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야수였다. 희고 짙은 회색의 가죽을 두른 놈이었다. 털 길이가 거의 우리 군마의 갈기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놈이 움직이진 않았지만, 우리는 놈이 죽은 척하는 것은 아닌지 싶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머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놈의 어깨와 엉덩이에 튀어나온 칼날 같은 가시는 거의 우리 군마보다 서너 배는 더 커 보였다. 튀어나온 발은 내 몸만큼이나 거대했다. 그 발에 달린 발톱 일곱 개면 충분히 한 방에 기사 한 명의 내장을 훑어낼 수 있으리라. 내 오른쪽 앞으로 나아가던 라렐의 헐떡이는 소리에 우리 모두가 움찔했다. 왜 헐떡였는지, 몇십 미터 정도 간격을 둔 채 야수를 두고 돌면서 그 이유가 눈에 들어왔다.

목과 가슴을 두르고 있는 엷은 털에 번쩍이는 붉은 빛이 감돌았다. 살점이 으깨진 채, 그 위에 껍질이 흐느적거렸다. 놈의 얼굴 한구석은 마치 대장장이의 망치, 혹은 그에 버금가는 무언가로 후려쳐진 듯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루서가 라이온과 처음 대면한 순간을 회고하는 파트. 발만 해도 사람 덩치인 워프 비스트를 맨손으로, 망치로 짓이긴듯 해 놓는 게 프라이마크인데 프라이마크를 패서 키운다… 굿 럭이다 진짜.