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xiv 안식처

인장관의 안식처로 알려진 이 탑은 순환호 위의 플라스틸 곶에 서 있는 가늘고 외로운 구조물이다. 돌로 지어진 탑 위에 흙이 엉겨 붙은 채다. 흡사 노인의 손가락처럼 약간 불규칙한 모습이다. 다른 시대의 유물처럼 보이는 곳이다. 버려지도록, 평온한 곳으로 남도록 방치된 골동품처럼 말이다. 웅장한 생텀의 나머지 부분이 그 주위를 두르고 솟아나 가리고 있다.

아몬은 플라스틸 곶을 가로질러 주랑 현관으로 일행을 인도한다. 그리고 즉시 보안 코드의 해제를 시작한다. 탑 기반에 자리한 묵직한 방폭문은 폐쇄 상태다. 건물의 뼈대가 된 석조가 지어지고 한참 뒤에 덧붙여진 존재다.

“당신은 우릴 들여보낼 수 없어?”

안드로메다가 크산투스에게 묻는다.

“나조차도 섭정의 초대가 있었을 경우에나 들어갈 수 있었소.”

크산투스가 대꾸한다.

“그리고 그런 일도 드물었지. 만약 인장관께서 계시지 않으면, 쿠스토데스의 허가가 필요하오.”

안드로메다가 아몬을 힐끗 바라본다. 커스토디안이 문을 여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홀로리스로 된 문패는 계속 거부의 룬을 깜빡이면서 아몬에게 더 높은 수준의 허가 코드를 입력하라고 지시하는 것 같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건물치고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보안이다.

포는 너덜너덜하고 낡은 탑을 올려다본다.

“우리 대단하신 말카도르 전하께오서 더 인상적인 곳에서 거하실 줄 알았는데.”

“이곳은 그분의 거처가 아니오.”

크산투스가 말한다. 사실, 그는 이제 어디에도 거하는 바가 없으니.

“이곳은 그저 사색의 현장일 뿐이지. 사색과 연구에 임하는 곳일 뿐이오.”

“사색의 현장이라니.”

단어의 거창함에 웃음을 터뜨리며 포가 따라 말한다.

“곧 쓰러질 것처럼 생긴 곳인데.”

“그럴 일 없소.”

크산투스가 답한다.

“아주 오랜 세월을 버텨 온 곳이지. 정말 긴 시간 동안.”

“그러리라 생각했네.”

포는 딱히 거기서 인상을 받은 것 같지 않다.

“낡았지만 견고한 다른 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어떤 느낌인지 잘 알지). 그냥 좀 연약해 보인다는 거였다고.”

“인장관께서도 마찬가지요.”

크산투스가 대꾸한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섭정으로서 인류의 영역을 통치하셨소.”

체구가 작은 육신 공예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크산투스를 바라본다.

“나도 한때 거대한 영역을 통치했었지.”

포가 말한다.

“상황이 변한다는 게 참 우습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