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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진실의 무게 -1-

리만러스(222.110) 2023.09.19 17:19:29
조회 162 추천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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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샤크는 격벽 문이 차단되기 전 몸을 날려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물론 문이 생각보다 천천히 닫혔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붉은 빛이 깜빡이고 사이렌이 쉴 새 없이 울리는 긴급한 순간에 그런 이성적인 생각은 사치였다. 이샤크는 차단된 격벽 너머에서 공허 속으로 내뱉어지고 싶지 않았고, 전투가 끝난 뒤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계속 움직여야 했다.


사진기가 괜찮은지 확인한 그는 다시 전력으로 뛰었다. 이 빌어먹을 갑판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했지만 미로같이 생긴 통로들이 그를 방해했다. 간간히 보이는 이정표를 확인하려고 해도 제국 공용 문자가 아니라 콜키스 문자로 써져 있어 읽을 수 없었다.


내가 여기 온 적이 있었던가? 어디로 가든 이 통로가 저 통로 같았고, 저 통로가 그 통로 같았다. 멀리서 차단벽이 내려가고 통로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함선은 이미 너무도 많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는 이미 통로들을 지나며 찢겨지고 파손된 함체를 여러 군데 봤었던 것이다. 견고한 회색 강철과 검은 철들이 녹아 서로 섞인 모습은 무엇이 저렇게 만들었는지 상상을 불허할 만큼 공포스러웠다.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코너를 돌자 유카 연대원 시체 4구가 보였다. 상태를 보니 폭발로 무너진 통로 벽에 깔린 듯 했다.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유카 연대원 중 하나가 꿈틀거렸다.


"사...살려줘..."


이샤크는 지나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만약 그가 살아남아 이샤크가 예배실 갑판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한다면 그는 죽은 목숨이었다.


"제발..."


연대원이 애원했다. 이샤크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다리를 짓누르고 있는 쇳조각을 조금 들어올렸다. 그러자 연대원이 비명을 질렀고, 이샤크는 어두운 사이렌 조명 속에서도 왜 그가 고통스러워 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철근이었다. 날카로운 쇳조각들과 철근이 연대원의 다리와 배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깔린게 아니라 바닥에 '박혀'있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샤크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만한 굵기의 철근을 빼내는 일은 잘 준비된 수술실에서 실력 있는 의사가 집도해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쇼크로 죽을 것이 틀림 없다.


"미...미안해요. 아무래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이샤크는 천천히 일어섰다.


"미안합니다."


"이 개새끼야! 그럼 그냥 쏴-...!"


"난 총이 없...!"


그가 따지려는데 옆에 저 군인의 것으로 보이는 라스건이 벽 잔해에 반쯤 파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총을 집어들고 조준하려다가 선체가 흔들려 바닥에 고꾸라질 뻔 했다. 다시 자세를 잡은 이샤크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틱. 틱. 틱. 틱. 그 꼴을 보고 있던 유카 연대원이 신음소리를 냈다.


"...조정간....안전 장치...당겨..야.."


피거품이 그의 입에서 끓어올랐다. 이샤크는 급히 안전 장치 스위치를 켰다. 다시 한번 조준한 그는 방아쇠를 당겼고, 이번에는 총이 제대로 작동했다. 붉은 빛이 눈 앞을 어지럽힌 뒤 어둠 속에 잠겼다. 그는 눈을 떴으나 방금 전 자신이 죽인 군인의 모습을 보길 주저했다. 간신히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얼굴은 그 자리에 없었다. 무너져 내린 몸뚱아리와 돌벽의 잔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통로가 무너지며 막혔기 때문에 이샤크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했다. 중앙홀로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그가 통로를 채 빠져나오기 전에 차단벽이 내려 갔다. 그는 이제 이 통로에 4 구의 시체와 함께 갇힌 것이다. 그는 급히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빠져나갈 곳을 찾았다. 통로 한쪽에 있던 문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저곳 뿐이라고 생각한 이샤크는 문 앞에 다다랐다. 주먹으로 문을 쳐 보았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이 이상했다. 마치 벽 너머에 무언가 살아있는 것이 있는 것처럼 따듯했다. 이샤크는 문을 열고자 암호 키패드에 아무 숫자나 눌러댔으나 당연히 문이 열릴 리 없었다.


다급해진 사진사는 혹시 몰라 매고 왔던 라스건을 들었다. 그는 보안 패널에 대고 총을 발사 했다. 붉은 레이저 불빛이 통로를 비추고, 보안 시스템이 파괴된 문이 증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열렸다. 가장 처음 느껴진 것은 악취였다. 땀에 절은 냄새와 씻은지 며칠은 지났을 때 풍기는 체취가 코를 자극했다. 다음으로 들린 것은 소음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샤크 카딘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어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들어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야...이제서야 이름을 날리게 해줄 광경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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