보내야겠습니다. 다가올 날들에 마그마 시티를 지키려면 더 커다란 병기들이 필요할 거란 예감이 들어요."


 "템페스투스가 지원해 준다면 두 팔 벌려 환영이지요." 카투릭스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 동안 저희 기사단은 예하와 함께하겠습니다. 저희에게 바라시는 것이 있습니까?"


 그리고 제스는 떠나가는 쾌속선의 엔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푸른 불꽃을 바라봤다.


 "전투를 준비하세요." 제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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