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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2.07 (3) - [기계 의식]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28 16: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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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가 전진하길 멈추고, 달리아는 기계의 동력 장치가 목을 울리는 소리와, 유압 장치가 김을 뿜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의 전기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체 탄환이 발사되고 남긴 연기 냄새와, 플라즈마가 방출되고 나오는 오존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감각이 확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달리아는 기계의 무한궤도 홈들에 들러붙은 살점들을 보고, 울 것만 같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로-뮤 31이 스르륵 손을 무기-장대로 향했지만, 달리아는 고작 그 정도로는 저 파괴 병기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칵스턴과 세베린, 자우체가 두려움에 질려 몸을 떨었다. 움직이기에는 너무 크게 다쳐 있었고, 너무 겁에 질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달리아의 이마에서 흐른 피가 팔 위로 떨어지고, 달리아는 눈꺼풀 위로 맺히는 또 다른 핏방울을 눈을 깜빡여 치워 냈다. 앞쪽에서 창틀에 매달린 유리 조각들이 흔들리고, 곧 파편들이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다이아몬드들처럼 떨어지며 짤랑, 짤랑, 짤랑, 바닥에 떨어졌다.


 두려움으로 몸이 얼어붙자, 달리아는 숨을 멈췄다. 팔다리는 얼어붙은 것만 같았고,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여기서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운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 달리아는 죽고 싶지 않았다.


 오 옥좌시여, 전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달리아는 칵스턴과 친구들을 바라보며, 친구들을 이 일에 끌어들인 데에 엄청난 가책감을 느꼈다. 애초에 무엇 때문에 저들을 데려왔단 말인가? 화성의 대지 아래에 어떤 고대의 괴물이 묻혀 있을 거라는 섣부른 이론 때문에?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웃음이라도 터트리고 싶었다. 달리아는 자신이 읽고 필사했던 모든 것들을 돌이켜 봤다. 그것도 벌써 이전 삶의 기억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득했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이전 삶의 기억일지도 몰랐다. 돌이켜 보니, 이제 바다를 볼 기회는 결코 없을 터였다. 레란의 대양도, 챠로-Charo의 대절벽도, 그리고 아이-Ae의 행성 규모의 숲도, 자신이 보게 될 일은 없으리라.


 아직 알지 못한 경이와 기적들이 잔뜩 남아 있는데. 원정함대들에서는 매일마다 그런 경이들을 보고 있을 텐데.


 사로쉬에서 보는 축제의 불빛도, 머더에서의 승리나 헥센 길드-Hexen Guild의 격멸 같이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 주는 생생한 무용담도 더 이상 알 수 없으리라. 마찬가지로, 켈란드 로제트가 앞으로 그릴 그림들도, 지콘 포울-Jeacon Poul이 작곡할 음악들도, 델라푸어의 조각품들도 전부 자신은 볼 수 없게 될 터였다. 그리고 약간 젠체하는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점점 더 마음에 들었던 이그나스 카르카시의 시들도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겠지.


 이건 자신이 죽어야 할 만한 방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부당함과 불공평함이, 그녀를 이 순간으로 이끈 잔인한 운명에 매도를 보냈다.


 달리아는 두 눈을 감았다. 새롭게 직면한 위협 앞에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죽음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달리아의 생존 욕구가 급격히 끓어오르고, 에테르와의 연결이 의식적인 생각을 밀어냈다. 달리아는 자신이 아카식 리더의 왕좌의 설계 방법을 보았던 때처럼, 정신이 육신 너머로 뻗어 나가는 것을 느꼈다. 다만, 이번에는 이전보다도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더 깊이까지 뻗어 나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카반 장치의 심장이 들여다 보이고 있었다.


 연결이 이어진 것은 겨우 찰나의 순간뿐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만에 달리아는 그 기계의 존재의 정수 그 자체를 보았다.


 서로 묶여 빛나는 그물을 이루는 금빛 선들이 보였다. 선 한 가닥 한 가닥이 아직 묻지 않았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품고 있었다. 이 감각의 영역 속에서, 달리아는 카반 장치의 정신을 나타내는 빛을 보았다. 인공적으로 창조된 시냅스와 뉴런들로 이루어진, 더럽고도 오염된 세계였다.


 카반 장치의 어스펙스가 마치 굶주린 거미 떼처럼 잔해 위를 훑었다. 수백만 개의 다리가 살갗 위를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기계의 감각이 탐스러운 고기 조각을 삼키려 찾아 다니는 청소부 동물처럼 코를 킁킁대고 있었다.


 달리아의 심안이 기계 의식의 타오르는 심장을 뚫고 들어갔다. 달리아는 그 기계의 복잡한 설계와, 난해하면서도 화려한 기능, 그리고 이처럼 기적적인 장치를 만들기 위해 들였을 무한한 인내심에 경이를 느꼈다. 이 카반 장치를 만들기 위해, 유기체와 인공 부품들이 완벽하게 혼합되어야 했으리라. 카반 장치의 설계의 모든 면에서부터, 달리아는 루카스 크롬이라는 아뎁트의 이름과 그 솜씨를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루카스 크롬이라는 아뎁트의 천재성이란, 가히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달리아는 크롬이 창조한 산물에 경이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창조된 목적에, 그리고 그 제작자들이 이 장치에 저지른 짓들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 장치의 제작자들은 이 장치로 하여금 한때 친구라 부르던 자를 죽이게 만든 뒤, 무언가 너무도 어둡고 너무도 끔찍한 것에 장치를 노출시켰다. 장치가 노출된 그 무언가의 뒤틀린 악의에, 부유하던 달리아의 의식은 움츠러들었다.


 카반 장치의 기억은 느낌과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새로이 창조된 이 지성의 기억은 너무도 미숙해, 스스로가 악한 이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오염은 기계 의식의 심장 속에, 마치 닿은 모든 것들에 피에 굶주린 암을 퍼트리는 거미줄과 그 한가운데에 앉은 뚱뚱한 거미처럼 깃들어 있었다.


 잊혀진 전쟁의 시대 이후로 금지된 인공 지능을 창조하는 과학을, 살인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왜곡시켜 버리다니. 그 전형적인 인간의 왜곡된 천재성에 달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이 장치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계건만, 그것이 최초로 저지른 자율적 행동이란 살인뿐이었다.


 그 사실이, 이 장치의 창조자들에 대해 알려 주는 의미란 대체 무엇일까?


 하지만 그 탁월한 지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기초적 기계 원칙에 매인 기계일 뿐이었다. 이 기계는 여전히 다른 지성들이 사용할 만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고, 그 말인즉슨, 속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기계의 뒤틀린 의식을 나타내는 극도로 빽빽한 빛의 선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었지만, 달리아는 기계의 뇌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제하는 신경 통로들과 영역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달리아는 타고난 감각을 이용해, 어스펙스로부터 입력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기계로부터 차단시켜 버렸다. 센서 장치들이 자신과 친구들의 몸 위를 훑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신호는 결코 기계 의식의 동작 중추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는지, 카반 장치가 부서진 복도 위를 다시 한 번 어스펙스로 스캔했다. 기계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거야. 달리아는 생각했다. 그리고 우릴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으려 하겠지.


 달리아는 다시 한 번 카반 장치의 정신을 돌리기 위해, 자기부상 열차 저 아래쪽에 생명 징후를 나타내는 진동을 일으켰다. 카반 장치의 조준 시스템이 가짜 수치들을 읽고 잔인한 기쁨을 느끼는 것이 느껴졌다.


 카반 장치의 병기들로부터 천둥 같은 포효성이 터져 나오고, 자기부상 열차가 충격으로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라스-포화와 묵직한 폭발성 탄환들이 멀찍이 떨어진 잔해를 찢어발기며, 안에 든 시체들을 분쇄했다.


 사격이 멈추고, 달리아는 위조된 생명 징후가 꺼지게 했다. 기계 의식이 스스로 저지른 살육을 자축하며 야만적으로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산더미처럼 쌓인 해골 위의 황동 왕좌에서부터 피가 흘러 내리는 이미지가 기계의 생각 속을 가득 채웠다.


 카반 장치의 어스펙스가 다시 한 번 자기부상 열차를 휩쓸었다. 자신과 일행들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도록 차단시키니, 기계가 실망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카반 장치는 자신이 열차에 탑승해 있던 모든 승객들을 다 죽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임무를 완수한 카반 장치는 부드럽게 축 위에서 회전해, 터널을 따라 이동했다.


 달리아는 이동하는 장치로부터, 승객들을 살해하였음을 확인하는 암호화 데이터들이 전파를 타고 몬두스 감마와 올림푸스산의 주인들에게로 향하는 것을 읽었다.


 달리아는 자신들이 카반 장치의 조준 어스펙스 범위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장치의 인식 중추를 장악하고 있다가, 범위에서 벗어난 뒤에야 참았던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망가진 자기부상 열차 복도 안이 다시 시야에 돌아오며 구역질이 치밀고, 뇌가 정신 영역에서 물리 영역으로 급히 전환되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느라 속이 울렁거렸다. 


 피, 불탄 플라스틱, 그을린 살점, 그리고 너무도 많은 시체들. 카반 장치가 가한 공격의 여파가 정신을 압도하고, 달리아는 속에 든 것들을 잔뜩 토해냈다. 기침하고 헛구역질을 하며, 현실에 대한 파악이 끝날 때까지 숨을 헐떡였다.


 자신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데에 놀라워하며 숨죽여 떠드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머릿속의 타는 듯한 두통에도 불구하고, 달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녀석이 가 버렸잖아." 달리아는 그것이 자우체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믿을 수가 없네." 칵스턴이 히스테리가 발작하기 직전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레스시여, 감사합니다." 세베린이 눈물 섞인 목소리로 헐떡이며 말했다. "저기요? 아무나 나 좀 도와줄 사람? 팔이 부러진 것 같아."


 "달리아?" 로-뮤 31이 말했다. "무사한 건가?"


 "별로 무사하진 않은 거 같은데요." 달리아는 애써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죽을 거 같진 않아요. 몇 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죠."


 "움직일 순 있겠나?"


 "네. 근데 1분만 기다려 주세요."


 "1분이나 기다릴 시간 없다." 로-뮤 31이 말했다. "놈이 되돌아올 가능성에 대비해 이동해야 해."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달리아는 말했다. "우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니면 적어도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그러면 녀석이 실수를 눈치채기 전에 여기서 벗어나지." 로-뮤 31이 말했다.


.

.

.

.


 올림푸스산 높은 곳에서, 켈보르-할은 카반 장치로부터 전송된 암호화 데이터를 입력해 들였다. 그리고 화성의 대지 위를 바라보며, 잠시 그 풍경을 살펴보았다. 이 풍경이 곧 있으면 경이롭고도 새로운 무언가의 풍경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모라베크 지하고 깊숙한 곳에서 들끓고 있었던 힘은 그를 도취시켰다. 켈보르-할과, 멜가토르가 붙인 이름에 따르면, 암흑기계교의 동료들은 그 힘을 창조물의 금속과 연골에 결합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냈고, 매일마다 새로운 기적들이 탄생했다.


 병기, 서비터, 호위병들부터 전투용 차량들까지. 모두 다 모라베크 지하고 속 힘으로 가득 채워, 새롭고도 무시무시한 형상들로 일그러트렸다. 그 성스러운 시원의 형태들에는 야만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이 은하계에 새로이 대두한 힘의 전령이 되어 줄 무시무시한 파괴 병기들이 올림푸스산에서, 그리고 호루스 루퍼칼의 대의에 맹세를 바친 아뎁트들과 마고스들의 공장들에서 형상화되어 가고 있었다.


 수십억에 달하는 인부들이 화성의 부활이라는 웅장한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무기 공방과 제조공장들에서 힘겹게 일했다. 켈보르-할이 자신의 공장에서 활보하도록 풀어 준 힘에 닿은 자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변화했다.


 올림푸스산의 어두운 도로들에서 성가가 울려 퍼지고, 후드 쓴 숭배자들의 무리는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들을 사냥해, 그들의 피를 굶주린 기계들에 먹였다. 황동 종들이 계속해서 울리고, 경적들도 스크랩코드의 신과 같은 힘을 받아들여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자신의 공장에 일어난 변화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자신들이 이곳에서 일으킨 변화가, 기계교가 부활한 순간으로서 후세에 대대로 전해지게 될 것임을 켈보르-할은 알았다.


 그리고 켈보르-할은 전망대의 강화유리창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자신의 추종자들을 바라보았다.


 레굴루스, 멜가토르, 우르치 말레볼루스. 거기에 루카스 크롬과 카뮬로스 프린켑스의 홀로그래프 이미지까지, 모두가 자신 앞에 정중히 서 있었다. 추종자들의 의체 장치들에 창궐하며 지직거리는 스크랩코드 선들이 보였다.


 켈보르-할은 루카스 크롬에게 고개 인사를 보냈다. "달리아 시세라는 죽었다. 다시 한 번, 자네의 암살자와 생각하는 병기가 제 가치를 증명했군."


 크롬 역시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그 칭찬을 받아들였다.


 "허면 이제 때가 된 것입니까?" 카뮬로스 프린켑스가 물었다. "저희의 타이탄들은 마그마 시티를 폐허로 만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레기오 모르티스의 프린켑스 세니오리스는 곰 같은 체구 위에 딱정벌레처럼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켈보르-할은 워프로 강화된 호전성이 파장이 되어 카뮬로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을 읽었다.


 "그렇다." 켈보르-할은 말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동맹 레기오의 사령관들에게 전언을 보내라, 카뮬로스. 저들의 타이탄들에게 출격하여, 그 막강한 발 아래 적들을 짓밟으라 전하라."


 "명하신 대로 될 것입니다." 카뮬로스가 약조했다.


 그리고 켈보르-할은 암흑기계교의 동료 아뎁트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위대한 날이로다, 나의 종들이여. 이 날을 늘 기억하라." 제조장관은 말했다. "오늘 이 날부로 화성과 화성의 포지 월드들은 황제의 압정의 멍에를 벗어 던지리라. 너희의 군대를 일으켜, 우리 행성의 모래를 피로 붉게 물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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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2부까지 끝. 이제 한 3분의 1 남았나... 은근히 길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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