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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기나긴 허기의 길 - 행성을 감지한 하이브 함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15 0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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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있다. 그것이 전부다.


혹은 냄새는 아닐지도. 그 단어는 우주의 살인적인 공허에서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용감무쌍한 종인 인류는 용암, 빙하, 독성으로 가득한 온갖 생물군계에 발을 디뎠지만, 그 모든 가혹한 환경 중에서도 우주야말로 단연 최악의 으뜸이다.


우주는 곧 생명의 반대말이다.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워프의 공포 정도를 제외하면 그 어떤 장소도 이 분야에서 우주를 능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허 속의 무언가가 마음으로 그것을 냄새라 인식했다. 인간이 아는 그 어떤 마음과도 다른, 사실 마음보다 수용체에 더 가까운 것을 보유한 무언가였다.


곤충이 짝짓기 상대의 페로몬을 감지하기 위해 펼치는 잎 모양의 더듬이나 갯과 동물이 그 주인의 목소리에 반응해 회전시키는 귀처럼, 이제 이름 없는 기관들이 감지된 자극을 인식했고 무언가, 혹은 그것의 광대한 몸체 전역으로 일련의 생화학적 지시들을 방출했다.


그리고 그 신호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여기다.’ ‘여기 자양분이 있다. 여기 앞으로 다가올 모든 세대의 씨앗이 존재한다.’


그것은 개인도, 무리도 아닌 상태의 느슨한 연합 속에서 동족들과 함께 항해한다. 그 자아에 ‘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광대하면서도 동시에 미약한 존재들이었다.


한편에서 그들은 가장 위대한 전함보다도 거대한 하늘을 뒤덮는 짐승들이었다. 하지만 우주는 영원하기에, 가장 막대한 생명체조차도 감히 견줄 수 없는 무한한 캔버스이기에, 그들은 동시에 너무나도 미세한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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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워프는 그들과 어떤 연관도 없었다. 대신 함대의 중심에서 한 척의 연약한 달걀형 함선이 섬세한 가시들을 뻗어 무거운 중력의 손을 감지해냈다.


별, 혹은 세계들, 생명의 잠재성. 먹이.


우주 전역에 걸쳐 펼쳐진 거미집에 자리 잡은 한 마리의 거미처럼 그것은 이 위치의 가능성, 함대가 그들의 하늘을 검게 가릴 때 숭배 혹은 공포로 비명을 지르게 될 존재들의 가능성을 느꼈다.


이러한 미세한 진동에 대한 함대의 본능적인 반응은 마치 인간이 밧줄을 다루는 것처럼 그것에 손을 뻗어 잡아당기며 스스로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단 한 마리의 섬세한 감지 생명체가 그 모든 굶주린 함선들의 무리를 이끌었다. 그들은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 초과하는 속도로 중력의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며 성간 심연을 건넜다. 그리고 그 어떤 예고나 경고도 없이 갑작스레 항성계에 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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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제 함대의 다른 부분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항성에서 가해지는 중력의 규모, 그 온기, 희미한 단어들이 드문드문 들려오는 복스 잡음마냥 웅성이는 마음과 생각의 소음들. 이 모든 신호들이 각 하이브 함선 내부에서 수천 가지에 달하는 별개 각성 과정들을 촉발시킨다.


체액이 흐르고, 생화학 반응이 끓어오르며, 장기가 성숙한다. 이제 ‘냄새’의 근원이 그들 앞 공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피어오르는 감각 기관의 배열들이 그것을 인식하고 또 분석한다. 촉수와 엽상체의 더듬이, 생물학적 렌즈들이 흉터로 가득한 껍질 전역에 걸쳐 무더기로 형성되고 피어나며 둥지를 튼다.


이제 그 모든 감각들이 자양분을 선언한다. 사실 너무 많은 경우가 허탕이다. 암흑의 우주가 상속받은 다른 무수한 교전과 투쟁들로 인해 신호의 근원이 죽어버린 바위나 황폐해진 세계로 이미 쓸려나간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그들은 실망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하지만 모든 실패한 항해는 그들 내부의 비축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들은 굶주린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항상 굶주려 있다. 그것이 그들이 만들어진 목적이기에.


그리고 이제, 그 모든 허위 경보와 실패와 힘을 보충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빈약한 식사들 끝에, 마침내 그들이 언제나 갈구해오던 것이 여기에 있었다.


공허 속 또 하나의 바윗덩어리, 하지만 그 표면은 농부의 낫을 기다리는 곡식의 들판처럼 풍부하고 무성한 생물량으로 가득 뒤덮여 있다. 수중생물로 넘쳐나는 바다, 수천의 상호 연결된 생태계로 이루어진 드넓은 숲, 몸과 마음들로 빽빽이 들어찬 북적이는 도시들.


그 마음들이 그들에게 소리치며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여기, 여기로 와요, 우리는 먹기 좋게 제대로 익은 열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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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함대는 그 신호를 향해 항진한다. 모든 감각적 부하들이 한데 뭉쳐있는 바로 그 신호의 중심지는 공허의 사막에 홀로 외로이 떠 있는 오아시스, 하나의 살아있는 세계다.


그리고 행성이 그 중력 우물의 가장자리에서 그들을 잡아당기는 약간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게 되면, 일련의 신경절들이 촉발되며 안정적인 궤도를 목표로 접근 방식이 변경된다.


무리의 구성원들은 나와 우리 사이의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완전히 잃은 채, 서로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완벽한 순서대로 위치를 조정한다.


마침내, 너무나 기나긴 기다림, 너무나 길고긴 여정 끝에 열린 연회였다. 미래의 희망이었다. 이제 그들은 끝없는 순례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제국에게 있어 세계는 체르테스(Chertes)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120억 황제의 신민들이 행성에 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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