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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강하지점 대학살 -5-

리만러스(222.110) 2023.08.09 10:28:43
조회 295 추천 1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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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겔 탈은 자신의 파워 클로를 거두었다. 날카로운 클로는 전부 피투성이었고, 마치 메마른 사막이 빗물을 게걸스럽게 흡수하듯 피가 손톱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는 앞으로 전진하며 불타오르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진홍 군주는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앞에 걸리는 부상 당한 아스타르테스들을 발로 걷어 차며 길을 만들었고,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모든 레이븐 가드들을 찢어발겼다.


까마귀 군단의 전사들 역시 맹렬히 저항했으나 그들의 칼날은 아르겔 탈의 아머에 막혀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갑옷이 파손당할 때마다 아르겔 탈은 마치 자신의 피부가 그러는 것처럼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갈라지고, 파편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피도 흐르지 않았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왼쪽에서 온다. 조심하거라+


이마 부근이 간질거리면서 머릿속으로 경고가 울려퍼졌다. 이것은 목소리인가? 반은 맞았다. 자신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직감과 타인의 목소리가 합쳐진 것 같은 울림이었다. 그래서 아르겔 탈은 라움이 자신에게 경고한 것인지, 자신이 라움에게 경고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는 라움과 같은 목소리를 공유했고, 이제 그의 몸과 움직임은 온전히 그의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공격을 쳐내려고 클로를 휘둘렀으나, 자신의 근력을 일개 아스타르테스가 낼 수 있는 정도를 초월해 있었다. 검만 쳐내려던 그는 어느새 적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홱 꺾었다. 그는 적의 손에서 스르륵 흘러내리는 검으로부터 반사된 빛과 톡 쏘는 쇠비린내를 느꼈다. 진홍 군주의 파워클로는 파워 아머를 완전히 관통하였고, 그 모습은 마치 그가 레이븐 가드 군단원을 감싸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의 파워 클로는 제 주인의 사촌의 피를 미친듯이 빨아 마시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헬멧 안쪽에서 그는 미소 지었다. 날카로워진 이빨에 베였는지 혀에서 피가 나 이빨을 붉게 물들였다. 지나온 모든 전투에서 그는 자신의 흉폭함을 절제하고, 때로는 숨기려고 노력했다. 생존을 갈구하는 그 폭력성은 언제나 아르겔 탈의 정의로운 분노 속에 내재되었고, 그는 그 어떤 위협에서도, 심지어는 십 수명의 형제들로 수 백의 적을 맞서야 할 위기에서도 그 폭력성을 해방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레이븐 가드 군단의 시체 더미 속에서 그는 그 폭력성을 절제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 배신자!+


살아있던 한 레이븐 가드 군단원이 자신에게 외쳤다. 아르겔 탈은 대답 대신 크게 포효했고, 그 소리에 맞춰 진홍 군주의 헬멧 마우스 그릴 부분이 쪼개져 거대한 입이 되었다. 잠시 뒤 소리친 레이븐 가드는 분노한 아르겔 탈의 일격에 고기 조각으로 분해되었다. 얼핏 정신을 차리자니 복스 너머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없이 적을 도륙하고 있던 사이에 자'펜이 무전을 통해 모두에게 외친 것이었다.


+마침내 갈 보르박이 풀려났노라! 그들이 해방되었노라!+


"아니, 아직은 아니야."


아르겔 탈이 그르렁거리며 대답했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본인도 몰랐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레이븐 가드 군단원의 헬멧을 벗기고는 그의 눈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목을 잡힌 군단원이 컥컥 대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괴...괴물...오염...타락..."


아르겔 탈은 창백한 알비노 전사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마우스 그릴과 입은 하나가 되어 짐승의 입처럼 쫙 갈라졌고, 푸른색 렌즈는 자신의 눈이 되어 자신의 헬멧을 타고 흐르는 핏자국을 바라보았다.


"아니, 나는 진리야. 지금 이 모습이 바로 진실이다."


아르겔 탈은 조용히 클로를 더 깊숙이 박아 넣으며 내장과 뼈가 유린당하는 것을 감상했다. 천천히 손을 빼자 축 늘어진 레이븐 가드 군단원은 자신들의 형제의 살과 피가 만들어낸 웅덩이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이 우주에 평화란 존재하지 않느니. 오직 목마른 신들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


아르겔 탈은 말하면서도 이 목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라움의 것인지, 혹은 둘 모두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자신이 말을 한 것조차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처에 산개한 갈 보르박 대원들이 일제히 포효했다. 그들은 배반자 군단의 1차 기습에서 살아남아 재집결을 시도하는 레이븐 가드 군단원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포효한 이아르겔 탈이었으나, 그의 외침은 오래지 않아 멎었다.


그림자가 보였다. 거대한 날개를 펼친 그림자가 태양을 가렸다.






또 다른 프라이마크의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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