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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페니턴트 - 8화 -

ㅇㅇ(112.169) 2023.07.27 07:04:06
조회 246 추천 12 댓글 1
														



나는 지하세계(Underworld)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고, 어쩌면 너무 많이 읽었던 것 같지만, 지하층 깊숙히 속으로 들어간 수많은 탐험가들의 전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 행성의 기반 그 자체에 이름이 깃들어 있는, 오르페우스 본인이 직접 이 어둠 속으로 순례를 떠났다고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 여행들은 대체로 위험 천만했다. 탐험자가 어떤 대가나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위기에서 벗어나왔다는 전설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것에는 언제나 대가가 필요했고, 나가기 위해서도 다른 대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 들은 전설들이었다. 이 곳은 그저 퀸마브의 부핵(subcore)인 지하 공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로마에 절여져 있던 퇴역군인이 사용한 단어들이 내 마음에 걸렸다. 퀸마브는 전설이 사실로 드러나는 도시였고, 그것들이 표면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나는 먼지의 도시가, 비록 들어가는 길을 찾는 것이 얼마든지 어렵더라도, 퀸마브와 겹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마치 내가 단지 일개 어두운 카타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설에 나오는 진짜 저승의 지하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마치 영혼을 찾으러 저세상으로 떠나는 중이고 다시 안전하게 돌아올려면 무언가 본질적인 페널티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가 리라(lyra)나 저세상의 뱃사공에게 지불할 동전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나는 그런 엉뚱한 공포를 떨처내려고 애를 썼다.

나에겐 등불이 있었고, 노랗게 밀랍빛으로 빛나는 빛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나에겐 보조 무장이 있었고, 짐을 진 자에게서 빼앗은 못생긴 갈고리칼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나는 다시 내 리미터를 활성화 시켰다. 나는 망령들과 죽은 자들의 영혼들을 나의 공허함(null state)으로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아래쪽(the Below)>라고 부르던 곳은 위함한 곳이었다. 내려가는 계단은 낡아있었고, 흘러내리는 물로 인해서 미끄럽게 닳아 있었다. 벽들은 마치 녹아내리는 빙하들 처럼 축축하게 습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림자들이 흔들거리며 일렁였고, 사방에 있는 방들과 구덩이 속에는 뼈들이 마치 성냥들 처럼 쌓여져 있었다. 정강이뼈의 더미들과, 갈비뼈들의 묶음들과 두개골의 피라미드가 놓여져 있었다. 마치 이곳은 업화의 불길이 꺼져버린, 저주받은 자들이 가는 지옥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이 곳은 예비 부품을 보관하는 저장소 처럼 생기기도 하였는데, 마치 나사와 워셔들을 보관하는 것 처럼 인간의 부품을 종류 별로 분류해서 보관하다가, 조물주가 인간을 조립해서 다시 살아나라고 빛 속으로 내보내는 장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들고 있던 등불의 빛 바깥은 매우 어두웠다. 마치 그것이 살아있는 것 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한밤중의 칠흙같은 어둠이 증류되어 더욱 농축된 시럽이 된 것만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어둠 자체의 소리 역시도 들을 수 있는 것 같았고, 한 늙은 시인이 말했듯, 고요함 속에 있는 기이한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이곳 아래에는 인간의 뼈가, 삶의 뼈가, 꿈의 뼈가, 잊혀지고 버려진 것들의 잔해가 있었다. 그들 모두 이곳으로 떨어진 것이지만, 나는 내 발로 걸어 내려오기로 결정한 것이고, 나는 빠르게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나는 머뭇거리며 걸어갔다. 내가 신고 있던 부츠는 좋은 부츠였지만, 여전히 축축한 방해석(calcite) 표면에서 미끄러졌다. 내가 든 등불의 빛은 어둠 속에 있는 석영 결정들로부터 반사되어 되돌아왔고, 단순한 반사되는 빛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마치 벽에 수없이 난 눈들이 지켜보는 눈들이 번뜩이는 것 처럼 보였다. 쌓여져 있는 유골들은 끝이 없었고, 위태위태한 통로 주변에 쌓여있거나 구덩이 속에 포개져 있거나 혹은 돌로 된 매우 낡은 벽감 속에 쑤셔박혀져 있었고, 흘러나와 바닥에도 널부러져 있었다. 이전의 구역과 마찬가지로, 강박적이게도 뼈들은 종류 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이것은 성 벨페그(St. Belpheg's) 납골당과 같은 몇몇 유골 보관소들과, 장형분(신석기 시대의 고인돌 형태의 무덤)이나 화장묘(Kiln grave)에서 볼 수 있는 관습이었다.

죽은 자들의 유해는 위층의 보관실에 있는 돌 선반 위에 안치되어 살과 조직들이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서 먼지가 될 때 까지 보관되었다. 그 후에 납골당의 관리인들이 와서 이제 뼈만 남은 익명의 유해를 모아서 그 아래에 있는 카타콤으로 옮겼으며, 뼈의 종류 별로 모아서 보다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위층의 유해 보관소는 새 시신이 도착할 공간을 마련했고, 더 이상 없어지지 않는 뼈들은 더 좁아지는 공간 속에 보관되었다. 두개골은 틈새에 쌓여져 있고, 긴 뼈들은 벽감 속에 나란히 늘어져 있었으며, 척추뼈는 돌로 된 대야 속에 엉켜진 채로 보관되다가 연골이 다 부식되게 되면 각 척추뼈 마디를 마치 조개 껍질 처럼 분리해서 오스라이트(ouslite, 인류 제국에서 쓰는 인조 석재)로 된 항아리나 대리석으로 된 유골함에 보관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면서 그것들을 보았다. 뼈가 들어있는 상자들과, 손뼈가 가득 들어있는 돌 단지와, 발가락뼈와 발목뼈가 들어있는 항아리들이었다. 나는 또한 낡은 손수레(push-barrow)들과, 리어카(handcart)들과 빗자루와 갈퀴들을 보았고, 그것들은 납골당 관리인들의 도구들이었다. 나는 꾸준히 야간에 뼈를 관리하는 것이 인간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죽음의 공포를 모두 잊게 될까, 아니면 더욱 더 미신에 사로잡히게 될까?

마치 옥수수 다발 내지는, 휘어진 화살이 가득한 화살통 처럼 낱개로 분리된 갈비뼈들이 가득 찬 바구니들이 늘어서 있는 어수선한 회랑을 지나가자, 나는 모종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앞에는 인간의 뼈로 된 상아로 만든 관문이 세워져 있었다. 그것의 테두리는 사람의 대퇴골에 나무를 덧대어 만들어져 있었고, 견갑골로 만들어진 아치에는 아래턱이 사라진 두개골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들의 정신은 미쳐버렸거나, 아니면 망자의 유골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무례하기 그지 없는 장난을 촉발시키게 된 것 같았다.

앞으로 더 나아가니 더 많은 뼈로 된 조각물들이 등불 앞에 드러났다. 그로테스크한, 비현실적인 신체 구조를 가진 뼈로 된 공예품들이었다. 일부는 거의 10미터 혹은 그것을 넘는 거대한 크기였고, 가공된 뼈들 중의 상당수는 특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선택된 것이 명백해 보였다. 또한 골다공증으로 인해 손상된 연약한 지팡이 처럼 생긴 뼈들과, 오래 전에 치유된 골절상의 우둘투둘한 흔적이 남은 뼈들과, 말달비대증으로 인해서 비정상적으로 커진 뼈들도 있었다. 그 어떠한 의미나 목적도 보이는 것 같지 않았기에 이들 조각물들은 더욱 끔찍해 보였다. 그것들은 문이나 아치조차도 아니었고, 그저 광기의 제단 처럼 세워져 있는 인간 상아의 장식물이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두개골의 텅 빈 눈구멍들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두개골들의 웃음에서는 그 어떠한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것들의 움푹 패인 눈두덩이들은 마치 존엄성에 대해서 탄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가 넷이 달린 갈비뼈가 팔 아래뼈로 된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반토막난 골반뼈로 된 연단이 하나로 묶여진 10개의 두개골 위에 얹혀져 있었다. 인간의 뼛조각으로 만들어진 죽음의 기사가 그의 말 위에 타고 있었고, 견갑골과 엉치뼈를 엮어 만든 갑주와 망토를 착용하고 있었고, 치아를 꿰어 만든 목걸이들이 걸려져 있었다.

나는 납골당 직원들을 이 안에서나 아니면 밖에서나 절대로 만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경주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피해야 할 장애물인지 궁금했다.

유령과 같은 소리가 숨쉬는 듯한 어둠 속에서 들려왔고, 그것은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가 아니었다. 한번 이상 마른 뼈들이 흩어지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나는 용감한 쥐들이 뼈들을 건드렸기 때문에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으나, 나는 쥐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애초에 그들을 유인할 살점이나 골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멀리서 외치는 듯한 소리를 두번 들었지만 그 방향을 가늠하진 못했고, 그리고 누군가가 바삐 다가오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누군가 달리는 듯한 소리도 들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 만큼이나 내려가기에 위태롭던 계단의 아래에 도달했을 때, 나는 노란색의 원반을 발견했다. 그것은 플라스텍으로 된 토큰이었고, 늙은 여인이 양동이 속에 담아두고 있던 것들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 근처 흐릿하게 빛나는 바닥 위에 나는 흘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핏자국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토큰을 집어올렸고 숫자 7이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레너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숫자 7은 불행의 숫자인 모양이었다.

그때 쯤 내 운은 슬슬 다한 것 처럼 보였다. 나는 깍아지른 듯한 구덩이 속으로 떨어질 뻔 했고, 그 바닥은 내 등불로는 비춰지지도 않았다. 축축한 돌 바닥은 거의 검은 색이었고, 구덩이의 아가리 역시 검었기 때문에, 떨어지기 직전의 순간에서야 나는 컴컴한 바닥이 더 이상 내 등불의 희미한 불빛을 반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뒤로 물러서다가 걸음을 멈추고 내 손가락으로 바닥을 더듬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은 바위가 검은 허공으로 변하는 구덩이의 입구를 찾았다. 한 걸음만 더 걸었더라면 나는 그 안에 빠졌을 것이다. 램프의 불빛으로도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돌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전등이 매달린 막대의 끝으로 바닥을 두들기며 어디가 돌바닥이고 어디가 아닌지 시험했다. 한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절벽에 난 외길에 불과한 수준의 가느다란 길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말린 과일들로 채워진 시장의 상자들 처럼 우묵히 파인 곳 마다 두개골이 가득한, 돌로 된 주랑(colonnade)의 벽공 아래에 나 있는 구덩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시금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나는 긴장했고, 벽감의 아치에 나는 등을 기댔다. 나는 한동안 기다렸고, 그 동안 나는 두개골들 중의 일부가 -- 대충 놓여져 있는 더미들 가운데 --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놓여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옆의 벽감에 놓여진 해골들도 마찬가지였고, 그 너머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기에, 이것은 무작위로 놓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가 해골들을 돌려놓았고, 어쩌면 길을 표시하기 위해서, 그것들의 텅 빈 시선을 통해서 안전한 방향을 나타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아 보였다.

그 곳을 지나서 나오는 지하묘지에는 대퇴골들 중 몇개가 더미에서 뽑혀져서 같은 방향으로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더 많은 표시였고, 인위적으로 놓여진 것이 분명했지만, 이러한 뼈로 된 사막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것들에 대해 눈치를 챈 이후로 나는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흩어져 있는 뼈들 사이에서, 선형적인 정밀함의 작은 순간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들을 배치한 것은 누구였고, 그것들은 어디로 안내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들이 함정으로 유인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도 합리적이었지만, 이곳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이것들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어둠 속 깊숙히 볼 수 없었고, 카타콤의 뒤틀리고 굽이지며 내려가는 구조 때문에 내 방향함각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나에게 문득 들었다. 한동안 나는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을 통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했다. 나는 내 앞의 길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고, 불쌍한 레너를 찾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되돌아 갈 수 있는지 확실치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메데아가 나의 성급함을 꾸짖고, 할론이 추적에 대한 연습과 제대로 된 현장 준비에 대한 직설적인 설교를 시작하는 상상을 했다.

이것이 그 모든 전설에서 지하세계로 온 방문자들이 길을 잃게 되는 과정이었다. 지하세계가 그들을 집어 삼켰고, 그들이 아무리 자신감이 있거나 의지가 있던 간에, 그들은 길을 잃게 되었다. 전설들은 그 어떠한 문화적 기원과 상관 없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종결되었다. 방문자들은 오직 안내자가 있을 경우에만 지하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아니면 신적 존재의 개입이 있거나, 아니면 저승의 뱃사공에게 뱃삯을 지불하고 길을 안내받던가. 그들은 결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했고, 그들의 일부를 쓰라린 비용으로서 언제나 놔두고 떠나야만 했었다. 나는 죽은 자들이 뱃삯으로 눈꺼풀 위에 올리는 동전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길을 잃었다. 뼈로 된 은밀한 표지판들이 나의 유일한 길잡이였다. 나는 그것들이 어쩌면 나의 신적 개입이길 바랬다. 나는 그것들을 믿으면서, 그것들의 죽음의 안내를 따라갔다.


“당신의 불을 내놔” 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나는 살짝 놀랐다. 내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이상한 소리들을 들어왔지만, 나는 그것들을 내 상상이라고 치부해 왔었지만, 이 목소리는 정말로 진짜였다.

“주지 않을 건데” 나는 대답하면서 몸을 돌리며 불빛을 올려 들고 그림자 속을 눈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빨리 달라고”

남자의 목소리였다. 숨이 차 있었고, 목소리의 톤으로 듣자하니 겁에 질려있었다. 퀘퀘한 땀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불빛의 가장자리로 다가왔다. 그는 길거리의 부랑자였고, 낡고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키가 작았지만 몸집이 제법 튼튼해보였으며, 그의 얼굴은 오래된 라스건에 지져진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그의 손에 녹이 슨 커트로를 쥔 채로 칼날을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나의 램프 불빛은 비록 약했지만, 그 불빛에 그는 눈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한테 달라고” 그가 말했다. “나한테 필요해”

“당신도 게임 참가자인가요?” 나는 그의 작은 칼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그에게 질문했다.

“뭐라고?”

“게임 말이에요. 당신도 참가하고 있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 곳에는 마치 메달처럼 초록색 토큰이 꽂혀 있었고, 그 위에는 숫자 9가 적혀져 있었다.

“당신 이름이 뭐죠?” 나는 질문했다.

“내 이름은 상관없잖아 아가씨. 램프를 나한테 넘겨”

“안 줄거라니깐요” 나는 대답했다. “내 갈 길을 찾는데 필요하단 말이죠. 하지만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면 내 등불을 같이 쓸 수 있게 해주겠어요. 당신도 길을 잃은 것 같으니깐”

그의 표정은 고통스러웠고, 오직 공포 때문이었다.

“아일링(Eyling)” 그가 말했다.

“우리 둘 다 나갈 길을 찾아야 해요 아일링.” 나는 말했다. “우린 여기 있어선 안되요. 들어와서도 안되었구요”

아일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몇푼 벌어보겠다고 게임을 한 건데” 그는 후회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나는 쉬울 줄 알았어. 하지만 이 망할 구덩이 안에 뭔가가 있단 말이야”

“다른 참가자들 말인가요?”

“아니, 그들 말고. 해부사(anatomists)들이야. 버림받은 괴물들이지. 그들이 한 짓을 봤겠지. 분명 봤었어야 해.”

전직 밀리타룸 소속 참전 군인이었던 아일링은 거리에서 가난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의 퇴역 수당 지급이 거부되면서 그는 매우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로 이 게임에 참가한 것이었다. 그가 말하길 해부사들은 납골당에서 일하는 자들로, 카타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살면서 지상으로 나가길 거부한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끼 모여 부족이 되었고, 그들을 광기에 몰아넣고 야만으로 몰아간 사람의 뼈로 가득찬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가 나의 등불에 의지하면서 나아가는 동안 그는 이것과 여타 다른 것들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그는 강한 척 하면서, 마치 그가 나를 인질로 잡은 듯, 자신이 이끄는 듯 굴었지만, 나는 그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그저 기쁠 뿐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말을 꺼내지 않아도 혼자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제 불빛과 함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생기자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아래에서 두시간 밖에 있지 않았지만, 고독과 함께 칠흙같은 어둠은 이미 그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레너를 알아요?”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레너라니?”

“3번 선수?”

“오” 그가 말했다. “라이트번 말이지. 그래 그 친구, 난 알아. 예전에도 참가한 적이 있었다지. 그가 나보고 참가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돈이 필요하다고. 그는 이게 어렵다고 말했지. 정신에도 어렵다고. 그리고 나는 그에게 말했지. 나는 61여단과 함께 카스톤 평야(Caston field)에 있었다고. 나도 어려운게 뭔지 안다고.
“하지만 나는 틀렸어” 잠시 말을 멈춘 뒤에 그가 덧붙였다. “그건 정신에 어렵다고. 홀로 남겨지는 것. 그리고 그토록 무거운 어둠. 난 이게 죽은 자가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

“죽은 자들이 뭔가를 느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나는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으쓱했다. 아일링은 딱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의 존재로 힘을 얻었다. 그는 잃어버린 영혼이었고, 나는 그의 빛이요 그의 신적인 개입이 되었으며, 내 전설은 다소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섬뜩한 조각물들이 늘어서 있는 뼈들 위로 전시되어 있는 긴 회랑에 도달했다. 해골이 뱀처럼 꼬아진 척추뼈의 기둥 위에 얹어져서 우리를 마치 동굴의 어둠 속에서 라미아(lamia, 그리스 신화의 뱀 요괴) 처럼 우리를 비웃고 있었다. 갈비뼈로 만들어진 바구니 속에는 마치 새장에 갇힌 새들 처럼 해골이 걸려져 있었다. 지나치게 길쭉한 다리가 지나치게 많은, 뼈로 만든 짐승이 마치 거대한 거미 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쇄골로 정교하게 짠 왕관을 쓰고 있었다.

“오늘은 좀 다른 것 같은데” 그가 말하고는 날 힐끔 쳐다보았다. “오늘? 오늘밤? 시간이 몇시인지 모르겠군. 아직 밤이 안 되었나?”

“이곳은 언제나 밤이잖아요” 나는 대답했다. “어째서 다르다고 생각한건가요?”

“무언가가 그들을 건드렸어” 그가 말했다. “해부사들. 라이트번은 그들은 자기들 일만 신경 쓴다고 말했고, 플레이어들이 오면 피한다고도 말했지. 그런데 오늘 밤은 아니야. 그들은 이 곳으로 올라와있어. 난 그들을 얼핏 봤고, 그들의 소리를 들었어. 그들이 우리를 하나 둘씩 해치우고 있는 것 같아”

“그들이 어째서 그럴까요?” 나는 물었다.

“내 생각엔 가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깨어난 것 같아”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놀라서 빛 쪽으로 달아난 거지. 그것이 그들을 두렵게 한 거라고”

나는 그의 말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그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죠, 아일링?” 나는 질문했다.

“나는 누군가 바삐 서두르는 소리를 들었어” 그가 말했다. “너는 안 들었나? 가끔씩 무언가 크게 지나가는 소리가 말이야, 마치...마치 바림이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것 같은. 아니면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소리 같은게”

“여긴 바다가 없잖아요” 나는 그를 달랬다. “나무도 없구요”

“하지만 난 분명 들었다니깐” 그는 고집했다. “바다가 밀려오는 소리. 이 도시가 거대한 숨겨진 바다 속으로 빠지는 것 같아.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물이 깊은 곳을 가득 채워서 해부사들을 여기까지 올라오게 만든 거지”

그는 그리고 걸음을 멈추었다. 우리 모두 멈춰섰다. 쥐가 뼈를 건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어떻게 나가는지 알고 있어?”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고 긴장되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예라고는 답은 못하겠지만” 나는 대답했다. “아직 희망은 있어요”

나는 그 표지판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들 기이하고 인위적으로 놓여진 뼈들은 여전히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았으나, 이제 나 역시도, 마치 아일링 처럼, 내 마음이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질서를 강요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저 정강이뼈는 의도적으로 저 방향을 향하기 위해 놓여진 것일까, 아니면 그저 떨어져서 그렇게 놓여져 있는 것일까?

나는 내 마음이 지어낸 패턴을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에게는 이 말을 하진 않았다.

아일링이 갑자기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저거 혹시 불빛 아니야?” 그가 물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지하의 암흑 사이로 과연 창백한 불빛이 보였고, 그리고 그것은 착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각광(limelight)같이 어른거리는 불빛이었고, 우리가 널부러진 손바닥뼈들을 지나 그 쪽으로 급히 달려가자 그것은 점점 밝아졌다. 마침내 불빛이 나온 것이다.

그 불빛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고, 초록색이 살짝 섞인 부드러운 하얀 빛이었다. 우리는 척추뼈로 만든 아치를 지나서, 대퇴골의 끝 부분마다 턱뼈로 된 장식이 달린 장골들이 늘어선 회랑을 지나갔다.

그 너머 있는 방은 매우 넓었으나, 우리가 원하던 바깥은 아니었다. 물이 흘러내리는 벽 위에 이끼들이 끼어 있었고, 주변을 눈빛의 부드러운 빛으로 채우는, 발광성(photoluminescent)의 안개를 내뿜고 있었다. 사원에서 가져온 나무로 된 교회 의자(pews)들이 오랜 세월과 곰팡이로 썩어가면서 동굴 바닥에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이미 자리가 차 있었다. 해골로 만든 신도들이, 철사끈에 묶여 나사로 고정된 채로 모두 정면을 향하고 있었고, 썩어가는 찬미가가 그들의 살점 없는 무릎에 올려져 있거나 손가락 뼈에 걸쳐져 있었다. 수백개의 해골들이 의자 위를 가득 메운 채로, 침묵의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마주보고 있는 것을, 그들 모두가 무엇을 쳐다보도록 고정되어 있는지 보았다.

나의 마음이 살짝 저려왔다. 나는 내가 그토록 찾고 있던, 내 마음에 명료함을 가져다 주고 내 인생을 오염시키고 있던 악마와 균형을 맞춰 줄 천사를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래 전에 이미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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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갈수록 폭주하는 댄 애브넷의 미사여구 -_-; 일일히 번역하기에 점점 귀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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