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귀니우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단절된 복도의 끝에는 출입구가 있다.

형제여.

문은 열려 있다. 문은 사람의 뼈로 만들어진 공예품이다. 그는 문을 통과하며, 좁은 터널로 들어선다. 터널은 자신이 겨우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좁으며, 새까만 벽은 모든 방향에서 조여 온다. 그는 위를 올려다보고, 벽이 자신보다 아득히 높이 솟아 있는 것을 본다. 터널이 아니라, 우뚝 솟은 절벽 사이를 가르는 가느다란 크레바스다. 그는 진격하기 시작한다. 또다시 속삭임이 시작된다.

생귀니우스.

바닥은 축축하고 검은 돌이며, 수 세기의 들락거림으로 매끈해진 듯 극히 평평하다. 이 절벽 사이의 좁은 길목이 자신과 똑같은 길을 가는 억겁의 발걸음으로 인해 개척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득히 위쪽으로 그는 하늘을 볼 수 있다. 그가 가는 길을 비추는 절벽의 꼭대기 너머의 밤하늘과 별의 강이다. 삼십 미터를 가자, 크레바스가 더욱 좁아진다. 벽은 점점 수축하며 그를 조이기 시작한다. 그는 저 멀리 세로줄의 희미한 빛을 볼 수 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끼이지 않기 위해 옆으로 돌아 비스듬히 이동해야 한다.

그의 머리 위에 펼쳐진 끝없는 공간에도 불구하고 좁아터졌다. 그는 나아간다. 벽들이 그의 접힌 날개를 압박하며, 그의 흉갑을 긁는다. 그의 얼굴과 어찌나 가까운지 벽도 인간의 장골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갈대마냥 얽힌 뼈들은 축축하고 얼룩졌고, 검은 기름이 발려 윤이 난다.

비스듬히 몇 걸음 이동한 후 그는 억지로 비집고 지나가야 하는 신세가 된다. 옆으로 이동함에도 절벽이 그를 으스러뜨린다. 슬슬 더 이상 억지로도 못 움직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슬슬 이 작은 틈에 자신이 고정되고 영원히 못 움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는 날개와 갑주를 벽에 긁고 온몸을 비틀어가며 빛을 향해 전진한다.

마침내 그는 개방된 건너편으로 발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