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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진실의 무게 -6-

리만러스(222.110) 2023.12.07 17:46:17
조회 188 추천 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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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의 진동이 잦아들었으나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샤크는 그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비주요 구획의 통제가 해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상 경고등의 붉은 빛이 점차 사라지고 평시 조명이 다시 깜빡거렸다.


그는 어떤 이유로든 데 프로푼디스 호가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재결집을 위해서든 재보급을 위해서였든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는 차단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안으로 몸을 날렸다. 여전히 많은 구획이 파괴되어 차단되었으나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모험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샤크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서 이 고철 배를 빠져나가는 것 뿐이었다. 유카 연대의 수색조를 피하는 일은 시체들로 가득찬 통로를 통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유카 연대원들은 파괴된 통로와 시체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샤크는 벌써 몇 차례 그들과 마주쳤고, 그때마다 군단 시종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침착하게 지나쳐야 했다.


운이 좋았는지 그의 행동거지가 먹힌 탓인지, 아니면 그들이 시체를 주워담고 통로를 개척하느라 바빴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이샤크는 의심받는 일 없이 예배실이 위치한 갑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체없이 지하 저장고로 돌아온 그는 이제 쓸모 없어진 군단의 로브를 벗어 던져버렸다. 그의 손에는 사진 스캐너가 꽉 쥐어져 있었다.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너무 세게 쥔 탓인지 손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마 내구성이 약한 싸구려 제품이었다면 단박에 고장이 났을 것이다.


지하 저장고의 문이 열리고 그는 리멤브란서와 일반 승객들이 머무는 구역에 들어왔다. 이곳은 전투와 한참은 동떨어진 장소 같았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건만, 리멤브란서들과 민간인들은 술에 취하거나 도박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그렇게 해서라도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기와 파괴를 피하려는 것 처럼. 그래서 이샤크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예전 소규모 전투가 발생했을 때 종종 그랬기 때문이었다.


빈 탁자를 찾아 앉은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종업원 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지나가며 자신의 테이블에 뭔가를 놓았다. 주문한 것도 아니었고, 설사 마실 기분이었다고 한들 싫어했을 법한 무언가였다.


전투의 떨림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샤크는 대충 주머니에 있던 코인을 전부 털어 소녀에게 건넸다. 거스름돈이 얼마나 되든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 속에 섞여 진정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밖에서 본 초인들이나 군인들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


"사진기사 이샤크 카딘이로군. 내 자네가 찍은 데 프로푼디스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지. 진정 훌륭한 사진이었소, 젊은이."


이샤크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이름을 부른 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동자가 없었다. 그저 검은색만이 안구를 채우고 있었다.


"당신은 아스트로패스로군요. 오큘리 임페라토르의 개인 아스트로패스, 맞지요?"


"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지."


늙은 아스트로패스는 수상하리만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가 옆에 있던 의자를 가리켰다.


"압솔롬 칼틱이라고 하오. 잠시 동석해도 되겠소?"


이샤크는 끄응 하는 소리로 허락을 대신했다. 칼틱은 마지막에 봤던 것처럼 지하 저장고에 있는 것이 불안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 몇 주 동안 당신을 보지 못했어요. 당신이 이 빌어먹을 배를 완전히 떠났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가끔은 고독을 즐기는 편이라오. 오늘같은 날은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편이 낫겠다 싶어 나왔지. 이, 전투 때문에."


칼틱이 벽을 가리켰다. 이샤크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전투가 벌어지면 혼자 있는 것보단 같이 있는 편이 더 낫지 않겠소."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미안하군요. 난 지금 말동무를 해줄 상태가 아니라서요."


이샤크가 힘없이 대답하자 아스트로패스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당신의 머릿속은 생각으로 꽉 차 있군요."


그의 말에 이샤크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가 재빨리 일어섰다. 가벼운 기립성 저혈압이 몰려와 눈 앞이 어지러웠다.


"내 마음 속을 읽을 수 있는 건가요? 그거 불법 아니에요?"


아스트로패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오. 누군가 울거나 웃는다면 당신도 그의 감정이 어떤지 추측할 수 있지 않겠소? 그처럼 나 역시 당신의 머릿속이나 마음 속에서 울려퍼지는 감정만 느낄 수 있을 뿐,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소. 단지 그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난폭하고 시끄럽길래 말해봤던 거요."


"그렇군요. 실례를 범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샤크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배가 공격을 당했는지 다시 크게 흔들렸다. 잔들이 출렁거리며 사방으로 술을 쏟아냈으나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짐짓 허세를 부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자들도 있었다.


"혹시 다른 사진들도 볼 수 있겠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근사한 것이 있다면 말이오."


이샤크는 자신의 사진기를 힐끗 바라보았다.


"잘 모르겠군요. 미안하지만 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그가 일어서며 술잔을 칼틱쪽으로 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요. 술은 마실 생각이 없으니 내 잔을 대신 드시지요."


칼틱이 잔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살짝 이샤크의 손을 만졌는데 갑자기 그가 펄쩍 튀어오르며 눈을 부릅떴다. 늙은 아스트로패스의 표정은 지금의 이샤크 만큼이나 놀라움으로 일그러졌다. 칼틱이 떠듬거리며 물었다.


"옥좌성이여....당신, 대체 무엇을 본 게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아무것도 못 봤어요. 잘 계세요."


그러자 압솔롬 칼틱의 늙은 손이 이샤크의 손을 꼭 쥐었다. 마치 포식자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잇감을 낚아 채듯이.


"말하시오. 그곳이 어디에 있었소?"


"아무것도 못 봤다고 했잖아! 이 늙다리 개새끼야!"


둘의 눈이 마주쳤다. 칼틱이 속삭이듯 말했다.


"자네는 질문에 답을 하게 될 게야. 말하라. 어디서 봤나?"


"...그곳은 배 안에 있습니다."


"선내 어디에 있었나?"


"예배실 갑판에."


"그리고 사진은? 자네가 본 것을 기록했겠지?"


"네."


그제야 칼틱이 잡고 있던 손목을 놨다.


"날 따라와주게."


"따라오라고? 절대 싫소."


"잠자코 따라오게. 자네가 본 것을 오큘리 임페라토르께서도 반드시 아셔야 하네. 만약 거부한다면 단 한 가지만 확실하지. 자네는 커스토디안 아퀼론께 죽을 게야. 이 비밀을 감춘 대가로 말이네."


그때 다시 경고등이 깜박거렸다. 지하 저장고에 있던 모두가 저마다 불만 섞인 고함을 질렀다. 엔진이 점화됐는지 선체가 크게 요동쳤다. 군단의 기함이 다시 전장으로 복귀하는 모양이었다.


"아...알겠어요. 당신을 따라가지요."


칼틱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그는 늙고 못생긴 자였다. 추악한 외모를 가진 아스트로패스. 허나 지금 그가 보인 미소는 오래전 부모님이 보여줬던 그 자애로운 미소를 떠올리게 했다.


"자네라면 그렇게 해줄 줄 알았네."






오늘 밤에 통합본 올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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